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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9화 배현우의 간절함

나는 배현우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배유정의 악랄한 사람이 어떻게 자신에게 원한으로 가득 찬 아이를 용납할 수 있겠는가. 배천석까지도 건드리는 사람이 어떻게 자그마한 아이의 협박을 두려워하고 참을 수 있겠는가.

“정말 어렸네요. 그런걸 어떻게 말해요?”

나는 그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눈을 내리깔고 나를 바라보았다. 짙은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고 얼굴에는 담담하지만 쓴웃음을 짓고 있다.

“그때 나는 당신을 찾지 못해서 마음이 급했어요. 그 어떤 법도 규칙도 상관할 바가 아니었어요. 저는 당신만 찾으면 됐으니까요.”

배현우의 말투는 따뜻했다.

나는 아랫입술을 짓씹었다. 그때 그와 갈라진 이후 내가 어떤 상태였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머리를 쿵쿵 치며 슬픔에 잠겨 말했다.

“저는 왜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을까요? 조금이라도 났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의 돌발행동에 그가 깜짝 놀라며 내 손을 잡아주었다.

“세림아. 네 잘못 아니야. 내가 널 제대로 보호하지 못해서 다치게 한 거야. 그래서 기억을 잃고 이렇게 오랫동안 잃은 거야. 이건 다 하늘이 나에 대한 벌이야...”

나는 여전히 화를 억누를 수 없었다.

“그럼 얼른 알려줘요. 내가 왜 이세림이 된 건지! 아니, 전 한지아지 이세림이 아니에요!”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마음속으로는 이세림이 나에게 남긴 나쁜 기억들에 화가 났다.

“그 가짜 이세림이 이미 이세림이라는 이름을 먹칠했다고요! 전 이세림이 싫다고요!”

“좋아요. 그럼 앞으로 한지아인 거예요!... 지아 씨, 절대 자신 탓을 하지 말아요. 탓할 거면 저를 탓해요. 제가 잘 돌보지 못한 거예요.”

배현우 역시 감정이 북받쳐 가슴 아픈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계속해 줘요. 다 알고 싶으니까.”

내가 기대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무엇이 더 궁금한데요? 물어봐요. 최대한 머리는 적게 쓰고. 지아 씨, 제가 지아 씨에게 사실을 알리지 않은 원인도 이것 때문이에요. 가끔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는 것이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가 의미심장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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