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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화 천천히 놀자고

오늘따라 민도준은 유난히 집요했다.

방 안이 조용해질 때쯤, 권하윤은 반쯤 혼이 나간 채 멍한 눈으로 누워있었다.

담배를 피우고 난 민도준은 고개를 돌려 그런 그녀를 바라보더니 웃음을 머금은 채 희롱했다.

“방금 똑똑히 봤어? 내가 다쳤는지 안 다쳤는지?”

권하윤은 그런 그를 상대하기도 귀찮았다.

‘다치긴 무슨!’

죽으면 오히려 손뼉 치며 쾌재를 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녀는 민도준을 노려보며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녀의 눈에는 아직 물기가 촉촉하고 야릇했기에 민도준을 위협하기는커녕 오히려 그의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그는 마른침을 삼키더니 이내 권하윤은 끌어안았다.

“괜찮아?”

권하윤은 온 힘을 다해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하지만 민도준은 포기하지 못하고 손을 이불 안으로 쑥 밀어 넣었다.

“정말 안 돼?”

“아껴 쓰는 게 어때요? 그래야 저도 민도준 씨 오래 모실 수 있지 않겠어요?”

권하윤이 어렵사리 꺼낸 말에 민도준은 피식 웃으며 손을 뒤로 뺐다.

“그래, 그럼 킵해두자고. 다음에 갚아.”

권하윤은 더 이상 그와 실랑이를 벌일 힘이 없어 피곤한 눈을 스르르 감았다.

잠시 눈만 붙이려던 그녀는 저도 모르게 완전히 잠들어버렸다.

어두운 밤.

아까 급하게 들어온 나머지 커튼을 닫지 않은 탓에 불빛과 달빛이 한데 어우러진 채 그녀의 얼굴에 드리웠다. 그 때문인지 빨간 손자국이 난 얼굴이 더욱 불쌍하게 느껴졌다.

민도준은 그런 그녀를 보며 눈썹을 치켜떴다.

엊그제만 해도 거짓말만 늘어놓으며 여우처럼 굴던 그녀가 다친 모습을 보니 마치 상처 입은 어린 동물처럼 느껴져 보호 욕구를 자극했다.

권하윤은 매번 이렇게 그의 흥미가 사라지려고 할 때쯤 다른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나도 거절할 이유가 없지. 우리 천천히 놀자고.’

-

병원.

“지금 거신 번호는 전원이 꺼져있어 삐 소리 이후…….”

약 9통의 전화를 했지만 여전히 연결되지 않는 전화에 조 사장은 진기태에게 무슨 일이 났다는 걸 직감했다.

그때 마침 사람을 찾으러 나갔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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