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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3화 잔인한 옛이야기

배현우가 핸드폰을 꺼내 갤러리에 들어갔다. 핸드폰을 손에 올려놓고는 잔인했던 옛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봐요. 이 사람이 진짜 임윤아에요.”

나는 사진 속의 여자아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아름다웠고 흑색의 두 눈동자는 생기 넘쳤고 웃는 모습은 찬란했다.

“어머니가 떠난 그날 밤, 저와 지아 씨는 그 텅 빈 방에 기대어 있었어요. 저는 아직도 똑똑히 기억해요. 그때의 외로움, 무력감, 그리고 두려움을.”

그가 나를 힐끗 바라보았다. 고통스러운 눈빛이었다.

“나도 무서웠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어요. 어머니는 나에게 내가 사내니까 당신을 꼭 돌봐줘야 한다고 당부했었거든요. 그곳은 시끌벅적하고 화목했었는데 어느 순간 우리 둘만 적막 속에 남겨지게 되었어요. 그 정적이 너무 조용해서 특히 소름 끼쳤었어요.”

배현우의 입꼬리가 떨려왔다. 표정에 처연함과 쓸쓸함이 가득했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다시 생각해도 무력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의 당신은 그저 제 품에서 울기만 했죠. 저도 그러고 싶었지만 감히 그럴 수 없었어요. 잠을 잘 수는 더더욱 없었죠. 어머니가 임종할 때의 모습이 계속 눈앞에서 맴돌았어요. 그때 저는 날이 밝으면 당신을 데리고 외할머니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날이 밝으면 우리가 갈라지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죠. 배유정이 왔을 때, 그녀는 집을 보러 온 것이었어요. 배유정은 집에 들어온 이후 우리를 보고는 하인들에게 호통을 쳤어요. ‘우리가 왜 아직도 여기 있는 거냐고.’ 그는 하인에게 보내버리라고 지시했어요.”

“저는 그 말이 당신을 보내라는 말인 줄은 몰랐어요. 저는 한사코 당신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죠. 데리고 외할머니집에 갈 것이라고 애원했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어요. 저는 두 눈 뜨고 당신이 그 차에 태워지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어요. 당신은 손을 뻗으며 나를 간절하게 불렀죠. ‘가고 싶지 않아. 현우 오빠... 살려줘! 갈라지고 싶지 않아!’”

이야기를 하던 배현우가 나를 꼭 껴안았다. 뚜렷한 이목구비가 창백했고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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