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환이 선보인 공법은 변화가 없었지만 그의 주위에 모인 영기는 이미 농도가 극에 달해 있었다.이 장면은 아까 도길이 처음으로 대수인 비법을 보인 상황과 비슷했다. 하지만 도길의 금강 대수인이 주는 시각적인 충격에 비해 임지환의 이 기술은 너무 평범해 보여 그다지 큰 충격을 자아내지 못했다.“대수인 수련 법결이 없으면 네 기술은 맥락도 모르고 무작정 따라 하는 우스운 기술에 불과해. 너희 셋은 물러나 있어. 내가 공격할 때 휘말려 들어 다치지 말고.”도길이 세 존자를 물러나게 한 후, 위에서 천천히 내려오는 임지환을 보며 태연자약하게 말했다. 아무리 봐도 임지환의 반격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모양인 것 같았다.도길은 원래 임지환이 목숨을 걸고 필사적으로 반격을 할지 심히 우려했지만 지금 보니 그저 허세를 부리는 것에 불과해 보였다. 영기를 아무리 많이 모아봤자 적절한 공격 방식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라고 생각했다.“너무 일찍 기뻐하는구나.”임지환은 도길의 생각을 간파한 듯 막 착지하려는 순간, 자기 주위의 영기를 모아 순식간에 날카로운 기검으로 변화시켰다.“영기를 병기로 만들다니? 저건 외팔이 검신 정천곤의 필살기 아닌가? 임 선생님이 언제 터득한 거지?”쓰러진 진운은 바닥에서 일어나 이마의 식은땀을 연신 닦으며 눈앞의 광경에 놀라워 입을 다물지 못했다.“영기를 병기로 만드는 건 검도의 작은 기술일 뿐입니다.”하지만 오양산은 진운과 달리 많이 봐 온 듯 평온한 말투로 말했다. “임 진인의 수련 정도라면 이런 기술을 터득하는 건 식은 죽 먹기죠.”영기를 병기로 만드는 것은 기술에 대한 요구가 높은 비법은 아니어서 대사 경지의 강자라면 누구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임지환이 갑자기 사용하자 도길은 이런 정황을 미리 대비하지 못해 순간 당황했다.임지환이 착지하는 순간, 이 영기를 끌어모아 만든 기검은 도길의 머리를 향해 주저 없이 내려쳤다.그러자 도길은 황급히 팔을 들어 막았다.푸슉...기검은 야들야들한 두부를 자르는 것처
이 기회를 이용해 임지환을 완전히 제거하려는 계획을 짧은 순간에 짠 것이다.“나를 죽인다 해도 너희들은 여기서 살아남지 못할 거야.”임지환은 이를 악물며 설명했다. “독을 쓴 사람은 따로 있어. 그자를 찾아내지 못하면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다 죽을 거야!”“헛소리하지 마라. 지금 당장 널 죽여주마!”전포는 임지환에게 다가가 한 손으로 그의 머리를 깨부수려 했다.하지만 다음 순간, 전포 역시 아무런 징조 없이 검은 피를 뿜어내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털썩...거의 동시에 나머지 두 명의 존자와 오양산도 차례로 바닥에 쓰러졌다.현장에 있는 사람 중, 진씨 형제와 이청월 세 명만이 아무런 이상도 없이 중독된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진 도련님, 당신은 왜 아무렇지 않은 거죠?”중독된 채 쓰러진 오양산은 옆에 아무런 이상도 없이 서 있는 진운을 경계의 눈초리로 쳐다보며 물었다.“도사님, 지금 날 의심하는 겁니까? 내가 그런 능력이 있다면 아까 그 두 명한테 겁먹고 바닥에 쓰러졌겠어요?”진운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심지어 억울해 보이기까지 했다.“이 독은... 무사에게만 작용하는 것 같아요. 일반인에게는 아무런 효과가 없는 듯해요.”이청월은 잠시 생각한 후 이런 결론을 내렸다.“계집이 결론을 잘못 내렸네. 이 독은 모든 사람에게 효과가 있어. 다만... 무술 수련도가 높고 영기를 운용이 활발할수록 독성이 빨리 발현될 뿐이야.”검은 망토를 입고 온몸이 안개에 둘러싸인 키 크고 마른 남자가 산길 위에 나타났다.“너였구나. 3 년 전, 날 포위한 자 중 네가 있었지?”검은 망토 남자가 나타나는 순간, 임지환의 눈에 차가운 빛이 번쩍였다.“하하, 내가 너와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군. 3년 전, 네가 죽은 척하고 그 상황에서 겨우 살아남았지만 결국 3년이 지난 오늘에 나 당준오의 손에 죽게 될 줄은 생각 못 했지?”당준오는 깊은 밤거리에서 어슬렁거리는 유령처럼 섬뜩한 웃음을 지으며 약을 올렸다.“아까 네가 독을 쓴 거야?” 임
“너도 시간 끌 생각하지 마. 내가 네 주변에 오랫동안 숨어 있으면서 이미 네 능력을 다 파악했어.”당준오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네 강한 실력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면 이런 번거로운 방법을 쓰지 않았겠지.”전포는 이들의 대화를 듣고서야 모든 걸 이해하게 됐다.알고 보니... 자기가 억울하게 이 둘의 싸움에 말려든 것이었다.그래서 전포는 얼굴을 굳히며 명령했다. “이건 너와 저 녀석의 개인적인 원한이지 우리와는 상관없잖아. 빨리 해독제를 줘!”“보통 때라면 너희 밀종 사람들을 보면 감히 건드리지 못했을 거야. 하지만 지금은 너희 생사가 내 손에 달렸으니 여기서는 모든 결정권이 나한테 있어.”당준오는 전포를 쳐다보며 하찮은 사람을 대하듯 거만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준오 씨, 정말 우리 밀종을 적으로 따돌리고 싶은 건가요? 해독제를 고분고분 넘겨준다면 우리가 힘을 합쳐서 임지환을 여유롭게 상대할 수 있으니 이번 중독 사건은 눈 감고 넘어가 줄게요.”중독된 후 도길의 금강 법체는 이미 해제됐다.지금 도길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숨결도 무척 약해졌다.그러나 그의 말투에는 여전히 고상한 태도가 남아 있었다.“내 기향산은 치명적인 독약이 아니야. 해독제를 먹지 않아도 열흘이나 보름쯤 휴양하면 자연히 회복될 수 있어. 그전까지는 얌전히 여기서 회복되길 기다려. 내가 임지환을 죽이고 나면 자연스레 여길 떠날 거니까.”당준오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평소의 당준오 일 처리 스타일이라면 여기 있는 사람들을 한 명도 살려두지 않았겠지만 도길을 비롯한 라마들은 천창 밀종의 존자들이라서 당씨 가문을 등에 업고 있는 당준오도 원수로 돌리기를 꺼렸다.그래서 당준오는 먼저 중요한 임무를 완수하기로 했다.“하하... 정의를 품고 있으면 자연스레 사람들이 도와주고 그게 아니면 사람들이 떠난다더니 하늘도 날 도와주는구나. 임지환, 오늘이 네가 죽기 딱 좋은 날이야.”진용은 신나서 호탕하게 웃었다.이 상황은 진용에게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최상의 결과였다.두 무리의
칼처럼 날카로운 손톱이 쉽게 공기를 갈라냈고 순간 날카로운 파열음을 냈다.“아무리 실력이 뛰어나 임지환이라 해도 중독된 이상 평범한 사람만도 못해.”“자 한 방을 정면으로 받으면 틀림없이 죽을 거야.” 이 광경을 본 밀종의 세 존자는 전부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그러나 유독 도길만이 눈빛이 순간 미묘하게 변하며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듯했다.임지환이 너무 평온해 보여 아무리 봐도 도저히 죽을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슥...당준오의 손이 임지환의 머리에 닿기 직전, 임지환의 기다란 손바닥이 허리를 스쳐 지나 반짝이는 은침 하나를 손에 잡았다.“설마 아직도 뭔가를 할 수 있는 힘을 남겨둔 건가?”임지환이 은침을 꺼내자 당준오는 순간 경계심을 느꼈다.하지만 당준오는 공격하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위잉...당준오의 손이 임지환의 머리에서 단 한 척 떨어진 곳에서 갑자기 예고도 없이 멈춰버렸다.“왜 멈췄어? 빨리 이 기회에 임지환의 대갈통을 박살 내!” 진용이 그 모습에 짜증 나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밀종 존자들도 어리둥절해하며 당준오가 무슨 속셈인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당준오는 음산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서서 이를 갈며 말했다.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내가 안 죽이려는 게 아니라 죽이고 싶어도 못 죽이는 거야!”말을 마치고 당준오는 모든 기력을 모아 다시 임지환의 머리로 손바닥을 내리쳤다.쾅!다음 순간, 둔탁한 폭발음이 들렸다.거대한 음파가 갑자기 두 사람 사이에서 터져 나왔다.아무런 대비가 없던 당준오는 그 충격으로 바로 뒤로 날아갔다.펑!당준오는 그대로 날아가 이청월의 빨간 페라리에 부딪혔고 순간 엔진 후드가 심하게 찌그러졌고 차 유리도 강한 충격으로 산산조각 났다.수억 원짜리 스포츠카가 당준오의 충돌로 폐차 직전에 이르게 되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진용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다른 사람들도 서로를 쳐다보며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인지할 수 없었다.“임지환이 중독된 상황에서
붉은 피가 당준오의 이마에서 분수처럼 솟구쳤다.쿵!당준오의 몸이 쿵 하고 바닥에 쓰러졌고 못내 아쉬운 듯 눈을 휘둥그레 뜬 채로 숨을 거두었다.“이제 너희들 차례야.”임지환은 몸을 돌려 도길 일행을 바라보았다.그 순간, 밀종 존자들은 얼음 창고에 던져진 듯한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이런 수를 써서도 저 자식을 죽일 수 없다니. 내 복수가 진짜 불가능한 건가?”진용의 얼굴은 급기야 피 한 방울도 없이 창백해졌다.거대한 공포가 진용과 존자들의 마음속에 퍼져나갔다.다들 이 모든 게 임지환의 계획 속에 있었다는 걸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임지환, 왜 미리 말하지 않았어? 괜한 걱정만 하게 했잖아!”이청월의 표정은 약간 원망스러웠다.“임 진인은 저 사람의 계책을 이용해 새로운 계책을 사용했군요. 제 가슴이 다 철렁했어요.”오양산도 긴 한숨을 쉬며 임지환에 대해 탄복하며 그에 대한 경외심이 마음속에서 더욱 커졌다.“임 선생님, 제가 요즘 열심히 무술을 연마하지 않았다면 아마 방금 그 당준오의 일격에 죽었을 겁니다.”진운은 힘겹게 바닥에서 기어 일어나며 아직도 밀려오는 두려움을 떨쳐낼 수 없었다.“이놈이 진짜 진운 씨를 죽이려 했다면 이놈이 결정적인 일격을 가하기 전에 이미 내 손에 죽었을 겁니다.”임지환은 담담하게 웃으며 태연한 태도를 보였다.“임 대사, 정말 교활하기 짝이 없네. 이번엔 우리가 진 걸로 하지. 죽이든지 살리든지 네 마음대로 해!”도길도 이젠 저항을 포기하고 체념한 표정을 지었다.다른 세 명의 존자들도 목숨까지 바칠 마음은 없었지만 현재 상황에서 도저히 반항할 수 없어 똑같이 체념했다.“난 마음을 바꿨어. 너희를 죽이진 않겠어. 이제 너희는 떠나도 되니까 얼른 가 봐.”임지환이 또 폭발적인 얘기를 꺼냈다.이런 놀라운 얘기를 듣자 존자 네 명은 전부 깜짝 놀라며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고 귀를 비비며 혹시 잘못 들은 게 아닌지 의심했다.오양산은 그 얘기를 듣자 즉시 만류했다. “임 진인, 저 라마들은 밀종의
“너희가 날 매복시킨 일에 대해 나중에 직접 밀종에 가서 따질 거니까.”“흡...”그간 수많은 풍랑을 겪은 도길도 임지환의 말에 기겁하며 차가운 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밀종이 천창에 뿌리를 내린 지 수백 년이 지났는데 그동안 아무도 밀종을 상대로 따지겠다고 나선 사람은 없었다.임지환이라는 이 젊은이는 정말 말도 안 되는 기고만장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그럼 우리는 밀종에서 임 대사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전포는 임지환을 비웃으며 비꼬았다.도길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세 명의 존자에게 단증의 시신을 수습하게 한 후 그들을 데리고 떠나려 했다.“도길 존자, 이렇게 허무맹랑하게 가버리는 건 너무 한 거 아닙니까?”진용은 자기가 데려온 든든한 조력자가 꼬리를 감추고 떠나는 것을 보고 속상하고 억울했다.“진 도련님, 이번 일로 우리 밀종은 존자를 한 명 잃었습니다. 당신은 우리가 모두 이곳에서 죽기를 바라는 겁니까?”전포는 임지환 때문에 빈정이 많이 상한 상태라서 말투도 강경하게 나갔다.“진 도련님, 임 대사는 당신이 상대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닙니다.”도길도 고개를 돌려 말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조언은 빨리 임지환과의 전쟁에서 손을 떼는 것 하나뿐입니다.”“당신들이 복수를 하지 않는 건 그렇다 칩시다. 그런데 내가 여기서 임지환의 손에 죽게 방치할 수는 없잖습니까? 나도 데려가 주세요. 그러면 우리 진씨 가문 재산의 절반을 당신들에게 기증하여 사원을 보수하도록 할 겁니다.”도길 일행을 설득할 수 없자 진용은 태도를 고쳐 곧바로 애원하기 시작했다.진용은 이 비인간적인 요괴 같은 임지환과 단독으로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돈이 아무리 많아도 목숨보다 소중하지는 않은 법. 우리는 오래 살고 싶습니다.”도길은 1초의 주저도 없이 단칼에 거절했다.아무리 많은 재산이라도 목숨이 있어야 쓸 수 있는 법이다.게다가 지금 이 상황에서 임지환과 다시 싸운다면 그야말로 죽을 각오를 해야 할 것이고 생존의 확률이
털썩!진용은 오래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무릎을 꿇고 임지환에게 애원하기 시작했다.“제발 절 죽이지 말아주세요. 임 대사가 절 살려만 주신다면 제 이름으로 된 모든 자산을 전부 임 대사에게 넘기겠습니다. 저 진용이 하늘을 걸고 맹세하겠습니다. 앞으로 절대 당신과 맞서지 않겠다고요. 심지어 제가 한씨 가문을 설득해 한재석의 복수도 포기하게 할 자신이 있습니다.”생사의 갈림길에서 진용은 결국 자신의 고귀한 머리를 숙이고 자존심도 내버렸다.진용은 체면이나 옷매무시에도 신경을 끄고 임지환 앞에 무릎을 꿇고 임지환이 혹할만한 모든 조건을 내세웠다.임지환은 발바리처럼 헐떡이며 비굴하게 애원하는 진용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원래는 네가 내 상대로 맞서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자존심도 없는 쫄보일 줄은 생각하지 못했구나. 널 죽이는 건 내 손만 더럽히는 하찮은 일이야.”진용은 그 말을 듣고 신나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퍽!그러나 몇 발짝 걷지도 못했는데 진용은 종아리에 통증을 느끼며 그대로 땅에 쓰러졌다.“임지환, 이게 무슨 뜻이야?”진용은 돌아서서 종아리에 박힌 은침을 내려다보고 급히 외쳤다.“내가 널 죽이지 않겠다고 했지 놓아준다고는 안 했어.”임지환은 진용을 내려다보며 냉담한 눈빛으로 말한 뒤 몸을 돌려 말했다. “진운 씨, 이 녀석의 생사는 진운 씨에게 맡길게요.”“임 선생님, 알겠습니다.”진운은 무겁고 엄숙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임지환에게 경의를 표했다.진운은 진용 앞에 천천히 다가가 여러 감정이 섞인 복잡한 눈빛으로 말했다. “형님,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죠?”“진운아, 이제 넌 진씨 가문의 다음 후계자야. 제발 날 놓아줘. 전력을 다해 네 가문 내의 일을 도와줄게. 우리 두 형제가 힘을 합치면 십 년 안에 진씨 가문은 연경에서 최고의 가문에 등극하게 될 거야.”진용의 눈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자기 동생이 형제 사이의 옛정을 생각해 자기를 살려줄 것이라고 내심 기대했다.진운은
“진운이 자기 형을 죽이지 않았다면 네가 어떻게 했을지 참 궁금해.” 이청월이 호기심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진운이 죽이지 않았다면 내가 직접 죽였을 거야. 다만 그러면 진씨 가문은 연경 정상에 오를 기회를 놓치게 되겠지.”임지환은 더할 나위 없이 확신에 찬 어조로 대답했다.연경 정상에 오른다는 건 연경 각 가문에게는 하늘의 별 따기와도 같이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임지환은 이렇게 어려운 일을 대수롭지 않은 말투로 담담하게 뱉어냈다.이청월은 임지환에게 푹 빠진 눈으로 바라보며 속으로 중얼댔다. “역시 내가 반한 남자야, 남자답고 너무 멋져!”“진씨 가문 일을 그만 신경 쓰고 우선 오늘 내 숙소나 정해줘.” 이청월이 장난스레 눈을 깜박이며 애교가 섞인 말투로 말했다.“또 미인계를 쓰려는 건 아니겠지?”임지환은 단번에 경계하며 이 여자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지 의심했다.“내 차가 부서졌잖아. 너희 집에서 하룻밤 자게 해주는 것도 안 되는 거야?”이청월은 가볍게 걸어가 임지환 앞에서 서서 청순가련한 표정으로 애교를 부렸다.“진운의 차가 차고에 있어. 그 차를 타고 집에 돌아가도 돼.” 임지환이 웃으며 이청월의 제안을 거절했다.“넌 정말 분위기를 파악할 줄 모르는 남자야.”이청월은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임지환을 흘겨봤지만 눈에서는 꿀이 뚝뚝 떨어졌고 임지환에 대한 애정이 넘쳐흐르고 있었다.“저기요, 두 분의 대화를 방해해서 죄송합니다.”오양산이 머리를 내밀며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흥! 방해꾼까지 나타났네.”이청월은 오양산을 아니꼽게 흘겨보며 속으로 이 노인이 정말 눈치가 없다고 욕을 퍼부었다.“청월 씨, 참으로 죄송하네요.”오양산은 서둘러 사과하며 말을 이었다. “중요한 사안이 있어서 한순간도 지체할 수 없었습니다.”“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긴장하시는 겁니까?” 임지환도 무척 궁금해졌다.“제가 항성에 있는 친구에게 알아보니 놀라운 소식을 들을 수 있었어요.”오양산은 깊은숨을 들이쉬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