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민과 정자옥, 두 남매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강책은 단숨에 손성민과 정 남매가 손을 잡았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두 사람은 바로 입원 건물에 들어가 정봉성의 병실을 찾아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정홍민은 의미심장한 말들을 퍼부었다.“사랑하는 내 동생, 무슨 일 생긴거야?” 정홍민의 태도에 정봉성은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왜 온거야?” “입원했다고 들었어. 무슨 일 생긴 줄 알고, 나랑 자옥이랑 얼마나 깜짝 놀랐는 지 알아?자옥이는 너가 입원했다고 하니까 걱정되서 빨리 가자고 하더라고.” 정봉성은 차갑게 말했다.“걱정? 쓸데없는 연기하지 말고, 당장 꺼져. 보기도 싫으니까.” ‘꺼져’라는 말에 정홍민은 발끈하며 안색이 나빠졌다. 이어서 옷깃을 세우고는 차가운 태도를 보였다.“봉성아, 우리한테 좋지 않은 인상이 있다고 하지만 오늘은 너를 진심으로 도와주려고 온 거야. 이번 일로 통해 우리 다시 예전 사이로 돌아가면 어떨까 해서 말이야.”정봉성은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뭐? 너네 같은 이기적인 쓰레기들이 나를 도우러 온 거라고? 한 번 말해봐, 어떻게 도와 줄 지.” “쉬워. 지금 제일 큰 문제는 은행빚 아니야? 원재료도 못 구하고, 프로젝트 진행은 어려우니 말이야. 내가 돈도 내고, 원재료도 내가 살게.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다시 은행에 갚으면 돼.” 나쁘지 않은 의견이였다. 하지만 정홍민의 의미심장한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이어서 정봉성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세상에 공짜는 없어. 너가 돈을 내주면, 내가 무언가를 되돌려 줘야 하는 게 있을 텐데?” “하하, 많이 컸구나! 봉성아, 난 너의 그 시원한 성격이 좋아. 내가 원하는 건 성북땅 프로젝트야!” “프로젝트는 정해제조가 맡은 거야. 우리가 주고 싶어도 건설국 쪽에서 항의가 들어올거야.” 정홍민은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정해제조가 정가의 회사라면 말이 달라지지. 만약 네가 정해제조를 정용제조와 손을 잡겠다고
정홍민이 밖에서 정봉성에 관해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리고 있는 바람에 정봉성은 결국 어떤 곳에서도 도움을 얻을 수 없었다. 정홍민의 여우 같은 수법에 홀라당 속아 정봉성의 부탁에도 등을 돌린 회사가 대다수 였다.“후...” 그는 사무실에 앉아 한숨을 내쉬며 한탄을 했다. 얼마 되지 않아, 결국 건설국에서 소송이 걸려올 것이다. 이때, 비서가 다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정사장님, 법원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잠시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합니다.” “법원?” 정봉성은 앞에 앉아있는 동민석을 바라보았다.“민석아, 법원 사람들이 찾아 온 이유가 뭐지?” 동민석은 잠시 생각하고는 답했다.“건설국 쪽에서 벌써 소송을 한 걸 까요?” 정봉성은 심장이 내려 앉는 것 같았다. 건설국이 소송을 한 것이라면 아직 프로젝트진행 시간이 남아있었기에 당혹스러움을 멈추지 못했다. 하지만 빠른 건설국의 행동에 정봉성은 하는 수 없이 법원사람들과 함께 회사를 떠났다. 30분 뒤, 정봉성이 법원의 대기실에 앉아있자 법원 직원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정봉성님 맞으십니까?” “네, 그렇습니다.”“정선생님, 안녕하십니까. DG제조 손성민 대표 거래사기죄로 인한 보상에 논의할 게 있어 이번에 모셔오게 되었습니다.” “네? 건설국 쪽에서 저를 고소 한 게 아니라고요?” 법원직원은 잠시 멈칫했다.“피해자이신데, 저희가 왜 고소를 합니까?” 그의 답에 정봉성은 가슴팍을 쓸며 놀란 마음을 진정시켰다.“그러니까, 손성민이 잡혔다는 겁니까?” “네.” “해외로 도피했다고 했는데, 잡혔다고요?” 직원이 자세하게 설명했다.“정확한 상황은 저도 잘 모릅니다만 어떤 분이 외국에서 손성민을 잡아 저희에게 넘겼습니다. 강남구경찰국이 직접 해외로 사람을 보내 붙잡아서 입국시켰으며 저희도 이번 안건을 맡게 된겁니다.” 어떤 분? 왜? 정봉성은 물음표가 가득했다. 제일 힘든 상황에 자신을 도와 준 그 ‘어떤 분’에게 감사할 뿐이였다. “그 뜻은 손성민이
정봉성은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울렸다. 그는 자리에 앉아 깊은 고민에 빠졌다. 공장을 받게 되지만 결국 자금을 받을 수 없게 되며, 이 선택 마저도 실패할 시, 공장과 자금도 모두 받지 못한다. 어려운 선택의 긴 시간이 흐르고, 정봉성은 “네, 좋아요.” 라며 직원의 조언에 동의를 표했다. 이어서 정봉성은 공장을 받은 뒤, 팔게 된다면 어쩌면 좋게 마무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법원을 떠났다. 그는 축 쳐진 모습을 하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 동민석이 그에게 다가와 물었다.“사장님, 정말 건설국에서 고소를 한겁니까?” 정봉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고소를 안했다고요? 그럼 대체 왜 불려간겁니까?” 정봉성은 자리에 앉아서 그에게 일어난 일과 여러가지 일들을 말해주었다. 동민석도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네요. 900억 가치의 공장을 저희에게 넘겨도 제일 중요한 건 원재료이니까요. 공장이 생겨도, 지금 제조에 들어가기에는 늦었습니다. 게다가 저희는 제조에 관련해 아무것도 알고 있지 않으니, 억지로 시작한다고 해도 결국 일을 망치는 셈이 되겠죠.” “지금 또 제일 큰 문제는 300억을 어디서 얻느냐는 거지. 은행도 우리한테 돈을 다시 빌려줄리도 없고 말이야.” 정봉성과 동민석이 눈살을 찌푸리며 답답해하고 있을 때, 비서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정사장님, 침몽하이테크에서 유진이라는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침몽하이테크? 얼른 들어오라고 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유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정봉성은 예의 바른 태도로 그를 맞이했다.“유선생님, 연락을 먼저 하시고 오시지, 오실 줄도 모르고 마중도 못 나갔습니다.죄송합니다.” 유진은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정사장님, 아닙니다. 제가 먼저 연락도 못 드리고 갑자기 찾아와서 더 죄송하지요.다름이 아니라 저희 회장님께서 물품을 보내시라고 지시하셨습니다.” “물품이요?” 유진은 목록을 정리한 서류를 그에게 건
“와, 진짜 좋은 소식이다. 이제 손성민 쪽에서 받아낸 공장으로 경영만 잘한다면 훗날에 너가 원재료 때문에 생기는 문제는 피해 갈 수 있겠어.” 정봉성도 강책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이 공장만 있다면 정봉성은 더욱 강해질 수 있었다. 동시에 정홍민 앞에서도 당당함을 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역시 사람일은 모르는 것이다. 이때, 정봉성이 강책에게 물었다.“저기, 물어볼게 있어. 강책, 혹시 이번 일도 네가 도와준 거야?”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3초 정적 뒤로, 강책의 쾌활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봉성, 네가 운이 좋아서 이번 일을 빗겨난거야. 다 하늘의 뜻이지,내가 아니야. 하지만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생겨서는 안돼. 다음에는 없을지도 몰라.” 정봉성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응, 알겠어.” 라고 전화를 끊었다. 정봉성은 사실 강책이길 바랬다. 정확한 대상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자신을 도와준 사람의 이름도, 성별도 전혀 알 수 없었기에 누구에게 감사인사를 해야할 지도 애매한 상황이였다. 한편, 정가 본사 안. 정남매는 모두 화가 잔뜩 나있다. 정자옥은 탁자 위에 있는 공책 종이를 한장한장씩 찢어가며, 몸을 부들부들 떨고있다. 정홍민은 아무 말 하지 않은 채 충혈된 빨간 눈으로 의자에 앉아있다.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지만 사람 한명 쯤은 가뿐히 먹을 수 있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는 정봉성은 자신의 손바닥에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 밖의 일이 생기는 바람에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해외로 도피한 손성민은 빠른 시일내에 잡혀 강제 입국했고, 돈이 없던 그는 결국 정봉성에게 공장을 담보로 넘겨주었다. 어쩌면 정봉성에게 오히려 또 다른 힘을 넣어준 것이다. 지금까지 정홍민이 열심히 준비한 모든 계획이 거품이 되어 사라진 것이다. 게다가 침몽하이테크까지 500억 자금을 내주며 정봉성을 도와주고, 원재료까지 직접 준비해 주었다는 사실에 정홍민은 어이가 없었다. 정봉성을 나락으로 보내기는 커녕, 오히려 자신에게 더욱
정가 주택, 강책은 집사의 안내로 집 면회실 안으로 들어가 앉았다. 이어서 정중이 주전자와 찻잔을 들고 다가왔다. 강책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정중이 “아이, 앉게. 앉게나.” 라며 차 한잔을 따라 그에게 건넸다. 강책은 앞에 있는 차를 바라볼 뿐 마시지는 않았다. 그를 바라보며 정중은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왜 안마시는 거지? 독이라도 들었나 걱정하는 건가?” “아,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왜 저에게 차를 대접하는 건지 알고 싶은 것 뿐입니다.” 정중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말하지 않으면 불안할테니 먼저 말해두겠네. 고마움에 차를 대접하는 거일세. 이번에 내 손자 정봉성을 크게 돕지 않았나?”강책은 차를 한 입 마시고는 “다 아시고 계셨던 겁니까?” 라며 말했다. 정중은 “그럼.” 이라며 답했다.“아직 잘 들리고, 잘 보인다네. 집에서 일어나는 일을 내가 어떻게 모르고 있겠나? 사실, 정홍민이 이번에 큰 수를 두었어. 봉성이가 아니라 나였어도 그 함정에 빠졌을 걸세. 하지만 강책, 네 실력을 이번에 톡톡히 알 수 있었어. 강남구 총괄자라고 하지만 자네의 빠른 판단과 실력, 힘에 감탄을 금치 못했네.” 강책은 미소를 지으며 차를 한 입 더 마셨다. 정중은 강책을 바라보며 “하지만..”이라며 다시 물었다.“아직 이해가 되지 않아서 말이야.” “어떤 일 말씀이십니까?” “왜 자네가 도와준 것이라고 정봉성에게 알려주지 않는 건가? 그렇다면 더 고마움을 느낄텐데?” “만약, 제가 정봉성에게 알려두었다면 결국 저한테 의지하는 성향을 보이게 될겁니다. 큰 사건도 순조롭게 만들 수 있는 저의 힘을 보고, 정봉성은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지 몰라요. 할아버님이 예전에 정봉성을 오냐오냐 했던 것 했던 것 처럼 말이죠.” 큼큼,정중은 민망한 듯 헛기침을 했다. 강책을 가르치려 했지만 되려 자신이 강책에게 가르침을 받는 셈이 되어버렸다. 강책의 말이 사실이였다. 정봉성이 강책의 진짜 신분을 알게 된다면, 무슨 일을 저지를 지 모르는 일이였다
강책은 마지막 차 한 입을 마셨다.“겉으로는 정봉성을 도와주는 것 같지만 사실, 그를 해칠 수도 있습니다. 온실에서 자란 꽃은 커지지 않습니다. 한 사람의 성장과정은 역경과 고난이 동행해야 합니다. 저희는 정봉성을 정가의 가주로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러 문제 앞에서 해결하는 방법을 배워주며 혼자 독립심을 길러야하고요. 이번에도 정홍민이 정봉성에게 큰 교훈을 주지 않았습니까? 정봉성이 다음부터는 더욱 조심하고 백번은 더 신중한 선택을 하여 자신을 좋은 길로 안내해 줄거라고 믿습니다.” 정중은 그제서야 강책의 의미를 깨달았다. 강책은 정남매를 남겨두어 정봉성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역할을 하여 정봉성을 빠른 시간내에 키우게 하는 계획이였다. 그렇다면, 정봉성이 정가의 가주가 되어서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것이다. 정중은 강책의 깊은 뜻에 엄지를 치켜 세웠다.“내가 졌네! 이 늙은이가 졌어! 내가 아무리 인생을 더 살았다고 하지만, 자네의 지혜는 따라갈 수가 없네. 역시 총괄자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자, 감사의 의미로 내가 차를 더 따라줄테니 더 마시고 가게.”“할아버님, 이렇게 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는 할아버님, 정봉성, 정가를 위해서도 아닌 몽연이 한 사람을 위해 나선겁니다. 몽연이가 집이 망하는 꼴은 보고 싶지 않다고 해서 말이죠. 그러니, 저 말고, 몽연이에게 감사 인사해주세요.” 정중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러고 보니, 계산 그 자식이 몽연이가 너한테 시집가겠다고 나한테 알려 두었을 때, 내가 얼마나 욕을 했는 줄 아느냐? 네가 5년 만에 집에 돌아왔을 때도 같은 생각이였다네. 하지만, 지금은 그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놨어. 내가 지금 얼굴이 다 창피할 정도야. 심지어 오늘 같은 날은 나에게 수업까지 해주고 말이야.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없었네. 몽연이가 너한테 시집간 건 몽연이 가족 뿐만 아니라 우리 전체 정가 집안을 도와주는 셈이였어. 몽연이가 아니였다면 우리 정가 집안은 절대로 지금까지 버틸 수 없었을 걸세!
얼마 지나지 않아, 정중이 고개를 들어 강책을 바라보았다. 그는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강책, 내가 창피한 짓을 해야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겠나?” “네, 할아버님과 장인어른 모두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지만, 할아버님은 결국 장인어른의 아버지 아니십니까? 하늘 아래, 아들을 아파하지 않는 아버지는 없습니다. 노래가 아닌 별도 따달라고 부탁해도 있는 힘을 다해 노력하는 것이 아버지입니다.” “맞는 말이세. 하지만 자네는 나와 정계산의 사이를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네. 정계산은 나를 아빠라고 부르지도 않아.” “할아버님, 부자지간에 원수를 져서 좋을 건 없습니다. 저희 장인어른 생신파티때 꼭 와주세요. 제 말을 믿으시고, 화해의 손길을 내밀어 보세요.” 정중은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정중과 한 약속으로 정계산이 기뻐 할 것이라고 강책은 생각했다. 그와 동시에 정중의 선물로 인해 부자간의 오해가 풀리고 나면 정몽연이 기뻐할 모습에 강책은 웃음을 지어보였다.대화를 끝내고 강책은 차를 몇 입 마시고 자리를 떴다. 남은 시간동안, 정봉성은 아무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 처럼 프로젝트를 빠르고,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봉성은 강남구의 ‘영향력 있는 청년 사업가 TOP10’ 에 들어갔다. 정가에 큰 희망이 생긴 것이다. 이렇게 5일이라는 시간이 지나 드디어 정계산의 생일 파티가 열렸다. 강책은 재고팀장의 연봉으로 정계산에게 좋은 호텔을 예약해 주었고, 100테이블을 준비해 큰 파티를 열었다. 친구,친척 심지어 회사에 친한 동료들도 참가했다. 그 중 강책과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도 참가했다. 모두 정계산에게 좋은 사위를 두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초반과 다르게 정몽연에게 질투를 하며, 강책과 이혼 하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었다. 하루 사이에 큰 인물이 된 강책을 보며 사람들은 시기와 질투를 보내왔다.“계산이가 눈이 좋네. 어디서 이런 좋은 사위를 얻어왔데? 처음부터 강책이 잘 될 줄 알고 사위로 삼은 거야? 아이, 나한테 좀 알려
“이게 바로 큰 손이라는 거지!”친척,어른 모두 나이에 상관없이 강책을 머리부터 발 끝까지 칭찬했다. 능력, 성격 심지어 외모까지 칭찬할 수 있는 곳은 어디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강책은 민망스러워서 고개를 계속 숙이고 있었다. 산전수전 겪어본 강책도 주위에서 들려오는 칭찬들에 아직도 적응하지 못했다. 옆에 앉아 있는 몽연은 팔꿈치로 강책을 툭툭 치고는 웃음을 지어보였다.“왜? 부끄러워? 당신 같지 않아.” 강책은 어깨를 들어올리며 어쩔 수 없다는 행동을 취했다. 정몽연은 허허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평소에는 이런 거 신경도 안쓰잖아. 욕해도 상관 안쓰더니 왜 갑자기 이렇게 고개를 숙이고 있어? 하하하하.” 정몽연의 웃음에 강책은 그녀를 무시한 채 고개를 돌렸다. 강책의 어린아이 같은 수줍어하는 모습에 정몽연은 그를 귀여워하며, 지금까지 받은 괴롭힘을 돌려줘야 겠다고 생각하며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자리에서 제일 기뻐 하는 건 다름아닌, 정계산 이였다. 그는 남향으로 되어 있는 큰 테이블에 앉아 무표정으로 파티를 즐기는 것 같았지만, 마음 속은 폭죽이 사방 곳곳에 터뜨리고 있으며, 지금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고 싶어 온 몸이 간지러웠다. 정계산은 그저 이미지 관리를 위해 점잖은 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식사 순서가 끝나고, 정계산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술잔을 들었다.“제 생일 파티에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올리겠습니다! 사실, 저 같은 사람은 이런 장면은 상상도 못해봤습니다. 100테이블 합쳐서 총 5억이 넘어요! 저는 한 평생 가난 하게 살아서 항상 아껴야한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이번에 제 생일을 맞이해서 사위가 제대로 즐기라며 큰 돈을 썼습니다! 제 사위가 고집이 세요. 고생하셨다, 이제는 즐기셔야 한다라는 말을 하면서까지 협박 하는데, 제가 어떻게 넘어 가겠습니까?오늘 모든 비용은 제 사위가 부담합니다! 그러니 오늘 다들 실컷 즐기고 가시기 바랍니다! 건배!” 정계산은 만족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