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열해!진짜 너무 비열해!원래 오늘은 한재석이 임지환을 겨냥해 꾸민 함정이었고 이 함정을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웠었다.임지환의 실력이 아무리 강해도 이곳에 들어오면 날개가 달리지 않은 이상 도망갈 수 없을 것이다.그런데 임지환이 예상외로 상식을 깨고 그들에게 먼저 기습을 가한 것이다.“난 사람을 구하러 왔지 무술 대회를 하러 온 게 아니야. 너희와 하나씩 천천히 교전한다면 그보다 더 멍청한 짓은 없겠지.”임지환은 뒷짐을 지고 무식한 바보를 보는 듯이 정천곤을 바라봤다.“흥, 네 총은 일반 무사에게나 통할 뿐이야. 내가 널 죽이는 건 닭 잡는 것처럼 쉬워.”정천곤의 눈썹이 살짝 올라가고 눈빛은 마치 예리한 칼처럼 살기가 번졌다.쾅!정천곤이 천천히 한 발짝만 내디뎠는데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바닥이 갑자기 격렬하게 흔들렸다.탕!백 미터 밖에서 마치 죽음의 유령처럼 총알 한 발이 정천곤의 머리를 향해 날아왔다.하지만 총알이 발사되자마자 정천곤은 이미 예견한 듯이 살짝 머리를 옆으로 돌렸다.단지 그 미세한 움직임으로 정천곤은 총알을 가볍게 피했다.탕!총알이 정천곤의 머리를 스쳐 지나가 홀 안의 플라즈마 TV를 산산조각 냈다.“이 노인의 감지 능력이 이 정도로 무시무시할 줄이야. 총알까지 이렇게 쉽게 피할 줄 몰랐네.”백 미터 밖 고목 꼭대기에 숨어 있던 유란은 깊은숨을 들이쉬고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유란은 이 세상에 총알보다 더 빠르게 반응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탕!하지만 정천곤은 마치 마당에서 산책하듯 유유히 구궁보법을 밟으며 다시 한번 총알을 피했다.정천곤의 총알을 피하는 움직임은 누가 봐도 감탄할 만한 경지였다.“이... 이건 신령님이나 보일 수 있는 기적이야. 무술 대가도 이 정도는 할 수 없어.”“설마 정 어르신은 이미 대종사 경지에 이르렀나?”“대종사가 아니더라도 이 둘을 죽이는 건 식은 죽 먹기일 거야. 아무리 봐도 오늘 우리는 그냥 들러리에 불과할 거야.”그 자리에 있는 무술가들은 전부
말을 마치자마자 정천곤은 모든 내공을 손바닥에 집중시켰다.콰직...정천곤은 오양산이 오랜 공을 들여 어렵게 제련한 장홍검을 이렇게 맨손으로 부러뜨렸다.“커흑!”장홍검이 부러지는 순간, 멀지 않은 산 위에 숨어있던 오양산은 가슴이 마치 벼락을 맞은 것처럼 거대한 충격을 받아 와락 피를 토해냈다.오양산은 청산 별장을 바라보며 허약하고 기진맥진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오랜만에 진짜 강적을 만났군, 임 진인이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않았다면 내가 전투에 개입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을 거야.”그러고 나서 임지환에 대한 걱정이 마음속에서 이내 솟아올랐다.오양산은 이 막강한 실력을 갖춘 고수 앞에서 임지환이 이번에도 무사히 곤경에서 벗어나 승리를 거머쥘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오늘 여기 오길 참 잘했어.” “정 대부가 20년 동안 자취를 감췄지만 실력이 20년 전보다 더욱 놀라운 수준으로 진화되었을 줄이야.”“진운과 임지환은 오늘 죽음을 피할 수 없겠군.”“딴 건 모르겠고 이렇게 꽃같이 예쁜 여자도 죽어야 한다는 게 너무 아쉬워요. 한 도련님, 이 여자를 저한테 주시면 안 될까요?”세모꼴 눈에 키가 작고 뚱뚱한 무사가 군침을 삼키고 변태처럼 두 손을 문지르며 배지수를 바라봤다.“너희가 저 임지환을 죽이기만 하면 이 여자는 너희들 마음대로 해도 좋아.”한재석은 호탕하게 웃으며 무사들과 약속했다.“다들 계속 가만히 보고만 있을 거야? 무사들의 도의나 양심은 개나 줘 버려.”“간 큰 놈은 배불러 죽고 간 작은 놈은 굶어 죽는댔어. 현상금 40억을 위해서라면 난 목숨도 걸겠어!”순식간에 그 자리에 있던 무사들은 일제히 소란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임지환과 진운은 바로 모든 공격의 표적이 되었다.“갑시다!”임지환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진운을 데리고 빠르게 홀을 떠났다.“뭐야? 설마 도망치려는 거야?”정천곤의 눈빛이 차가워지며 몸이 번개처럼 빠르게 움직여 공중에 수많은 잔상을 남겼다.“우리도 따라가 보자, 어쩌면 운 좋게 큰
펑!의식이 점차 희미해지던 배지수는 갑작스러운 총성과 함께 현실로 돌아와 정신을 차렸다.온 힘을 다해 눈을 떠보니 조금 전 텅 비었던 거실에 갑자기 늠름하고 씩씩한 자태의 여인이 보였다.“악!”오만함이 하늘을 찌르던 한재석은 왠지 오른손을 부여잡고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자세히 보니 총알 하나가 한재석의 손바닥을 관통해 손에서 피가 뚝뚝 떨어져 바닥을 붉게 물들였다.극도로 허약한 상태에 있던 배지수는 이 끔찍한 장면을 보자 설상가상으로 바로 기절해 버렸다.저격총을 든 유란이 빠르게 다가와 배지수의 숨결을 확인했고 단순히 기절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그제야 깊게 숨을 내쉬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다행히 용주님이 이 상황을 정확히 예견한 덕분에 이 여자에게 일어날 큰 봉변을 무사히 피해 갔네요”“교활하고 비겁하기 짝이 없구나, 임지환! 내가 아무리 치밀하게 계획을 짜도 결국 네놈의 무사들을 밖으로 유인하는 함정에 걸려들었구나.”한재석은 극심한 통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말끔한 정신 상태로 침착하게 눈앞의 상황을 판단했다.한재석은 눈앞에 서 있는 미모가 뛰어난 혼혈 미인을 보며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았다.“너도 그렇게 멍청한 놈은 아니구나.”유란이 웃으며 말했다. “근데 지금 눈치챘다고 해도 이미 늦었어.”“늦긴 뭘 늦어? 임지환은 지금 수십 명의 무사들에게 쫓기고 있어. 더군다나 그 무리 중에는 검신 정 어르신까지 포함되어 있지. 맹세컨대 임지환은 오늘을 무조건 넘기지 못할 거야!”한재석은 가소로운 표정으로 냉소를 지었다.“용주님이 직접 나서지 않는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대학살을 벌이고 싶지 않아서야. 용주님이 나서면 이 정도 사람들, 아니, 이 사람들이 두 배로 늘어나도 모조리 쓸어버릴 수 있어, 알겠어?”유란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설마 이 모든 게 임지환의 함정이란 말이야?”유란의 태연자약한 모습을 보며 전혀 의심하지 않던 한재석도 내심 동요하기 시작했다.그러나 정천곤의 신통한 능력이 떠오르자
“조심하세요!”임지환은 진운을 거칠게 끌어안고 발끝을 땅에 대고 힘을 줘 디딘 후 몸을 공중으로 날렸다.펑!검기가 폭발하는 순간 거센 광풍이 일어나며 조금 전 임지환이 서 있던 나뭇가지를 송두리째 베어버렸다. 그리고 바로 임지환이 내려앉는 순간, 외팔 검신 정천곤이 수풀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왔다.양손 손가락을 검처럼 모아 독수리가 하늘을 치는 듯한 자세로 강렬한 검기를 실어 임지환의 목을 겨누고 공격을 들이댔다.임지환은 아직 공중에 떠 있었기 때문에 피할 방법이 있을 수 없었다.펑!임지환은 한 손으로 진운을 잡고 다른 손으로 손바닥을 휘둘렀다.손끝과 손바닥이 맞닿는 순간, 진운은 마치 10급 태풍의 한가운데에 있는 것처럼 귀가 먹먹해지고 몸이 강한 바람에 시달리며 뼈까지 진통이 전해졌다.“이런 씨X 미친 영감탱이가 진짜 귀신보다 더 끈질기구나!”평소 점잖던 진운도 이 긴급한 순간에는 욕설을 내뱉지 않을 수 없었다.펑!하지만 진운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정천곤이 다시 공격을 개시했다.“우르릉...”정천곤의 절단된 팔의 소매가 갑자기 바람 없이 거세게 흔들리더니 빈 소매에서 수많은 검기가 한순간에 폭우처럼 쏟아져 나왔다.이때 임지환은 이미 공중에 있었기 때문에 피할 방법이 없었다.검기가 활에서 쏘아진 화살처럼 정확히 임지환의 몸에 박혔다.임지환의 평상복은 검기에 갈기갈기 찢어져 누더기가 되었고 날카로운 검기가 폭발하는 순간 임지환의 몸에는 수많은 상처가 생겼다.상처에서 피가 쉼 없이 흘러내려 임지환의 찢어진 옷을 붉게 물들였다.“임 선생님, 괜찮으세요? 버틸 수 있겠어요?”진운은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임지환을 알고 지낸 지 오래되었지만 이 정도로 다친 모습은 처음 봤기 때문이다.“작은 상처일 뿐이에요. 걱정 마세요.”임지환은 고개를 저으며 부인했지만 이미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작은 상처라고? 뒈질 때가 되어서도 강한 척하네. 네가 얼마나 더 허세를 부릴 수 있는지 한번 보자!”정천곤은 임지환이 다친
“정 대부님, 저 자식과 뭘 더 얘기할 필요가 있어요? 그냥 죽여 버리면 되잖아요.”“정 어르신이 손을 더럽히고 싶지 않으시면 우리가 기꺼이 대신 죽이겠어요!”“개를 막다른 골목에 몰아넣었으니 이제 저 둘은 개죽음을 당하는 일만 남았죠.”정천곤이 모집한 무사들은 너도나도 시도해 보려고 소매를 걷고 있었다.조금 전, 무사들은 임지환이 아무런 반격 시도도 없이 정천곤에게 완전히 참패당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그런데 현재 이렇게 큰 이름 모를 강이 임지환의 길을 막고 있으니 하늘조차 임지환을 멸망시키려는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누구도 이 공도 세우고 목돈도 벌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여러분, 당신들이 수고를 마다하고 여기까지 온 이유는 아무래도 돈을 벌기 위해서일 겁니다. 만약 지금 여기서 물러난다면 제가 각자 4억 원씩 드리겠다고 약속하겠습니다.”진운은 평정심을 되찾고 차분하게 말했다.“헉! 진 도련님이 이렇게 통 크게 보상금을 내건다니. 각자 4억 원이라면 거의 400억이라는 거금이잖아.”“진운은 워낙 진씨 가문의 예정된 상속인이야. 자기 목숨을 400억에 사는 건 그리 손해를 보는 장사는 아니지.”진운은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어마어마한 돈을 내걸었다.물론, 어마어마한 돈이 가져온 효과도 확실했다.현장에 있던 거의 60명 정도의 무사들은 이미 마음이 흔들렸고 이 기회를 틈타 자기 명성을 크게 떨치려는 몇몇 무사들조차도 망설이는 눈치를 보였다.참전하지 않고 큰돈을 받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완벽한 거래는 없었다.정천곤은 망설이는 무사들을 쓱 훑어보고 냉랭하게 웃으며 귀띔했다. “이 대가리에 똥만 들어찬 놈들아, 지금 돈을 받는다고 치자. 시간이 좀 지난 후에 진씨 가문에서 과연 복수하지 않을까? 오늘 이 상황에서 저 둘을 죽이지 않으면 아무도 편히 발을 펴고 잘 수 없을 거야!”무사들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멍해 있다가 곧 다들 큰 도리를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맞아, 원한은 이미
“50% 실력으로 이 포위망을 뚫고 나가겠다고? 네가 아직 꿈에서 깨지 못했구나.”정천곤은 연신 비웃으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윙윙...갑자기 현장에 있던 무사들의 검들이 모두 진동하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이건... 검도 최고 경지인 검전 공명이야!”“정 어르신은 역시 검문 정통 제자다워. 검술 수련은 실로 밑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어.”“우리의 도움이 필요 없겠어. 정 어르신이 손가락 하나만 살짝 움직여도 저 둘이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개죽음을 당할 수 있을 테니.”현장에 있던 검도 고수들은 다들 정천곤의 실력에 감탄하며 혀를 끌끌 찼다.모두의 칭찬을 들은 정천곤은 얼굴에 더 진한 미소를 띠고 손가락으로 검결을 맺으며 큰 소리로 외쳤다. “만검살!”그러자 검들이 사나운 기세로 떨어지는 소나기처럼 임지환과 진운을 향해 내리꽂았다.정천곤의 유검술은 오양산의 유검술보다 훨씬 정교하고 탁월했고 감히 비길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임 선생님!”메뚜기 떼처럼 사납게 몰려오는 검우를 보며 진운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경악한 표정으로 임지환을 바라보았다.“거 참 시시한 기술이군!”임지환은 공중을 꽉 채운 검우를 마주하고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고 천천히 한 발짝 내디딘 후, 두 손을 들어 올려 체내의 영기를 응집시켜 보이지 않는 방패로 변환시켰다.“저 녀석이 미쳐 돌아버린 건가? 맨몸으로 저 검우를 맞서려고 한다고?”“대사라고 해도, 아니, 밀종의 금강보살이라 해도 검우 앞에서는 온몸이 산산조각 날 거야.”그 무사들은 임지환의 기이한 행동을 보고 조롱과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오직 정천곤만이 거만한 눈빛을 조금 거두고 얼굴에서 미묘한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펑펑...다음 순간, 촘촘히 밀집된 검우가 한꺼번에 두 사람한테 쏟아졌다.강가의 바위는 검기의 영향을 받아 끊임없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폭발했다.검기와 바위가 터지는 소리가 어우러져 십 리 내외에 연기가 자욱하게 퍼졌다.“이 정도 위력의 검우가 쏟아지는데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이번 판은 우리가 졌지만 아직 섣불리 기뻐하지는 마라. 내가 너를 죽이기만 하면 모든 게 다 끝나.”정천곤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워졌고 살벌한 살기가 넘쳐 흘렀다.이 순간, 정천곤은 이미 승산이 없다는 걸 눈치챘다. 뭔가 특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자신도 죽음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오호라? 보아하니 아직 비장의 무기가 남아 있나? 숨기지 말고 얼른 꺼내 보지 그래.”임지환은 담담하게 웃으며 약을 올렸다.“혈제!”단 두 글자였지만 천근만근의 무게가 실린 듯 무거운 기운이 담겨 있었다.술법의 이름이 공개된 후 정천곤의 일곱 구멍에서 끔찍한 피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나왔다.정천곤의 눈동자는 핏빛으로 변했고 원래 마른 체형은 풍선처럼 점점 부풀어 올랐다.찌지직!옷이 찢어지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산산조각 난 옷자락은 나비처럼 하늘하늘 공중을 날아다녔다.이 말라비틀어진 정 노인은 무사들의 시선 속에서 무려 2미터 가까운 근육질의 거한으로 변했다.“오늘 여기서 네 목숨을 걸고 덤벼들 생각이야?”이 기이한 광경을 보고 임지환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진운도 참지 못하고 깊은숨을 들이쉬며 충격을 받은 목소리로 임지환에게 물었다.“저 영감이 도대체 무슨 요술을 부렸길래 한순간에 철탑 같은 거인으로 부풀 수 있는 겁니까?”“내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면 저 영감은 혈맥을 자극하는 어떤 비법을 사용했을 거예요. 검문의 제자에 어울리는 대단한 실력을 갖췄군요.”임지환은 모든 것을 이해한 듯 정신을 집중해 정천곤을 빤히 쳐다봤다.“네놈을 죽이기 위해 난 단번에 10년의 수명을 소진했어.”정천곤은 험악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내 혈제 비법 공격을 받고 죽을 수 있다면 너도 만족해야 할 거야!”“으르렁!”말을 마치고 정천곤은 야수 같은 외침을 내뱉었다.그의 몸은 마치 중형 탱크처럼 우람졌고 놀라운 기세로 임지환에게 돌진했다.쿵쿵...정천곤이 점점 가까워지자 요란한 소리가 터지면서 진운은 고막이 터질 듯 심한 통증을 느껴 본능적으로
“감히 용주님을 건드리는 자는 이 자리에서 죽여버릴 거야!”생사를 넘나드는 이 위기의 순간, 수많은 그림자가 숲속에서 튀어나왔다.영사 열다섯 명이 거의 동시에 숲에 도착했다.영사들은 무기를 들고 임지환의 곁에 서서 정천곤의 발걸음을 막았다.불과 10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이 여인들은 뿔뿔이 도망간 무사들을 전부 깔끔하게 처리한 것이다.여인들의 무기에 묻은 시뻘건 피를 보며 정천곤은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댔다. “저 녀석들이 이 정도로 쓸모가 없을 줄은 몰랐군. 너희 같은 이마에 피도 마르지 않은 풋내기 계집년 손에 죽는 걸 보니.”“영사를 과소평가하는 자는 이 자리에서 죽여버릴 거야!”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열다섯 명의 영사는 포위망을 형성하며 주저하지 않고 정천곤을 향해 빠르게 공격을 개시했다.“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 계집들아. 그럼 내가 기꺼이 죽여주지.”눈이 시뻘겋게 물든 정천곤도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며 맞서 공격을 개시했다.정천곤은 주먹과 발을 휘두르며 영사들의 단검을 무시하고 맨몸으로 영사들과 맞서 싸웠다. 주먹을 한 번 내지를 때마다 영사 한 명이 바로 중상을 입고 바닥에 쓰러졌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영사들은 조금도 겁에 질려 물러서지 않았다.영사들의 임지환에 대한 충성은 오래전부터 이미 생사를 초월한 것이었다.하지만 현실은 참혹했다. 불과 3분도 안 되는 사이에 열다섯 명의 영사가 전부 정천곤을 이겨내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지금 정천곤은 맨몸의 힘만으로도 대종사에 버금가는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하찮은 개미들을 전부 처리했으니 이제 오늘의 주인공을 모셔봐야겠구나.”정천곤은 거대한 바위 속에 미동도 하지 않고 박혀 있는 임지환을 바라보며 서슬 퍼런 살기를 내뿜었다.“멈춰라!”쓰러진 영사들이 영혼을 끌어모아 울부짖으며 다시 싸우려고 바닥에서 몸부림쳤지만 정천곤의 주먹에 당한 후유증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비록 영사들이 화진급의 고수일지라도 당장은 다시 몸을 움직여 전투에 개입할 수 없었다.“거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