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과 정몽연은 의아한 표정으로 서로를 번갈아보았다. 조금 전까지 기고만장하던 사람이 왜 이렇게 비굴한 자세로 나올까?하지만 놀랄만한 일은 뒤에 있었다.고개를 든 하해준은 지갑에서 수표 한 장을 꺼내 두 손으로 공손히 소청에게 건넸다.“어르신, 이 수표 꼭 받아주세요. 우리 가게에서 1억2천만원을 소비하고 가품을 가져가셨죠. 열 배를 배상한다는 원칙에 따라 12억을 환불해 드리겠습니다. 꼭 받아주세요.”이건 이상해도 너무 이상했다.정몽연은 하해준이 약을 잘못 먹은 게 아닌지 의심할 정도였다.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180도로 바뀔 수 있을까?소청은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수표를 본 그녀는 주저없이 그것을 받아 숫자를 확인하고 입이 찢어질 듯이 웃었다.“좋군! 좋아! 이렇게 성의를 보이는데 당연히 용서해 줘야지. 이제 돌아가.”하해준은 바닥에 고개를 조아리며 감사하다고 했다.“용서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말을 마친 하해준은 직원들을 데리고 병실을 떠났다.소청은 수표를 쳐다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12억! 교사 월급으로 평생을 모아도 모을 수 없는 돈이었다.‘나 부자 됐어!’다친 곳이 없기에 소청은 바로 퇴원하고 정몽연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집으로 돌아간 소청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12억짜리 수표를 탁자에 올려놓으며 말했다.“이게 뭔지 알기나 해?”금액을 확인한 정계산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여보, 은행이라도 털었어? 이 많은 돈이 다 어디서 났어?”소청은 인상을 구기며 반박했다.“그게 무슨 소리야? 이건 내가 받아낸 배상금이라고!”소청은 하해준이 찾아와서 사과한 일과 배상금을 건넨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녀는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말했잖아. 이거 대박 아이템이라고. 비록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는 했지만 어쨌든 잘 끝났으니 됐잖아. 앞으로 난 출근하고 싶으면 출근하고 쉬고 싶은 날은 쉴 거야. 힘들게 일할 필요도 없어.”말을 마친 소청은 일부러 헛
“당연하지! 소청 씨가 그 장면을 못 봐서 그래….”서윤진은 팔다리를 휘적거리며 그때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기는 왜 저런 사위를 못 만났냐며 한탄했다.서윤진이 강책을 칭찬할수록 소청의 얼굴은 어색하게 굳어갔다.조금 전까지 강책에게 있는 욕 없는 욕 다 퍼부으며 무능해서 중요한 순간에 쓸모가 없다고 비난했던 자신이 떠올랐다.그녀가 했던 모든 비난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소청의 마음을 찔렀다.부끄럽고 수치스럽고 땅굴이라도 파고 들어가고 싶었다.대박 아이템? 강책이 없었으면 1억2천만원 원금도 환불 받지 못했을 것이다.그런데 감사는 커녕 욕설을 퍼부었으니 수치심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소청이 아무리 막무가내라고 해도 지금은 그냥 사라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사위를 오해하고 비난했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난 집에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서윤진은 싱글벙글 웃으며 저택을 나섰다.집 안 분위기가 어색해졌다.다른 사람이 뭐라고 할 필요도 없었다. 소청은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었다.하지만 그렇다고 이제와서 고개 숙여 사과하기엔 자존심이 상했다.3년 동안 강책을 무시하고 비난하는 게 습관이 되어버렸다.정계산이 헛기침을 하며 어색한 정적을 깨뜨렸다.“저기, 당신도 떼돈을 벌었고 난 오늘 중요한 계약을 따냈거든. 겹경사가 났으니 나가서 외식이라도 할까?”그는 어떻게든 이 어색함을 날려버리려고 일부러 화제를 돌렸다.정몽연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난 찬성이요! 엄마, 오늘은 엄마가 사요.”소청은 묵묵히 고개만 끄덕였다.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 없었다.그들 일가는 차를 타고 근처의 샤부샤부 가게로 왔다. 근처에서 맛집으로 알려진 곳이었는데 가게 사장이 직접 만든 비법 소스가 인기를 끄는 가게이기도 했다.차에선 내린 정계산이 말했다.“여기 정말 맛있어. 매번 올 때마다 만족스러웠다니까. 오늘 다들 사양하지 말고 많이 먹어!”그들 일가는 빈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입맛을 고르고 소스를 배합하고 양고기와 소고기를 주
그들 중에는 대머리가 한 명 있었는데 딱 봐도 그가 큰형님으로 보였다. 나머지 남자들이 그에게 깍듯이 대하고 있었다.붉은 머리 남자가 말했다.“강진이 형 알죠? 하서 일대가 우리 강진 형 아지트거든요. 우리 형님 눈에 든 건 행운이예요. 연락처 좀 추가하고 가서 술이나 같이 마셔주면 최소 팁만 500만원 줄 거예요. 같이 가죠?”정몽연은 순간 짜증이 치밀었다. 가족이 같이 오붓하게 식사나 하려고 나왔더니 이게 무슨 상황인가!사실 그녀의 화려한 외모가 탈이었다. 예전에도 수많은 추종자들이 있었는데 이들처럼 대놓고 들이댄 사람은 또 처음이었다.정몽연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미안하지만 연락처 줄 생각 없으니까 이만 가시죠?”그러자 붉은 머리 남자는 화가 치미는지 핸드폰을 식탁에 내려놓고 정몽연을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이게 오냐오냐 해줬더니 자기가 잘난 줄 아네? 지금 우리 강진 형님 말 무시해?”목소리가 너무 커서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마저 젓가락질을 멈추고 이쪽을 바라보았다.정계산과 소청도 겁에 질렸다.붉은 머리 남자와 저쪽에서 흉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대머리를 보고 있자니 이대로 곱게 넘어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정몽연은 아예 붉은 머리에게서 고개를 돌려버렸다.붉은 머리 남자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이게 지금 나 무시해? 네가 그렇게 잘났어? 당장 안 나와?”그는 정몽연을 끌어내려고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하지만 손끝이 정몽연에게 닿기도 전에 강책이 그의 팔목을 드세게 잡았다.붉은 머리 남자는 고개를 돌리고 강책을 쏘아보며 차갑게 말했다.“놔.”강책의 두 눈은 분노로 이글이글 불타고 있었다.그는 냉기가 뚝뚝 흐르는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이 여자 남편이야.”붉은 머리 남자가 웃음을 터뜨리더니 말했다.“그래서 어쩌라고? 연락처 좀 추가하고 같이 술 좀 마시고 돌려보내겠다는데 그게 대수야? 걱정하지 마. 우리 강진형이 놀다가 싫증나면 곱게 보내줄 거야.”세상에는 주제를 모르고 날뛰는 놈들이 너무 많았다.하서 일대를 꽉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표정이 넋이 나갔다. 정몽연도 눈이 휘둥그레 졌다. 강책의 단호하고 잔인한 행동에 깜짝 놀란 것이였다. 하지만 모두 빨강 머리남의 시비에서 부터 시작된 것이다. 잠시 뒤, 제정신을 차린 변강진 무리가 강책을 둘러쌓았다. “지금 뭐하는 짓이야?” 변강진 무리의 사람들은 모두 험악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강책을 가만히 냅두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가 풍겼다. 정계산, 소청 모두 겁에 질려 벌벌 떨었다. 사람 수도 적을 뿐더러, 상대방이 절대로 용서해줄 리 없을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변강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강책을 바라보았다. “흑기사야? 허허, 하서에서 나 변강진을 상대하겠다? 그럼 그만한 댓가는 치뤄야지.” 이어서 그는 손가락으로 정몽연을 가리켰다.“네 아내니까 지켜 주고 싶을 거야. 근데 그렇게는 안될거야. 내 부하를 때린 이상, 저 여자는 오늘 내꺼야! 아니지, 우리 애들이랑 돌려가면서 놀거야. 넌 옆에서 보고나 있어. 데려와!” 변강진이 신호를 주자 부하들이 서로 눈을 맞추며 음흉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자 정몽연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변강진 무리들을 바라보며, 몸을 벌벌 떨었다. 하지만 강책은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수라군신에게 있어서 변강진 무리는 개미만도 못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강책이 손을 쓰기도 전에 또 한 무리가 식당안으로 들어왔다. 무리의 리더처럼 보이는 사람은 거대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팔이 다른 사람의 허벅지 마냥 굵었고, 키는 2미터정도에 곰 같은 덩치의 남자였다. 이 남자는 다름 아닌 황금 십이궁의 황소자리였다. “어떤 자식이 우리 형님을 건드려?!” 황소자리의 소리가 방 안 곳곳에 퍼졌다. 큰 목청이 호랑이가 표효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변강진과 그의 무리들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들은 그제서야 황소자리와 그의 무리들을 발견했다. 변강진 무리들은 우람한 덩치를 가지고 있는 황소 무리들과 비교대상조차 되지 못했다. “안녕하십니까, 이 쪽 형님은 누구십니까?” 변강진은
황소자리는 다시 변강진을 들어 바닥으로 내던졌다.“이건 그쪽의 무례함 때문에 받는 벌이라고 생각해. 다음에 또 친구 사귄다고 질척거리면 그때는 이렇게 쉽게 봐주지 않을 거야.” 항상 다른 사람을 괴롭히던 변강진은 그의 말에 진정한 공포가 어떤 것인지 깨달았다. 황소는 다시 고개를 돌려 변강진의 부하들을 보고는 “다들 벗고 있네? 더워?” 라며 물었다. 그의 한마디에 부하들은 모두 겁에 질려 옷을 다시 주워 입었다. “꺼져.” 황소는 손짓을 하며 그들에게 말했다. 그러자 부하들이 빨간 머리남과 변강진을 데리고는 식당을 빠져나갔다. 황소는 박수를 치면서 익숙한 듯이 강책의 테이블에 앉았다. 그리고 미소를 짓고는 “형님, 어때요. 제 실력 끝내주죠?” 라며 말했다. 강책은 차가운 얼굴로 덤덤하게 “시끄러워.” 라며 말했다. 황소는 황급히 표정을 바꾸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옆에서 지켜보던 정계산은 강책에게 한소리 하기 시작했다.“무슨 말버릇이야? 저 분은 우리를 도와드렸어. 고맙다고 해도 시원찮을 바에..” 하지만 황소는 손을 휘젓고는 “아닙니다. 형님이 저를 뭐라고 하셔도 괜찮습니다. 전 형님의 영원한 부하니까요.” 라며 답했다. 좋은 피지컬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강책에게 예의를 차리는 모습에 정계산과 그의 가족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곧이어 다시 훠궈가 올라오고, 다시 웃는 분위기를 되찾았다. 식사 자리와중에 황소의 리더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져버렸다. 그의 모습에 정계산은 큰 감동을 받았다. 식사를 다 끝내고 강책과 황소는 따로 할 얘기가 있어서 정계산과 그의 가족들은 먼저 자리를 떴다. 자리를 뜨는 와중에 정몽연이 고개를 돌려 강책을 바라보았다. 의구심이 마음 한켠에 피어났다. 마치 황소가 정말로 강책의 부하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몽연아, 가자.” “응.” 사람들이 자리를 뜨고 나서야 강책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 보였다.“이번에는 경솔했어.” 황소가 그에게 답했다.“저도 압니다. 하지만 총수님께서 일이 생
신태윤은 그의 말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흥분한 눈빛을 하며 말했다.“그러니까, 물건 중에 하나를 강책이 인지병원에 데려갔다는 뜻이지?” “네, 그렇습니다!” “좋았어!”신태윤이 기뻐하며 말했다.“하나만 남아있으면 돼. 그럼 된거야. 적어도 중요 인물들 한테 공격 받지는 않을 거야. 다른 건더기들은 그냥 알아서 나가라고 하고.” 신태민이 물었다.“형, 그럼 지금 바로 인지병원에서 꺼내러 가는 게 어때?” 신태윤이 미간을 찌푸렸다.“아니, 다급할 필요 없어. 윤병철이 강책에게 넘겨준 거라면, 강책이 있는 힘을 다해 그 물건을 보호하고 있을 거야. 윤병철도 마찬가지 일거야. 막무가내로 들어갔다가는 아무것도 얻지 못할거야. 제일 중요한 건, 우리의 정체를 들키게 돼. 윤병철한테 꼼짝 없이 잡히고 말거야. 그건 안돼, 다른 사람을 찾아서 그 물건을 꺼내야만해. 아니면 어떤 사람이 질서를 어지러놓았다가 그 틈에 우리가 들어가서 꺼내는 것도 나쁘지 않아.” 신태윤은 다시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이때, 비서가 들어왔다.“부회장님, ‘박준호’ 라는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보아하니, 저희 화상 그룹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신태윤은 박준호라는 이름을 곰곰히 생각해보았지만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화상그룹은 쓰레기 회수하는 곳이 아니야, 개나소나 다 들어 올 수 있는 곳일 것 같아? 꺼지라해.” 비서가 신태윤의 지시대로 행동하기 전에 신태민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잠깐만, 형. 저 사람 어쩌면 굉장한 이용 가치가 있을 지도 몰라!” “응? 무슨 이용 가치?” “박준호는 독수리 연맹 대표야. 정가가 한때 독수리 연맹을 맺었었는데 우리랑 사이가 멀어지고 나서 퇴출 당했었잖아. 그것때문에 강책이랑 박준호가 그 난리를 피웠던 거고.” 신태민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다시 말을 이엉ㅆ다.“박준호랑 강책 사이가 진짜 나쁘다고 들었어. 근데 저 사람이 우리쪽에 붙는 건 더 좋게 이용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신태윤은
아부가 점점 과해졌다. 절박한 상황에서 나오는 말투였다. 하지만 신태윤의 표정이 변하고, 손을 흔들었다.“안됩니다. 이렇게 하셔도 저희는 받아드릴 수가 없어요.” 박준호가 다급해졌다.“이유라도 알 수 있겠습니까? 부회장님, 저는 오늘 진심어린 마음으로 찾아 온 거에요.” 신태윤이 차갑게 답했다.“이유가 뭐냐고요? 정말 몰라서 묻는 겁니까? 우리 화상 그룹의 적은 정가 그리고 강책입니다. 제가 알기로 박준호씨는 그 사람들이랑 연관이 있는 것 같은데요? 지금 이렇게 넘어가주는 건 최대한의 배려를 베푼 겁니다. 제가 어떻게 그쪽을 저희 화상 그룹에 넣어주겠어요?” 박준호는 신태윤의 말을 듣고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고개를 저으며 다시 말했다.“부회장님, 오해입니다. 정가와 화상그룹의 사이를 알고 나서, 바로 정가를 퇴출 시켰습니다. 게다가 저와 강책의 사이는 이미 박살난 유리와도 같습니다. 그런 걱정 하실 필요 없습니다.” “허허, 두 사람 사이에 일을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만약 저한테 숨기시고 다른 계획을 세우고 있으면 어떡합니까? 게다가 당신이 강책이랑 사이가 나쁜지 아닌지 확인할 방법도 없지 않습니까.”박준호는 그의 말을 듣고는 그제서야 상황 파악을 마쳤다.“부회장님께서는 제가 어떻게 해야 만족하실 겁니까?” 신태윤은 탁자를 툭툭 치고는 그의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어떻게 입을 열지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때, 옆에 있던 신태민이 입을 열었다.“형 말에 동의해요. 당신이 내놓을 수 있는 증거가 없잖아요, 강책이랑 사이가 안 좋으면 적어도 뭔가를 가져와야 하는 거 아니에요?” 박준호는 잠시 멈칫하고는 다시 물었다.“제가 강책의 목이라도 따서 드려야 화상 그룹에 들어 올 수 있는 겁니까?” 신태민이 미소를 지으며 손을 휘저었다.“아니요, 저희 모두 배운 사람 아닙니까. 그런 짓은 하지 않죠, 게다가 강책이 어떤 놈인지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저희도 그런 어려운 부탁은 하지 않죠.” 박준호는 안도의 한숨
인지병원 앞.아직 진료시작은 하지 않고, 문만 열어 놓았다. 문 앞에는 ‘임시휴업’ 이라는 안내펫말이 적혀져 있다. 임시휴업을 한 지 이틀이나 되었기에 사람들은 완전히 폐업을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병원 안.신온이 소녀에게 밥을 먹여주고, 글도 가르치며 말까지 배워주었다. 그녀는 자신의 친동생마냥 대했다. 그녀는 자신의 부친을 제외하고, 오직 강책과 몇 마디 나눌 수 있었다. 하지만 강책도 유부남이였기에 관계의 선이 그어지고, 신온이 오래가지고 있었던 외로움이 더욱 더 깊어졌다. 이때 마침, 소녀가 나타난 것이다. 신온은 소녀의 모습을 보고 자신과 닮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극정성으로 소녀를 보살펴 주었다. 신온은 소녀의 지적연령은 3-4살에 머물러 있다고 추측했다. 식사를 제외한 말하기, 걷기 모두 알려주어야 했다. 초반에 소녀는 신온을 무서워 했다. 오래전부터 겪었던 학대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신온은 포기하지 않고, 소녀를 도와주었다. 그리고 끈질긴 노력 덕에 소녀는 신온에 대한 경계를 풀고, 신온을 따라 대화, 걷기등을 배웠다. 소녀는 점차 사람답게 변해가고 있었다. 하지만 신온은 소녀의 몸이 식물과 연결된 이유를 알고 싶었다. 소녀가 겪은 수술은 의학을 넘어서 마법과 다름 없었기 때문이다. 신온은 그 비밀을 찾아야만 했다. 그녀의 관찰 아래, 소녀 몸에 핀 꽃들은 소녀와 공동체라는 것을 알아냈다. 꽃이 소녀를 지배하며, 소녀 신체안에 있는 영양분을 흡수하고 만다. 지금까지 신온은 소녀에게 많은 음식을 먹였지만 대부분의 영양 모두 정맥에 있는 꽃들이 흡수하고, 더 화려하게 피었다. 이 속도라면 보름도 되지 않아 꽃봉오리가 피게 될 것이다. “이 꽃은 신이 주신 상일까, 벌일까?” 신온이 지금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소녀를 두려움에서 벗어나 정상인으로 지내게 하는 것이였다. 신온이 소녀에게 말을 가르치고 있을 때, 로비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오늘은 쉽니다. 몇일 지나고 다시 오세요. 이렇게 막무가내로 들어오시면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