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인지 병원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병원 입구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서 무슨 일인지 시끌벅적했다. 정몽연이 말했다. “역시 유명한 병원이라 환자들이 많네?”환자?얼핏 보니 진찰을 받으러 온 환자들은 아닌 것 같았다. “잠깐 차에서 기다려, 내가 보고 올게.”강책이 차에서 내려 병원으로 향했다. 입구로 걸어가자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병원 안으로 들어서자 두 명의 남자가 의자를 옮기고 있었다. 그중 한 남자는 마치 샤워를 하고 나온 것처럼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 다른 한 남자가 신온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명성이 자자한 병원 무슨? 이 병원에서 진찰받고 약 먹으면 우리 형 병이 일주일 만에 다 낫는다고 했어요.”“그런데?”“형이 낫기는커녕 병이 더 심해졌어요! 신온, 그러도 당신이 명의야? 오늘 우리 형 병 못 고치면 절대가만 안 둬!” 강책은 금세 상황 파악을 했다. 의료사고로 발생한 환자와 의사의 다툼이었다. 사실 의료사고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치료를 잘 하는 의사도 있고, 못 하는 의사도 있기 때문에 의료분쟁은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강책은 신온의 실력으로 의료분쟁이 일어났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 가지 않았다. 치료가 잘 안됐다면 신온은 분명 적절한 방법으로 처지를 했을 것이다. 절대 환자의 병세가 더욱 더 심각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강책은 본능적으로 문제를 직감했다. 강책이 끼어들려고 하자 직원이 그를 막아섰다. 하지만 강책인 것을 바고 바로 길을 비켜줬다!“강 선생님 오셨어요? 어서 들어오세요!”“지금 병원에 문제가 생겼어요. 강 선생님 방법을 좀 생각해 주세요.”강책은 아무 말 없이 신온에게 다가갔다. 신온은 곤경에 빠져있었다. 의료분쟁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강책을 보았다. 신온의 얼굴에는 안도의 웃음이 번졌다. 신온은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내려놓고 강책에게 다가갔다. “강책아, 왔어?”아주 편안하고 친근했
강책은 처방전에 있는 약들을 보고 서둘러 말하지 않았다. “형 몸 상태는 아주 좋아요. 만약 보통 사람이었으면 견디지 못했을 거예요.”동생이 웃으며 말했다. “당신 우리 형제가 누군지 알기나 해요?”“누구신데요?”“내 이름은 김두식이고, 형은 김두혁이에요. 아마추어 축구팀 에이스 ‘천하무적 형제’ 못 들어봤어요?강책은 들어본 적이 없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김두식이 말했다. “우리 형제는 어렸을 때부터 축구를 해서 신체조건이 보통 시람과는 비교가 안 될걸요?”강책이 말했다. “어쩐지 그럴 것 같았어요. 보통 사람은 약을 잘못 장애가 올 수도 있어요.” 강책의 말에 두 형제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 김두식이 의기소침해하며 말했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강책이 김두식에게 말했다. “김두혁 씨 몸속에 처방전과 완전히 반대되는 약물이 남아 있어요. 다시 말해서 진료를 본 후 의사의 지시대로 약을 먹지 않았다는 거죠! 이러니 병이 악화되지 않을 수 있겠어요?”정말 이런 일이 있을까?신온의 얼굴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 어쩐지 신온은 작은 병이 어떻게 이렇게 심각해졌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 문제는 바로 환자한테 있었다!김두식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강책에게 삿대질을 하며 말했다. “이봐요. 당신 함부로 모함하지 마세요! 분명히 이 병원에서 준 처방전인데 우리가 약을 잘 못 먹었다고? 하하, 자기 목숨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김두식은 맞아 죽어도 절대 인정하지 않았다. 이런 짓을 하고 인정할 사람은 당연히 없다. 강책이 김두식에게 물었다. “알겠어요. 그럼 도대체 당신들이 원하는 게 뭐예요?”“뭘 원해? 우리 형을 저렇게 만들었으니 당연히 배상해 줘야지!”역시 돈 때문이었다.“얼마를 원하는데요?”“오천만 원!”김두식은 감히 배상을 해달라고 하며 오천만 원을 요구했다. 강책이 고개를 끄덕이며 신온에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칠천만 원 줘.”“어?” 신온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강책
강책이 말했다. “걱정 마. 3시간 안에 형 몸 상태가 분명히 돌아올 거야.”강책은 화제를 돌려 말했다. “아, 맞다. 신온아, 오늘은 내가 부탁할 게 있어서 왔어.”“네 부탁이라면 당연히 들어줘야지.”강책은 신온에게 나성민과 양군여에 대해 간략하게 말했다. 신온은 강책의 말을 듣자마자 앞으로 강책과 더 많이 만날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나성민과 양군여가 병원에서 지내면 강책은 나성민을 치료해 주러 자주 왔다 갔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강책과 자주 볼 수 있다.더 이상 강책이 보고 싶은 고통을 참을 필요가 없다.이런 생각을 하자 신온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좋아, 데려와.”“병원 앞에 와 있어.”“그럼 어서 병실로 옮겨, 나는 약을 준비할게.”병원 직원들의 도움으로 나성민을 병상에 눕혔다. 신온은 직원들에게 가장 좋은 약재를 준비하라고 했다. 이때, 정몽연과 신온이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기분이 좋았던 신온은 정몽연을 보자마자 질투심이 솟구쳤다. 정몽연만 없었더라면 떳떳하게 강책을 좋아했을 수 있다!정몽연이 방해가 된다!여자의 직감은 정확하다. 정몽연은 신온의 질투심을 느꼈다. 그리고 지난밤에 신온이 강책에게 전화해 아버지를 살려달라고 부탁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유는 충분했지만 한밤중에 유부남에게 전화하는 것이 언짢았다. 정몽연은 신온을 보자 더욱 불편해졌다. 신온이 너무 예뻤기 때문이다!신온은 얼음처럼 차가운 여자로 다가가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렇게 차가운 여자가 강책과 있을 때면 한없이 따뜻한 사람으로 변했다. 지금까지 정몽연의 자신의 미모에 대해 자신이 있었다. 정몽연은 어릴 때부터 친구, 동창, 동료들 사이에서 최고 미녀였다. 매우 겸손했지만, 사람들의 칭찬에 자신도 모르게 미모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하지만 정몽연은 신온을 보고 자신감이 떨어졌다. 신온의 아름다운 미모는 따라갈 수 없었다. 정몽연이 따뜻하고 향기로운 꽃이라면, 신온은 차가운 얼음공주였다. 두 사람 모두
강책은 신온이 자신을 ‘책’이라고 부르자 손발이 오글거렸다. 신온이 찻잔에 물을 따르자 정몽연은 화가 났다. 다른 여자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남편을 다정하게 부르는 모습이 기가 막혔다. “물 안 마셔요!”“네. 그럼 안 따를게요."서로를 바라보는 두 여자의 눈빛에는 질투심이 가득했다. 두 여자는 자신이 더 잘랐다는 것을 보여주며 일부러 당당하게 행동했다. 병실 안은 두 여자의 기싸움으로 뜨거워졌다. 수라 군신 강책, 다른 방면에서는 강한 사람이지만 여자에게만 한없이 바보였다. 강책은 알고 있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때, 뜻밖의 일이 두 여자의 팽팽한 기싸움을 중단시켰다. 두 남자가 매우 다급하게 들어왔다. 바로 방금 병원을 떠났던 김두식과 김두혁이었다. 두 형제는 떠난 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돌아왔다. 김두혁의 얼굴은 거의 다 죽어가는 사람과 같았다. 강책은 다른 사람들을 모두 뒤로 물러나게 하고 김두식에게 물었다. “왜 또 왔어요? 돈이 부족해요?”김두식이 다급하게 말했다. “선생님, 저희 형 좀 살려주세요. 형이 다 죽어가요!”강책은 김두식을 외면하며 고개를 돌렸다. “죄송해요.”“당신들이 저지른 죄는 직접 책임지세요.”강책은 바로 돌아서서 두 형제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두 형제에게 칠천만 원은 이미 줬다. 돈을 선택했으니 목숨을 포기해야지.강책이 매몰차게 돌아서자 김두식은 다급하게 강책에게 달려가 무릎을 꿇었다. “선생님, 저희가 잘못했어요. 제발 저희 형 좀 살려주세요.”“칠천만 원은 다시 돌려드릴게요.”“저희 형만 살릴 수 있다면 뭐든지 다 할게요.”강책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우리한테 돌팔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저희 말고 다른 좋은 의사한테 가세요.”김두식이 창피한 듯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다른 의사들을 찾아가 봤지만 다들 손쓸 방법이 없다며 다들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어요. 강 선생님, 정말 제가 잘못했어요. 넓은 아량으로 저를 용서하시고 저희 형 좀 살려주시면 안 될까요?”강책은
하지만 두 여자는 조급했지만 아무 말 하지 않고 약속이나 한 듯이 강책에게 생각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한참 후, 김두식의 얼굴은 눈물 범벅이 되었다. 이마에 흐르는 피와 눈물이 함께 뒤섞였다.김두식이 오열하며 말했다. “저희 형제는 어렸을 때부터 축구를 했어요. 커서 축구 선수가 되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어요.”“축구 전문학교에 입학하려면 비싼 학비가 필요한데, 저희 집안은 감당할 수 없는 형편이라 저희 형제는 입학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비를 마련했어요.”“계속 이 학교를 다니는 것도 돈이 많이 들어가는데, 예비선수나 1군 선수로 들어가려면 그보다 더 큰돈이 필요해요.”“아르바이트로만 이 돈을 절대 감당할 수 없었어요.”“그래서 저희는 형이 병에 걸린 척 해서 의사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약을 먹어 병원 돈을 뜯어내려는 방법을 생각하게 됐어요.” “인지 병원한테 몇천만 원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저희 형제에게는 계속해서 축구를 할 수 있는 돈이에요.”“저희도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어떤 선수가 자신의 건강을 돈으로 바꾸겠어요? 다른 방법이 있었다면 저희도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거예요.”“하지만 저희는 축구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요. 돈은 못 벌지만 축구는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그래서 이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어요.”“인지 병원에서 칠천만 원을 받아서 다른 의사한테 치료받으면 나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절대 이지경까지 될 거라고 상상도 못 했어요. 강 선생님,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지금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꿈을 포기하고 평범한 삶을 살고 싶지는 않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축구를 계속할 수 있는 돈은 없어요.”“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도무지 모르겠어요!!!”김두식은 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집안마다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것처럼, 두 형제의 사정도 만만치 않았다. 이때, 강책이 약장에서 꺼낸 포장된 약을 김두식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누군가 행복으로
김두혁은 치료도 받고 칠철만 원의 지원금도 받았다. 이렇게 큰 은혜를 평생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몰랐다. 김두식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강 선생님, 신 선생님 이렇게 큰 도움을 주셨는데 어떻게 보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가 병원에서 잔심부름을 하면서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릴게요.”강책이 웃으며 말했다. “여기는 식당이 아니라 병원이에요. 의학 지식이 없는 사람은 여기서 도울 수 있는 게 없어요.김두식은 실망스러웠다.강책의 말을 들으니 정말 자신이 도움이 안 될 것 같았다. 이때, 신온이 적극적으로 나서며 말했다. “아, 맞다. 나성민씨가 이곳에서 잠깐 지내기로 했는데 간병인이 필요해요. 두 분이 나성민씨를 병간호해 주면 되겠네요.”“네, 알겠습니다!” 김두식이 흔쾌히 대답했다. 김두식이 자신이 도움이 될 수 있어 기뻤다. 강책은 신온의 제안이 마음에 들었다. 사실 양군여 혼자서 나성민을 병간호하기 힘들기 때문에 간병인이 필요했다 김두식과 김두혁이 도와주면 양군여도 훨씬 편할 것이다. 그리고...강책이 나지막이 말했다. “나성민 씨는 프로 축구 감독님이에요. 두 분도 축구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마침 잘 됐네요. 그분 병간호하면서 대화도 많이 나누고 그쪽 분야에 대해서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거예요.”“정말요?”김두식은 이 사실을 알고 더욱 기분이 좋았다.프로 축구 감독과 오랜 시간 같이 지낼 수 있다는 것은 두 형제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강책은 모든 얘기를 끝내고 정몽연과 인지 병원에서 나왔다. 집으로 가는 길.정몽연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조수석에 앉아있었다.강책이 정몽연의 표정을 눈치채고 웃으며 물었다. “왜 기분이 안 좋아?”“흥!”정몽연은 입술일 삐죽 내밀고 고개를 돌렸다. 정몽연은 여전히 신온과 자신을 비교하고 있었다. 방금 신온과 강책이 가깝게 이야기하며 웃는 모습을 보니 마치 커플 같아 보였다. 정몽연은 기분이 언짢았다. 심지어 억울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차가 멈춰 섰다
사랑.사랑이라는 말에 마음이 녹아내렸다. 따뜻한 햇살이 차 창문을 통해 그들의 얼굴에 비춰졌다. 완벽한 커플 이였다. 해가 다 떨어지기 전에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장인어른 정계산이 “잘 왔네. 와서 밥 먹어. 오늘은 내가 요리했어. 다 너네들이 좋아하는 거라고! 얼른 앉아.” 라며 탁자에 세팅을 끝냈다. 한 가족 모두 탁자 주위를 둘러싸 앉았다. 화목한 분위기가 오갔고 정몽연이 “여보, 먹어봐.” 라며 고기를 집고는 강책에게 주었다. 여보? 정계산과 소청은 깜짝 놀란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결혼 하고 나서도 사이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낯간지러운 호칭은 정몽연의 입에서 나온 적이 없었다. 하지만 ‘여보’ 라는 애칭이 자신들의 앞에서 들리니 다른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정계산이 기침을 하고는 “좋은 일 있나봐?” 라며 물었다. 정몽연은 벌겋게 올라온 얼굴로 답했다.“부부가 애칭부르는 게 뭐가 어때서? 그리고 좋은 일은 당연히 있는 거잖아.” “그건 그래. 그럼 언제 애 가질거야? 손주 얼굴은 한번 봐야 할거 아니냐.” “아빠!!! 한번만 더 이상한 소리하면 다시는 아빠랑 말 안할거야.” “아니, 내가 무슨 이상한 소리를 했다고 해? 나...”소청이 빠르게 고기를 집어 정계산의 입을 막았다. “그쪽 먹는 거나 신경 쓰세요. 젊은이들 사이에 껴서 뭐하려고 하는거야?” 정계산은 고기를 겨우 씹고는 강책과 정몽연을 바라보며 말했다.“그, 몽연아, 책아, 혹시 몸에 문제라도..?”소청은 재빨리 정계산을 밖으로 밀치고는 “당신 꼰대야? 밥 먹는 데 왜그래? 가서 설거지나 해! 그만 먹어!” 라고 말했다. 강책도 웃음을 참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장인어른의 지나친 관심에 어쩔 수 없다는 표시를 보였다. 정몽연은 부끄러워서 아무 말도 꺼내지 않고 계속 밥만 먹었다. 다 먹고는 바로 방으로 들어갔다. 이때, 소청이 본 모습을 꺼냈다. “책아, 방금 너네 아버지가 한 말은 어느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야. 이런 일은 남자가
어두운 밤.강책은 안방으로 들어갔다. 정몽연과 눈이 마주치고는 “먼저 가서 씻을 게.” 라며 말했다. 씻어? 정몽연은 씻으러 들어가는 강책을 바라보며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오늘 저녁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강책과 서먹서먹한 시간은 다 지났지만 왠지 모르게 기대감과 두려움이 동시에 공존했다. 강책과 그런 일을 하려고 하자니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기 시작했다.“진짜? 근데 나 왜 기대하는 것 같지?” 정몽연이 머뭇거리고 있을 때 강책이 씻고 나왔다. 강책의 건장한 뒷모습을 보고는 본능적으로 이불 안으로 들어갔다. “몽연아, 나, 나 오늘..”1대 100으로도 끄덕없는 사람이 긴장이 돼서 정확하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리고는 침을 삼키고는 침대 위로 올라갔다. 오늘은 반드시.. 이때 정몽연이 “아!!” 라며 소리를 질렀다. 강책은 그런 그녀의 행동에 어리둥절 했다. 정몽연은 이불을 치웠다. 이불 시트는 빨간 색으로 물들었고, 치마 밑으로 빨간 액체가 흘러 나왔다. 정몽연은 “그...나 왔어..” 라며 말했다. 쿵!어렵게 준비까지 한 강책의 용기를 무시하는 듯한 하늘의 뜻 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에 강책은 처음으로 실망 가득한 표정을 내보였다. 정몽연은 “여보, 미안해.” 라며 사과를 했다. 그녀의 잘못이 아니였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강책은 속상한 마음을 가지고 잠에 들었다. 평생 처음으로 겪는 실망감과 속상함속에 방향을 잃는 것 같았다. 그 다음날, 강책은 시끄러운 전화 벨소리에 잠에서 깼다. 페라리 팀의 경리 임몽운이 전화를 걸어왔다. “여보세요. 몽운, 무슨일이야?” “강책 형님아, 우리 아빠랑 했던 약속 기억해?”“응, 연합 레이스때문에 팀 써포트 해줄 수 있냐고 하셨던 거 말이야?” “응, 오늘 저녁이 레이스라서 오늘 와서 도와줄 수 있어?” 한달이라는 빠른 시간이 지나 레이스의 날이 다가온 것이다. 강책은 “알겠어. 곧 갈게.” 라며 답했다. 통화가 끝나자 정몽연이 비몽사몽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