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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오늘 밤 내 방으로 와

그 후 며칠 동안 권하윤은 줄곧 민도준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며칠 전 차갑게 대하던 그의 태도는 조금 변했다. 그는 가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가 하면 늦은 밤 그녀에게 전화해 야릇한 말들로 자신의 욕구를 채워주도록 유도했다.

권하윤은 그가 자기를 보러 올 시간마저 없을 정도로 바쁘다는 걸 대충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왠지 그녀가 뭔가를 물을 때마다 민도준은 화제를 전환해 결국은 야릇한 농담으로 끝을 맺곤 했다.

그렇게 지체하다가 끝내 민상철의 생일연회 날이 다가왔다.

권하윤은 민씨 집안 예비 며느리로서 아침 일찍 민씨 가문 본가에 가 이것저것 거들었다.

민상철의 생일만 되면 아침마다 먼저 선조들의 제사를 지내는 가풍이 있다.

물론 집안 메이드들이 해도 충분하지만 효심을 나타내기 위해서 도와줄 수밖에 없다.

아침 6시부터 8시까지 제사상 준비는 끝마쳤다.

오늘은 올 사람이 유난히 많았기에 제사상은 야외 응접실에 차렸다.

그리고 8시반 쯤 되자 사람들이 속속 도착했다.

민승현의 집안은 다섯째이기에 위치가 맨 끝자리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권하윤이 자리에 앉기 바쁘게 따가운 시선이 그녀를 쏘아댔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민승현이었다. 지난번에 싸우고 난 뒤 그는 한 번도 집에 돌아온 적이 없었다.

그는 사실 일부러 권하윤을 방치해 그녀가 혼자 마음고생하게 하고 싶었지만 오히려 더욱 화사해진 그녀의 얼굴을 보자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씨발 이년 설마 또 그 자식 만나러 간 거 아니야? 걸레 같은 년! 제사 끝나고 따져 물어야겠네!’

9시가 되자 민상철이 민시영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왔다.

하지만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주위를 빙 둘러봤다.

“도준이 얘는 또 어디 갔어?”

그의 말에 민시영이 싱긋 웃었다.

“아마 할아버지를 위해 큰 선물 준비하나 보죠. 곧 올 거예요.”

“흥. 걔가 무슨 큰 선물을 준비하겠어? 내 화만 돋우지 않는다면 효도지.”

그러던 그때 뒤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할아버지가 제 선물 받고 싶지 않다면 다시 가져갑니다.”

모든 사람이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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