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주택, 강책은 집사의 안내로 집 면회실 안으로 들어가 앉았다. 이어서 정중이 주전자와 찻잔을 들고 다가왔다. 강책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정중이 “아이, 앉게. 앉게나.” 라며 차 한잔을 따라 그에게 건넸다. 강책은 앞에 있는 차를 바라볼 뿐 마시지는 않았다. 그를 바라보며 정중은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왜 안마시는 거지? 독이라도 들었나 걱정하는 건가?” “아,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왜 저에게 차를 대접하는 건지 알고 싶은 것 뿐입니다.” 정중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말하지 않으면 불안할테니 먼저 말해두겠네. 고마움에 차를 대접하는 거일세. 이번에 내 손자 정봉성을 크게 돕지 않았나?”강책은 차를 한 입 마시고는 “다 아시고 계셨던 겁니까?” 라며 말했다. 정중은 “그럼.” 이라며 답했다.“아직 잘 들리고, 잘 보인다네. 집에서 일어나는 일을 내가 어떻게 모르고 있겠나? 사실, 정홍민이 이번에 큰 수를 두었어. 봉성이가 아니라 나였어도 그 함정에 빠졌을 걸세. 하지만 강책, 네 실력을 이번에 톡톡히 알 수 있었어. 강남구 총괄자라고 하지만 자네의 빠른 판단과 실력, 힘에 감탄을 금치 못했네.” 강책은 미소를 지으며 차를 한 입 더 마셨다. 정중은 강책을 바라보며 “하지만..”이라며 다시 물었다.“아직 이해가 되지 않아서 말이야.” “어떤 일 말씀이십니까?” “왜 자네가 도와준 것이라고 정봉성에게 알려주지 않는 건가? 그렇다면 더 고마움을 느낄텐데?” “만약, 제가 정봉성에게 알려두었다면 결국 저한테 의지하는 성향을 보이게 될겁니다. 큰 사건도 순조롭게 만들 수 있는 저의 힘을 보고, 정봉성은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지 몰라요. 할아버님이 예전에 정봉성을 오냐오냐 했던 것 했던 것 처럼 말이죠.” 큼큼,정중은 민망한 듯 헛기침을 했다. 강책을 가르치려 했지만 되려 자신이 강책에게 가르침을 받는 셈이 되어버렸다. 강책의 말이 사실이였다. 정봉성이 강책의 진짜 신분을 알게 된다면, 무슨 일을 저지를 지 모르는 일이였다
강책은 마지막 차 한 입을 마셨다.“겉으로는 정봉성을 도와주는 것 같지만 사실, 그를 해칠 수도 있습니다. 온실에서 자란 꽃은 커지지 않습니다. 한 사람의 성장과정은 역경과 고난이 동행해야 합니다. 저희는 정봉성을 정가의 가주로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러 문제 앞에서 해결하는 방법을 배워주며 혼자 독립심을 길러야하고요. 이번에도 정홍민이 정봉성에게 큰 교훈을 주지 않았습니까? 정봉성이 다음부터는 더욱 조심하고 백번은 더 신중한 선택을 하여 자신을 좋은 길로 안내해 줄거라고 믿습니다.” 정중은 그제서야 강책의 의미를 깨달았다. 강책은 정남매를 남겨두어 정봉성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역할을 하여 정봉성을 빠른 시간내에 키우게 하는 계획이였다. 그렇다면, 정봉성이 정가의 가주가 되어서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것이다. 정중은 강책의 깊은 뜻에 엄지를 치켜 세웠다.“내가 졌네! 이 늙은이가 졌어! 내가 아무리 인생을 더 살았다고 하지만, 자네의 지혜는 따라갈 수가 없네. 역시 총괄자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자, 감사의 의미로 내가 차를 더 따라줄테니 더 마시고 가게.”“할아버님, 이렇게 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는 할아버님, 정봉성, 정가를 위해서도 아닌 몽연이 한 사람을 위해 나선겁니다. 몽연이가 집이 망하는 꼴은 보고 싶지 않다고 해서 말이죠. 그러니, 저 말고, 몽연이에게 감사 인사해주세요.” 정중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러고 보니, 계산 그 자식이 몽연이가 너한테 시집가겠다고 나한테 알려 두었을 때, 내가 얼마나 욕을 했는 줄 아느냐? 네가 5년 만에 집에 돌아왔을 때도 같은 생각이였다네. 하지만, 지금은 그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놨어. 내가 지금 얼굴이 다 창피할 정도야. 심지어 오늘 같은 날은 나에게 수업까지 해주고 말이야.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없었네. 몽연이가 너한테 시집간 건 몽연이 가족 뿐만 아니라 우리 전체 정가 집안을 도와주는 셈이였어. 몽연이가 아니였다면 우리 정가 집안은 절대로 지금까지 버틸 수 없었을 걸세!
얼마 지나지 않아, 정중이 고개를 들어 강책을 바라보았다. 그는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강책, 내가 창피한 짓을 해야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겠나?” “네, 할아버님과 장인어른 모두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지만, 할아버님은 결국 장인어른의 아버지 아니십니까? 하늘 아래, 아들을 아파하지 않는 아버지는 없습니다. 노래가 아닌 별도 따달라고 부탁해도 있는 힘을 다해 노력하는 것이 아버지입니다.” “맞는 말이세. 하지만 자네는 나와 정계산의 사이를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네. 정계산은 나를 아빠라고 부르지도 않아.” “할아버님, 부자지간에 원수를 져서 좋을 건 없습니다. 저희 장인어른 생신파티때 꼭 와주세요. 제 말을 믿으시고, 화해의 손길을 내밀어 보세요.” 정중은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정중과 한 약속으로 정계산이 기뻐 할 것이라고 강책은 생각했다. 그와 동시에 정중의 선물로 인해 부자간의 오해가 풀리고 나면 정몽연이 기뻐할 모습에 강책은 웃음을 지어보였다.대화를 끝내고 강책은 차를 몇 입 마시고 자리를 떴다. 남은 시간동안, 정봉성은 아무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 처럼 프로젝트를 빠르고,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봉성은 강남구의 ‘영향력 있는 청년 사업가 TOP10’ 에 들어갔다. 정가에 큰 희망이 생긴 것이다. 이렇게 5일이라는 시간이 지나 드디어 정계산의 생일 파티가 열렸다. 강책은 재고팀장의 연봉으로 정계산에게 좋은 호텔을 예약해 주었고, 100테이블을 준비해 큰 파티를 열었다. 친구,친척 심지어 회사에 친한 동료들도 참가했다. 그 중 강책과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도 참가했다. 모두 정계산에게 좋은 사위를 두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초반과 다르게 정몽연에게 질투를 하며, 강책과 이혼 하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었다. 하루 사이에 큰 인물이 된 강책을 보며 사람들은 시기와 질투를 보내왔다.“계산이가 눈이 좋네. 어디서 이런 좋은 사위를 얻어왔데? 처음부터 강책이 잘 될 줄 알고 사위로 삼은 거야? 아이, 나한테 좀 알려
“이게 바로 큰 손이라는 거지!”친척,어른 모두 나이에 상관없이 강책을 머리부터 발 끝까지 칭찬했다. 능력, 성격 심지어 외모까지 칭찬할 수 있는 곳은 어디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강책은 민망스러워서 고개를 계속 숙이고 있었다. 산전수전 겪어본 강책도 주위에서 들려오는 칭찬들에 아직도 적응하지 못했다. 옆에 앉아 있는 몽연은 팔꿈치로 강책을 툭툭 치고는 웃음을 지어보였다.“왜? 부끄러워? 당신 같지 않아.” 강책은 어깨를 들어올리며 어쩔 수 없다는 행동을 취했다. 정몽연은 허허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평소에는 이런 거 신경도 안쓰잖아. 욕해도 상관 안쓰더니 왜 갑자기 이렇게 고개를 숙이고 있어? 하하하하.” 정몽연의 웃음에 강책은 그녀를 무시한 채 고개를 돌렸다. 강책의 어린아이 같은 수줍어하는 모습에 정몽연은 그를 귀여워하며, 지금까지 받은 괴롭힘을 돌려줘야 겠다고 생각하며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자리에서 제일 기뻐 하는 건 다름아닌, 정계산 이였다. 그는 남향으로 되어 있는 큰 테이블에 앉아 무표정으로 파티를 즐기는 것 같았지만, 마음 속은 폭죽이 사방 곳곳에 터뜨리고 있으며, 지금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고 싶어 온 몸이 간지러웠다. 정계산은 그저 이미지 관리를 위해 점잖은 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식사 순서가 끝나고, 정계산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술잔을 들었다.“제 생일 파티에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올리겠습니다! 사실, 저 같은 사람은 이런 장면은 상상도 못해봤습니다. 100테이블 합쳐서 총 5억이 넘어요! 저는 한 평생 가난 하게 살아서 항상 아껴야한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이번에 제 생일을 맞이해서 사위가 제대로 즐기라며 큰 돈을 썼습니다! 제 사위가 고집이 세요. 고생하셨다, 이제는 즐기셔야 한다라는 말을 하면서까지 협박 하는데, 제가 어떻게 넘어 가겠습니까?오늘 모든 비용은 제 사위가 부담합니다! 그러니 오늘 다들 실컷 즐기고 가시기 바랍니다! 건배!” 정계산은 만족
정봉성은 강책 옆에 앉았다. 그리고는 주머니 안에서 검은 상자로 되어있는 선물을 꺼내 정계산에게 건넸다.“셋째 삼촌, 제가 드리는 선물 입니다.” “오, 이게 뭐지?” 정계산은 받자마자 포장을 뜯어 안을 살펴보았다. 안에는 정교하고 세밀한 붓이 들어가 있었다. 디테일과 색감만으로도 가격이 만만치 않아 보였다.“봉성아, 이거 비싼 거 아니니?” “아이, 붓 한 자루에 뭘 그렇게 놀라세요? 삼촌께서 서예쪽에 관심이 있다고 해서 사온 거에요. 이걸로 더욱 좋은 서예를 뽐내시면 어떨까 싶어 가져왔습니다.”소청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봉성아, 미안하지만 너네 삼촌은 서예를 좋아하는 것이지, 글씨는 정말 못쓴단다. 볼품 없는 글씨체야.” 정계산은 그녀를 노려보며 “무슨 말이야? 내가 뭐가 어때서?” 라고 말했다. 소청은 옆에서 그저 허허 웃을 뿐이였다. 화목한 분위기가 오가는 와중, 남자 한명, 여자 한명이 식장 안으로 들어왔다. 다름아닌 정홍민, 정자옥이였다. 두 사람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식장 안 소리가 작아졌고, 그들이 정계산의 테이블 앞에 도착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사람이 많았다. 사실, 이 식장안에는 정홍민으로 인해 회사에서 짤리거나 정홍민때문에 힘든 일을 겪은 사람이 많았다. 그를 증오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서워했다. 강책이 한 자리를 차지 하긴 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강책과 정봉성을 정홍민과 같은 비교 상대에 두지 않았다. 실력, 신분, 집안 어느 곳에서도 그와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정홍민이 젊은 나이에 큰 성공을 거둔 출중한 사람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였다. “큼, 셋째 삼촌, 생신 축하드립니다. 이렇게 큰 자리에서 하실 줄은 몰랐습니다만 왜 저희를 부르시지 않으신 겁니까?” 정계산은 코웃음을 쳤다.“왜 부르지 않았냐고? 그럼 부르지 않았는 데, 왜 직접 온거냐? 이건 예의에 어긋한 행동이야. 알아?” 그는 정계명을 싫어했다. 정계명은 다른 사람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다면 앞에서 웃
수많은 사람들이 매료되어 박수갈채를 보냈고, 이번 생에 우성희의 판소리를 현장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에 매우 가슴이 벅찼다. 하지만 정계산은 도무지 흥이 나지 않았다. 우성희는 정홍민이 부른 사람인데, 그가 아무리 좋은 공연을 해도 모두 정홍민의 기를 세워주는 것이니 강책은 더욱 비교될 것이었다. 원래 오늘 이 모임은 강책을 과시하려고 연 것이었는데 정홍민에게 빼앗기게 생겼으니 어찌 좋아할 수 있단 말인가? 정계산은 우성희를 매우 좋아했지만, 오늘은 도무지 기쁘지 않았다. 20분 후, 마침내 우성희는 노래를 마치고 내려와 휴식을 취했다.현장의 뜨거운 박수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고, 우성희에 대한 팬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자 정홍민은 웃는 듯 마는 듯 정계산을 바라보며 물었다.“셋째 삼촌, 어떠세요?” “괜찮네.”정계산이 콧방귀를 뀌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하하, 셋째 삼촌 너무 말주변이 좋으시네요? 우성희는 판소리 장인인데, 어떻게 괜찮다라고만 평가하실 수 있죠?” 정계산은 할 말이 없자 아예 돌아서서 그를 무시했다. 그러자 정홍민은 다시 고개를 돌려 강책을 바라보며 물었다.“강책, 네 아버지가 판소리를 좋아하신다는 걸 모르진 않았겠지?” “압니다.”강책은 무표정한 얼굴로 짧게 대답했고, 그의 대답을 들은 사람들은 다급해졌다, 이 말은 자신을 함정에 빠트리는 것 아닌가? "알았으면 아버지를 위해서 판소리 장인을 불렀어야 하는 것 아닌가? 부를 능력이 안 되는 거야, 아니면 아예 이 일을 잊어버린 거야?” 정홍민이 말했고, 역시나 함정은 깊었다.모두들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고, 강책이 어떤 대답을 해도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강책 역시 대단한 인물이었지만 정홍민에 비하면 아직 조금 부족했고 전혀 그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강책은 고개를 들어 빙긋 웃었다.“타이밍이 좋네요, 저도 아버님을 위해서 판소리 장인을 불렀거든요.”"오, 그래?" 정홍민이 비웃으며 물었다.“어떤 사람이지?” 그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 서서 그를 보았고, 아무도 감히 앉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아무리 반응이 느린 사람이라고 해도, 지금 무대 위에서 판소리를 하는 사람이 누군지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단지 모두가 어르신이 왜 온 건지 궁금해할 뿐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어르신과 정계산은 부자관계이긴 하지만, 관계가 매우 좋지 않았다. 원한이 깊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누구도 서로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관계였다. 이런 상황에서 어르신이 어떻게 몸을 굽혀 올 수 있단 말이지? 그중에서 가장 놀란 것은 바로 정계산이었다, 그는 멍하니 일어서서 무대 위의 어르신을 보고 있자니 정신이 몽롱해졌고,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닌 것 같았다. 말도 안 돼, 어르신이 어떻게 오신 거지?이건 꿈일 거야. 그는 눈을 비비며 그가 꿈을 꾸는 것이 아닌 현실인 것을 직시했다. 어르신의 무대를 보고 있자니 그의 눈이 약간 촉촉해졌다. 사실, 아들로서 정말 자신의 아버지를 미워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그는 단지 어르신께서 하셨던 그 일들에 화가 났을 뿐, 두 사람 중 어느 누구도 그 누구에게도 물러설 기회를 주지 않았다.하지만 어르신이 무대에 올라 그에게 판소리를 들려주며 그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만 같았고, 정계산의 마음도 금세 녹아내렸다. 그들은 어찌 됐든 피를 나눈 부자 사이이기에 넘기지 못할 고비란 없었다.옆에 있던 정봉성 어리둥절해하며 강책을 보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강책, 대단해. 어르신도 다 모셔오고 말이야. 어쩐지 네가 방금 이 장인은 모든 사람들이 다 안다고 했더라니, 이제야 무슨 말인지 알겠네.” 그렇다, 만약 이곳에서 정중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여기 앉아서 밥을 먹을 자격도 없는 것이다. 정봉성이 작은 소리로 물었다. "강책아, 어떻게 했길래 어르신을 이곳에 모셔왔는지 알려줄 수 있어?” 그러자 강책은 웃으며 대답했다.“내가 어르신을 설득할 능력이 어딨겠어요? 모두 어르신의 의지로 온 거죠.” “믿기 힘든
정중은 허허 웃으며 입술을 살짝 움직이고는 말을 건넸다.“생일 축하한다."간단명료한 말 한마디는 매우 강력했고, 단번에 정계산의 마음을 꿰뚫어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아버지……”그의 입에서 ‘아버지’라는 단어가 안 나온 지도 20년은 족히 됐을 것이다. 어쩌면 더 오래됐을 수도 있다. 늦었더라도 지금이라도 불러 보는 것에서 의미가 있었고, 정중이 ‘아버지’라는 단어를 다시 듣지 못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늘 강하기만 했던 정중 또한 지금 이 순간만큼은 두 손이 떨려왔다. 아무 말 할 것 없이 그가 앞으로 나와 정계산을 껴안았고, 정봉성의 시작으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많은 사람들의 증언으로 몇 년 동안 적대적이었던 이 부자는 마침내 마음의 갈등을 풀고 화해했다.사실 부자간에 화해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많은 이들의 환호 속에 정몽연은 강책을 돌아보며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고마워, 여보.”강책은 입꼬리가 치켜 올라갔다.“이 모든 게 날 위한 거라는 걸 알아. 원래 네가 둘째 오빠를 도와준 것만으로도 나는 감동받았는데,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화해시키는 걸 도와줄 줄이야, 정말 이 감동은 마음속에 새길 거야.” 정몽연이 이 말을 하자, 강책은 못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마음속에 새기는 걸로 끝내려고?” "그럼 또 뭘 하려는 거야?""음……밤에……” 강책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정몽연은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챘고, 얼른 손을 뻗어 그의 입을 막았다.“맙소사,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무슨 말을 하려고? 부끄럽지도 않니.” 강책은 기침을 하며 정몽연의 손을 뗐다.“그럼 동의한 걸로 알게?” "말하지 말라니까, 다시 말하면 가만 안 둬.” "그래, 말 안 할게, 빨리 밥 먹고 집에 가자.""너 진짜!” 두 사람은 시시덕거렸고,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정중과 정계산을 위해 소리를 질렀으며 모든 것이 매우 좋아 보였지만, 정홍민과 정자옥만큼은 어울리지 못했다. 그들이 들어온 것은 파티를 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