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일제히 강책에게 시선이 쏠리며 짜증 섞인 표정을 지었다.종민오는 독살스럽게 말을 했다.“강책, 내가 지금 명의한테 전화를 걸고 있는데 무슨 소란을 피우는 거지?”강책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을 뻗어 휴대폰을 들어 전화를 끊었다.강책이 전화를 끊은 직후 종민오가 걸던 전화도 끊기며 안내음이 나왔다.‘지금 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다음에 다시 걸어주세요.’종민오는 좀처럼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자신은 명의와 친한 친구라고 말했는데 상대방이 바로 그의 전화를 거절하다니. “종민오, 허풍 떠는 버릇은 여전하네? 명의가 네 전화를 받고 싶지 않은 것 같은데.”정몽연이 말했다."누가 허풍 떠는 걸 좋아한다는 거야? 명의가 갑자기 일이 생긴 걸 수도 있지. 기다려, 다시 전화를 걸어볼 테니까.”종민오는 말을 마치며 다시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마자 테이블 너머에서 전화벨 소리가 들렸고, 강책의 휴대전화가 다시 울렸다."강책! 당신 왜 그러는 거야?”"전화 끊으라고, 못 들었어? 지금 명의한테 전화 걸고 있는데 일부러 그러는 건가?”그러자 강책은 발신자 표시를 보며 재밌다는 듯 웃어 보였다.“정말로 전화를 끊으라는 건가요?”"허튼소리! 명의랑 얘기하는 걸 방해하지 말라고.”"그래요, 당신 말을 따르죠.”강책은 또다시 손을 뻗어 전화를 끊어버렸고, 동시에 종민호 쪽의 전화도 끊어졌다.“응?”종민오의 얼굴은 더욱 일그러졌다, 몰래 빼온 번호가 설마 가짜인 건가? 아니면 명의는 낯선 사람의 전화를 받지 않는 걸까?이유야 어떻든 지금 이 상황은 매우 곤란했다."다시 해볼게."종민오는 다시 전화를 걸었고, 전화가 막 연결되자마자 저쪽에 있던 강책은 전화를 끊는 상황이 또다시 반복됐다.이때, 현장에 있던 사람들도 모두 이상함을 감지했다. 왜 매번 종민오가 전화를 걸 때마다 강책의 휴대전화가 울리는 거지? 마치 종민오가 강책에게 전화를 건 것처럼 말이다. 종민오도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정신을 차린 뒤
그는 강책을 바라보았고,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세 번 연속으로 전화를 걸었을 때 강책의 휴대폰이 모두 울렸고, 마지막으로 강책이 휴대폰을 끄자 명의의 휴대폰도 꺼졌다니, 우연이라기에는 너무 많은 우연이 겹쳤다.이것은 아주 높은 확률로 종민오가 건 전화는 강책이었다.하지만 종민오는 명의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했는데, 그럼 강책이 명의라는 뜻인 건가?월급 180만 원을 받는 평범한 직원이 설마 명의라고? 종민오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그는 심지어 이 일이 확인되면 그의 체면이 구겨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더욱 믿기 두려워졌다.한 동창생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종민오, 네가 건 전화번호 좀 불러봐 봐.”"어, 핸드폰 번호가 010에......”그가 전화번호를 다 읊자 제일 먼저 반응을 보인 사람은 과연 정몽연이었고, 놀라서입을 열었다.“그건 강책 번호인데?”역시나!다시 한번 장내가 술렁였다.모두들 동시에 강책을 향해 존경의 눈빛을 보이며 말했다.“강책, 당신이 명의란 말인가요?”강책은 손사래를 쳤다. "며칠 동안 신 어르신을 따라 의술을 배웠을 뿐이지 어디 명의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아휴, 명의 님께서 이렇게 겸손하시다니!”"강책이 명의였다니, 용성원의 셰프를 알 만도 하군.”"강 명의 님, 이렇게 능력이 있는데 왜 자신을 월수입 180의 평사원이라고 말한 겁니까?”강책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제 본업은 실제로 월급 180만 원짜리 평사원이긴 합니다. 다만 여가 시간에 의관에서 의술을 배우고, 그곳에서 월급도 받지 않으니 굳이 말을 안한 거죠.”많은 사람들이 잇달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정말 대단하군요, 여가 시간에 의술을 배우면서 명의의 경지까지 오르다니, 천재가 따로 없네요.”"이분이야말로 진정한 명의라고 할 수 있군요!”"그러니까요, 정말 잘 어울리는 부부 한 쌍이군. 몽연이 같은 학교 여신이 평범한 직장인과 결혼을 한다는 게 말이 안 됐지. 강 명의처럼 자신의 능력을 감추고 헛된 명성을 추구하지
"종민오? 너 괜찮은 거야?!”몇몇 동창생들이 달라붙어서 종민오를 일으켜 세웠고, 또 누군가는 즉시 119에 전화를 걸어 종민오를 구급차에 태워 보냈다.강책의 말을 듣지 않으니 바로 화를 당했고, 그의 호의를 오해해서 큰 손해를 본 셈이었다.이 해프닝으로 인해 화기애애했던 동창회도 삭막해졌고, 다들 계속 식사할 의향이 없어지자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는 그대로 헤어졌다.정몽연은 양군여와 함께 식당을 나왔다.그러던 중 양군여가 먼저 말을 꺼냈다."몽연아, 네 남편이 명의라니, 혹시 부탁을......”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정몽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말할 필요도 없어. 네가 원하는 게 뭔지 알고, 네가 말하지 않아도 강책에게 네 남편의 병을 고치러 가라고 할 거야. 지금도 한가하니까 바로 출발할까?”"몽연아, 고마워.”"너랑 나는 둘도 없는 사이인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정몽연은 주위를 둘러보며 다시 말을 꺼냈다."군여야, 너 차 어디에 주차했어? 내가 네 차 따라갈게.”양군여는 어색한 듯 머리를 쓸어넘겼다.“난 버스 타고 온 거야.”"어? 네 차는?""팔았어.”"어떻게?""성민 오빠 병을 고치는데 돈이 많이 들어서 어쩔 수 없었어.”양군여의 대화에서 알 수 있듯이, 그녀는 요즘 매우 뜻대로 되지 않는 삶을 살고 있었다.정몽연은 양군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이렇게 힘들게 지냈는데 왜 나를 찾지 않은 거야? 네가 말만 하면 난 널 무조건 도와줄 거야.”양군여의 코가 시큰거리며 이내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성민 오빠는 적이 너무 많아, 너한테 누를 끼칠까 봐 감히 말을 못 했어.”"바보야, 앞으로는 그런 생각 하지 마!”정몽연은 양군여를 끌어안으며 가장 순수하고 사심 없는 사랑을 줬다.그리고 그녀들은 차례로 차에 올라 강책이 차를 몰고 양군여의 집으로 달려갔다.예전에 양군여가 살던 곳은 그런대로 호화로웠지만, 나성민이 사고를 당한 이후 진료를 위해 집도 팔고 지금은 교외에 방을 얻어 살고 있었다.그들은 한
이미 늦었다. 소리를 지르자마자 네 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입구를 막자 양군여, 정몽연 그리고 강책은 방에 갇혀 나갈 수 없었다.양군여가 당황해 물었다. “저 사람들 누구예요?”슈트 차림의 남자가 비웃으며 말했다. “저는 양광 부동산의 자문 변호사 염강호입니다.” 나성민은 원래 남강 축구단의 감독이었다. 즉, 양광 부동산은 남강 구단의 본사이다. 양군여가 물었다. “당신들 성이 형 해고한 거 아니에요? 또 무슨 일로 찾아왔어요?”염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해고는 했는데 아직 해결할 게 남았어.”염강호는 계약서를 꺼내며 말했다. “나성민이 팀원들에게 승부조작을 시켜 남강 축구단과 양광 부동산 명예에 막대한 손해를 입혔으므로 현재 법원으로부터 나성민은 남강 축구단과 양광 부동산에 각각 삼백만 원씩, 총 육백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으니 늦지 말고 빨리 입금해!”염강호는 당당하게 말했다. 양광 부동산처럼 큰 회사가 나성민 하나 처리하는 건 식은 죽 먹기 아닌가?게다가 승부조작은 양광 부동산 명예에 큰 영향을 끼쳐 배상을 받아도 마땅했다.하지만...나성민은 염강호의 말을 듣자마자 화를 내며 큰소리를 쳤다. “저는 승부조작을 하지 않았어요! 그건 팀원의 부탁으로 한 비공식적인 계약서예요. 저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들이 나한테 누명을 씌우는 거잖아요!” 염강호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누명을 씌우든 말든 그건 나랑 상관없고, 그렇게 억울하면 경찰서 가서 말하고 법원 가서 항소해. 나랑 상관없어.”“나는 명예훼손금 육백만 원만 돌려받으면 돼.”“나성민, 양군자. 멀뚱멀뚱 쳐다만 보지 말고, 얼른 돈 내놔.”‘돈?’무슨 돈?있는 돈을 다 털어서 나성민에게 줘서 빈털터리가 되었는데 어디서 육백만 원이 어디 있을까?지금뿐만이 아니라 나성민이 감독이 되어도 육백만 원은 없다. 나성민이 법에 엄격해 나쁜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래서 업계 최하위 연봉을 받는 감독이다. 하지만 이런 강철같은 나성민 감독이
나성민은 아내가 대성통곡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찢었다. 아내를 달래주고 싶었지만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이때, 염강호는 독기를 품었다. 그는 기침을 하며 고의로 말했다. “사실 당신들이 돈 갚을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해.”영군자가 고개를 들어 눈물을 닦으며 물었다.”“무슨 방법이요?”염강호가 실실 웃으며 말했다. “빙빙 돌려서 말 안 할게. 우리 양광 부동산 주윤강 회장님이 당신을 좋아하고 있어. 양군자, 당신이 주 회장님 옆에만 있어주면 육백만 원은 금방 해결되지.”말도 안 돼!파렴치하다!나성민이 팔짝팔짝 뛰며 큰소리를 쳤다. “염강호 이 개자식아! 꺼져!”염강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나성민, 너는 그 성질머리 좀 고처야 돼. 물에 빠진 사람 건져 주었더니 보따리 내놓으라 하네?”염강호는 고개를 돌려 양군자에게 말했다. “어때? 한 번 생각해 봐. 주 회장님 옆어서 손해 볼 일도 없고 육백만 원도 갚을 수 있고, 이렇게 쉬운 방법이 어디 있어?”양군여는 빨개진 얼굴로 입술을 꽉 깨물었다. 마음이 조급하고 부끄럽고 화가 났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거절해야 할까?’‘하지만 거절하면 육백만 원을 갚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날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염강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나 자신을 팔아서...’여군자는 이런 생각을 하니 더욱 슬퍼졌다. 여자는 이럴 때일수록 더욱 외롭고 무력해진다. 주윤강에게는 이 틈을 타 여군자를 가질 수 있는 기회였다. “나쁜 새끼!”정몽연은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원래 그녀와 상관없어서 끼어들지 않으려고 했지만 볼수록 화가 나 참을 수 없었다. 정몽연이 양군자에게 다가가 자신의 뒤로 보호했다. “당신들! 이렇게 사람 무시하지 마!”“고작 육백만 원 아니야? 어떻게든 갚을 거야.”염강호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변했다. 사실 염강호의 목적은 육백만 원이 아니라, 바로 주윤강의 명령에 따라 양군여를 유인하는 것이었다. 그래서....염강호는 두 눈을 치켜뜨고
“이 손 안 놓으면 고소할 거야, 그럼 너는 망하는 거야!”강책이 싸늘하게 염강호를 쳐다봤다. “네 입이 너무 더러워서 깨끗이 좀 해줘야겠다.”“내가 깨끗하게 해줄게.”강책은 염강호의 머리를 변기통에 넣고 물을 내리자 염강호의 얼굴이 물에 잠겼다. 염강호는 발버둥을 쳤지만 강책이 그를 꽉 누르고 있어 벗어날 수 없었다. 강책은 두세 번 물을 더 내렸다. 그렇게 여러 차례 반복한 후, 강책은 변기물을 잔뜩 마시고 저항할 힘조차 없는 염강호를 방 안으로 내던졌다. “이제 좀 정신이 들어?”염강호는 연신 기침을 하며 옷으로 얼굴에 묻은 변기물을 닦으며 강책에게 삿대질을 했다. “이 일은 내가 꼭 기억할 거야. 너 고소해서 망하게 해줄게, 딱 기다려.”“아직도 여전히 입이 더럽네?”강책은 변기 솔을 들고 염강호의 입에 갖다 대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이래도 정신 못 차려?”염강호는 더 이상 쓸데없는 소리를 하지 못했다. 말이 안 통하는 사람에게는 어쩔 도리가 없듯이 힘 앞에서는 말을 많이 할수록 얻어맞을 것이다. 염강호는 잠시 머뭇거리다 용기를 내어 말했다. “나를 때리는 건 상관없지만 명예훼손비 육백만 원은 반드시 줘야 돼! 이건 내가 아니라 법원이 내린 판결이야, 만약 돈을 안 주면 법원에서 절대 너희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염강호는 말을 끝내자마자 당당한 미소를 지었다. 강책에게 처참하게 얻어맞았지만 여전히 자신이 강책 위에 있다고 느꼈다. ‘네가 싸움을 잘 하면 어쩔 거야?’‘돈 있어?”‘돈도 없으면 결국 법적 제재를 받아야지.’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강책은 바지 주머니에서 골드 카드를 꺼내며 말했다. “육백만 원? 이 카드로 결제하고 꺼져.”“뭐?”염강호는 넋이 나갔다. ‘설마 아니겠지? 설마 싸움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육백만 원도 갚을 능력이 있다고?’“이봐, 육십만 원이 아니라, 육백만 원이야. 이 카드에 육백만 원 있는 게 확실해?”“아직도 말이 많네?”강책의 말에 염강호는 깜짝 놀라 더 이상 까
나성민과 양군여는 강책의 은혜를 평생 갚아도 갚지 못할 정도였다. 결국 고맙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강책은 손사래를 치며 별거 아니라는 듯 나성민에게 말했다. “제가 의사인데 다리 좀 봐줄게요. 어쩌면 다시 걸을 수 있을 거예요.”나성민은 강책의 말에 감격했다. 젊은 나이에 다리가 부려져 평생 침대에 누워서 살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양군여는 나성민이 덮고 있는 이불을 걷어줬다.강책은 자세히 진찰을 한 후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상태가 심각하네요. 상대가 만만치 않았나 봐요. 다시 일어나 걸을 수 있게 해드릴 수 있지만, 축구 같은 격렬한 운동은 절대 못 해요.”나성민은 두 눈이 반짝였다.“다시 걸을 수만 있으면 됩니다. 저는 감독이지 축구선수가 아니니 축구를 못 해도 돼요.”“걸을 수만 있다면 우리 가정을 지킬 수 있어요.”강책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는 다리를 치료할 때 필요한 귀한 약재들이 없어요.”양군여는 실망스러웠다. “그럼 어떡해요?”“귀한 약재면 비싸죠?”강책이 양군여에게 말했다. “걱정 마세요. 치료비를 포함해 모든 약재비는 제가 책임질게요. 그리고 여기서 지내는 건 치료하는데도 불편할 거예요. 제다 다른 곳으로 모실게요.”양군여와 나성민은 서로를 쳐다보며 강책에게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양군여가 쭈뼛거리며 말했다. “강 선생님, 저희에게 많은 도움을 주셨는데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특히 명예훼손비 육백만 원은...”양군여는 아마 평생 못 갚을 수도 있다는 말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이내 삼켰다. 정몽연이 웃으며 말했다. “바보, 우리가 원해서 도와준 거니 부담 갖지 마세요. 강책이 지낼 곳을 마련했으니 빨리 이사하세요. 이렇게 열악한 곳에서는 살기 힘들어요.”“네, 알겠습니다.”강책과 양군여는 나성민을 흔들리지 않게 차에 태웠다. 정몽연에 강책에게 몰래 물었다. “갑자기 육백만 원이 어디서 났어?”강책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레이서 팀이랑 계약하고 월급을 미리 받은
잠시 후, 인지 병원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병원 입구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서 무슨 일인지 시끌벅적했다. 정몽연이 말했다. “역시 유명한 병원이라 환자들이 많네?”환자?얼핏 보니 진찰을 받으러 온 환자들은 아닌 것 같았다. “잠깐 차에서 기다려, 내가 보고 올게.”강책이 차에서 내려 병원으로 향했다. 입구로 걸어가자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병원 안으로 들어서자 두 명의 남자가 의자를 옮기고 있었다. 그중 한 남자는 마치 샤워를 하고 나온 것처럼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 다른 한 남자가 신온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명성이 자자한 병원 무슨? 이 병원에서 진찰받고 약 먹으면 우리 형 병이 일주일 만에 다 낫는다고 했어요.”“그런데?”“형이 낫기는커녕 병이 더 심해졌어요! 신온, 그러도 당신이 명의야? 오늘 우리 형 병 못 고치면 절대가만 안 둬!” 강책은 금세 상황 파악을 했다. 의료사고로 발생한 환자와 의사의 다툼이었다. 사실 의료사고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치료를 잘 하는 의사도 있고, 못 하는 의사도 있기 때문에 의료분쟁은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강책은 신온의 실력으로 의료분쟁이 일어났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 가지 않았다. 치료가 잘 안됐다면 신온은 분명 적절한 방법으로 처지를 했을 것이다. 절대 환자의 병세가 더욱 더 심각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강책은 본능적으로 문제를 직감했다. 강책이 끼어들려고 하자 직원이 그를 막아섰다. 하지만 강책인 것을 바고 바로 길을 비켜줬다!“강 선생님 오셨어요? 어서 들어오세요!”“지금 병원에 문제가 생겼어요. 강 선생님 방법을 좀 생각해 주세요.”강책은 아무 말 없이 신온에게 다가갔다. 신온은 곤경에 빠져있었다. 의료분쟁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강책을 보았다. 신온의 얼굴에는 안도의 웃음이 번졌다. 신온은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내려놓고 강책에게 다가갔다. “강책아, 왔어?”아주 편안하고 친근했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