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우가 나의 눈에서 의심을 읽어내고 담담히 말했다.“그건 지아 씨가 들은 버전이죠.”그가 나를 바라보며 문제점을 짚어냈다.“그건 그쪽에서 고의로 당신한테 틀린 정보를 알려준 거예요. 그래서 제가 계속 저만 믿으라고 상기시켰던 거예요.”나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확실히 배현우의 말이 맞았다. 당시 처음 임윤아에 대한 정보를 들은 것도 가짜 이세림으로부터였다.“사실은, 진짜 이세림은 보육원에 보내졌을 때부터 이세림이 아니라 ‘임윤아’로 불렸어요.”배현우가 확신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나에게 말했다.나는 문득 무언가 깨달았다.“그 말은 배유정이 이세림을 보낼 때 이세림의 이름을 아예 바꾸었다는 거네요.”“맞아요. 그래서 당시에 저와 진씨 가문의 형이 금서주의 보육원을 모두 뒤져보아도 세림이를 찾지 못했던 거예요.”“그럼 언제 세림이를 찾은 거예요?”나는 이 속의 내막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하늘의 뜻인지도 모르죠. 그 가족을 잃은 아이를 찾았을 때 우리는 보육원도 찾아갔었어요. 형이 보육원에 물으러 갔을 때 이세림이라고 불리는 아이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어요. 저는 신이 나서 한걸음에 보육원으로 달려갔죠. 그러나 이세림을 보겠다고 해도 보여주지 않았죠. 오히려 저를 계속 붙잡고 상황을 캐물었어요. 뭔가 이상함을 느낀 저는 당장 도망쳤어요.”“보육원에서 지령받았던 거예요?”내가 배현우의 말을 들으며 짐작했다.“그때 저는 그런 것들을 생각할 겨를 없이 이세림을 보아야겠다는 생각만 가득했어요. 우리는 보육원을 한바퀴 돌며 들어갈 방법을 생각했어요. 후에 산비탈의 나무를 타고 창문으로 들어가기로 했고 형은 밖에서 저를 기다리도록 했어요.”“들어간 뒤에 아니나 다를까 당신을 발견했죠. 당신은 무기력하게 아이들 속에 앉아있었어요. 이때 저는 2년 만에 처음으로 당신을 본 것이었어요. 당신은 마르고 연약했고 우울해 보였어요. 하지만 저는 무턱대고 들어가 당신을 찾을 수 없었어요.”“왜냐하면 보육원에 직원들이 지키고 있었거든요. 저는 안달이 나 줄곧
배현우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저는 이것이 배유정이 던진 미끼라고 생각해요.”“무슨 말이에요?”나는 눈을 비비고는 이해할 수 없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나중에 허씨 가문에서 저를 구한 이후에야 저는 배유정이 내가 도망갔음을 알아챈 후 빠르게 진백의 아들도 사라졌음을 발견했다는 것을 들었어요. 그러니 진백이 어떻게 됐을지는 불 보듯 뻔하죠. 그렇다면 배유정도 쉽게 저의 행방은 이세림을 찾으러 간 것임을 알았을 거예요. 그러나 배유정이 이세림을 어느 보육원으로 데려갈지는 계획해 놓았던 거니까, 결국 당시 그녀의 방법이 옳았다는 것을 설명하죠.”배현우의 분석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다.“이후에 일이 터지자 배유정은 더욱 미친 듯이 저를 찾았어요. 비록 ‘임윤아’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모르지만, 제가 보육원에 갔었다는 사실은 확실히 알고 있었으니까요.”배현우의 말투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나는 자문자답하듯 중얼거렸다.“어쩐지 이세림과 ‘임윤아’가 함께 찍힌 사진이 있더라니. 이동철이 처음이것을 조사할 때부터 나는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이세림도 보육원에 있었던 건지.”“지아 씨가 이동철에게 조사하라던 그 사진이 바로 이때 찍은 거예요. 저도 그 사진을 통해 가짜 이세림은 유래가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배현우가 나를 바라보며 확신했다. 눈동자에는 독기가 서려 있다.“현우 씨도 이 사진을 조사했었던 거예요?”내가 배현우를 보며 물었다.“이동철의 그 사진이 바로 제가 찾은 거예요. 제가 이동철에게 조금씩 유출하라고 한 거예요.”배현우가 용의주도한 계획을 읊는 듯 장엄하게 말했다.그러나 나는 그를 탓 할 이유가 없다. 배현우 역시도 많이 노력한 것이었다.이때의 나는 배현우가 이 몇 년간 왜 그토록 얼음처럼 차가운 모습으로 된 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 세상에 타고난 냉담함은 없으니까.“이 사진 때문에 제가 이세림에 대해 샅샅이 파헤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배현우가 나를 바라보았다.“그리고 이것이 바로 나중에 이세
배현우는 마음이 아프고 초조해하는 나를 보며 내 이마에 키스를 했다. “그 자리는 절벽 바로 옆이었는데, 그가 나를 힘껏 밀어내자 그의 차는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져서 폭발했어요. 당신이 내동댕이쳐진 곳은 바다가 아닌 가파른 커브 길이었어요.”“나는 떨어진 후 완전히 정신을 잃어서 어디로 떠내려갔는지도 몰랐는데 깨어났을 때 한 어촌이었어요.”“그들이 나를 구해주었는데 내 다리가 부러져서 움직일 수 없었어요. 그래서 그들에게 내 여동생을 찾아달라고 간청해서 사고 난 곳을 샅샅이 뒤졌지만 당신이 없었어요. 나는 그 사실을 믿을 수 없었어요. 죽더라도 시체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배현우는 씁쓸하게 말했다. “나는 그들이 대충 찾았을까 봐 다친 다리를 끌고 직접 찾으러 갔다가 기절했어요. 다시 구조되었을 때 내 다리는 이미 염증이 생겨서 현지인들 도움으로 병원에 입원했어요.”나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배현우를 보며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배현우는 손을 내밀어 가볍게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울지 마요.”나는 손을 뻗어 배현우의 다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울먹이며 물었다.“그 후에는요?”“그 후, 허씨 집안 사람이 제때 병원에 찾아왔어요. 왜냐하면 내가 당신을 찾은 후 바로 허씨 가문에 연락했어요. 그런데 흐지부지 이틀이 지날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들이 날 보호하고 또한 사람을 보내 당신의 행방을 찾았어요. 온갖 노력 끝에 어린 여자아이가 머리와 쇄골이 다친 채 병원에 왔는데 금방 누군가 데려가 행방불명이라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누가 데려갔는지 찾을 수 없었어요.”“어떻게 못 찾을 수 있죠?”나는 의아해서 물었다. “일부 이민자들은 막 호주에 도착해서 불안정했어요. 그들이 당신이 완전히 회복되기 전에 퇴원시킨 것을 볼 때 부유한 집이 아닐 것 같았어요. 그래서 남겨진 자료가 매우 모호하고 찾아보니 그들이 남긴 주소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새 이민자, 혹은 임시로 온 여행자로 추정했어요. 우리는 수많은 추측을
배현우의 말을 듣고 보니, 배현우가 걱정했던 것이 하나도 틀린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현우는 배유정이 나를 건드릴까 봐 한소연을 괴롭혔다.그래서 이세림은 한소연을 이용해 나를 몰아내려고 했지만 배현우가 어디 그녀에게 끌려다닐 사람인가? 게다가 그녀는 손을 쓰자마자 내 총구에 부딪혔다.지난번 쇼핑몰 사건 때, 한소연이 나를 사칭해서 물건을 마구 쓸어갔는데 예상 밖으로 나랑 우연히 부딪혀서 그녀들의 계획이 깨지고 그 물건들을 되찾았다. 이 때문에 가짜 이세림은 음흉하게 또 새로운 수법을 썼다. 한소연에게 손을 써서 그녀의 얼굴을 망가뜨리고 원래 다시 나에게 죄를 씌우려고 했지만 결국 배현우에게 선수를 빼앗겼다.보아하니 이세림이 요즘 줄곧 조용하게 있는 것이 아마도 무슨 큰 계책을 참고 있는 것 같다. 이세림은 내가 순풍에 돛을 단 듯이 일이 처리되는 것을 보고 있을 리가 없다.나는 배현우를 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보아하니 배유정이 겉으로는 조용히 있지만 암암리에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사람을 죽였네요. 그녀는 J 국의 그 악당들의 손을 이용해서 당신을 제거하고 자기는 엮이지 않은척하겠죠. 일단 일이 성공하면 그녀는 아무런 의의도 없이 그녀가 꿈꾸던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는 명분이 생기죠. 이 방법이 더 악독해요.”배현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얼굴 표정이 점점 서늘해졌다. 손은 나를 꼭 껴안고 내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한참 후에야 배현우가 입을 열었다.“그녀가 외부 조직과 손을 잡았다고 해서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어떤 일들은 그녀 뜻대로 되지 않을 거예요.”“무슨 뜻이에요?”나는 여전히 두려워하며 배현우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바라봤다.배현우는 개의치 않고 말했다.“그때 그들이 저를 공격한 뒤 중상을 입은 저를 차씨 가문이 도와줬듯. 그 후 차씨 가문이 날 온 힘을 다해 도왔는데 모두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이미 기초를 다져 놓았기 때문이에요.”“서울에 도착한 후, 어쨌든 차씨 가문의 배경은 그녀가 경거망동할 수
“그리고 제가 배 씨에 심어놓은 사람의 보고에 의하면 배유정이 몇 년 동안 큰 손실을 입었기 때문에 천우 그룹을 내놓지 않으려고 한다고 해요.”나는 배현우를 보고 마음속으로 깨달았다.“그게 당신이 그녀와 외부 유착을 의심한 결과에요?”“맞아요.”배현우는 나를 보며 감탄하듯 웃었다. “하지만 배유정도 허씨 가문이 그녀를 제재한 후 천우 그룹이 그녀 손에 있다고 해도 빈껍데기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어?”나는 머리를 재빨리 굴렸다.“당신의 아버지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특히 그는 허씨 가문에서 자랐으니까!”배현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아버지는 이미 준비를 하셨고 모든 것이 그의 계획대로 진행됐어요. 다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허씨 가문은 아버지의 비상 계획을 가동했어요.”“우리는 많은 프로젝트와 사업이 애초에 천우 그룹의 구조에 있지 않았고 원래 있던 것들도 점점 축소되어 페이퍼컴퍼니였어요. 진짜 천우 그룹은 내가 15살 때 허씨 가문에서 내 손에 넘겨주었어요. 그녀는 속수무책이었죠.”배현우는 이 말을 할 때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나서 나를 쳐다보았다.“특히 당신을 찾은 후, 더 이상 아무런 구속도, 고려해야 할 것도 없었어요. 당신이 살아서 내 곁에 있으니 잡념 없이 온 마음을 다해 그녀를 상대할 수 있었어요. 이건 하늘의 뜻이죠.”“허씨 가문이 정말 당신을 아끼는 것 같아요. 당신 아버지도 정말 안목이 뛰어나고요. 만약 살아계셨다면 이십 년 동안 당신 부자는...”나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에 또 눈물이 고였다.“아버지의 상업 안목이 예로부터 정확했어요. 일찍이 한국의 발전을 내다봤기 때문에 중점을 한국에, 황금도시 서울에 두었어요. 하지만 내가 서울에 오기로 결심한 중요한 원인은...”여기까지 말한 그는 나를 보며 햇살처럼 환하게 웃었다. 나는 이 원인이 반드시 나를 찾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왜냐하면...그들이 단서를 찾았는데, 당신을 대신해서 죽은 설이는 호주
나는 시큰둥하게 입을 삐죽거리며 불쾌하게 중얼거렸다.“늙은 여우! 속셈이 너무 많아요.”배현우가 박장대소하자 새하얀 치아가 눈부시게 빛났다.“그건 속셈이 많은 게 아니에요. 반드시 전면적으로 확인했어야 했어요. 게다가 그때는 천우 그룹의 운영권을 회수하려고 하는 중요한 시기였어요. 비록 빈 껍데기일지라도 부모님이 남겨주신 것이니 반드시 되찾아서 그녀의 눈앞에서 보란 듯이 성장시켜야 했어요. 이것이야말로 그녀에게 가장 큰 타격이니깐요.”나는 일어나서 물을 가지고 와서 차 한 주전자를 끓여 배현우에게 한 잔 따라 주었다.그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나를 다시 자기 품으로 끌고 가 잠시도 내 곁을 떠나지 않으려는 모습으로 말을 계속했다.“그 후 당신의 자료를 철저히 조사한 뒤 사람을 시켜 주시했어요. 공항에서 만난 것은 우연이 아니었고 그로 인해 당신이 힘들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나는 깜짝 놀라 턱이 빠질 뻔했다.“공항이 우연이 아니라고요?”배현우는 웃으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물론 아니죠!”“의도적으로 당신을 접촉했어요. 그때 당신이 담이 아팠을 때 병원에 데려가서 혈액을 철저히 검사했는데 혈액 샘플의 DNA가 완전히 일치했어요. 상처의 위치와 조사 결과도 완전히 일치했는데 무슨 의문이 있겠어요?”배현우의 눈동자에는 따뜻하고 편안한 웃음이 가득하며 약간의 득의양양함도 있었다.“오랫동안 계획을 세웠군요?”나는 좀 믿기지 않았다.“그때 당신은 이미 알았어요?”“네! 그래서 당신이 빨리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만 했어요. 신호연을 조사해 봤는데 선의를 베풀어 그를 죽이지 않았어요.”배현우가 분개했다.나는 어이가 없어서 그에게 기대어 그때 일을 회상했다. 어쩐지 천우 그룹이 그렇게 힘써 주더라니, 알고 보니 이 모든 것이 이 남자의 손바닥 안에 있었군.모든 것이 나를 수동적으로 만들었고 어떤 힘에 의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예감이 있었는데 이제야 이것이 어떤 힘인지 깨달았다.갑자기 전화벨이 우리 둘 사이
엄마는 전화기 너머로 나의 이상한 점을 알아차린 듯 다급하게 물었다.“지아야, 어디야? 왜 아직도 안 들어와?”초조한 그녀의 말투에서 걱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얼른 고개를 들어 창밖을 내다봤다. 알고 보니 이미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졌다.나는 시간이 너무 빨리지나가 나도 모르게 경탄했다. 나와 배현우가 오후 내내 여기에 있었다니.하지만 나는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문제가 많은 것 같았다.나는 얼른 마음을 다잡고 전화기에 미소를 지으며 최대한 편하게 말했다.“엄마, 사무실에서 막 회의를 마쳤는데 마침 현우 씨가 저를 데리러 와서 저희 곧 돌아갈 것 같아요.”“아, 아직도 사무실에 있어? 난 무슨 일 있는 줄 알았어.”그녀의 말투에는 의심이 가득합니다.“에이! 사무실에 있는데 무슨 일이 있겠어요. 멀쩡하니 안심해요!”“그럼 됐어. 얼른 들어와.”엄마가 당부했다.“네! 얼른 들어갈게요. 끊을게요!”나는 더 이상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서 말을 마치고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배현우는 나를 계속 쳐다보았다. 내가 감정이 격해지자 안쓰러운 듯 큰 손을 뻗어 내 머리를 그의 가슴에 기대게 했다. “괜찮아요. 다 잘될 거예요!”나는 울먹이며 말했다. “어떻게 그들을 대해야 할까요? 그들은 평생 저를 사랑했는데 제가 가짜였으니! 현우 씨, 도대체 왜 이런 거예요? 제가 어쩌다 한씨 가문에 오게 되었는지 정말 알고 싶어요.”배현우는 가슴이 쓰리고 아파하는 내 모습에 이마에 키스를 하고 눈물을 가볍게 닦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신 탓이 아니에요. 모든 일에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것들은 당신에게 너무 갑작스러웠어요.”배현우의 큰 손은 나의 아래턱을 들어 올려 나의 눈을 주시했다.“당신의 뜻을 존중할게요. 자신을 강요하지 말고 천천히 생각해도 돼요. 사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된 일인지 조사한 모든 사람도 몰라요. 당신이 서서히 기억을 회복해야만 완벽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나는 입을 삐죽거리며 속상해서 말했다.
이 '어머니, 아버지'는 그들에 대한 존중일 뿐만 아니라, 그 안에는 억울하게 생명을 잃은 설이에 대한 일종의 위로이자 배현우의 일종의 박애도 포함되어 있다.서울에서 내로라하는 사람이고 모든 사람의 눈에 도도하고, 차갑고, 난폭하고, 기세등등한 사람이지만 나에게만 냉혹한 면을 내려놓고 봄바람처럼 따뜻하고 찬란해진다.내 주변 사람에게까지도 그는 공손히 예의를 지킨다.나는 아름답고 쾌활해 보이게 순순히 세안을 했다.그리고 배현우에게 다가가 얼굴을 들어 그를 장난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집에 가요.”나의 한마디에 배현우는 매우 감동적인 얼굴로 손을 뻗어 나를 꽉 껴안았다.“지아 씨, 너무 좋아요. 나는 이날을 몇 년 동안 기다리고 기다렸어요. 나는 당신이 밖에서 떠돌아다니지 않게 매일 당신을 집에 데려가고 싶었어요. 아무리 많은 사람과 일이 있어도 나는 안심할 수 있어요.”나는 흐뭇하게 배현우의 품에 기대어 그의 가슴에 얼굴을 대었다. 마음속으로 ‘그 아름답고 밝은 미소년이 내 것이었구나’ 생각했다.지금 나는 정말 그와 함께했던 모든 시간을 떠올리고 싶었다.배현우는 나를 다정하고 바라보며 패기 넘치게 말했다. “당신만이 세상의 정상을 내 곁에서 볼 자격이 있어요!”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손을 내밀어 그의 허리를 감싸안았다.“모든 사실을 부모님에게 알리지 말아요. 내가 바로 한지아예요. 그들이 누구든, 그들의 사랑이 나로 하여금 당신을 다시 만날 수 있게 했어요. 그들은 나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조마조마하며 나를 애지중지 키웠어요. 이것은 모두 저의 재산이에요. 그들이야말로 존경받을 자격이 있어요.”“좋아요! 당신 말 들을게요!”배현우는 몸을 숙여 나의 입술에 탐욕스럽게 키스했다.“가요! 집에 가야죠!”길에서 배현우는 잃어버린 보물을 다시 찾은 듯 두 손으로 내 손을 꼭 잡았다. 핸드폰이 또 울리기 시작했다. 확인해 보니 서강훈이었다. 나는 아마도 신호연의 소식일 거라고 생각했다.나는 배현우에게 화면을 한번 보여주고 전화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