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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화

“왜 널 풀어달라고 빌지 않아?”

임지환은 정천곤의 태도를 의아해했다.

이 노인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살고 싶은 욕망이 굴뚝같았는데 왜 목숨을 포기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방금 깨달았어. 난 이제 완전히 쓸모없는 사람이 됐다는 걸 말야.. 살아있어도 죽은 거나 다를 바 없어. 이 바닥에서 뒹굴던 애송이도 결국 나이 들어 별 볼 일 없는 노인이 된다고 하더니, 네 손에 죽는 것도 내 운명이라고 믿어. 나중에 네가 검문에 갈 수 있다면 꼭 날 대신해 영월의 묘에 향 세 개를 올려줘.”

말을 마치고 정천곤의 눈빛이 빠른 속도로 흐릿해졌다. 생존 욕구를 철저히 잃은 게 분명해 보였다.

임지환은 한숨을 쉬며 손을 들어 정천곤의 백회혈을 내리쳤다.

그러자 반보 선천의 고수였던 정천곤은 순식간에 숨이 끊겼다.

“내가 검문에 가서 피비린내 나는 복수를 할 기회가 생긴다면 네 소원도 함께 이뤄줄게.”

임지환은 잠시 정천곤의 시신을 바라보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 영감도 꽤나 기개가 있네요. 비굴하게 살 바엔 깔끔하게 죽는 걸 선택하는 걸 보니.”

유란이 옆에서 덩달아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대사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은 대부분 자부심이 가득한 사람들이야. 비록 이 노인은 날 곤경에 빠뜨린 적이었지만 시신이 들판에 버려지도록 가만히 둘 수는 없어. 좋은 무덤 자리를 찾아서 묻어주도록 해.”

임지환은 유란에게 신신당부했다.

“네, 용주님!”

유란이 대답하고 나서 다시 입을 열었다.

“방금 홍 시장님이 오셔서 중요한 일이 있으니 용주님과 상의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래? 마침 송씨 가문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궁금했는데 잘됐네.”

임지환은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지하실을 떠났다.

홍진은 이미 거실에서 임지환을 기다린 지 오래되었다.

홍진은 뜨거운 냄비 위의 개미처럼 거실을 서성거리고 있었고 안색도 좋지 않을뿐더러 얼굴색은 매우 어두웠다.

“임 대사, 드디어 나오셨군요. 큰일 났어요. 이번에 송씨 가문이 칼을 갈고 우리를 덮칠 모양입니다.”

임지환이 나타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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