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은 허허 웃으며 입술을 살짝 움직이고는 말을 건넸다.“생일 축하한다."간단명료한 말 한마디는 매우 강력했고, 단번에 정계산의 마음을 꿰뚫어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아버지……”그의 입에서 ‘아버지’라는 단어가 안 나온 지도 20년은 족히 됐을 것이다. 어쩌면 더 오래됐을 수도 있다. 늦었더라도 지금이라도 불러 보는 것에서 의미가 있었고, 정중이 ‘아버지’라는 단어를 다시 듣지 못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늘 강하기만 했던 정중 또한 지금 이 순간만큼은 두 손이 떨려왔다. 아무 말 할 것 없이 그가 앞으로 나와 정계산을 껴안았고, 정봉성의 시작으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많은 사람들의 증언으로 몇 년 동안 적대적이었던 이 부자는 마침내 마음의 갈등을 풀고 화해했다.사실 부자간에 화해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많은 이들의 환호 속에 정몽연은 강책을 돌아보며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고마워, 여보.”강책은 입꼬리가 치켜 올라갔다.“이 모든 게 날 위한 거라는 걸 알아. 원래 네가 둘째 오빠를 도와준 것만으로도 나는 감동받았는데,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화해시키는 걸 도와줄 줄이야, 정말 이 감동은 마음속에 새길 거야.” 정몽연이 이 말을 하자, 강책은 못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마음속에 새기는 걸로 끝내려고?” "그럼 또 뭘 하려는 거야?""음……밤에……” 강책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정몽연은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챘고, 얼른 손을 뻗어 그의 입을 막았다.“맙소사,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무슨 말을 하려고? 부끄럽지도 않니.” 강책은 기침을 하며 정몽연의 손을 뗐다.“그럼 동의한 걸로 알게?” "말하지 말라니까, 다시 말하면 가만 안 둬.” "그래, 말 안 할게, 빨리 밥 먹고 집에 가자.""너 진짜!” 두 사람은 시시덕거렸고,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정중과 정계산을 위해 소리를 질렀으며 모든 것이 매우 좋아 보였지만, 정홍민과 정자옥만큼은 어울리지 못했다. 그들이 들어온 것은 파티를 망
다음날 아침, 아직도 잠자고 있던 강책은 요란한 전화벨 소리에 잠을 깼다.그는 눈을 비비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누구시죠?""강책 씨 안녕하세요, 저는 브론즈 주얼리의 회장인 소선호입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이전에 당신과 계약을 체결한 적이 있습니다.”브론즈 주얼리? 소선호? 강책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기억은 어렴풋이 있었지만, 계약서가 워낙 많아 순간적으로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소 회장님, 무슨 일이시죠?”그가 물었다. "저희 쪽에서 물건을 전달받았는데 그중 열 개를 골라 남겨야 합니다. 강책 씨께서 저를 도와 이 일을 처리해 주실 시간이 있으실까요?” 명예 구매 매니저로서, 회장님이 전화를 걸어왔는데 시간이 없다고 하면 또 안 되지 않은가. 어쨌든, 그는 다른 사람의 돈을 가져갔으니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맞다. "네, 장소와 시간을 알려주세요,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소선호는 곧바로 강책의 이메일로 시간과 주소를 보냈고, 그는 회사의 구매 매니저인 홍성원을 불렀다. "성원, 오늘 강책이 물건 고르는 걸 도와주러 올 거야. 난 오늘 오후에 거래처 미팅이 있어서 시간이 없으니 네가 대신 안내를 해줘야겠네.” "그리고, 넌 우리 회사의 구매 매니저니까 강책에게 많은 걸 배우고, 그가 어떤 방법으로 좋고 나쁨을 구별하는지 잘 봐.” "알겠니?” 홍성원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강책을 접대하는 일은 제게 맡겨 주세요.” "그래, 그럼 나 먼저 가볼게.” 모든 일을 다 인계한 소선호는 서류 가방을 들고 사무실을 떠났고, 그가 떠나자마자 홍성원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하며 테이블을 세게 내리쳤다. 후양은 탁자를 세게 쳤다."이게 어떻게 된 거야?!” "나 홍성원이야말로 브론즈 주얼리의 구매 매니저인데, 나한테 물건을 고르는 걸 맡기지 않고 외부인에게 맡겨벼리다니, 소 회장님 정말 무슨 바람이 든 건지!” “겅책이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지 똑똑히 봐주겠어!”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고, 오후 시
보통 사람들 같았으면 운에 맡겨야 했고, 홍성원 같은 베테랑이라도 보통 2~4개의 괜찮은 원석만 남길 수 있었고 때로는 운이 정말 나빠서 좋은 원석을 하나도 남기지 못한 적도 있었다. “강책 씨, 모든 원석을 다 꺼내왔으니 이제 실력을 보여 주시죠.” “좋아요.”강책이 빙긋 웃었다. 그는 그 원석 더미 앞에 가서 하나하나 감지했고, 원석에서 “기”를 느꼈다. 기가 강할수록 원석의 품질도 높아진다. "이거, 괜찮네요."강책은 닥치는 대로 원석 하나를 바구니에 던져 넣었다.홍성원과 직원들은 서로 쳐다보았고, 강책이 어떤 기술을 사용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원석을 자세히 들여다보지도 않고, 특별한 방법도 없이 가까이 다가가서 보기만 하고도 원석의 좋고 나쁨을 판별할 수 있다니? 어떻게 봐도 다 허황된 짓인 것 같았다. "이것도 괜찮네요.”강책이 또 하나를 골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섯 조각을 골랐고, 효율이 매우 높았다. 홍성원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바구니 쪽으로 가서 두 조각을 집어 들어 보았는데, 그의 식견으로 볼 때 이 두 개의 원석은 특이한 점이 전혀 없고, 특별한 곳도 없었다. 좋은 원석도, 나쁜 원석도 아닌 것 같았고 그저 운에 맡기는 듯했다. 그렇게 15분도 안 돼서 원석 10개를 골랐고, 강책은 손의 먼지를 털며 말했다."됐습니다. 이 원석 열 개는 남겨두고 나머지는 되팔면 됩니다. 그럼 절대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래요?"홍성원은 바구니 안에 있는 원석을 가리켰다.“제가 보기에는 이 원석들 중 좋은 건 하나도 없는 것 같은데요. 강책 씨, 당신이 어떻게 이 원석들을 고른 건지 알려줄 수 있나요?” 그러자 강책은 일부러 뜸을 들이고는 대답했다."제가 이 정도까지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저의 고르는 기술인데 어떻게 쉽게 알려드릴 수 있단 말이죠?” "알려주려 하지 않는 거예요, 아니면 아예 없는 거예요?”홍성원이 웃으며 말했고, 강책은 돌아서서 걸음을 내디디며 말했다.“당신과 말장난은 하지
홍성원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비서를 쳐다보며 물었다."네가 언제부터 이렇게 머리를 잘 굴리게 된 거야? 무슨 방법이 있는지 한 번 말해봐.” 비서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홍성원에게 다가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확실히, 강책은 자신의 능력으로 진품 원석 열 개를 골랐습니다. 하지만 이 일을 누가 알겠습니까?” 이 말이 나오자 홍성원은 즉시 어떻게 해야 할지 깨달았고, 그의 주름졌던 얼굴이 펴지며 아주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이 아이디어는 정말 훌륭해. 난 평소에 널 헛되이 키우지 않았군, 중요한 때에 정말 큰 도움이 됐어!"말을 마치자 홍성원은 즉시 직원들을 배치해 후처리를 진행하게 했고, 동시에 비서에게 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이 일은 말끔히 처리해야 할 거야, 밑에 있는 직원들이 입을 굳게 다물게 하고, 조금의 소문도 누설해서는 안 돼. 그렇지 않으면 너랑 나 모두 브론즈 주얼리에서 살아남지 못할 테니 말이야.” "안심하세요, 홍 매니저님. 이 일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비서가 매우 진지하게 말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반나절의 시간이 흘렀고, 오후 1시가 조금 넘었을 때 회장 소선호가 회사로 돌아왔고, 돌아오자마자 서둘러 홍성원을 사무실로 불렀다."성원, 오전에 강책 씨를 잘 접대했니?” "당연히 회장님의 분부대로 강책 씨를 매우 친절히 모셨습니다.” “그래.”그는 대답을 하고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내 다시 물었다.“그래, 강책이 원석 열 조각을 골랐나?”“다 골랐습니다.”“결과는?” 홍성원은 급하게 대답하지 않고 약간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얼굴이 창백해 보였는데, 마치 무슨 걱정거리가 있는 것 같았다.그는 한참 동안 고민하는 듯 말을 꺼내지 못했고, 소선호는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성원, 왜 그러지? 무슨 일 있으면 어서 말해 봐.” 그러자 홍성원은 매우 난처한 듯 대답했다."회장님, 제가 말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사실 이 일이……휴, 저도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와 함께
그는 매달 거의 2억 원의 월급을 써서 강책을 키웠는데, 결국 이렇게 자신에게 보답을 한다는 건가?"강책, 대체 뭘 하는 거야?""일부러 나를 놀리는 건가?” 그러자 홍성원이 앞으로 나와 말했다."회장님, 저는 강책이 회장님을 놀리는 것 같지 않습니다. 그가 원석을 고를 때 자세히 보았기 때문에 그는 확실히 매우 진지하게 고르고 있었습니다.”"진지해? 그럼 왜 제대로 된 원석 하나도 못 골라?""회장님, 저는 그 사람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그저 아마추어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아마추어?”소선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이 일에 대해 약간의 불신이 있었다.당시 항성 주얼리가 100개의 원석을 생방송으로 절단하는 사례는 모든 주얼리 업계 사람이라면 알고 있었다. 홍성원이 말했다."제가 조사해 봤는데, 강책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군대에 있었다가 최근 두 달 동안 주얼리 업에 종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업계에 종사한 지 두 달 정도 된 신인이 어떻게 전문가의 안목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그의 말은 일리가 있었지만, 소선호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하지만 그 생방송은……”"생방송은 주작을 하기가 너무 쉽습니다. 게다가, 생방송을 한 쪽은 항성 주얼리이고, 강책은 항성 주얼리의 구매 매니저인데 어떻게 주작이 없다고 확신할 수 있겠습니까?” 소선호는 갑자기 깨달은 듯했다."강책이 정말로 주얼리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항성 주얼리의 주작에 키워진 사람이라는 말인가?” "맞아요, 바로 그겁니다!” "그런데…항성보석은 왜 그런 짓을 했을까?"홍성원이 설명했다."세계적인 브랜드이긴 하지만 강남에서는 '신인'이기 때문에 약간의 움직임을 보여 눈길을 끌어야 했죠. 이번 생방송은 강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쇼로 추정이 됩니다.” "그래그래, 그렇게 해석하면 일리가 있네.” 소선호는 생각할수록 일리가 있다고 느꼈다.그렇지 않다면 왜 항성 주얼리가 생방송을 하고, 강책이라는 신인이 어떻게 단기간에 주얼리 전문가가 될 수 있단 말인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전화를 듣고 있던 강책은 한마디 더 물을 틈도 없이 상대방이 전화를 끊어버렸다.오늘부로 브론즈 주얼리와의 계약은 완전히 끝난 셈이다.그는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쓴웃음을 지었다. 정몽연은 과일 한 접시를 들고 나와 강책 옆에 앉으며 물었다."여보, 왜 그래?”“계약이 하나 파기됐어.”강책이 솔직하게 말했다. “왜?”"휴, 나도 이유를 알고 싶네.”확실히 강책도 어디가 잘못됐는지 몰랐고, 아침이 지나갔을 때 약간의 불쾌감이 있었지만 일을 잘 해냈다. 이치대로라면 문제가 생기지 말았어야 했고, 특히 소선호의 ‘아마추어’라는 말은 정말 엉뚱했다. “당신이 고른 원석에 문제가 생긴 거 아니야?”정몽연이 유추하며 말했다.“그럴 리 없어.”이 점을 강책은 확신할 수 있었고 그는 “기”를 통해 원석을 고르기 때문에 절대 틀리지 않았다.그가 실수할 리가 없는데, 그렇다면 다른 사람이 실수를 한 것인가? 이를 생각하자 강책은 몇 가지 가능성을 떠올릴 수 있다.하지만 다 중요하지 않았고, 어쨌든 그가 계약한 건은 충분히 많았고 하나가 많든 적든 손해보는 것은 그가 아니었기에 상관이 없었다. 게다가 이런 옹졸한 회사와 계속 협력하는 것보다 끊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정몽연은 비꼬며 말했다."남들이 하는 일은 모두 돈벌이가 되는데, 너는 반나절밖에 일을 안 했는데도 2억 원짜리 계약건을 잃었네.” 강책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잇지 않았다. 과일 한 조각을 먹으려는데 전화가 또 울리기 시작했다.이번에는 다른 주얼리 회사에서 전화를 했고, 마찬가지로 강책에게 원석 고르는 작업을 요청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계약을 그렇게나 많이 했는데 집에 누워서 공짜로 돈을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나가서 일을 해야 했다. "그럼 나 먼저 나갈게."강책이 말했다."응, 이번엔 계약이 해지되지 않게 조심해."정몽연이 귀띔했다."그래, 조심할게.” 이번 강책의 업무는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회장님이 직접 접대하여 전 회사 사
지금 2억 원으로 강책과 계약할 수 있다면 그와 계약하려는 회사가 강책의 집에서부터 동네 입구까지 줄을 설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그럴 리가 없어."소선호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가 보기에 강책은 분명 아무것도 모르는 아마추어에 과대광고를 이용해 몸값을 부풀린 사기꾼인데 말이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인기가 많단 말이지? 설마 모든 사람이 미쳐 있고 자신만 깨어 있으며, 다른 회사 사람들은 다 속았는데 자신만 제정신이라는 건가? 아니면 이게 강책이 만든 쇼인가? 강남구에 있는 수십 개의 주얼리 회사가 연합하여 브론즈 주얼리를 속이기 위해 만든 쇼란 말인가? 허허, 이런 말을 하면 누가 믿을 수 있지? 소선호 그 조차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쇼가 아니고 다른 사람들도 멍청하지 않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진짜 바보는 소선호 자신이 된다! 이제 그는 자신이 큰 실수를 저질렀을 수도 있고 그로 인해 정상에 오를 기회를 놓쳤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전진하기는커녕 무리를 따라가지도 못하는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설마, 강책이 정말 능력이 있고 내가 오해를 한 거라고?” “하지만 그날 분명 쓰레기 원석 열 개를 골랐는데.” 생각하면 할수록 이상하다.소선호는 자리에 앉지 못하고 바로 일어나 사무실을 나와 창고에 가서 직원을 불렀다. 그는 직원의 코를 가리키며 물었다. "너도 이곳의 오랜 직원이고, 내 성질을 알잖아. 만약 네가 감히 나에게 반 마디 거짓말을 한다면 난 즉시 널 해고할 거고, 너를 이 업계에서 다시는 살아갈 수 없게 할 거야!"직원은 놀라서 얼굴이 창백해졌다."회장님, 제발 저를 살려주세요.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고 제가 아는 건 뭐든 말하겠습니다.” "그래, 그럼 물어보지. 얼마 전에 강책이 우리 회사의 원석을 고르러 온 걸 알고 있지?” "압니다.” "강책이 원석 열 조각을 고르고 그 자리에서 절단을 했나?” "네."“하지만 그 원석을 잘라보
소선호는 거의 기절할 뻔했다, 20년 동안 힘들게 키운 부하가 뒤에서 칼을 들이대다니, 어떻게 견딜 수 있겠는가? "너, 너 왜 이런 짓을 벌인 거지?”소선호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하지만 홍성원은 겁먹은 기색도 없이 그대로 앉아 다리를 꼬고는 대답했다."회장님, 저도 20년 동안 당신과 함께 일했고, 고생 끝에 오늘의 구매 매니저 자리를 갖게 됐어요.”“하지만 결과는요? 강책이 오자마자 명예 구매 매니저가 되었습니다. 강책은 입사한 지 몇 달밖에 안 됐는데 무슨 근거로 그 사람을 구매 매니저 자리에 앉힌단 말입니까?” “강책이 제 앞을 가로막으면 제가 어떻게 돈을 벌겠습니까?”홍성원은 소선호가 감히 그를 해고하지 못할 것이라고 상당히 자신했다. 하지만 그는 틀렸다.이번에 소선호는 정말 화가 나서 폭발할 것 같았다. "홍성원이 개자식아! 정말 내가 널 어떻게 할 수 없을 것 같아? 알려줄게, 만약 네가 강책과 다시 계약을 맺어 그 사람의 용서를 구할 수 없다면, 나는 내일 널 해고할 거야!” "널 해고할 뿐만 아니라, 이 업계에 다시는 발도 못 들이게 할 거다! 그러니 잘 수습해 보라고!” 소선호는 문을 박차고 나갔고, 예상치 못한 반응에 홍성원과 비서는 넋을 잃었다. “늙은이가 미친 건가? 정말 외부인을 위해서 20년 동안 함께 있던 나 같은 늙은 부하도 떨쳐내려고 하는 거야?” 홍성원이 말을 꺼내자, 비서가 말했다. “매니저님, 이번에 회장님이 정말 화나신 것 같아요. 잘못하면 정말 말한 대로 할 수 있어요. 우리 어떡해요?"두 사람 모두 침묵했다.만약 해고된다면, 그들은 이 업계에서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20년 넘게 고생했는데, 돈을 벌려고 눈앞에서 해고당하면, 누가 견딜 수 있겠는가? "굴복하는 수밖에 없나 보군.” 홍성원은 일어서서 비서를 데리고 강책을 찾아가 사죄할 작정이었다. 오래된 별장 안. 강책은 소파에 앉아 쉬면서 요 며칠 동안 계속 고강도로 일을 해서 정말 견딜 수가 없었다.이번 달이 끝나면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