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37화

작가: 박성호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오양산도 추문철이 무술 실력이 변태적으로 강할 뿐만 아니라 호흡을 숨기는 술법도 터득했을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이로써 추문철이 화해하거나 좋은 의도로 찾아온 게 아니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네가 여기에 네 실력을 과시하려고 온 거라면 장소를 잘못 선택했어.”

임지환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며 침착한 태도로 유유하게 입을 열었다.

“흥, 애송이치곤 실력이 좀 있는 건 인정해. 아까 공항에서는 무기를 착용하지 않았기에 네가 내 빈틈을 제대로 노릴 수 있었던 거야. 무기를 착용한 지금 네가 날 과연 이길 수 있는지 어디 한번 보자.”

추문철은 말을 끝내고 등에 메고 있던 하얀색 천으로 감싼 물건을 벗었다.

순식간에 은색 장창이 사람들의 시선에 들어왔다.

장창은 눈부신 은색이 빛났고 서늘한 기운을 발산했다.

몇 미터 떨어져 있더라도 다들 장창에서 퍼져 나오는 얼음처럼 서늘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장창은 좋은 장창이지만 네 실력으로는 내가 맨손으로 상대해도 넌 여전히 내 상대가 아니야. 네가 10년 동안 장창 기술을 연마했다면 내게 맞설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난 너 하나 죽이는 건 쥐새끼를 죽이는 것보다 더 쉬워.”

임지환은 장창을 보고도 여전히 침착한 태도로 뒷짐을 지고 유유하게 말했다.

“헛소린 그만 집어치워. 내 용운창이 뭐 단순한 장식인 줄 알아?”

추문철은 콧방귀를 끼며 입꼬리를 치켜올리며 말을 이었다.

“넌 아직도 선천 대사가 뭘 의미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구나.”

임지환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숨을 내쉬었다.

“너 참 세상일을 다 통달한 것처럼 건방지구나.”

추문철은 어이없다는 듯 임지환을 조롱했다.

“네가 진짜 선천 대가라면 아까 공항에서 내가 몇 걸음 물러난 것만으로 간단하게 당하지 않았을 거야.”

“난 네가 나이도 많은 것 같고 해서 양보한 것뿐이야. 내 실력으로 널 진짜 죽일 수 없다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임지환은 눈을 가늘게 뜨고 냉소를 지었다.

“네가 날 죽일 수 있는지는 내 용운창에게 물어봐.”

추문철도 더 이상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은침 날리는 용왕   제338화

    “방어를 뚫어버려!”추문철은 팔의 핏대를 세우며 고함을 질렀다. 체내의 혈기가 소용돌이치며 파도처럼 요란한 소리가 뿜어나왔다.이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조차 추문철이 전력을 다한 것이란 걸 알아챌 수 있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문철의 장창은 여전히 임지환의 방어를 깨지 못했다.“펑!”마침내 추문철의 손에 들려있던 운철로 만들어진 용운창은 굽어지는 낌새가 보이기 시작했다.“포기해, 넌 내 상대가 아니야.” 임지환은 쌀쌀한 말투로 일침을 날렸다.얼굴에 핏기가 일렁이는 추문철은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미쳐 발광하는 사람처럼 위협했다.“내가 널 죽이지 못할 것 같아? 으악!”추문철의 목구멍에서 격렬한 외침이 터져 나왔고 용운창은 심각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쨍그랑!”이 힘이 극치에 달하자 임지환 앞에 있던 영기로 이루어진 방패는 마침내 우렁찬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하지만 추문철이 기뻐할 틈도 없이 거대한 충격파가 갑자기 그의 앞에서 폭발했다.“펑!”추문철은 줄이 끊어진 연처럼 터져버린 영기 충격파에 의해 멀리 날려갔다.이 무술 대가는 무척이나 난감하게 저택 마당에 사정없이 내팽겨쳐졌다.“임 선생님은 그저 서 있는 것만으로도 무술 대가를 쉽게 이길 수 있군요.”진운은 이 보기 드문 놀라운 장면을 보며 충격을 받아 눈알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임 진인은 진짜 천하무적이군요. 이건 뭐 무술 새내기도 아니고 무술 대가인데 개 패듯이 패는 군요.”오양산은 마른침을 삼키며 저도 몰래 욕설을 퍼부었다.짧은 교전이 끝난 후 오양산은 추문철이 자기보다 훨씬 강한 고수라는 걸 알아챘다.그런데 임지환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공격하지 않고 제자리에 서서 추문철을 허공에 날려버린 것이다... 이건 오양산의 인지를 넘어서 이해할 수 없는 경지에 들어선 상황이다.이제부터 오양산의 눈에 임지환은 진정한 신령과 별반 차이가 없는 사람이다.“멍하니 서서 뭐해요? 저 영감이 죽었는지 확인하러 가야 하지 않겠어요?”임지환은 돌아서서 차분하게 말했다.

  • 은침 날리는 용왕   제339화

    “쉬이익...”저택 전체에서 숨을 깊이 들이쉬는 소리가 들려왔다.임지환은 불굴의 기념비처럼 제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아무도 임지완이 내뱉은 말의 신빙성을 의심할 엄두를 내지 않았다.“넌 인제 그만 가 봐. 근데 무기는 두고 가야 해.”임지환이 단호하게 축객령을 내렸다.추문철은 임지환의 손에 들린 용운창을 보며 깊이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 “이 창은 내가 가장 아끼는 무기야. 원하는 게 있다면 이러지 말고 시원하게 밝혀.”“네 무기를 두고 가는 건 방금 무례하게 날 찾아온 죄에 대한 벌이야.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네 목숨도 쉽게 가져갈 수 있는데 굳이 이럴 필요가 있겠어?”임지환은 미소를 지으며 용운창의 손잡이를 어루만졌다.“방금 난 방심한 거였어. 근접 전투라면 네가 나를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야.” 추문철이 후회가 섞인 말투로 불만스럽게 말했다.“널 죽이지 않는 건 네가 여기까지 오는 게 쉽지 않았다는 걸 알기 때문이야. 그렇다고 해서 내가 널 죽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거든.”말을 마치자 임지환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임지환은 몸을 빠르게 움직여 순간 이동이라도 한 듯 한순간에 몇 미터를 횡단했다.추문철이 반응했을 때 용운창의 창끝이 그의 목에 닿아 있었다.식은땀이 추문철의 이마에서 주르륵 흘러내렸다.추문철은 무술 대가의 경지에 들어선 후 처음으로 죽음의 기운을 느꼈다.게다가 자기를 이 곤경에 빠뜨린 사람은 이미 명성이 자자한 대사도 아닌 젊은 후배였다.이렇게 거대한 심리적 격차는 추문철에게 깊은 무력감을 안겨주었다.심지어 추문철의 무술에 대한 강인한 신념도 크게 흔들렸다.“날 여기서 죽여라! 네 손에 죽는 게 나중에 늙어 죽는 것보다 백 배는 낫겠어.”이 순간, 추문철은 십 년은 더 늙은 것처럼 초췌해 보였다.임지환과의 이 교전은 추문철의 무술 대가로서의 자부심을 완전히 부숴버렸다.“널 죽이지는 않겠어. 하지만 이 창은 두고 가. 네가 선천의 경지에 이르면 그때 다시 이 창을 가져가.”추문철의 예상과는

  • 은침 날리는 용왕   제340화

    진운이 옆에서 분석하기 시작했다.비록 진운도 임지환의 방식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추문철을 진짜 죽여버린다면 분명 진용의 미친 듯한 보복을 불러일으킬 것이다.“무기에도 영혼이 있어요. 임 진인, 그 창이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저에게 주세요.”오양산은 임지환의 손에 있는 용운창을 바라보며 군침을 꿀떡 삼켰다.“어르신은 이미 장홍검을 소유하고 있지 않나요? 이 창은 왜 필요한가요?”임지환은 진운을 향해 말했다. “진운 씨는 무술을 연마해야 하지 않나요? 이 창은 일단 진운 씨가 가지고 있어요. 추문철이 돌아오면 그때 돌려주도록 하죠.”말을 마치고 임지환은 오양산의 섭섭해하는 표정을 무시한 채 용운창을 진운에게 건네주었다.“감사합니다, 임 선생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진운은 용운창을 받으며 보물이라도 받은 듯 기뻐했다.옆에서 오양산은 부러움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임지환만 없었다면 오양산은 어떤 수단을 이용해서라도 이 용운창을 차지했을 것이다....“진 도련님, 추 대사가 과연 임지환을 죽일 수 있을까요?”한재석은 산 정상의 별장 옥상 테라스에서 강화시의 야경을 내려다보며 진용에게 물었다.잘라둔 쿠바 시가를 한 대 피우던 진용은 깊게 한 모금 들이마시고는 뭔가에 심취한 표정을 지었다.“대사도 각자 등급이 따로 있는 법이죠. 삼촌은 고대에 있었다면 분명히 천 명을 상대할 수 있는 걸출한 인물일 거예요. 그런 분이 임지환 하나쯤 죽이는 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을 거예요. 문제는 그 후에 이씨 가문과 우리 할아버지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는 점이죠.”진운은 다리를 꼬며 말했다.한재석은 돌아서 경멸이 섞인 미소를 지었다. “사람이 이미 죽었는데 그들이 아무리 우리를 원망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그것도 맞는 말이에요. 청룡타운의 땅은 내가 해결할 방법을 찾아보겠어요. 이 진성이란 녀석은 똑똑해서 외국으로 도망갔어요. 이 자식을 찾아내려면 꽤 고생해야겠네요.”청룡타운의 땅은 명목상으로는 여전히 진가 그룹이

  • 은침 날리는 용왕   제341화

    성천 병원.“배지수, 여기서 악어의 눈물을 흘리며 거짓 자비를 베풀지 마. 네 물건을 챙겨서 당장 꺼져!”“네가 바로 재앙의 화신이야. 너 때문에 우리 오빠가 식물인간이 됐어! 이제 네 가족을 끌고 와서 우리를 조롱하려는 거야?”배전중과 배영지의 거친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형님, 그 말은 좀 지나쳤어. 지수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요. 게다가... 인국이 몰래 손을 쓰지 않았더라면 임지환을 자극할 일도 없었을 거잖아요.”배전무가 서둘러 딸을 변호했다.“큰아버지, 인국 오빠 일은 제 잘못이 맞아요. 하지만 제가 일부러 그런 건 정말 아니에요. 저도 진짜 억울해요.”배지수도 억울해서 참을 수 없었다.유옥진이 딸의 소매를 당기며 냉랭하게 말했다. “착한 우리 딸, 저분들이 우리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는데 우리도 그만 진심을 보여주느라 애쓰자.”“누나, 저 사람들을 측은하게 생각하지 마세요.”배준영은 참지 못하고 나지막하게 투덜댔다. “저 사람들은 60억이라는 거금을 받았잖아요. 우리가 전혀 걱정할 필요 없어요.”“닥쳐!”배전중은 화를 이기지 못하고 배준영에게 귀싸대기를 날렸다.“형님, 왜 이러는 거예요?”배전무는 형님의 행동에 깜짝 놀라며 당황해서 어쩔 바를 몰랐다.“왜 이러는 거겠어? 네 아들놈 입조심하라고 가르친 거야. 화는 입에서 나온다는 도리도 모르고 말이야. 그리고 너희들, 이 일이 이렇게 끝났다고 생각하지 마. 그 60억은 이씨 가문의 일방적인 말뿐이야. 인국이 평생 깨어나지 못하면 너희를 절대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야, 알겠어?”배전중은 이를 악물며 또박또박 말했다.“사람을 때리고도 당당하네요? 나중에 시아주버니 제사를 지낼 사람이 없을까 봐 우리 아들한테 화풀이하는 거예요?”아들의 편을 들어주려는 마음이 가득한 유옥진이 소리쳤다. 아들이 맞는 걸 보니 너무 가슴이 아파 참을 수 없었다.“뭐라고?”배전중은 유옥진을 살기 어린 눈빛으로 쏘아보며 말했다. “방금 네가 한 말, 그게 진심이야? 그 말 때문에 내가

  • 은침 날리는 용왕   제342화

    배지수는 마치 불 위에 놓인 것처럼 속이 바질바질 타들어 갔다.“큰조카, 이제 그만 연기하고 얼른 지분을 내놔.”배전중은 배지수를 힐끗 보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안 그러면, 너희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장담 못 할 거야.”“큰아버지, 그게 무슨 뜻이에요?” 배지수는 얼굴이 굳어졌다.“내 가문의 후계를 끊었으니 내가 너희 가문을 멸망시킬 거야. 그깟 지분이 네 가족의 목숨보다도 더 중요해?”배전중의 눈에는 마치 야수와 같은 피의 광기가 서려 있었다.“그건...”배지수는 조급한 마음에 눈에 눈물이 핑 고였다.바로 그때, 문이 누군가에게 세차게 열렸다.한재석이 모두의 시선 속에서 문을 밀치며 들어왔다.“배 사장, 이렇게 지수 씨를 밀어붙이는 건 너무 비겁한 짓 아닌가요?” 한재석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한 도련님, 이건 우리 배씨 가문의 집안일이니 끼어들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배전중의 표정이 살짝 변했지만 그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이 일이 나 때문에 벌어진 일인데 왜 못 끼어든다는 거죠? 마음이 불편하고 불만이 넘치면 그 불만을 내게 털어놓으세요. 자기 가족을 괴롭히는 게 당신 실력이에요?”말을 마치고 한재석은 돌아서 배지수를 보며 말했다. “지수 씨, 안심하세요. 제가 있는 한 배 사장이 함부로 굴지 못할 겁니다.”한재석은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이 일은 자기가 책임지고 수습하겠다고 선언하는 것 같았다.“흥, 배지수, 너 운이 좋은 줄 알아. 한 도련님이 네 편을 들어주는 건 예상하지 못했어.” 배전중은 참지 못하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좋아, 지금 당장 네 지분 5%를 양도하는 계약서를 작성해. 그러면 이 일은 끝난 걸로 봐주지.”“큰아버지, 지금 한 약속을 꼭 지키시길 바랍니다.” 배지수는 이를 악물고 이 제안에 동의했다.5%의 지분이 적지 않지만 이 까다로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불안하면 지금 당장 계약서를 작성해. 우리도 여기서 계약서에 사인할 테니까.”배전중은

  • 은침 날리는 용왕   제343화

    “내가 이렇게까지 공들인 이유는 다름 아닌 바로 그 잡놈 임지환을 처치하기 위해서죠.”한재석의 눈빛이 갑자기 미쳐버린 듯 변했고 눈에서 독기가 이글거렸다.조금 전까지의 모든 일은 한재석과 배전중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을 뿐, 목적은 단 하나였는데 바로 순리롭게 배지수에게 접근하기 위해서였다.배지수와 접근해서 우회적으로 임지환을 겨냥하는 것이었다.“한재석, 날 엿 먹이기 위해 이렇게 애를 썼다니, 정말 대단하군.”문이 갑자기 열리며 훤칠한 체형의 사람이 천천히 들어왔다.“임지환, 네가 왜 여기에 왔어?”한재석의 웃음이 순간 그대로 얼굴에 얼어붙었다.“원래는 이씨 가문을 대신해서 돈을 전해주러 왔는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군.”임지환은 주머니에서 수표 한 장을 꺼냈다.그리고 배전중 부녀 앞에서 그 20억짜리 수표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임지환, 이게 무슨 짓이야?”배전중은 임지환이 수표를 찢는 걸 보고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며 분노했다.임지환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쩔 엄두를 내지는 못했지만, 배전중은 임지환에게 귀싸대기를 두 대 정도 날려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자기 가족을 팔아넘기는 너 같은 인간 말종은 불쌍하게 여길 필요도 없어. 괜히 와서 시간만 낭비했군.”임지환은 유감스러운 듯 고개를 저었다.이성봉이 수표를 작성해서 배씨 가문에 전해달라고 임지환에게 부탁했는데 뜻밖에도 여기 오자마자 한재석의 음모를 엿들을 수 있었다.“그럼 얘기를 잘 나눠 봐...”상황이 심상치 않자 한재석은 슬그머니 병실을 나가려고 했다.하지만 아쉽게도 병실을 나서기 전에 임지환이 한재석의 어깨를 눌렀다.“한재석, 그렇게 서두를 필요 없어.”순식간에 한씨 가문의 도련님인 한재석은 어깨에 천근의 무게가 느껴지며 꼼짝 못 하게 되었다.“임지환, 여기는 병원이야. 여기서 일을 벌이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생각해 봤어?”한재석의 얼굴이 어두워졌다.“그럼 네가 판을 짜 배지수를 속일 때, 그 결과를 생각해 본 적은 있어?”임지환

  • 은침 날리는 용왕   제344화

    한재석은 임지환이 이 정도로 대담할 줄은 꿈에도 상상할 수 없었다. 피할 틈도 없이 임지환에게 뺨을 정통으로 얻어맞았다.“짝!”생생한 귀싸대기 소리가 병실 전체에 울려 퍼졌다.“너...”배전중은 큰 충격을 받고 멍하니 서서 말을 잇지 못했다.한재석의 뺨이 서서히 부어올라 얼굴이 잔뜩 찌푸려졌다. 한재석은 이를 악물고 차갑게 말했다. “임지환, 네가 정말 죽고 싶어 안달이 났구나!”“임지환, 너 한 도련님을 때릴 정도로 간이 부었어? 한씨 가문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기나 알아?” 배영지가 옆에서 겁주듯 말했다.임지환은 배영지를 힐끗 보고 유유하게 말했다. “말 안 해도 다 알아. 이 녀석이 한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걸. 그렇다고 해도 날 건드렸으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해.”“하하, 어디서 허풍을 떨어? 네가 뭐라도 되는 것 같아? 넌 그저 이씨 가문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을 뿐이야. 근데 제아무리 이성봉이라 해도 한씨 가문을 건드릴 용기는 없어.” 배전중은 비웃으며 차갑게 말했다.“배씨 가문이 지금껏 제자리걸음인 이유가 바로 너 같은 병신들 때문이야. 내가 언제 이씨 가문의 덕을 봤다고 그래?”임지환은 귀를 후비며 눈앞에서 한마디씩 주고받는 부녀를 노려봤다.“말만 해봐야 소용없어. 네가 진짜 능력이 있으면 애당초 체면이고 자존심이고 다 버리고 배씨 가문의 데릴사위로 기어들어 올 필요도 없었겠지.” 배전중은 경멸의 눈빛으로 쏘아붙였다.임지환이 배씨 가문과 관계가 끊어진 지 오래되었지만 배전중에게는 임지환이 여전히 배씨 가문의 데릴사위로 보였다.“지금까지도 네가 얼마나 큰 오해를 하고 있는지 전혀 인지하지 못했구나.”임지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배전중 쪽으로 걸어갔다.“경고하는데, 허튼짓하려고 생각하지 마!”지금까지 강경한 태도를 보이던 배전중은 바로 당황하기 시작했다.한재석까지 때린 이 녀석이 또 어떤 선 넘는 사단을 벌일 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다.임지환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배전중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난 이래

  • 은침 날리는 용왕   제345화

    배지수는 감정이 격해져 원수를 대하는 것처럼 임지환을 노려봤다.“네 큰아버지가 반복적으로 널 해치려 했고 한재석과 짜고 널 속이려 했어. 내가 제지하지 않고 구경만 한다면 이 사람이 널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이려 할지도 몰라.”임지환은 차분한 목소리로 조리 있게 설명했다.“지수야, 이 녀석의 헛소리에 넘어가지 마. 분명 이 녀석이 기회를 틈타 그동안 참아왔던 폭행을 저지른 거야. 이 자식은 나뿐만 아니라 한 도련님과 영지까지도 죽이려고 해.”배전중은 경악한 표정으로 해명하며 심지어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맞아요, 지수 씨가 제때 도착하지 않았다면 여기 있는 사람들이 전부 임지환의 손에 죽었을 거예요.”한재석도 옆에서 불난 집에 부채질했다.두 사람이 한목소리로 연기하는 것을 본 임지환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보아하니 내가 방금 너무 살살 다뤘나 보군. 아니면 너도 배인국처럼 만들어 줄까?”“임지환, 이제 그만둬! 아직도 성에 차지 않았어?”배지수는 임지환을 향해 소리쳤다. “내가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당장 여기서 나가! 그렇지 않으면 나도 옛정이고 나발이고 하나도 신경 쓰지 않을 거야.”그러고는 한재석을 향해 진심을 담아 사과했다.“한 도련님, 걱정 마세요. 여기 일은 제가 알아서 수습할게요.”“지수 씨를 전적으로 믿을게요. 제가 볼 때... 임지환이 저에 대해 뭔가 오해가 좀 있는 것 같군요.”한재석은 일부러 임지환을 향해 가식적으로 사과하는 척했다.“전에 널 불쾌하게 한 일이 있었다면, 진심으로 사과할게.”한재석은 억울한 피해자 역할을 아주 생동하게 그려냈다.“연기는 괜찮은데 아쉽게도 아직은 발 연기야.” 임지환은 고개를 저었다.“임지환! 내가 예전에는 널 단지 무능한 남자라고만 생각했지만 그래도 인성은 바른 줄 알았어. 하지만 이제는 너에게 완전히 실망했어.”배지수는 쌀쌀한 표정과 혐오감이 가득한 눈빛으로 임지환을 바라봤다.하지만 임지환은 전혀 개의치 않고 그 시선을 무시했고 빠르게 한재석 앞으로 다가가서 바로 발

최신 챕터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7화

    자리에 앉은 후, 양쪽은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마쳤다.“민수 씨, 보아하니 이 지역 사람은 아닌 것 같네요?”임지환은 아무렇지 않은 척 슬쩍 물었다.육민수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목을 적시고 말했다.“저는 백운산에서 내려왔습니다. 이번에 내려온 건 여행을 통해 자신을 단련하기 위해서입니다.”“여행이라고요?”임지환은 순박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육민수를 보며 살짝 놀란 듯 물었다.“맞습니다, 이번이 산에서 처음 내려오는 겁니다.”육민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스승님께서 배울 건 거의 다 배웠으니 나머지는 여행을 통해서만 성장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그래요? 그렇다면 민수 씨는 은둔한 검수란 말이군요. 근데 민수 씨 등에 멘 그 상자 속에는 대체 어떤 절세 명검이 숨겨져 있는 겁니까?”임지환은 차를 든 채로 무심하게 말했다.윙!임지환의 말이 끝나는 순간, 맞은편에 앉아 있던 육민수의 표정이 돌연 엄숙해졌다.육민수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임지환을 노려보며 물었다.“당신은 대체 누구입니까?”“왜 그러죠?”임지환이 담담하게 되물었다.“어떻게 내 상자 속에 검이 들어 있는 걸 알았습니까? 설마 날 계속 미행해 온 겁니까?”육민수는 칼집에서 칼날이 뽑혀 나온 듯한 기세를 뿜어내며 사람을 압도하는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발산했다.“진정해요, 난 당신에게 악의는 없어요.”임지환은 아무렇지 않은 듯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느긋하게 말했다.“왜 내가 상자 속에 있는 게 명검이란 걸 아는지 궁금한가요? 내가 그냥 추측한 거라면 믿을 수 있나요?”“믿습니다.”몇 초 동안 고민하던 육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임지환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민수 씨, 당신은 생각보다 훨씬 똑똑하군요.”육민수는 임지환을 지긋이 바라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당신도 생각보다 훨씬 더 속이 깊은 사람이군요.”“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자세히 들어보고 싶군요.”임지환은 육민수에게 차를 따라주며 말했다.“세속의 일반인들은 그렇게 쉽게 검수의 존재를 알아채지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6화

    “넌 누구야? 이 녀석을 감싸려는 거야? 내 신발은 200만 원짜리 신발이야. 네 몸에 걸친 그 싼 구제 옷이랑은 비교도 안 된다고.”장해수는 임지환을 힐끔 보며 코웃음을 쳤다.비록 임지환은 육민수보다 훨씬 더 정상적인 사람 같아 보였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걸친 걸 다 합쳐도 10만 원이 넘지 않을 것 같았다.장해수는 이런 사람은 신경 쓸 필요도 없다고 여긴 것이다.“겨우 200만 원 갖고 이렇게 화내? 큰돈도 아니잖아.”이때 이청월이 뒤따라와 말했다.그러고는 손에 들고 있던 샤넬 가방에서 돈뭉치를 꺼내어 바로 옆 빈 테이블에 올려놓았다.이청월의 행동은 아주 자연스럽고 매끄러웠다.“헉... 이렇게 예쁜 여자가 있었나?”장해수는 임지환이 가리고 있던 시야에서 벗어난 이청월을 보자마자 시선을 이청월 몸에서 뗄 수 없었다.식당 안에 있던 다른 남자 손님들도 이청월의 뛰어난 외모를 보며 잠시 넋을 잃었다.이렇게 아무런 성형 수술 흔적도 없이도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여성은 요즘 시대에 참 보기 드물었다.사람들의 시선은 곧 임지환의 저렴한 옷차림으로 옮겨졌고 속으로는 질투가 활활 타올라 임지환을 모욕하기 시작했다.“또 여자 등쳐먹는 기생오라비야? 저렇게 예쁜 여자가 왜 저런 녀석이랑...”“아가씨 체면을 봐서 이 돈은 받아둘게. 근데 이건 만 원이 안 되잖아.”장해수는 순식간에 돈을 세어보곤 다시 빈정거렸다.그 돈뭉치는 60만이었고 장해수가 요구한 금액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었다.“네가 신은 신발이 진품이라 해도 최대 40만 원 정도일 거야. 더군다나 너 그거 짝퉁이잖아.”이청월은 냉정하게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60만 원이면 충분하고도 남아.”“밥은 아무렇게나 먹어도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돼. 무슨 증거라도 있어? 내가 신은 신발이 짝퉁이라는 걸 입증할 증거 말이야.”장해수는 이청월의 정곡을 찌르는 말을 듣고 내심 당황했다.사실 이 신발은 장해수가 8만 원 주고 산 고퀄리티 짝퉁이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절대 그걸 인정할 수 없었다.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5화

    “손대지 마!”남자가 황급히 소리쳤지만 이미 한발 늦었다. 하얀 머리 청년은 손으로 검은 천을 살짝 벗겨냈다.윙!임지환은 갑자기 오싹한 냉기가 식당을 감도는 기묘한 기운을 느꼈다.다시 집중해서 감지하자 그건 다름 아닌 예리한 검기였다.남자는 하얀 머리 청년의 손목을 꽉 잡았고 아까와 달리 부드럽던 눈빛이 확 차갑고 날카로워졌다.“내 물건에 손대지 마. 안 그러면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남자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고 하얀 머리 청년의 손을 밀어내고는 다시 조심스럽게 검은 천을 덮으며 소중한 물건을 다루듯 정성스럽게 접었다.그 과정을 마친 후, 남자의 차가웠던 눈빛은 다시 온화하고 순박한 모습으로 돌아왔고 조그마한 살기도 없는 사람처럼 무난해 보였다.“겨우 너덜너덜한 상자 하나 가지고 뭘 그렇게 유난이야?”하얀 머리 청년은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날 이렇게 툭 쳐놓았으면 적어도 사과는 해야 하는 거 아니야?”“어떻게 사과하면 되겠어?”남자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 이 신발은 한정판이야. 200만 원이 넘는다고. 근데 네가 이렇게 더럽게 만들었으니 내가 어떻게 신고 다니겠냐고?”하얀 머리 청년은 뻔뻔하게 말했다.“그럼... 내가 어떻게 하길 원해?”남자는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자기가 잘못한 게 맞다고 인정하는 듯했다.하얀 머리 청년 장해수는 흡족한 표정으로 웃으며 남자를 내려다봤다. 이 남자가 마을에서 처음으로 시내로 올라온 촌스럽고 순진한 사람이라 살짝 겁주기만 하면 쩔쩔맨다는 걸 알아차렸다.“간단하지. 신발값 물어내.”장해수는 의자를 하나 끌어다 앉아 다리를 꼬았다.“난... 돈 없어.”남자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이제야 남자는 돈이 없으면 영웅도 꼼짝 못 한다는 말이 실감 나는 것 같았다.“돈 없다고? 돈도 없으면서 음식점에 들어와? 난 네가 진짜 돈이 있든, 없든 하나도 상관없어. 오늘 신발값 물어내지 않으면 경찰 불러서 널 잡아넣을 거야.”장해수는 계속 몰아붙였다.“이 사람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4화

    “안 돼, 꼭 한 입 먹어봐. 안 그러면 내가 직접 먹여줄 거야.”이청월은 고귀한 신분을 자랑하는 여왕처럼 임지환에게 명령하듯 말했다.“그럼... 알았어.”이청월의 기대에 찬 눈빛을 보며 임지환은 마지못해 한 입 떼어먹었다.“어때? 너무 맛있지?”이청월은 기대에 가득 차서 물었다.“괜찮네...”임지환은 대충 웃어넘기고는 이내 물었다.“얼마나 더 걸을 거야?”“왜? 벌써 지친 거야?”이청월은 앞을 내다보고는 웃으며 말했다.“저 앞에 괜찮아 보이는 식당이 있는데 저기서 저녁 먹고 호텔로 가는 게 어때?”“그러자!”임지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세 번 절하고 아홉 번 꿇는 것까지 견뎠는데 이 정도는 문제도 아니었다.두 사람은 함께 운우 골목에 위치한 “천향 식당”에 들어갔다.식당 내부는 고풍스럽게 꾸며져 있었고 값비싼 홍목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다. 심지어 최고급 백단향이 타오르고 있었다.아마도 이 과시적인 분위기에 관광객들이 약간 눌린 것인지 레스토랑 내부는 손님이 많지 않아 비교적 조용했다.임지환과 이청월은 2층에 올라가 자리를 잡고 음식을 주문했다.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심심한 이청월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놀고 있었다.임지환은 본능적으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곧 시선을 한 사람에게 고정했다.임지환의 시선을 잡은 사람은 식당 입구에 서 있던 한 남자였다.임지환이 특별한 취향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 남자가 너무 독특했기 때문이었다.남자는 우람진 체형에 날카로운 눈매와 눈동자를 가졌고 온몸에서 강렬한 고수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하지만 그 남자는 딱 봐도 특이한 헝겊으로 된 긴 상의와 긴 바지를 입고 있었고 발에는 헝겊신을 신고 있었다.남자의 등에는 길쭉한 상자를 검은 천으로 싸서 메고 있었는데,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었다.그 기묘한 차림 덕분에 임지환은 물론, 주위 사람들의 시선도 당연히 한 몸에 받았다.하지만 남자는 부끄러운 듯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고 식당 안쪽을 향해 바라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3화

    “나더러 제자를 받으라고?”임지환의 표정이 묘해졌다.전에 소태진이 제자 타령하더니 이번엔 이민재가 이러네...임지환은 이 노인들이 그렇게도 할 일이 없는 건지 궁금해졌다.“안 받아!”임지환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거절했다.이민재는 임지환이 이렇게 단칼에 거절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해 잠시 멍해졌다.이래 봬도 명의라 불릴 만큼 명성이 자자한 자기가 어디를 가든 분명 환영받고 존중받을 정도인데 임지환에게 이토록 매정하게 거절당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거절하는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이민재는 조심스럽게 이유를 물었다.“넌 너무 늙었고 못생겼잖아. 내가 원하는 건 미인이란 말이야. 그런데 내가 어떻게 너한테 관심이 생기겠어?”임지환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네?”이민재는 입이 떡 벌어져 말을 잇지 못했다.설마 자기가 단호하게 거절당한 이유가 늙고 못생긴 데다 미인이 아니기 때문일 줄이라니, 놀라울 따름이었다.이청월이 옆에서 웃으며 입을 열었다.“영감, 내가 좋은 방법 하나 알려줄까?”“무슨 방법인데요?”이민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물었다.“외국에 가서 성전환 수술하고 얼굴 리프팅까지 하고 오면 돼. 그러면 내가 임지환에게 널 제자 삼으라고 말해볼게.”이청월은 말을 마치자마자 배를 잡고 웃음을 터트렸다.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허청열과 화도윤도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고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체면을 생각해서 억지로 웃음을 참았다.“당신들... 이건 너무하잖아요! 제자를 안 받는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사람을 모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이민재는 눈을 부라리며 씩씩댔고 분노가 가득 찬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평생 힘들게 쌓아온 명성이 오늘 하루 만에 모두 날아가는 기분이었다.“아직도 모르겠어? 내가 널 제자로 안 받는 이유는 네가 미인이 아니거나 늙어서도 아니야.”임지환은 조금 모자란 바보를 보는 듯한 눈빛을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그럼 도대체 왜 안 받는 겁니까?”이민재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2화

    “알겠습니다, 임 대사, 정말 고맙습니다. 도윤아, 날 대신해서 임 대사를 정성껏 대접해라!”화연평은 그제야 임지환의 말을 따라 침대에 편안하게 누우며 화도윤에게 조용히 당부했다.임지환과 이청월도 더 이상 화연평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고 방을 나섰다.“임 선생님, 제가 자인 호텔에 방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지금 당장 사람을 보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화도윤이 싱글벙글 웃으며 얼른 쫓아 나와 임지환에게 말했다.“필요 없어. 우리가 직접 거기로 갈 테니 넌 여기서 화 장군님을 잘 돌봐.”임지환은 손을 흔들며 거절했다.“임지환, 우리가 간만에 금릉에 왔잖아. 제대로 한 번 쇼핑도 하고 맛있는 것도 사 먹자.”이청월은 지금 상황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그래, 네 말대로 하자.”임지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잠깐! 두 분, 멈춰주세요!”두 사람이 막 떠나려 할 때 이민재가 허겁지겁 뒤쫓아왔다.“이 침왕, 아직도 볼 일이 남았나요?”화도윤의 이마에 주름이 잡히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아까 이민재가 저지른 실수 때문에 아버지가 자칫 죽을 뻔했으니 화도윤의 마음속엔 여전히 이민재에 대한 불만이 남아 있었다.이민재가 의술로 유명하지 않았다면 이미 저택에서 쫓아냈을 것이다.“임 선생님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이민재는 아까와는 다르게 공손한 태도로 존댓말까지 써가며 말했다.“부디 가르침을 부탁드리겠습니다.”“뭘 묻고 싶은 거야?”임지환은 귀찮다는 듯이 물었다.“화 장군님 체내의 사악한 기운을 도대체 어떻게 제거하셨는지 궁금합니다.”이민재는 진심으로 지식에 굶주린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제가 침을 놓을 때 장군님 체내의 생기를 운용해 분명 어느 정도 효과를 보였는데 왜 결국엔...”“내가 왜 너에게 말해줘야 하지?”임지환이 이민재의 말을 끊었다.“그건...”이민재는 그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임지환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굳이 자기에게 말해줄 필요가 없다는 걸 이민재는 알고 있었다.“저는 의사로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1화

    “아악!”비명이 또 방에서 들려왔고 이번엔 더 고통스럽고 무시무시했다.“날 들여보내 주세요!”화도윤은 방 안에서 들려오는 처절한 비명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화 회장님, 죄송합니다만, 그럴 순 없습니다.”허청열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화도윤을 막아섰다.“허 교관! 넌 정말 이대로 우리 아버지를 죽게 내버려두겠다는 건가?”화도윤의 눈은 핏발이 서서 당장이라도 누군가를 물어뜯을 것 같은 야수 같았다.“저도 물론 장군님이 돌아가시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임 선생님 외에는 누구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임 선생님이 허락하기 전까지는 누구도 들어가게 놔둘 순 없습니다.”허청열은 이를 악물고 단호하게 말했다.옆에 있던 이청월의 얼굴도 창백해졌다. 방 안에서 들려오는 비명이 너무나도 끔찍했기 때문이었다.“이대로 가다간 나조차도 장군님의 생명을 지탱하기 어려울 겁니다.”이민재는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내 생각엔 먼저...”“끄악!”다시 한번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고 방 안은 곧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고 더 이상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화도윤과 허청열은 그대로 굳어버렸고 할 말을 잃었다.“어휴... 이젠 무슨 말을 해도 늦었습니다.. 당신들, 사람을 잘못 믿은 겁니다.” 이민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끼익...”바로 그때, 임지환이 문을 열고 나와 태연한 표정으로 물었다.“방금 뭐가 늦었다고 했어?”“넌 실력도 부족하면서 괜히 잘난 척하다가 화 장군님을 네 손으로 죽인 거야. 이제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보겠어.”이민재는 냉랭하게 비웃으며 재밌는 구경이라도 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임 선생님...”허청열이 조심스럽게 앞으로 다가와 조급한 얼굴로 물었다.“걱정 마, 장군님 체내의 사악한 기운은 내가 이미 완전히 제거했어. 이제 장군님 생명에는 더 이상 지장이 없을 거야.”임지환은 표정 변화도 없이 차분하게 대답했다.“정말입니까?”“임 선생님, 그 말씀, 정말입니까?”화도윤과 허청열은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0화

    “만약은 절대 없습니다!”화도윤의 눈빛이 갑자기 날카로워지며 은은하게 살기가 서렸다.“이 영감탱이가 아직도 제정신이 아니네. 말을 왜 이 따위로 해? 네가 실력이 바닥을 친다고 해서 임지환 실력도 바닥을 친다는 도리는 없잖아!”이청월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임지환을 깎아내리는 말이라 곧바로 받아쳤다.“이 버릇없는 계집, 닥치지 못해? 난 아직 네 죗값도 묻지 않았어!”이민재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손을 들었다.“이 침왕, 자중하십시오.”둘을 지켜보던 허청열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이청월 앞을 막아섰다.허청열의 몸에서 칼날이 칼집에서 막 빠져나오기 직전인 듯 날카로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좋아요, 저 녀석이 진짜 화 장군님을 살려낸다면 이 부러진 손은 그냥 넘어가 주겠습니다. 하지만 살려내지 못한다면 화 선생은 더 이상 이 일에 관여하지 않길 바랍니다.”이민재는 속으로는 불만이 가득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이민재도 바보는 아니었기에 허청열과 싸워봤자 손쉽게 당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콜록콜록...”방 안에서 갑자기 거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그 기침 속에는 피를 토하는 소리까지 섞여 있는 듯했다.화도윤의 얼굴이 굳어지며 안으로 뛰어들 듯이 몸을 움찔했다.그러나 허청열이 화도윤을 막아섰고 고개를 저으며 냉정하게 말했다.“화 회장님, 임 선생님의 허락 없이는 우리가 밖에서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알겠네.”화도윤은 어쩔 수 없이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지금, 화도윤은 임지환에게 모든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한편, 방 안에서 오랜 시간 거친 숨을 몰아쉬던 화연평이 마침내 힘겹게 피곤이 가득한 눈을 떴다.화연평은 희미하게 보이는 임지환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임... 임 대사, 고... 고맙습니다.”“화 장군님, 아직 고마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치료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터는 조금 고통스러울 수도 있으니 꾹 참고 견뎌주시길

  • 은침 날리는 용왕   제599화

    “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난 의사로서 수십 년간 수많은 생명을 구했고 의학계에서 꾸준히 명성을 쌓아왔어. 오늘 너 같은 풋내기에게 내 명예를 더럽히게 둘 수는 없어!”이민재는 수염을 부들부들 떨며 분노로 눈이 뒤집혀 거의 쌍욕이라도 할 듯한 기세였다.“이 영감탱이가 어쩜 이렇게 말이 안 통하지? 환자가 너 때문에 병이 더 악화했는데도 뭐라 하지 말라는 거야?”이청월은 눈을 부릅뜨고 이민재에게 쏘아붙였다.이민재가 일반 사람들에게는 오랜 명성을 자랑하는 침술의 대가일지 몰라도 이청월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중요한 건 단 하나, 임지환을 건드리는 건 절대 안 된다는 것뿐이었다.“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이민재는 이청월을 가리키며 화가 치밀어 올라 말을 잇지 못했다.“지금 화 장군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인데 넌 환자를 살릴 방법을 찾기보다 네 명성 걱정부터 앞서는구나. 내 생각엔 넌 그냥 명예에만 집착하는 돌팔이야!”이청월의 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이민재의 급소를 정확히 찔렀다.“어디서 나타난 계집이 감히 어르신에게 말대꾸를 해? 오늘 내가 네 부모를 대신해 제대로 교육해 주마!”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이민재는 더 이상 체면 따위는 개의치 않고 손을 뻗어 이청월을 때리려 했다.하지만 이민재의 손이 이청월에게 닿기도 전에 임지환이 그의 팔을 단단히 붙잡았고 가볍게 힘을 주었다.딱!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민재의 팔이 임지환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부러지는 소리였다.“아악!”이민재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팔을 부여잡았고 그의 얼굴은 분노와 고통으로 붉게 달아올랐다.허청열과 화도윤은 이 광경에 놀라서 숨을 들이쉬며 얼굴이 창백해졌다.임지환의 행동은 너무나 대담했다. 침술의 왕이라 불리는 이민재의 팔을 부러뜨리다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이 일이 의학계에 널리 퍼지기라도 하면 임지환은 의학계 전체의 적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허 교관, 지금부터 난 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