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승헌의 명령이 떨어지기 바쁘게 조훈의 손목에 수갑이 채워졌다.당황한 조훈은 격렬하게 반항하며 소리쳤다.“뭐야?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염 청장님, 이게 지금 무슨 일인지 설명 좀 해보십시오. 청장님이 지금 저한테 이러고도 무사하실 것 같습니까? 우리 가문 쪽에서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자신의 주인이 체포당하는 모습을 본 조 씨 쪽 경호원들이 달려와 조훈을 에워싸기 시작했다.“뭐하는 거야?”염승헌이 차가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조훈 선생님, 방금 자초지종에 대해 자세히 듣고 오는 길입니다. 그 댁 아드님께서 먼저 최서준의 아내를 겁탈하려고 달려드는 걸 최서준이 막으려고 폭행한 거였더군요. 그래놓고 가해자 주제에 감히 먼저 신고를 합니까?”“제 아들이 먼저 잘못을 저지른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아예 불구로 만들어버리는 게 말이 되는 일입니까?”조훈은 인정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그쪽과 더 말 섞을 시간 없습니다.”염승헌은 조훈의 말을 끊으며 얘기했다.“오늘 저와 같이 경찰청으로 가시든지, 아니면 합의 보고 지금 당장 당신 부하들을 데리고 꺼지시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십시오.”조훈은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이를 꽉 깨물고 분노를 삭이듯 답했다.“좋습니다. 합의 보는 거로 하죠.”말은 그렇게 했지만 조훈은 여전히 최서준의 사지를 찢어발겨 죽일 생각을 하고 있었다.그런 조훈의 속마음을 염승헌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까지 신경 써줄 겨를이 없었다. 그저 동정 어린 눈빛으로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조훈을 측은하게 바라보고 있었다.멍청한 놈….생각도 없이 저런 거물을 건드리다니,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뒤늦게 통곡하지나 마라.“이만 철수해!”염승헌은 자신이 데리고 온 수하들에게 손짓으로 명령하며 그들을 데리고 경찰차에 올라탔다.잔뜩 굳어있는 표정의 조훈만 자리에 남겨둔 채 말이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주동필은 재밌다는 듯 웃으며 얘기했다.“자네 아직도 철수 안 할 건가? 뭐, 여기 남아서 점심까지
한편, 저택 2층의 안방에서 조금은 부끄러운 대화가 들렸다.“지유야, 얼른 봐봐. 나 가슴 좀 작아진 거 같지 않아?”“아니, 전혀.”“진짜? 난 왜 작아진 것 같지? 근데 뭐, 너는 좀 커진 것 같다?”“얼른 알려줘 봐. 서준 씨가 대체 얼마나 예뻐해 주길래 커진 거야? 응?”“아, 좀. 하은아, 제발. 난 지금 걱정돼서 미칠 것 같단 말이야.”김지유는 주하은의 나쁜 손을 밀어내고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방 문 앞을 왔다 갔다 하며 안절부절못하는 기색을 보였다.“너 설마 지금 서준 씨한테 무슨 일 생겼을까 봐 걱정하고 있는 거야?”주하은이 웃으며 김지유에게 물었다.“그럼 걱정 안 되겠어? 우리가 방으로 올라온 지 벌써 몇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게…. 너무 불안해.”김지유가 걱정 어린 목소리로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서준 씨한테 별일 없을 거야. 네가 뭘 몰라서 그렇지, 서준 씨…….”주하은이 지나치게 초조해하는 김지유에게 살짝 짜증이 날 때쯤 문밖에서 노크 소리와 함께 최서준의 음성이 들려왔다.“지유야, 이제 돌아가자.”최서준의 목소리가 들리자 불안해하던 김지유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잔뜩 신난 얼굴로 방문을 연 김지유가 말했다.“서준아, 괜찮아?”“네 눈엔 내가 안 괜찮아 보여?”김지유의 반응에 못 참겠다는 듯 웃음을 터뜨린 최서준이 대답했다.말을 마친 그의 눈길이 무의식적으로 김지유의 가슴 쪽으로 향했다. 김지유의 가슴께를 확인한 최서준은 그 자리에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최서준의 시선을 의식한 김지유가 고개를 숙여 자신의 가슴 쪽을 확인했다. 조금 전, 주하은에 의해 풀어헤쳐 진 옷깃에 가슴골이 훤히 드러난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꺄악!깜짝 놀란 김지유가 다급하게 손으로 가슴을 여미며 비명을 지르고 조금 전까지 제 손으로 활짝 연 방문을 다시 닫아버렸다.문밖으로 쫓겨난 최서준은 조금 전의 장면이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아 머쓱하게 코만 문질러댔다.곧이어 얼굴을 붉힌 김지유가 머뭇거리며 방문
이퓨레 코스메틱 사내에서는 거칠게 전화를 끊는 오민욱을 바라보던 곽정원이 물었다.“민욱아, 그 새끼가 뭐래?”“지금 회사로 올 거래.”오민욱이 냉소를 지으며 답했다.“하하, 알겠어. 그 자식 표정이 어떨지 진짜 기대되네.”곽정원이 신난 목소리로 얘기했다.신난 것은 그 하나뿐이 아니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진아영과 도연우마저 잔뜩 기대하는 눈빛으로 최서준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오민욱이 냉랭한 목소리로 얘기했다.“다들 잘 봐. 내가 나중에 저 자식을 어떻게 손보는지.”어제저녁, 자신의 무릎을 꿇렸던 최서준을 떠올리자 다시 한번 피가 거꾸로 쏠리는듯한 분노를 느꼈다. 기필코 어젯밤에 당한 수모를 몇 배로 갚아 자신의 체면을 살려야 했다.그 순간, 오민욱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한혜성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민욱아, 나 지금 지예랑 지훈이 데리고 너희 회사 앞까지 왔어.”“아주머니, 우선 회사 회의실로 가서 기다리세요. 곧 인사팀 매니저가 면접 보러 갈 겁니다. 제가 미리 얘기 잘해놨으니까 걱정하지 마시고요.”“너무 잘 됐다, 고마워 민욱아. 일 잘 끝나면 꼭 보답하도록 할게.”한혜성은 한껏 밝은 표정으로 눈썹을 끌어올리며 대답하고는 전화를 끊었다.전화가 끊기자마자 옆에 있던 황지훈이 물었다.“엄마, 민욱이 형이 뭐래?”한혜성은 가까스로 신난 표정을 숨기며 얘기했다.“민욱이가 이미 면접관한테 잘 얘기해뒀대. 그냥 회의실에서 간단히 형식적인 절차만 거치면 될 거야.”“그거 진짜 잘된 일이네요.”한혜성의 대답을 들은 황지훈과 황지예도 덩달아 잔뜩 신난 표정을 내비쳤다.한혜성은 들떠있는 자신의 두 자식에게 다시 한번 당부했다.“지예야, 지훈아. 곧 있으면 너희는 최 대표님의 비서와 운전기사가 될 거야. 허튼짓으로 그분 심기 거스를 생각하지 말고 열심히 해. 알겠지?”“걱정하지 마, 엄마.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최 대표님 눈에 들고 말 테니까.”회사 앞에서 가볍게 담소를 나누던 세 명은 멀리서 회사 쪽으로 걸어오는 사람을
최서준은 어깨를 들썩이고는 더는 그들을 상대하기 싫다는 듯 회사로 걸음을 옮겼다.그 순간, 임상아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최 대표님, 지금 회사로 오신 거예요?”“응, 그런데?”임상아의 전화에 최서준이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임상아가 간단하고도 명쾌하게 대답했다.“요즘 회사에서 대표님 비서랑 운전기사를 모집 중인데요. 회사 오신 김에 직접 면접까지 보러 오시는 게 어때요?”알아서 하라고 얘기하려던 최서준이었지만 조금 전 회사 앞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던 세 사람이 떠올라 수화기 너머의 임상아에게 물었다.“면접이 언젠데?”“지금 시작해도 될 것 같아요. 이미 회사까지 왔다고 하던데요? 면접은 회의실에서 할 예정입니다.”최서준의 물음에 임상아가 답했다.“알겠어요, 바로 그쪽으로 가죠.”최서준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옆에 있는 화장실로 걸어 들어갔다.한편, 오민욱이 미리 얘기해둔 탓에 황지훈과 황지예는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미리 회의실로 들어섰다.면접을 맡은 면접관은 걸려온 전화를 받고 오더니 갑자기 둘에게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전했다.“두 분, 잠시만 기다리실래요? 최 대표님께서 직접 와서 면접 보실 거라고 하시네요.”“네? 뭐라고요? 최... 최 대표님께서 직접…. 직접 면접을 보실 거라고요?”면접관의 말을 들은 두 사람은 잔뜩 긴장한 나머지 말까지 더듬었다.분명 형식적인 절차만 거치면 된다고 하지 않았나? 왜 갑자기 대표님께서 직접 오신다는 거야?“네, 마침 오늘 최 대표님께서 회사까지 오셨다고 하셔서요. 그냥 얼굴 한 번 보고 싶으신가 봐요.”직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둘을 안심시켰다.“너무 걱정 하지는 마세요. 그냥 질문에 대답만 잘하시면 쉽게 통과할 수 있으실 거예요.”직원의 말에 둘은 그제야 한숨을 돌리는 듯했다. 황지훈은 직원에게 담배 한 개비를 건네며 말했다.“진석이 형, 잘 좀 부탁드릴게요.”“됐어요, 뭘 이런 걸 가지고. 다 오 지배인님이 직접 부탁한 친구들인데, 도와줄 수 있는 건 도와줘야죠.”“최 대표님 곧
회의실의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최서준이었다.그는 회의실을 둘러보더니 좌불안석으로 자리에 있던 황지예와 황지훈을 발견했다.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면접 보러 온 게 정말 이 둘이었다니.둘을 발견한 순간 최서준이 코를 문지르며 놀란 기색을 내비쳤다.“최서준?"최서준과 눈이 마주친 순간, 황지예와 황지훈의 눈이 커지며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이런 빌어먹을. 저 자식이 여기까지는 왜 따라온 거야? 부정 타게.”황지훈의 표정이 굳으며 잔뜩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이 자식, 방금 우리가 뭐라 했다고 우리 면접 방해하러 여기까지 쫓아온 게 분명해.”“오빠, 그럼... 그럼 우린 어떡해?”황지예가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황지훈을 바라보았다.두 사람은 오늘 있을 면접을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준비해왔다.만에 하나 최서준 때문에 망치게 된다면 한평생을 후회할 것이 불 보듯 뻔했다.“우선 진정해. 저 자식은 내가 쫓아내고 올 테니까.”황지훈이 어금니를 꽉 깨물고 빠른 걸음으로 최서준의 앞까지 걸어갔다.그는 굳은 표정으로 최서준을 가로막고 얘기했다.“최서준, 여기까진 왜 온 거야?”“그쪽들 면접 봐주러 왔는데요.”황지훈의 물음에 최서준이 덤덤하게 답했다.“네가? 우리를?”황지훈이 냉소를 지으며 답했다.“네가 뭔데? 네가 무슨 자격으로 우리 면접을 봐주냐고.”“우리 방해하러 여기까지 온 거, 우리가 모를 줄 알고? 알고 지낸 정을 생각해서 봐줄 때 얼른 꺼져. 진짜 조져버리기 전에.”당장이라도 최서준을 쫓아내기 위해 황지훈은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날 어떻게 조질 건데?”최서준이 우습다는 표정으로 황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씨발, 넌 지금 내 말이 말 같지 않지? 진짜 죽어볼래?”황지훈은 최서준의 말에 잔뜩 흥분한 채 당장이라도 한 대 칠 기세로 그의 멱살을 힘껏 잡아 올린 채 위협했다.“이거 놔.”최서준은 고개를 숙여 황지훈에게 잡힌 자신의 멱살을 바라보더니 잔뜩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왜? 안
엄청난 고통에 외마디 비명을 지른 진석이 휴대전화를 꺼내 보안팀장 조규찬에게 전화를 걸었다.“조 팀장님, 회사에서 소란 피우는 사람이 있어요. 당장 사람들 데리고 이쪽으로 와주세요.”“맞아요, 회의실이에요!”전화를 끊은 진석이 차가운 눈빛으로 최서준을 노려보며 얘기했다.“야, 이 새끼야. 이미 보안팀 불렀으니까 이만 포기해. 넌 뒤졌어.”“그래요? 그럼 기다리죠, 뭐.”진석의 손목을 놓아준 최서준이 여유롭게 자리에 앉았다.“최서준, 감히 진석이 오빠한테까지 손을 대다니. 끝장날 준비나 단단히 하고 있어.”황지예가 옆에서 고소하다는 듯 비웃었다.그 옆에서 황지훈은 더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촌뜨기 주제에. 네가 뭔 생각 하는지 내가 모를 것 같아? 해고당할 것 같으니까 이판사판으로 해보자는 거잖아.”“그런다고 내가 너 따위한테 쫄 것 같아? 나중에 최 대표님 오신다고 해도 진석이 형이 증인 서줄 거야. 다 네 잘못이 될 거라고.”“여기서 일 좀 벌인다고 우리가 겁먹고 면접 망칠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지예 말이 맞아.”진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두 사람은 안심해요. 나중에 최 대표님 오시면 내가 두 사람 대신 잘 얘기해 줄 테니까.”한편, 이퓨레 코스메틱 보안팀에서 진석의 연락을 받은 보안팀장은 다급하게 전화를 끊고 직원들에게 명령했다.“민규야, 빨리. 직원들 다 불러서 회의실로 가자.”“규찬이 형, 무슨 일이예요?”모바일 게임을 하고 있던 허민규라고 하는 보안팀 직원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회의실에서 난동 피우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야. 빨리 직원들 모아서 올라가자.”조규찬이 직원들을 재촉했다.“규찬이 형, 그냥 난동 좀 피우는 거잖아요. 굳이 우리 직원들 다 부를 필요는 없지 않아요?”모바일 게임 속 팀원들에게 미움을 사기 싫었던 허민규가 불평했다.“이 멍청한 놈!”조규찬이 허민규의 휴대전화를 빼앗으며 불같이 화를 냈다.“방금 진석 매니저님한테서 전화 왔어. 곧 최 대표님께서 면접 보러 회의
보안팀장 조규찬의 행동을 본 순간, 황지훈과 황지예 두 사람은 어안이 벙벙해 있을 수밖에 없었다.조규찬이 최서준에게 최 대표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들은 두 사람은 자신들의 귀를 의심했다.하지만 두 사람보다 더 심하게 당황한 진석이 다급하게 말했다.“조 팀장님, 이게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저 자식은 최 대표님이 아니라….”“미친놈아, 안 닥쳐?”조규찬이 큰소리로 호통치며 진석에게 화를 냈다. 조규찬은 당장이라도 진석을 죽여버릴 듯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진짜 눈깔이 삐어도 제대로 삐었지? 이분이 바로 우리 회사 대표님이신 최 대표님이시다. 감히 겁도 없이 대표님을 상대로 난동을 부려?”“쿠-궁!”진석은 머릿속에서 천둥이 치는 것이 느껴졌다. 큰 충격을 받은 나머지 진석은 그 자리에 얼어붙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 망할 놈이 최 대표님이셨다니!이게 말이 돼?곧이어 상황 파악이 끝난 진석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렸다.조규찬은 절대 사람 얼굴을 헷갈릴 위인이 아니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최서준에게 함부로 대했으니…. 진석은 조금 전 자신의 무례를 떠올리며 망했음을 직감했다.“말도 안 돼!”“이건 말도 안 돼요!”그 순간, 황지예가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이 자식이 어떻게 최 대표님이에요? 말도 안 되지, 그걸 믿으라고요?”험악한 표정으로 눈앞의 현실을 부정하던 황지예가 악에 받쳐 소리쳤다.그녀가 그토록 혐오하고 깔보던 거렁뱅이가 갑자기 이렇게 큰 회사의 대표이 됐다는 게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믿기 싫었다.그 충격은 그녀에게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심장이 여러 조각으로 갈기갈기 찢기는 듯 아려왔다.“맞아요, 분명 당신들이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일 겁니다.”황지훈도 옆에서 거들며 충격으로 붉게 충혈된 두 눈으로 조규찬을 바라보며 말했다.“조 팀장님, 다시 한번 자세히 보세요. 이 새끼가 어떻게 최 대표님이에요?”받아들일 수 없었다.눈앞의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또각또각 또각또각...”
한순간에 직장을 잃은 진석은 그 자리에 힘없이 풀썩 주저앉았다. 온몸의 힘이 쫙 풀리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그리고 다시 한번 고개를 들어 황지예와 황지훈을 바라보며 냉랭하게 말했다.“그리고 너희 둘, 여기서 바로 얘기할게. 면접 떨어졌어. 그리고 오늘부로 너희 둘은 바로 블랙리스트로 올라갈 거야. 영원히 이 회사에 입사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다시 면접 지원할 생각은 접어두고.”황지훈과 황지예의 몸이 심하게 떨렸다. 아마도 밀려오는 분노와 후회의 감정을 육체가 감당하지 못하는 듯했다.“뭐해, 빨리 쫓아내지 않고!”보안팀 직원들에게 명령을 내린 임상아는 바로 회의실을 벗어났다.조규찬이 차갑게 웃으며 진석을 포함한 그 셋을 바라보며 팀원들에게 지시했다.“얘들아, 빨리 움직여. 이 망할 자식들 쫓아내야지.”조규찬의 등 뒤에서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던 보안팀 직원들이 달려 나와 셋을 연행하기 시작했다.최서준은 이퓨레 코스메틱 대표실로 발걸음을 옮겼다.그 역시 자신의 사무실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그는 대표실 한쪽의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창밖의 풍경을 감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이퓨레 코스메틱 회사 위치선정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한 것 같았다. 시내 한복판에 있는 회사였지만 탁 트인 주위 풍경에 먼 곳의 한강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기막힌 도시 뷰가 보였다.한창 풍경을 감상하고 있던 그 순간,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들어와!”최서준이 발걸음을 옮겨 자리에 앉으며 대답했다.조심스레 문을 열고 대표실로 들어선 임상아가 미안한 기색을 내비치며 최서준에게 얘기했다.“최 대표님, 정말 죄송합니다. 조금 전 일은 저도 미처 예상 못 한 일이라….”“괜찮아, 나도 임 대표 탓 아닌 거 알아.”임상아를 가볍게 위로하던 최서준이 서랍을 열었다.“아, 맞다. 회사에 찻잎은 있나?”“있습니다, 지금 바로 갖다 드릴게요.”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임상아가 최서준의 등 뒤에 있는 책장으로 가 찻잎 한 봉지를 꺼내 직접 차를 우리기 시작했다.최서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