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저택 2층의 안방에서 조금은 부끄러운 대화가 들렸다.“지유야, 얼른 봐봐. 나 가슴 좀 작아진 거 같지 않아?”“아니, 전혀.”“진짜? 난 왜 작아진 것 같지? 근데 뭐, 너는 좀 커진 것 같다?”“얼른 알려줘 봐. 서준 씨가 대체 얼마나 예뻐해 주길래 커진 거야? 응?”“아, 좀. 하은아, 제발. 난 지금 걱정돼서 미칠 것 같단 말이야.”김지유는 주하은의 나쁜 손을 밀어내고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방 문 앞을 왔다 갔다 하며 안절부절못하는 기색을 보였다.“너 설마 지금 서준 씨한테 무슨 일 생겼을까 봐 걱정하고 있는 거야?”주하은이 웃으며 김지유에게 물었다.“그럼 걱정 안 되겠어? 우리가 방으로 올라온 지 벌써 몇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게…. 너무 불안해.”김지유가 걱정 어린 목소리로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서준 씨한테 별일 없을 거야. 네가 뭘 몰라서 그렇지, 서준 씨…….”주하은이 지나치게 초조해하는 김지유에게 살짝 짜증이 날 때쯤 문밖에서 노크 소리와 함께 최서준의 음성이 들려왔다.“지유야, 이제 돌아가자.”최서준의 목소리가 들리자 불안해하던 김지유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잔뜩 신난 얼굴로 방문을 연 김지유가 말했다.“서준아, 괜찮아?”“네 눈엔 내가 안 괜찮아 보여?”김지유의 반응에 못 참겠다는 듯 웃음을 터뜨린 최서준이 대답했다.말을 마친 그의 눈길이 무의식적으로 김지유의 가슴 쪽으로 향했다. 김지유의 가슴께를 확인한 최서준은 그 자리에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최서준의 시선을 의식한 김지유가 고개를 숙여 자신의 가슴 쪽을 확인했다. 조금 전, 주하은에 의해 풀어헤쳐 진 옷깃에 가슴골이 훤히 드러난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꺄악!깜짝 놀란 김지유가 다급하게 손으로 가슴을 여미며 비명을 지르고 조금 전까지 제 손으로 활짝 연 방문을 다시 닫아버렸다.문밖으로 쫓겨난 최서준은 조금 전의 장면이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아 머쓱하게 코만 문질러댔다.곧이어 얼굴을 붉힌 김지유가 머뭇거리며 방문
이퓨레 코스메틱 사내에서는 거칠게 전화를 끊는 오민욱을 바라보던 곽정원이 물었다.“민욱아, 그 새끼가 뭐래?”“지금 회사로 올 거래.”오민욱이 냉소를 지으며 답했다.“하하, 알겠어. 그 자식 표정이 어떨지 진짜 기대되네.”곽정원이 신난 목소리로 얘기했다.신난 것은 그 하나뿐이 아니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진아영과 도연우마저 잔뜩 기대하는 눈빛으로 최서준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오민욱이 냉랭한 목소리로 얘기했다.“다들 잘 봐. 내가 나중에 저 자식을 어떻게 손보는지.”어제저녁, 자신의 무릎을 꿇렸던 최서준을 떠올리자 다시 한번 피가 거꾸로 쏠리는듯한 분노를 느꼈다. 기필코 어젯밤에 당한 수모를 몇 배로 갚아 자신의 체면을 살려야 했다.그 순간, 오민욱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한혜성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민욱아, 나 지금 지예랑 지훈이 데리고 너희 회사 앞까지 왔어.”“아주머니, 우선 회사 회의실로 가서 기다리세요. 곧 인사팀 매니저가 면접 보러 갈 겁니다. 제가 미리 얘기 잘해놨으니까 걱정하지 마시고요.”“너무 잘 됐다, 고마워 민욱아. 일 잘 끝나면 꼭 보답하도록 할게.”한혜성은 한껏 밝은 표정으로 눈썹을 끌어올리며 대답하고는 전화를 끊었다.전화가 끊기자마자 옆에 있던 황지훈이 물었다.“엄마, 민욱이 형이 뭐래?”한혜성은 가까스로 신난 표정을 숨기며 얘기했다.“민욱이가 이미 면접관한테 잘 얘기해뒀대. 그냥 회의실에서 간단히 형식적인 절차만 거치면 될 거야.”“그거 진짜 잘된 일이네요.”한혜성의 대답을 들은 황지훈과 황지예도 덩달아 잔뜩 신난 표정을 내비쳤다.한혜성은 들떠있는 자신의 두 자식에게 다시 한번 당부했다.“지예야, 지훈아. 곧 있으면 너희는 최 대표님의 비서와 운전기사가 될 거야. 허튼짓으로 그분 심기 거스를 생각하지 말고 열심히 해. 알겠지?”“걱정하지 마, 엄마.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최 대표님 눈에 들고 말 테니까.”회사 앞에서 가볍게 담소를 나누던 세 명은 멀리서 회사 쪽으로 걸어오는 사람을
최서준은 어깨를 들썩이고는 더는 그들을 상대하기 싫다는 듯 회사로 걸음을 옮겼다.그 순간, 임상아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최 대표님, 지금 회사로 오신 거예요?”“응, 그런데?”임상아의 전화에 최서준이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임상아가 간단하고도 명쾌하게 대답했다.“요즘 회사에서 대표님 비서랑 운전기사를 모집 중인데요. 회사 오신 김에 직접 면접까지 보러 오시는 게 어때요?”알아서 하라고 얘기하려던 최서준이었지만 조금 전 회사 앞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던 세 사람이 떠올라 수화기 너머의 임상아에게 물었다.“면접이 언젠데?”“지금 시작해도 될 것 같아요. 이미 회사까지 왔다고 하던데요? 면접은 회의실에서 할 예정입니다.”최서준의 물음에 임상아가 답했다.“알겠어요, 바로 그쪽으로 가죠.”최서준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옆에 있는 화장실로 걸어 들어갔다.한편, 오민욱이 미리 얘기해둔 탓에 황지훈과 황지예는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미리 회의실로 들어섰다.면접을 맡은 면접관은 걸려온 전화를 받고 오더니 갑자기 둘에게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전했다.“두 분, 잠시만 기다리실래요? 최 대표님께서 직접 와서 면접 보실 거라고 하시네요.”“네? 뭐라고요? 최... 최 대표님께서 직접…. 직접 면접을 보실 거라고요?”면접관의 말을 들은 두 사람은 잔뜩 긴장한 나머지 말까지 더듬었다.분명 형식적인 절차만 거치면 된다고 하지 않았나? 왜 갑자기 대표님께서 직접 오신다는 거야?“네, 마침 오늘 최 대표님께서 회사까지 오셨다고 하셔서요. 그냥 얼굴 한 번 보고 싶으신가 봐요.”직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둘을 안심시켰다.“너무 걱정 하지는 마세요. 그냥 질문에 대답만 잘하시면 쉽게 통과할 수 있으실 거예요.”직원의 말에 둘은 그제야 한숨을 돌리는 듯했다. 황지훈은 직원에게 담배 한 개비를 건네며 말했다.“진석이 형, 잘 좀 부탁드릴게요.”“됐어요, 뭘 이런 걸 가지고. 다 오 지배인님이 직접 부탁한 친구들인데, 도와줄 수 있는 건 도와줘야죠.”“최 대표님 곧
회의실의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최서준이었다.그는 회의실을 둘러보더니 좌불안석으로 자리에 있던 황지예와 황지훈을 발견했다.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면접 보러 온 게 정말 이 둘이었다니.둘을 발견한 순간 최서준이 코를 문지르며 놀란 기색을 내비쳤다.“최서준?"최서준과 눈이 마주친 순간, 황지예와 황지훈의 눈이 커지며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이런 빌어먹을. 저 자식이 여기까지는 왜 따라온 거야? 부정 타게.”황지훈의 표정이 굳으며 잔뜩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이 자식, 방금 우리가 뭐라 했다고 우리 면접 방해하러 여기까지 쫓아온 게 분명해.”“오빠, 그럼... 그럼 우린 어떡해?”황지예가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황지훈을 바라보았다.두 사람은 오늘 있을 면접을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준비해왔다.만에 하나 최서준 때문에 망치게 된다면 한평생을 후회할 것이 불 보듯 뻔했다.“우선 진정해. 저 자식은 내가 쫓아내고 올 테니까.”황지훈이 어금니를 꽉 깨물고 빠른 걸음으로 최서준의 앞까지 걸어갔다.그는 굳은 표정으로 최서준을 가로막고 얘기했다.“최서준, 여기까진 왜 온 거야?”“그쪽들 면접 봐주러 왔는데요.”황지훈의 물음에 최서준이 덤덤하게 답했다.“네가? 우리를?”황지훈이 냉소를 지으며 답했다.“네가 뭔데? 네가 무슨 자격으로 우리 면접을 봐주냐고.”“우리 방해하러 여기까지 온 거, 우리가 모를 줄 알고? 알고 지낸 정을 생각해서 봐줄 때 얼른 꺼져. 진짜 조져버리기 전에.”당장이라도 최서준을 쫓아내기 위해 황지훈은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날 어떻게 조질 건데?”최서준이 우습다는 표정으로 황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씨발, 넌 지금 내 말이 말 같지 않지? 진짜 죽어볼래?”황지훈은 최서준의 말에 잔뜩 흥분한 채 당장이라도 한 대 칠 기세로 그의 멱살을 힘껏 잡아 올린 채 위협했다.“이거 놔.”최서준은 고개를 숙여 황지훈에게 잡힌 자신의 멱살을 바라보더니 잔뜩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왜? 안
엄청난 고통에 외마디 비명을 지른 진석이 휴대전화를 꺼내 보안팀장 조규찬에게 전화를 걸었다.“조 팀장님, 회사에서 소란 피우는 사람이 있어요. 당장 사람들 데리고 이쪽으로 와주세요.”“맞아요, 회의실이에요!”전화를 끊은 진석이 차가운 눈빛으로 최서준을 노려보며 얘기했다.“야, 이 새끼야. 이미 보안팀 불렀으니까 이만 포기해. 넌 뒤졌어.”“그래요? 그럼 기다리죠, 뭐.”진석의 손목을 놓아준 최서준이 여유롭게 자리에 앉았다.“최서준, 감히 진석이 오빠한테까지 손을 대다니. 끝장날 준비나 단단히 하고 있어.”황지예가 옆에서 고소하다는 듯 비웃었다.그 옆에서 황지훈은 더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촌뜨기 주제에. 네가 뭔 생각 하는지 내가 모를 것 같아? 해고당할 것 같으니까 이판사판으로 해보자는 거잖아.”“그런다고 내가 너 따위한테 쫄 것 같아? 나중에 최 대표님 오신다고 해도 진석이 형이 증인 서줄 거야. 다 네 잘못이 될 거라고.”“여기서 일 좀 벌인다고 우리가 겁먹고 면접 망칠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지예 말이 맞아.”진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두 사람은 안심해요. 나중에 최 대표님 오시면 내가 두 사람 대신 잘 얘기해 줄 테니까.”한편, 이퓨레 코스메틱 보안팀에서 진석의 연락을 받은 보안팀장은 다급하게 전화를 끊고 직원들에게 명령했다.“민규야, 빨리. 직원들 다 불러서 회의실로 가자.”“규찬이 형, 무슨 일이예요?”모바일 게임을 하고 있던 허민규라고 하는 보안팀 직원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회의실에서 난동 피우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야. 빨리 직원들 모아서 올라가자.”조규찬이 직원들을 재촉했다.“규찬이 형, 그냥 난동 좀 피우는 거잖아요. 굳이 우리 직원들 다 부를 필요는 없지 않아요?”모바일 게임 속 팀원들에게 미움을 사기 싫었던 허민규가 불평했다.“이 멍청한 놈!”조규찬이 허민규의 휴대전화를 빼앗으며 불같이 화를 냈다.“방금 진석 매니저님한테서 전화 왔어. 곧 최 대표님께서 면접 보러 회의
보안팀장 조규찬의 행동을 본 순간, 황지훈과 황지예 두 사람은 어안이 벙벙해 있을 수밖에 없었다.조규찬이 최서준에게 최 대표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들은 두 사람은 자신들의 귀를 의심했다.하지만 두 사람보다 더 심하게 당황한 진석이 다급하게 말했다.“조 팀장님, 이게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저 자식은 최 대표님이 아니라….”“미친놈아, 안 닥쳐?”조규찬이 큰소리로 호통치며 진석에게 화를 냈다. 조규찬은 당장이라도 진석을 죽여버릴 듯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진짜 눈깔이 삐어도 제대로 삐었지? 이분이 바로 우리 회사 대표님이신 최 대표님이시다. 감히 겁도 없이 대표님을 상대로 난동을 부려?”“쿠-궁!”진석은 머릿속에서 천둥이 치는 것이 느껴졌다. 큰 충격을 받은 나머지 진석은 그 자리에 얼어붙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 망할 놈이 최 대표님이셨다니!이게 말이 돼?곧이어 상황 파악이 끝난 진석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렸다.조규찬은 절대 사람 얼굴을 헷갈릴 위인이 아니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최서준에게 함부로 대했으니…. 진석은 조금 전 자신의 무례를 떠올리며 망했음을 직감했다.“말도 안 돼!”“이건 말도 안 돼요!”그 순간, 황지예가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이 자식이 어떻게 최 대표님이에요? 말도 안 되지, 그걸 믿으라고요?”험악한 표정으로 눈앞의 현실을 부정하던 황지예가 악에 받쳐 소리쳤다.그녀가 그토록 혐오하고 깔보던 거렁뱅이가 갑자기 이렇게 큰 회사의 대표이 됐다는 게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믿기 싫었다.그 충격은 그녀에게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심장이 여러 조각으로 갈기갈기 찢기는 듯 아려왔다.“맞아요, 분명 당신들이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일 겁니다.”황지훈도 옆에서 거들며 충격으로 붉게 충혈된 두 눈으로 조규찬을 바라보며 말했다.“조 팀장님, 다시 한번 자세히 보세요. 이 새끼가 어떻게 최 대표님이에요?”받아들일 수 없었다.눈앞의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또각또각 또각또각...”
한순간에 직장을 잃은 진석은 그 자리에 힘없이 풀썩 주저앉았다. 온몸의 힘이 쫙 풀리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그리고 다시 한번 고개를 들어 황지예와 황지훈을 바라보며 냉랭하게 말했다.“그리고 너희 둘, 여기서 바로 얘기할게. 면접 떨어졌어. 그리고 오늘부로 너희 둘은 바로 블랙리스트로 올라갈 거야. 영원히 이 회사에 입사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다시 면접 지원할 생각은 접어두고.”황지훈과 황지예의 몸이 심하게 떨렸다. 아마도 밀려오는 분노와 후회의 감정을 육체가 감당하지 못하는 듯했다.“뭐해, 빨리 쫓아내지 않고!”보안팀 직원들에게 명령을 내린 임상아는 바로 회의실을 벗어났다.조규찬이 차갑게 웃으며 진석을 포함한 그 셋을 바라보며 팀원들에게 지시했다.“얘들아, 빨리 움직여. 이 망할 자식들 쫓아내야지.”조규찬의 등 뒤에서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던 보안팀 직원들이 달려 나와 셋을 연행하기 시작했다.최서준은 이퓨레 코스메틱 대표실로 발걸음을 옮겼다.그 역시 자신의 사무실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그는 대표실 한쪽의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창밖의 풍경을 감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이퓨레 코스메틱 회사 위치선정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한 것 같았다. 시내 한복판에 있는 회사였지만 탁 트인 주위 풍경에 먼 곳의 한강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기막힌 도시 뷰가 보였다.한창 풍경을 감상하고 있던 그 순간,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들어와!”최서준이 발걸음을 옮겨 자리에 앉으며 대답했다.조심스레 문을 열고 대표실로 들어선 임상아가 미안한 기색을 내비치며 최서준에게 얘기했다.“최 대표님, 정말 죄송합니다. 조금 전 일은 저도 미처 예상 못 한 일이라….”“괜찮아, 나도 임 대표 탓 아닌 거 알아.”임상아를 가볍게 위로하던 최서준이 서랍을 열었다.“아, 맞다. 회사에 찻잎은 있나?”“있습니다, 지금 바로 갖다 드릴게요.”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임상아가 최서준의 등 뒤에 있는 책장으로 가 찻잎 한 봉지를 꺼내 직접 차를 우리기 시작했다.최서준을
이퓨레 코스메틱 본사 앞에서는 한 여자와 경호원들의 실랑이가 한창이었다.“아주머니, 본사 건물은 외부인 출입 금지입니다. 협조 부탁드리겠습니다.”경호원 몇 명이 한혜성을 가로막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회사 규정에 관해 설명해주고 있었다.한혜성이 짜증 난다는 듯 허리에 손을 올리고 분노에 찬 표정으로 얘기했다.“아놔, 이 와치독 같은 놈들이 진짜 짜증 나게 하네. 안 비켜? 내가 누군 줄 알고 못 들어가게 막는 거야?”“너희가 뭘 모르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인데, 나 이 회사 매니저 오민욱 지인 되는 사람이야.”“나중에 민욱이 만나면 내가 너희 다 일러바칠 거다. 내가 너희 이름 대는 순간 너흰 다 정리해고 당할 줄 알아!”한혜성의 입에서 나오는 오민욱의 이름을 듣는 순간 멈칫하던 경호원들의 낯빛이 순식간에 바뀌기 시작했다.그들 중 리더로 보이는 경호원 한 명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아…. 아주머니, 정말 오 지배인님이랑 아는 사이세요?”“그럼 내가 거짓말이라도 한다는 거야!”기세등등해진 한혜성이 냉소를 지으며 답했다.“어디 그뿐인 줄 알아? 우리 아들딸은 곧 있으면 이 회사 대표님 운전기사랑 비서 될 사람들이야, 알아?”“감히 날 지금 이딴 식으로 대하고도, 너희가 무사할 것 같아? 회사 생활 멀쩡히 할 수 있을 것 같냐고.”한혜성의 말에서 신빙성을 느낀 경호원 몇몇은 이미 겁을 먹고 다급하게 그녀에게 굽신거리기 시작했다.“여사님, 오해예요, 오해. 이쪽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기세등등해진 한혜성이 본사 내부로 발걸음을 옮겼다.역시, 인맥이 대단하긴 해.한혜성이 당당하게 회사 내부로 들어선 순간, 안쪽에서 누군가가 큰소리로 요란하게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야, 이 새끼야. 좋은 말로 할 때 닥쳐. 지금부터 한마디라도 더 하면 진짜 뒤질 줄 알아!”“니들이 감히….”“아이고….”심상치 않은 소란함을 느낀 한혜성이 다급하게 고개를 돌려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에서 자산
“왜 그럽니까? 정말 화가 난 겁니까? 이제 시작인데 가려고 하다니요.”청룡이 그를 붙잡았다.“비경에서 며칠 동안 있었더니 집의 일이 밀려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우리 집에 놀러 와요. 취할 때까지 마시는 겁니다.”최서준이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경성에 집이 있어요? 경성에 자주 오갈 건가 봐요. 그럼 그렇게 해요. 나중에 찾아가면 날 내쫓지 말고요.”청룡은 최서준이 화가 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고 웃으면서 얘기했다.“당연히 환영할 거예요.”인사를 마친 후, 최서준은 김지유와 함께 기지를 떠나 하늘로 날아올랐다.그제야 두 사람은 단둘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하늘 위에서. 최서준이 멈춰 섰다. 그러자 김지유가 그대로 최서준의 등에 이마를 박았다.“왜 그래, 서준아?”김지유가 가볍게 물었다.“누나, 보육원 사건의 원수를 알아냈어.”그 말에 김지유의 표정이 확 변했다.그녀는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물었다.“누구야. 어디 있는데?”그 말에서 김지유의 살기가 흘러나왔다.“누나, 내가 할게. 누나는 가만히 있어. 누나한테 이 얘기를 하는 건 그저 누나한테 비밀로 하고 싶지 않아서야.”최서준은 약간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얘기했다.“서준아, 예전 같았으면 나도 가만히 있었어. 하지만 지금은 실력을 갖추게 되었는데 어떻게 네 뒤에 숨어만 있겠어. 보육원의 복수는 너 혼자 할 게 아니야. 말해. 도대체 누구인지. 누가 인간의 탈을 쓰고 짐승만도 못한 짓을 한 건지.”김지유는 담담한 척 말하고 있었지만 최서준은 김지유의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경성 진씨 가문이야.”“가자.”김지유는 바로 최서준을 끌고 진씨 가문으로 가려고 했다.무군의 속도는 아주 빨라서 두 사람은 눈 깜빡할 사이에 경성 진씨 가문 상공에 도착했다.북적거리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의 진씨 가문은 아주 조용했다. “최서준, 정말 다 죽일 거야? 미리 얘기해 주는데, 이곳에만 해도 무군이 수두룩해. 게다가 진씨 가문 비경 안에 괴물이 잠들어있을
진씨 가문 저택 속의 비경.한 노인이 갑자기 일어났다. 그리고 폐관 수련 중이던 방문을 다 열어젖혔다.“무슨 일이야!”그는 바로 전대 가주, 즉 진이군의 아버지인 진정수였다.진정수는 진씨 가문 비경에서 계속 폐관 수련하면서 무왕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하지만 아까 이상한 점을 느끼고 갑자기 나온 것이었다.진정수가 나오자 옆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큰일 났습니다.”“무슨 일인데 이러는 거야. 체통을 지켜야지.”가문의 사람들이 벌벌 떨면서 얘기하는 것을 본 진정수가 가볍게 꾸짖었다.“가주님이... 가주님이 돌아가셨습니다.”“뭐라고?”진정수가 멍해서 되물었다.“가주님뿐만이 아니라 첫째 도련님과 둘째 도련님도 사망하셨습니다.”사람들이 보고했다.그러자 진정수가 분에 차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아들도 죽었고 손자도 죽었다.“누구냐. 말해. 경성의 다른 가문이야? 아니면 종문이야?”진정수가 물었다. 그가 생각할 수 있는 적수는 이들밖에 없었다.“아닙니다. 최서준입니다.”“최서준이 누구지?”진정수는 기억을 되짚었다. 하지만 그 이름과 관련된 사람을 떠올리지 못했다.“최서준은 현재 대하 현무의 수장입니다. 20대 초반의 젊은이죠.”“뭐? 그럴 리가 없어!”진정수가 놀라서 대답했다.진이군이 가주를 맡으면서 수련을 게을리했다고 해도 무군 세 번째 단계의 고수다.그런데 20대 초반의 젊은이한테 살해당하다니.이런 일은 거의 있을 수가 없다.“사실입니다. 가주님은 사람들 앞에서 머리가 잘려서 살해당했습니다. 현재 모든 무술계에서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최서준은 어디 있는 거야!”진정수는 몇 십년 동안 수련을 하면서 정신력을 키웠지만 화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지금 당장 최서준을 찾아가 복수를 하고 싶었다....경성의 한 기지.사람들이 모여서 웃으며 말하고 있었다.이곳은 최서준의 공로를 축하하는 연회장이었다.진성철은 먼저 몇 마디 하고 떠났다. 진성철이 간 후 청룡이 나서서 연회를 이끌었다.현장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
진성철은 최서준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최서준, 여기서 멈춰야 해. 날 죽인다면 한씨 가문은 절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우리 한씨 가문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지?”한민기가 얘기했다.“멈추라고? 웃기네. 난 한 번도 시작한 적이 없어. 모두 너희가 먼저 시작해서 날 죽이려고 든 거지. 지금 와서 멈추라는 것도 웃기지 않아? 당신이야말로 대단하네. 두 아들이 다 내 손에서 죽었는데 이렇게 침착하다니. 보니까 아들도 별거 아니었나 봐?”최서준이 차갑게 말하면서 비웃었다.그 말을 들은 한민기는 미간을 팍 좁혔다.최서준의 말투를 들어보니 한민기를 놓아주지 않을 게 뻔했다.그러자 한민기는 생각을 바꿨다.“최서준, 정말 죽고 싶은 거야? 무군 세 번째 단계의 실력으로 우리 한씨 가문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웃기지 마.”한민기가 그렇게 얘기하고 바로 자기 기운을 뿜어냈다. 도망가지 않고 마지막으로 최서준과 싸우기 위해서였다.하지만 한 그림자가 갑자기 다가오더니 한민기의 가슴을 팍하고 쳤다.한민기의 가슴이 움푹 꺼져 들어갔다. 그사이에 작은 벌레가 한민기의 몸속으로 들어갔다.“네가 서준이를 괴롭힌 사람이야?”갑자기 나타난 사람은 바로 김지유였다.그녀는 차가운 표정으로 한민기를 쳐다보고 있었다.“너는 누구야.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한민기는 하얀 벌레 한 마리가 자기 피부를 찢고 몸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놀라서 김지유를 가리키며 말했다.“계속해서 서준이를 괴롭히다니. 서준이한테 이런 사람이 있는 줄은 몰랐나 봐?”김지유가 차갑게 얘기했다.한민기의 몸은 눈에 띄게 말라갔다. 그러더니 마지막에는 가죽만 남았다.김지유는 그제야 최서준을 향해 걸어갔다.“누나가 왜 왔어?”최서준이 다가가 먼저 물었다.“서준아, 오늘은 네가 오는 날이잖아. 내가 안 올 수 없지. 어디로 오는지 몰라서 헤맸는데 아까 사람들을 만나서 물어봤어. 그래서 바로 달려온 거야.”김지유가 해명했다.“누나, 소개해 줄게. 여기는 청룡이야. 그리고 여기는
‘노조는 어디 간 거지?’진이군은 그제야 불길한 생각이 떠올랐다.‘최서준의 실력이 이 정도라니... 설마...? 아니, 그럴 수가 없어! 노조는 무군 여섯 번째 단계야! 그저 잠시 무슨 사정이 생겨서 나타나지 못하고 있는 것뿐이야.’진이군은 그제야 본인이 최서준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얘기했다. 지금 반드시 도망쳐야 한다. 그 생각에 진이군이 입을 열었다.“현무, 너 미쳤어? 난 진씨 가문 가주야! 날 죽이려고 하다니. 정말 진씨 가문과 끝까지 가보자는 거야?”진이군은 진씨 가문을 핑계로 최서준을 진정시키고 싶었다.하지만 최서준은 진씨 가문을 다 죽이려고 하고 있다.최서준은 진이군을 향해 달려들었다.먼지 속에서, 최서준은 더욱 쉽게 상대를 죽일 수 있었다.결계를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최서준은 용연검을 꺼내더니 바로 진이군을 쫓아갔다.“저렇게 빠르다고?”사람들은 최서준의 속도를 보고 놀라서 입을 딱 벌렸다.이 속도는 무군 세 번째 단계의 속도가 아니다.“너희 노조가 어디 있는지 궁금해? 지금 그곳으로 보내줄게.”최서준은 진이군을 쫓아갔다. 진이군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자기 목에 검이 꽂히는 순간을 지켜보았다.용연검을 빠르게 진이군의 머리를 잘라버렸다. 진이군은 머리가 잘린 채 바닥에 툭 쓰러졌다.“뭐야! 진씨 가문 가주가 죽었어!”“큰일이다. 앞으로 경성에 피바람이 불겠어.”“그러게 말이야. 진씨 가문 가주가 사람들 앞에서 죽다니. 진씨 가문이 현무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진씨 가문에 숨겨진 실력자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현무는 이제 끝장이야.”“가자, 더 이상 이 일에 엮이면 안 돼.”사람들은 최서준이 그들 앞에서 진이군을 죽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한 가문의 가주이고 실력도 비슷하니 그저 잠깐의 헤프닝으로 그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가 없어서 얼른 도망가려고 했다.어느새 이곳에는 한씨 가문 가주 한민기만 남았다.도망가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니다.그는
“그래?”최서준이 손가락을 튕겼다.한씨 가문 노조는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본인의 몸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이, 이건 불가능한 일이야!”이렇게 쉽게 죽다니.“이건 네 결계가 아니라 네 세계인 거야?”죽기 전, 한씨 가문 노조가 마지막 말을 남겼다.최서준은 세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지만 분명 결계보다 더욱 강한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게 세계라는 것이었구나.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깊이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최서준은 차가운 눈으로 진씨 가문 노조를 쳐다보았다.“살려줘, 내가 아까 말한 건 다 가짜야. 내가 널 속인 거야. 제발 날 살려줘. 원하는 건 내가 다 줄게!”진씨 가문 노조는 한씨 가문 노조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최서준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하자마자 잘못된 것을 느끼고 벌벌 떨면서 사과를 빌었다.“지금 빌어도 늦었어. 나만 죽이려고 했다면 모르겠지만 넌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보육원의 아이들을 죽였어. 걱정하지 마. 내가 얘기했잖아. 진씨 가문 전체를 죽일 거라고. 먼저 가서 기다리면 진씨 가문 사람들이 곧 도착할 거야.”최서준은 충혈된 두 눈으로 진씨 가문 노조를 노려보면서 손을 휘저었다.그러자 진씨 가문 노조의 몸이 그대로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최서준은 바로 비경 입구 쪽에 다시 나타났다.최서준이 사라졌다가 순식간에 다시 나타나자 사람들은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봐, 현무야! 아까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어!”“그런데 진씨 가문 노조는 어디 가고 최서준만 나타난 거지?”“설마 최서준이 이긴 건가?”“그럴 리가 없어. 아마 진씨 가문 노조가 현무를 쉽게 이기지 못해서 먼저 떠난 거 아닐까?”두 사람이 싸우던 모습을 본 사람들이 얘기했다.“그런 것 같아.”사람들이 얘기했다. 하지만 그들은 한씨 가문 노조도 참여했다는 것을 몰랐기에 한씨 가문 노조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사람들은 그저 진씨 가문 노조가 떠났다고 생각하지 최서준이 그를 죽였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하긴 두 사람이 다 무
그 순간, 커다란 비경이 두 사람을 덮었다.두 사람은 그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웃으면서 얘기했다.“이런 애송이도 못 처리해서 날 부른 거야?”한씨 가문 노조가 담담하게 얘기했다.“그러게 말이야. 우리 둘이 동시에 나섰던 건 최씨 가문을 상대할 때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 지금도 마찬가지네.”진씨 가문 노조가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럼 진씨 가문과 한씨 가문이 사이가 안 좋다는 건 가짜인 모양이네.”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던 최서준이 얘기했다. “사이가 안 좋다고? 그건 지금 세대의 아이들이지.”한씨 가문 노조가 웃으면서 얘기했다.두 사람은 최서준은 제압한 채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있었다.진씨 가문 노조도 얘기했다.“이렇게 해야 대하도 마음 놓고 보고만 있지. 됐어. 설명해도 넌 모르잖아.”“넌 이미 내 결계에 빠졌어. 마지막으로 말할게. 신의 결정을 내놔. 그러면 살려줄지도 모르니까.”“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워. 저 자를 죽이고 시체를 뒤지면 나올 것 아니야.”한씨 가문 노조가 얘기했다.“결계? 이거 말하는 건가?”최서준이 손가락을 튕기자 늪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진씨 가문 노조의 결계도 그대로 파멸했다.그러자 힘의 반동 때문에 진씨 가문 노조가 가슴을 부여잡고 입에서 피를 토해냈다.“이럴 수가! 그저 무군 세 번째 단계일 뿐이잖아. 그런데 어떻게 내 결계를 파한 거지? 도대체 무슨 수단을 쓴 거야!”진씨 가문 노조는 놀란 표정으로 얘기했다.진씨 가문 노조의 결계 밖에는 한씨 가문 노조의 결계가 한층 더 있었다.그래서 한씨 가문 노조는 바로 최서준의 몸을 묶었다. “네 결계와 상성이 안 맞나보지. 내가 처리할게.”한씨 가문 노조가 나섰다.“그렇게 생각해?”최서준이 또 손가락을 튕겼다.쩌적.결계에 금이 가더니 이내 완전히 깨져버렸다.그러자 한씨 가문 노조도 똑같이 피를 뿜어내며 힘의 반동을 느끼고 있었다.두 사람은 그제야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건 경성이 아니다!“여긴 어디야.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
“그러게 말이야. 현무가 저렇게 이성을 잃은 모습은 처음 봐. 이번에 조용히 넘어갔으면 비경을 손에 넣고 다른 명문가들을 이길 수도 있었을 수도 있는데.”“젊은 사람이 좀 참지.”사람들은 저마다 안타까워하면서 얘기했다.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서준의 표정을 보니 대강 알 것 같았다.구경꾼뿐만이 아니라 최서준 옆에 있던 청룡과 진성철도 이상함을 느꼈다.무슨 일이기에 최서준이 이렇게 이성을 잃고 달려든단 말인가.하지만 지금 머리를 짠다고 해서 생각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감히, 우리 진씨 가문 노조한테 달려들다니. 최서준 넌 죽었어.”진이군은 차갑게 웃고 청룡과 진성철을 보면서 중얼거렸다.“그러게 말입니다. 우리 두 가문이 의견이 자주 맞는 건 아니지만 이번만큼은 동의할 수밖에 없군요.”한민기도 옆에서 비릿하게 웃으며 얘기했다.하늘 위.진씨 가문 노조는 최서준을 죽이려고 일부러 최서준을 유인했다.뒤로 따라오는 최서준을 보면서 진씨 가문 노조는 차갑게 최서준을 노려보았다.한순간. 노조가 뒤를 돌자 두 사람이 하늘에서 부딪혔다.쿵.굉음과 함께 기운이 부딪혀 파문을 일으켰다.두 사람은 기운이 튕겨 나갔다.“뭐? 이게 뭐야! 현무는 그저 무군 세 번째 단계일 뿐인데. 진씨 가문 노조의 공격을 막아냈어!”“막아낸 게 아니라 튕겨 난 거잖아.”두 사람의 그림자를 본 사람들이 밑에서 수군거렸다.청룡과 진성철의 얼굴에도 놀란 표정이 드러났다.현무가 이렇게 강했다니.두 사람은 어느새 희망을 품게 되었다.‘현무, 당신은 무사해야 해!’하늘 위.튕겨 난 진씨 가문 노조도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드러냈다.무군 세 번째 단계일 뿐인데 그의 공격을 막아내다니. 진씨 가문 노조는 무군 여섯 번째 단계인데 말이다.“너... 도대체 뭐 하는 놈이야!”“하,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놈. 노조가 되었다고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우리 누나도 당신을 쉽게 죽일 수 있을 정도야.”최서준이 대수롭지 않게 얘기
최서준은 진씨 가문 노조가 결정을 달라고 해서 그대로 줄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바로 대답했다.“없습니다. 하나도 없습니다.”“감히 이렇게 나오겠다는 거야? 정말 현무라고 해서 내가 널 못 건드릴 줄 알아? 좋게 얘기할 때 못 알아듣는 거야?”진씨 가문 노조가 금세 화를 냈다. 아무리 성격이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이런 모욕은 참을 수 없었다.“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고운 법입니다. 먼저 그런 태도로 나오셨으니 저도 어쩔 수 없죠.”최서준이 담담하게 얘기했다.그의 말에는 비웃음이 가득 담겨있었다.“너 이 자식...! 애초에 최씨 가문의 씨를 다 말려버렸어야 했는데. 역시 최씨 가문 핏줄이라 알아서 죽음의 길을 걷는구나!”진씨 가문 노조는 비웃음 앞에서 갑자기 화를 거두고 웃음을 터뜨렸다.그 말을 들은 최서준이 바로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죠?”“무슨 뜻인지는 네가 가장 잘 알 텐데.”“그럼 그때 보육원의 일, 진씨 가문이 한 겁니까?”“그렇다면 어쩔 건데. 최서준, 그 보육원의 일은 진씨 가문이 시킨 거야. 게다가 최씨 가문이 망한 것도 우리 진씨 가문이 개입했던 일이야. 그래서 네가 뭘 할 수 있는데?”진씨 가문 노조는 그저 머릿속으로 최서준에게 얘기할 뿐이었다.아무리 노조라고 해도 사람들 앞에서 이런 얘기를 할 수는 없었다.그 말을 들은 최서준은 그 순간 눈이 충혈되고 피눈물이 흘렀다.‘드디어, 드디어 찾았다!’무후 세 번째 단계인 그의 기운이 폭발했다.“현무! 진정해!”청룡은 그 모습을 보고 진성철을 보호하면서 최서준의 귓가에 얘기했다.“현무, 저 자는 그저 당신을 도발하려고 하는 겁니다. 당신이 먼저 공격하면 저 자는 당신을 바로 죽일 겁니다. 제발 진정해요! 이 함정에 빠지지 말란 말이에요!”오랫동안 찾은 범인이 이곳에 있는데, 어떻게 참을 수 있겠는가.최서준의 머릿속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원장님, 같이 놀던 친구들... 적어도 100여 명은 되었다.“날 죽이고 싶었으면 나만 죽일 것이지
“이런 존재가 있다니! 수련계에서도 처음 들어보는 일이야!”사람들은 놀라서 감탄을 내뱉었다.하늘에 있던 두 무군도 최서준을 향해 의미심장한 시선을 보내왔다.“무군 세 번째 단계라니. 그래, 네가 이 비경을 가지게 되었구나.”그중 한 사람이 최서준을 노려보면서 차갑게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어쩔 건데요?”최서준이 대답했다.최서준은 비경 입구 쪽에 있는 두 무군의 실력을 대충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그저 무군 중기일 뿐이다. 아무리 높다고 해도 무군 여섯 번째 단계가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역시 너였어! 무군이 되자마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달려들다니. 선배를 향한 존경은 전혀 보이지 않는군. 무군이 되면 우리와 맞서 싸워 이길 줄 알았어?”노인은 그 말을 듣고 벌컥 화를 냈다.“당신들이야말로 계속 우리를 깔보는 식으로 얘기했잖아요.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았어요. 왜요? 내가 비경을 갖고 나니까 날 죽이기라도 하게요?”최서준은 노인의 앞에서 눈을 부릅뜨고 얘기했다.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뭐? 최서준이 비경의 주인이 되었다고? 마지막 승자가 최서준일 줄이야!”“그러게 말이야. 명문가가 아니면 정양부가 비경의 주인이 될 줄 알았는데, 최서준이 혼자서 이 비경을 손에 넣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사람들은 놀라서 감탄했다.하지만 누군가가 그 상황을 보면서 얘기했다.“아무리 비경을 손에 넣는다고 해도 지키지는 못할걸?”그러자 다른 사람이 되물었다.“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진씨 가문의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최서준을 괴롭히고 있잖아. 아무리 비경의 주인이 되었다고 해도 진짜 난관은 지금부터 시작이야.”“하긴, 진씨 가문뿐만이 아니라 한씨 가문도 옆에 있잖아. 아무리 최서준이 대하 현무라고 해도 동시에 두 가문을 상대하기는 어려울 거야.”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어느새 그들의 귀에까지 들려왔다.진씨 가문 노조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억지로 막아 나서도, 이대로 보내도 속이 시원치 않았다.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