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도련님 외에는...”갑자기 예고도 없이 배지수의 머릿속에 임지환의 모습이 떠올랐다.하지만 배지수는 곧 마음속에서 강력하게 부정했다.임지환은 비록 이씨 가문과 친밀한 관계를 맺었고 심지어 이청월과 연인 관계일 가능성도 높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씨 가문에 명령해 경성 그룹을 순순히 배씨 가족에 넘겨주게 할 정도는 아니었다.제아무리 이씨 가문이라 해도 돈이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지는 건 아니다.“청월 씨가 3일 후의 계약식에 널 초대하지 않았어? 그때 가서 직접 청월 씨에게 물어보면 되잖아?” 한수경이 배지수에게 중요한 사실을 다시 귀띔했다.“응, 그렇게 할 수밖에 없겠지. 제발 그날에 이 일의 진상이 밝혀지면 좋겠어.”배지수는 손에 들고 있는 계약서를 꽉 쥐었고 밝고 빛나는 눈에는 참을 수 없는 기쁨이 넘실거렸다....3일 후, 힐튼 호텔 입구.명품 차들이 셀 수 없이 많이 모여 있고 호텔 밖에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검은색 낮은 목선 드레스를 입은 배지수는 하이힐을 신고 한수경의 동행하에 천천히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두 사람은 눈앞의 광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강한시의 대다수 유명 인사들이 로비에 전부 모여 있었고 그중에는 연예계의 스타들도 적지 않게 있었다.“청월 씨는 단순한 계약식이라고 하지 않았어? 이건 계약식치곤 너무 호화로운데.” 배지수는 평소 TV에서만 보던 스타들과 재벌들이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순간적으로 장소를 잘못 찾은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어머, 이건 뻔뻔스럽기 짝이 없는 사촌 언니잖아? 너 같은 보잘것없는 영업 매니저가 어떻게 이런 고급 연회에 참석할 자격이 있는 거야? 낯가죽에 철판을 깔았나?”배지수가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을 때 조롱이 섞인 익숙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배지수가 돌아보자 연한 녹색의 얇은 드레스를 입고 요염하게 화장한 배영지가 깡패처럼 보이는 청년의 팔짱을 끼고 당당하게 걸어 들어오는 모습을 발견했다.“정말 세상 좁네!”배지수는 배영지를 흘깃 쳐다보고 쌀쌀
“미친놈아, 이거 놓지 못해?”배지수는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주변 사람들은 송우빈의 살벌한 눈빛에 위협받아 마치 눈이 먼 것처럼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누구도 실력과 사회적 지위가 막강한 송씨 가문과 맞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언니, 반항하지 말고 그냥 포기해. 우리 오빠가 찍은 여자는 한 번도 놓친 적이 없어. 비록 난 언니가 마음에 들진 않지만 우리 오빠가 널 마음에 들어 하니 나도 어쩔 수 없이 나 자신을 희생해서 너와 함께 우리 오빠를 공유해야겠어.”배영지는 짓궂은 웃음을 지으며 큰 희생이라도 하는 듯 억울한 표정을 지었지만 속으로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모든 건 배영지가 일부러 꾸민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송우빈의 여색을 밝히는 정도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잘 아는 배영지는 절세미인 배지수가 송우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모든 게 배영지의 시나리오대로 진행되고 있었다.별다른 상황이 없다면 오늘 이후로 모든 사람이 배지수가 누구나 다 마음대로 갖고 놀 수 있는 창녀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난 청월 씨가 초대해서 온 거야.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네가 감히 감당할 수 있겠어?”늑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절박한 상황에서 배지수는 급한 김에 갑자기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하지만 송우빈은 전혀 손을 놓을 생각이 없어 보였고 오히려 더욱 힘을 줘 배지수를 강제로 자기 곁으로 끌어당기며 장난스러운 눈빛을 보였다.“지지배야, 네가 뭐 인물이라도 되는 듯 해? 이청월이 뭔 대수야? 이청월이 아니라 이청월 아버지라도 내가 두려워할 것 같아? 오늘은 내가 그 이씨 가문의 소문난 잔치를 깨버리려고 여기까지 온 거야!”“그래? 누가 너한테 그런 말도 안 되는 배짱을 줬는지 참 궁금하구나.”바로 그 순간, 냉랭한 목소리가 송우빈의 뒤에서 들려왔다. 배지수가 고개를 돌려보니 문 입구에서 잘생긴 얼굴에 긴 머리칼을 흩날리며 들어오는
송우빈은 버둥거리며 힘겹게 바닥에서 일어나 살벌한 눈빛으로 이청월을 노려보았다.하지만 이청월은 송우빈이 그냥 우습기만 해서 미소를 지으며 그대로 받아쳤다.“어디 할 수 있다면 한번 덤벼봐. 우리 이씨 가문도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순식간에 이청월이 쏘아 올린 작은 공으로 현장 분위기가 후끈하게 달아올랐다.“오늘 이 계약식에 아무래도 뭔가 큰일이 일어날 것 같아.”“내가 듣기로는 최근 실력이 예전보다 훨씬 강력해진 항성 송씨 가문이 강한시에서 꽤 큰 소동을 일으키고 있다고 하던데.”“아무리 강한 용이라도 그 지역의 우두머리 뱀을 이기지 못해. 게다가 이씨 가문은 강한시의 최고 재벌로 손꼽히는 명문대가잖아. 송씨 가문이 항성에서 횡포를 부리며 다녀도 여기서는 꼬리를 감추고 이씨 가문의 눈치를 봐야 해.”여기저기서 이씨 가문과 밀착된 관계를 유지하는 상계 대부들이 이씨 가문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너희는 지나치게 한 면만 집중해 보고 있어. 송씨 가문은 상업적으로 성장한 일반 가문이 아니야. 송씨 가문은 무술 전통을 가진 집안으로 가문 내에 무술 고수들이 두 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 한 항성 상인이 참다못해 주변 사람들에게 뜻밖의 사실을 밝혔다순간,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간담이 서늘해졌다.무술 전통을 이어온 가문이라는 호칭은 송씨 가문 자체보다 더 설득력이 있었다. 이씨 가문의 편을 들던 사람 중 일부분이 약간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며 입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DCM 그룹, 유란 씨가 도착했습니다!”벨보이의 외침과 함께 모든 시선이 일제히 문 쪽으로 쏠렸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검은 생머리와 푸른 눈동자를 가진 유란은 눈 부신 달빛 드레스를 입고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크리스탈 하이힐을 신고 등장했다. 유란은 동화 속에서 걸어 나온 요정처럼 일거수일투족이 유혹적인 매력을 내뿜고 있었고 모든 남성의 마음을 확 흔들어 놓았다.하지만, 모든 사람의 예상과 달리 유란은 로비에 입장하기 전에 잠시 멈춰서 자리를 비워 주었
“이 말은 어떻게 이해해야 해?”임지환은 이청월의 말이 무척 궁금했다.“오늘 송씨 가문 사람들이 분명 말썽을 부릴 거야.”이청월은 임지환의 귀에 속삭이며 말했다. “네가 계속 겸손하게 허허 웃으며 나오면 체면을 구기는 건 나 혼자만이 아니야.”두 사람은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다정하게 속삭이며 친밀한 연인 같은 모습을 보였다.게다가 방금 유란 조차 임지환에게 예우를 다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던 귀빈들은 임지환의 정체에 대한 의문을 더 크게 가졌다.이 장면을 목격한 배지수는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잡으며 알 수 없는 질투심이 마음속에서 솟아올랐다.비록 배지수와 임지환은 이미 이혼한 사이지만 여자가 남자에 대한 소유욕은 여전히 강했다.한수경은 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배지수를 보며 혹시나 딴생각이라도 할까 봐 귀에 대고 귀띔했다. “지수야, 너 또 착각하면 안 돼. 네 지금 신분이나 위치로 볼 때 임지환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다음 생에라도 너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될 수 없어.”“언니, 오해하지 마세요. 저 연애에 눈이 먼 바보가 아니에요.”배지수는 웃으며 해명에 나섰다. “단지 임지환이 여자를 이용해서 출세하는 방식이 싫을 뿐이에요.”“이 청월 씨가 도대체 임지환의 어떤 면에 반해서 이토록 체면을 지켜주는 거야? 임지환이 정말 뭔가 남모르는 특기라도 있는 건 아닐까?”한수경은 의미심장한 주장을 펼치며 음흉한 눈빛으로 배지수를 바라보았다.배지수는 한수경의 눈빛에 온몸이 불편해졌고 얼굴이 살짝 붉어지며 물었다.“언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나한테 굳이 숨길 필요까지 없잖아. 임지환이 그쪽 일이 특별히 뛰어난 게 맞지? 아니면 어떻게 이씨 가문 큰아가씨가 저런 한 푼도 없는 가난뱅이를 좋아하겠어?”한수경은 진지하게 분석하며 자기주장이 더 확고해졌다.‘음, 그것도 장점 중의 하나이긴 하네.’“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는 거야?”배지수는 즉시 얼굴이 확 달아오르며 빨개지고 호흡도 덩달아 살짝 가빠졌다.남녀 사이의 속궁
“이 종은 댁이 다시 꽁꽁 싸매서 가져가는 게 좋겠어. 네 잘난 두 아들이 전부 뒈졌으니 네 임종을 지켜줄 사람도 없을 테니까, 안 그래?”임지환은 송진국 앞에 다가가서 느긋하게 말했다. “어디서 굴러온 놈이 감히 내 앞에서 개소리를 치고 앉아 있어?” 송진국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임지환을 꾸짖었다. 원래 엄숙하고 냉랭하던 얼굴에 한층 더 차가운 기색이 돌았다.“내가 누군지 궁금해? 난 그냥 청월 씨 소속 경호원일 뿐이야.”임지환은 웃으며 대답했다.송진국은 그 말을 듣고 냉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어 이청월에게 도발적으로 말했다.“청월 씨, 보아하니 이씨 가문에 쓸만한 사람이 전혀 없는 모양이군요. 이런 하찮은 인간을 자기 신분에 맞지 않는 큰 무대에 올리는 걸 보니.”“보아하니 송 선생님이 내가 생각했던 만큼 신통한 분이 아닌 것 같군요. 당신이 제대로 사전 조사하지 않은 것 같은데, 이 부하는 싸움 실력이 대단한 경호원이에요.”말을 마치고 이청월은 임지환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이 기회를 빌려 송 선생님에게 한 번 실력을 보여줘 봐. 송 선생님에게 여태껏 못 본 세상을 보여드리게.”“난 단지 한마디만 했을 뿐인데 즉흥적으로 연기하며 이 상황을 즐기고 있네.”임지환은 속으로 투덜거리며 이청월을 말릴 수 없다는 듯 난감한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난감해하는 표정이 송진국의 눈에는 임지환이 겁먹어 감히 나서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별 볼 일 없는 경호원이 대단하면 얼마나 대단하겠어? 그렇게 대단한 실력이라면 내 두 부하와 한 판 붙어 실력을 증명해 봐.” 송진국은 거만한 태도로 임지환을 부추겼다.이청월의 의도적인 유도 덕분에 임지환의 정체를 모르는 사람들은 다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더니 이게 웬걸? 그냥 흔히 볼 수 있는 찌질이구먼!”“이씨 가문은 인재가 이 정도로 고갈된 거야? 한낱 경호원을 내세워 이씨 가문의 체면을 세우다니, 말도 안 되는 상황이잖아.”사람들의 조롱에도 임지환은 평온
두 사람이 주먹을 날리는 순간, 임지환도 천천히 주먹을 하나 날렸다.겉보기에는 매우 느긋한 주먹이 정확히 강력한 주먹 두 개를 보기 좋게 막아냈다.그리하여 세 주먹이 맞닿아 있는 상태를 이루게 되었다.펑!펑!짧은 충돌 후, 두 경호원이 끊어진 연처럼 공중으로 붕 뜨면서 날아가 버렸다.“내 눈이 잘못된 건가? 저 사람이 한 방에 송씨 가문의 경호원을 날려버렸잖아.”“그렇게 자신만만한 이유가 다 있었구나. 보니까 실력이 확실히 좀 있는 것 같아.”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두려움과 존경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임지환을 바라보았다.비싼 돈을 퍼주고 고용한 경호원이 상대방에게 너무 쉽게 당하는 것을 보고 송진국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으락푸르락해졌고 꽉 쥔 주먹에 힘이 더 들어갔다.이청월은 이 상황이 몹시 만족스러운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송 선생님, 아직도 여기서 소란을 피우실 건가요?”“청월 씨, 경호원 하나 믿고 우리 송씨 가문을 무시하는 건 큰 실수입니다. 게다가, 오늘 내가 여기 온 이유는 저 경호원이 아닙니다.”송진국은 말을 마치고 현장 사람들을 쓱 훑어보고는 냉랭한 목소리로 외쳤다.“오늘 난 항성 송씨 가문을 대표해서 임 대사와 정식으로 싸움을 요청하러 왔습니다!”“임 대사와 싸움을 요청한다고? 송씨 가문이 이번에는 마음을 단단히 먹은 것 같군.”“송씨 가문이 너무 자만하는군. 임 대사는 전설 속의 무술 대가야. 아무나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소문에 의하면 그 임 대사와 이씨 가문이 되게 가까운 사이래. 그 소문이 사실일 줄은 몰랐네.”송진국의 벼락이 떨어진 것 같은 통보를 듣자 현장에 있던 손님들이 전부 수군거리며 의견이 분분했다.한편 임지환의 진짜 신분을 아는 일부 사람들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임지환을 바라보았다.하지만 임지환은 여전히 무심한 태도로 서 있었고 자기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송씨 가문 가주가 분노가 폭발해 정신이 나갔나 봐. 임 대사에게 도전하다니 제정신인 거야? 이번에 송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아마도... 그 임 대사는 홍 시장 딸의 목숨을 무시하진 않겠죠?”송진국은 비열하게 웃으며 손가락에 낀 옥반지를 휙 돌렸다.“송진국, 너 정말 비열하긴 짝이 없구나! 서연 씨를 인질로 삼다니, 너 그렇게 살지 마!”이청월은 송진국이 홍서연을 인질로 삼은 사실을 듣고 분노가 치밀어 올라 쌍욕이 나갔다.“도량이 좁으면 군자가 아니요, 배짱이 없으면 장부가 아니야. 게다가 내 두 아들이 전부 그 녀석의 손에 죽었는데 내가 홍서연을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자비를 베푼 거야, 알겠어?”송진국의 미소가 더욱 비열해졌고 치사한 본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했다.“청월 씨, 난 할 말은 다 했어. 이제 그 임 대사에게 연락할 시간이야. 얼른 연락해!”말을 마치고 송진국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아예 털썩 앉아 흥미로운 얼굴로 와인 한 잔을 들어 천천히 홀짝였다.상대방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것을 확신했기에 송진국은 전혀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송씨 가문 사람들은 정말 비겁하구나. 누군가의 목숨을 인질로 삼고 임 대사를 내놓으라고 호통하는 걸 보니.” 한수경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흥분하며 말했다.“홍서연은 홍 시장의 딸이잖아. 송씨 가문이 겁이 없긴 없구나. 이렇게 대담한 일을 저지르는 걸 보니. 임 대사가 이런 비겁한 상대를 만나다니 불안해 죽겠어.”배지수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너도 임 대사가 굉장한 사람이라고 했잖아. 그렇게 쉽게 당하지는 않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계약식이 끝나기를 기다려 청월 씨에게 가서 정확한 상황을 물어보는 게 중요해.”한수경이 옆에서 부드럽게 위안했다.배지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긴장된 눈빛으로 로비 상황을 주시했다.“송진국, 사실 임 대사는 계속 여기 있었어, 네가 눈이 멀어 못 알아봤을 뿐이지.”이청월은 송진국을 비웃으며 쌀쌀한 말투로 말했다.“구라 치지 마! 임 대사가 여기 있다면 왜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는 건데? 설마 우리 송씨 가문이
물끄러미 생각에 잠긴 사람은 비단 배지수뿐만이 아니었다. 현장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임 대사라는 사람이 도대체 누구일지 은밀히 추측하고 있었다. 임 대사의 진짜 정체를 아는 사람들만이 눈치채지 못한 척하면서도 가끔씩 몰래 임지환을 훔쳐보곤 했다.수십 명이 모여 있었지만 각자의 속내는 천차만별이었다.“오늘은 우리 YS 그룹과 DCM 그룹의 계약 체결식입니다. 송 대표님, 당신의 사적인 원한은 의식이 끝난 후에 천천히 얘기해도 늦지 않습니다.”이성봉이 가볍게 헛기침하며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오늘 이 계약식은 그냥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해요. 십억 달러는 하루 뒤면 YS 그룹의 계좌로 이체될 겁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떤 버르장머리가 없는 사람이 감히 임 선생님을 모욕했다는 것입니다. 난 정말 궁금하군요. 당신네 송씨 가문은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이렇게 나대는 건지!”줄곧 냉정하게 상황을 지켜보던 유란이 천천히 걸어가 송진국 앞에 멈춰 섰다.“당신네 송씨 가문이 항성에서 미쳐 날뛰어도 말리는 사람이 없으니 눈에 뵈는 게 없나 봐요. 여기 강한시에서도 멋대로 소란을 일으켜도 된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입니다. 설마 강한시 시장인 이 홍진이 아무 능력도 없는 허수아비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죠?”홍진이 화난 눈빛으로 송진국을 노려보며 따졌다.“우리 이씨 가문이 당신네 송씨 가문만큼 세력이 어마어마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두려워 부들부들 떨고 그러지는 않아요. 임 대사와 싸우려면 당신의 실력을 충분히 평가해 보고 큰 결단을 내려야 할 겁니다.”이성봉 또한 입을 열어 굵직한 한마디를 보탰다.순식간에 세 사람이 뜻을 모아 송진국에게 압박을 가했다.송씨 가문의 가주인 송진국은 당황한 나머지 말문이 턱 막혀버렸고 무더운 날씨 때문에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홍 시장과 이 가주가 힘을 모아 공격하는 걸 보니 송씨 가문이 일으킨 이 소란은 이제 슬슬 마무리될 때가 된 것 같군.”“아쉽긴 하네... 결국 임 대사의 등장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