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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3화

반지훈과 강성연의 모습을 확인한 그가 멈춰 섰다.

“너희들은 왜 왔어.”

“할아버지 뵈로 왔어요.”

반지훈이 병실을 힐끗 바라보았다.

“할아버지는 좀 어떠세요?”

반지훈의 아버지가 콧방귀를 뀌었다.

“어떻겠어. 이만큼 나이를 드시고도 고집은 어찌 황소 같으신지. 일찍부터 몸에 이상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서도 병원에 오지 않고 말이야.”

말을 마치자마자 병실에서 큰 어르신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썩을 놈아. 그냥 고혈압일 뿐이잖아. 내 몸 아직 건강하다고.”

반지훈의 아버지는 반지훈을 향해 “거봐.”라고 하더니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의사가 큰 어르신은 고혈압에 연세도 많으니 이렇게 갑작스럽게 혈압이 오르는 건 노인한테 엄청 좋지 않다고 말했다.

반지훈의 아버지 역시 의사의 말에 동의했다. 의사가 자리를 떠난 후 아버지가 반지훈한테 말했다.

“네가 들어가서 저 늙은이를 좀 달래줘.”

반지훈은 옷을 여민 후 병실로 들어갔다.

큰 어르신은 침대에 기대앉아 수액을 맞고 있었다. 그가 천천히 눈을 뜬 후 반지훈과 강성연이 들어오는 모습을 확인했다.

“이렇게 빨리 죽을 일 없으니까 걱정들 하지 말거라.”

반지훈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반평생 들볶는 걸로 모자라셨어요?”

큰 어르신이 눈을 부릅뜨고 성을 냈다.

“이 썩을 놈이. 너 지금 그게 이 할아비한테 할 말이냐?”

“충언은 귀에 거슬리는 법이죠.”

그가 정장 외투를 벗더니 간병인 의자 등받이에 걸쳐놓았다.

“할아버지 같은 옹고집을 할머니께서는 어떻게 받아주신대요.”

큰 어르신이 혀를 차며 얼굴을 휙 돌렸다.

“제 아비 닮아서 잔소리만 많아서는.”

반지훈이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저랑 아버지는 이제 더 이상 할아버지를 케어 못하겠어요.”

그가 휴대폰 버튼을 누르자 큰 어르신이 놀라 굳어버렸다.

“너 이 자식 지금 뭐 하는 거야.”

그가 큰 어르신을 힐끔 바라보더니 휴대폰을 귓가에 댔다.

“할머니 여기 성질 고약하고 고집불통인 늙은이가 고혈압이 도졌는데요. 저랑 할머니 아들을 엄청 욕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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