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천 병원.“배지수, 여기서 악어의 눈물을 흘리며 거짓 자비를 베풀지 마. 네 물건을 챙겨서 당장 꺼져!”“네가 바로 재앙의 화신이야. 너 때문에 우리 오빠가 식물인간이 됐어! 이제 네 가족을 끌고 와서 우리를 조롱하려는 거야?”배전중과 배영지의 거친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형님, 그 말은 좀 지나쳤어. 지수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요. 게다가... 인국이 몰래 손을 쓰지 않았더라면 임지환을 자극할 일도 없었을 거잖아요.”배전무가 서둘러 딸을 변호했다.“큰아버지, 인국 오빠 일은 제 잘못이 맞아요. 하지만 제가 일부러 그런 건 정말 아니에요. 저도 진짜 억울해요.”배지수도 억울해서 참을 수 없었다.유옥진이 딸의 소매를 당기며 냉랭하게 말했다. “착한 우리 딸, 저분들이 우리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는데 우리도 그만 진심을 보여주느라 애쓰자.”“누나, 저 사람들을 측은하게 생각하지 마세요.”배준영은 참지 못하고 나지막하게 투덜댔다. “저 사람들은 60억이라는 거금을 받았잖아요. 우리가 전혀 걱정할 필요 없어요.”“닥쳐!”배전중은 화를 이기지 못하고 배준영에게 귀싸대기를 날렸다.“형님, 왜 이러는 거예요?”배전무는 형님의 행동에 깜짝 놀라며 당황해서 어쩔 바를 몰랐다.“왜 이러는 거겠어? 네 아들놈 입조심하라고 가르친 거야. 화는 입에서 나온다는 도리도 모르고 말이야. 그리고 너희들, 이 일이 이렇게 끝났다고 생각하지 마. 그 60억은 이씨 가문의 일방적인 말뿐이야. 인국이 평생 깨어나지 못하면 너희를 절대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야, 알겠어?”배전중은 이를 악물며 또박또박 말했다.“사람을 때리고도 당당하네요? 나중에 시아주버니 제사를 지낼 사람이 없을까 봐 우리 아들한테 화풀이하는 거예요?”아들의 편을 들어주려는 마음이 가득한 유옥진이 소리쳤다. 아들이 맞는 걸 보니 너무 가슴이 아파 참을 수 없었다.“뭐라고?”배전중은 유옥진을 살기 어린 눈빛으로 쏘아보며 말했다. “방금 네가 한 말, 그게 진심이야? 그 말 때문에 내가
배지수는 마치 불 위에 놓인 것처럼 속이 바질바질 타들어 갔다.“큰조카, 이제 그만 연기하고 얼른 지분을 내놔.”배전중은 배지수를 힐끗 보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안 그러면, 너희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장담 못 할 거야.”“큰아버지, 그게 무슨 뜻이에요?” 배지수는 얼굴이 굳어졌다.“내 가문의 후계를 끊었으니 내가 너희 가문을 멸망시킬 거야. 그깟 지분이 네 가족의 목숨보다도 더 중요해?”배전중의 눈에는 마치 야수와 같은 피의 광기가 서려 있었다.“그건...”배지수는 조급한 마음에 눈에 눈물이 핑 고였다.바로 그때, 문이 누군가에게 세차게 열렸다.한재석이 모두의 시선 속에서 문을 밀치며 들어왔다.“배 사장, 이렇게 지수 씨를 밀어붙이는 건 너무 비겁한 짓 아닌가요?” 한재석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한 도련님, 이건 우리 배씨 가문의 집안일이니 끼어들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배전중의 표정이 살짝 변했지만 그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이 일이 나 때문에 벌어진 일인데 왜 못 끼어든다는 거죠? 마음이 불편하고 불만이 넘치면 그 불만을 내게 털어놓으세요. 자기 가족을 괴롭히는 게 당신 실력이에요?”말을 마치고 한재석은 돌아서 배지수를 보며 말했다. “지수 씨, 안심하세요. 제가 있는 한 배 사장이 함부로 굴지 못할 겁니다.”한재석은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이 일은 자기가 책임지고 수습하겠다고 선언하는 것 같았다.“흥, 배지수, 너 운이 좋은 줄 알아. 한 도련님이 네 편을 들어주는 건 예상하지 못했어.” 배전중은 참지 못하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좋아, 지금 당장 네 지분 5%를 양도하는 계약서를 작성해. 그러면 이 일은 끝난 걸로 봐주지.”“큰아버지, 지금 한 약속을 꼭 지키시길 바랍니다.” 배지수는 이를 악물고 이 제안에 동의했다.5%의 지분이 적지 않지만 이 까다로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불안하면 지금 당장 계약서를 작성해. 우리도 여기서 계약서에 사인할 테니까.”배전중은
“내가 이렇게까지 공들인 이유는 다름 아닌 바로 그 잡놈 임지환을 처치하기 위해서죠.”한재석의 눈빛이 갑자기 미쳐버린 듯 변했고 눈에서 독기가 이글거렸다.조금 전까지의 모든 일은 한재석과 배전중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을 뿐, 목적은 단 하나였는데 바로 순리롭게 배지수에게 접근하기 위해서였다.배지수와 접근해서 우회적으로 임지환을 겨냥하는 것이었다.“한재석, 날 엿 먹이기 위해 이렇게 애를 썼다니, 정말 대단하군.”문이 갑자기 열리며 훤칠한 체형의 사람이 천천히 들어왔다.“임지환, 네가 왜 여기에 왔어?”한재석의 웃음이 순간 그대로 얼굴에 얼어붙었다.“원래는 이씨 가문을 대신해서 돈을 전해주러 왔는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군.”임지환은 주머니에서 수표 한 장을 꺼냈다.그리고 배전중 부녀 앞에서 그 20억짜리 수표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임지환, 이게 무슨 짓이야?”배전중은 임지환이 수표를 찢는 걸 보고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며 분노했다.임지환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쩔 엄두를 내지는 못했지만, 배전중은 임지환에게 귀싸대기를 두 대 정도 날려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자기 가족을 팔아넘기는 너 같은 인간 말종은 불쌍하게 여길 필요도 없어. 괜히 와서 시간만 낭비했군.”임지환은 유감스러운 듯 고개를 저었다.이성봉이 수표를 작성해서 배씨 가문에 전해달라고 임지환에게 부탁했는데 뜻밖에도 여기 오자마자 한재석의 음모를 엿들을 수 있었다.“그럼 얘기를 잘 나눠 봐...”상황이 심상치 않자 한재석은 슬그머니 병실을 나가려고 했다.하지만 아쉽게도 병실을 나서기 전에 임지환이 한재석의 어깨를 눌렀다.“한재석, 그렇게 서두를 필요 없어.”순식간에 한씨 가문의 도련님인 한재석은 어깨에 천근의 무게가 느껴지며 꼼짝 못 하게 되었다.“임지환, 여기는 병원이야. 여기서 일을 벌이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생각해 봤어?”한재석의 얼굴이 어두워졌다.“그럼 네가 판을 짜 배지수를 속일 때, 그 결과를 생각해 본 적은 있어?”임지환
한재석은 임지환이 이 정도로 대담할 줄은 꿈에도 상상할 수 없었다. 피할 틈도 없이 임지환에게 뺨을 정통으로 얻어맞았다.“짝!”생생한 귀싸대기 소리가 병실 전체에 울려 퍼졌다.“너...”배전중은 큰 충격을 받고 멍하니 서서 말을 잇지 못했다.한재석의 뺨이 서서히 부어올라 얼굴이 잔뜩 찌푸려졌다. 한재석은 이를 악물고 차갑게 말했다. “임지환, 네가 정말 죽고 싶어 안달이 났구나!”“임지환, 너 한 도련님을 때릴 정도로 간이 부었어? 한씨 가문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기나 알아?” 배영지가 옆에서 겁주듯 말했다.임지환은 배영지를 힐끗 보고 유유하게 말했다. “말 안 해도 다 알아. 이 녀석이 한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걸. 그렇다고 해도 날 건드렸으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해.”“하하, 어디서 허풍을 떨어? 네가 뭐라도 되는 것 같아? 넌 그저 이씨 가문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을 뿐이야. 근데 제아무리 이성봉이라 해도 한씨 가문을 건드릴 용기는 없어.” 배전중은 비웃으며 차갑게 말했다.“배씨 가문이 지금껏 제자리걸음인 이유가 바로 너 같은 병신들 때문이야. 내가 언제 이씨 가문의 덕을 봤다고 그래?”임지환은 귀를 후비며 눈앞에서 한마디씩 주고받는 부녀를 노려봤다.“말만 해봐야 소용없어. 네가 진짜 능력이 있으면 애당초 체면이고 자존심이고 다 버리고 배씨 가문의 데릴사위로 기어들어 올 필요도 없었겠지.” 배전중은 경멸의 눈빛으로 쏘아붙였다.임지환이 배씨 가문과 관계가 끊어진 지 오래되었지만 배전중에게는 임지환이 여전히 배씨 가문의 데릴사위로 보였다.“지금까지도 네가 얼마나 큰 오해를 하고 있는지 전혀 인지하지 못했구나.”임지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배전중 쪽으로 걸어갔다.“경고하는데, 허튼짓하려고 생각하지 마!”지금까지 강경한 태도를 보이던 배전중은 바로 당황하기 시작했다.한재석까지 때린 이 녀석이 또 어떤 선 넘는 사단을 벌일 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다.임지환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배전중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난 이래
배지수는 감정이 격해져 원수를 대하는 것처럼 임지환을 노려봤다.“네 큰아버지가 반복적으로 널 해치려 했고 한재석과 짜고 널 속이려 했어. 내가 제지하지 않고 구경만 한다면 이 사람이 널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이려 할지도 몰라.”임지환은 차분한 목소리로 조리 있게 설명했다.“지수야, 이 녀석의 헛소리에 넘어가지 마. 분명 이 녀석이 기회를 틈타 그동안 참아왔던 폭행을 저지른 거야. 이 자식은 나뿐만 아니라 한 도련님과 영지까지도 죽이려고 해.”배전중은 경악한 표정으로 해명하며 심지어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맞아요, 지수 씨가 제때 도착하지 않았다면 여기 있는 사람들이 전부 임지환의 손에 죽었을 거예요.”한재석도 옆에서 불난 집에 부채질했다.두 사람이 한목소리로 연기하는 것을 본 임지환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보아하니 내가 방금 너무 살살 다뤘나 보군. 아니면 너도 배인국처럼 만들어 줄까?”“임지환, 이제 그만둬! 아직도 성에 차지 않았어?”배지수는 임지환을 향해 소리쳤다. “내가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당장 여기서 나가! 그렇지 않으면 나도 옛정이고 나발이고 하나도 신경 쓰지 않을 거야.”그러고는 한재석을 향해 진심을 담아 사과했다.“한 도련님, 걱정 마세요. 여기 일은 제가 알아서 수습할게요.”“지수 씨를 전적으로 믿을게요. 제가 볼 때... 임지환이 저에 대해 뭔가 오해가 좀 있는 것 같군요.”한재석은 일부러 임지환을 향해 가식적으로 사과하는 척했다.“전에 널 불쾌하게 한 일이 있었다면, 진심으로 사과할게.”한재석은 억울한 피해자 역할을 아주 생동하게 그려냈다.“연기는 괜찮은데 아쉽게도 아직은 발 연기야.” 임지환은 고개를 저었다.“임지환! 내가 예전에는 널 단지 무능한 남자라고만 생각했지만 그래도 인성은 바른 줄 알았어. 하지만 이제는 너에게 완전히 실망했어.”배지수는 쌀쌀한 표정과 혐오감이 가득한 눈빛으로 임지환을 바라봤다.하지만 임지환은 전혀 개의치 않고 그 시선을 무시했고 빠르게 한재석 앞으로 다가가서 바로 발
강한 시의 구르미 빌리지"임지환, 이혼 서류에 사인해. 너도 알잖아, 지금 네 신분으로는 배 대표님한테 안 어울린다는 거. 배 대표가 너 불쌍하게 생각해서 보상도 많이 해줬어, 집 한 채에 차 한 대, 그리고 회사 주식이랑 현금 10억 준다고 했다니까. 이거 가지고 무슨 여자를 못 찾겠어?"오피스룩을 입은 한 여자가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남자 옆에 서서 쉬지 않고 말했다.여자의 짧은 치마 밑으로 검정색 스타킹을 신은 두 다리가 길게 뻗어있었다. 얼굴도 예쁘장한 여자는 무척 성숙된 모습을 하고 있었다.하지만 남자는 앞치마를 두른 채 설거지에 집중했다.그는 날카로운 눈과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덕에 남자다워 보였다.잘생겼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다른 이가 싫어할 상은 아니었다."임지환, 너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네가 원하든 말든 너 이혼 꼭 해야 돼."말이 통하지 않는 임지환을 보며 여자가 화를 냈다.임지환은 묵묵히 마지막 접시 하나를 선반 위에 올려놓더니 앞치마를 벗어 담배에 불을 붙이곤 여자를 바라봤다.여자는 바로 남자의 와이프 배지수의 비서 겸 사촌 언니 한수경이었다."이유라도 알려줘요.""뭐?"임지환의 말을 들은 한수경이 멈칫했다."처형, 지수가 이혼하고 싶은 거라면 이유가 있어야 할 거 아니에요."임지환이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말했다.“처형이라고 부르지 마, 나는 너 같은 매제 둔 적 없으니까."한수경이 임지환을 흘겨보며 다시 말했다."배 대표가 너랑 이혼하겠다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해?""왜 이유가 필요 없죠?"임지환이 담담한 얼굴로 반문했다."그래, 네가 알고 싶다면 내가 다 말해줄게. 지금 배 대표 사업이 잘되어서 진씨 집안이랑 사이도 좋고 승승장구하고 있거든. 그런데 너는 그냥 쓰레기일 뿐이잖아, 그런 네가 어떻게 배 대표한테 어울리겠어? 방해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지!"그 말을 들은 임지환이 씁쓸하게 웃었다."제가 지수한테 안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였군요."임지환은 배지수와 결혼을 한 뒤, 성실
말이 끝나자마자 한 여자가 걸어들어왔다.여자는 170의 키에 완벽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갸름한 얼굴에 커다란 눈, 그리고 새빨간 입술에 가지런한 이를 가지고 있었다.보라색의 롱 드레스를 입은 덕에 우아한 그녀의 분위기가 더욱 돋보였다. 밖으로 드러난 새하얀 팔은 더욱 눈부셨다.그녀는 마치 금방 그림속에서 나온 여자 같았다.여자의 등장으로 한수경은 순식간에 빛을 잃고 말았다.임지환은 지금도 여자를 보는 것만으로 심장이 떨렸다.예전의 두 사람은 그래도 행복했었다. 하지만 지금은…"배 대표, 입 아프게 하지 말고 그냥 법대로 가."한수경이 귀띔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해결할게." 배지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한수경은 결국 입을 다물고 옆에 서서 전생의 원수를 바라보듯 임지환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분위기는 조금 무거워졌다.배지수는 눈앞의 남자를 보고 있으니 예전의 모든 것들이 떠올랐다.그녀는 임지환에게 미안한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나를 찾았다고?"배지수가 심호흡을 한번 하더니 임지환에게 물었다."이혼하겠다는 거 네 생각이야?"임지환이 배지수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응, 내 뜻이야."배지수는 임지환에게 미안했지만 단호하게 말했다."이유, 말해 줄 수 있어?"임지환이 다시 물었다.일이 이미 이렇게 되었지만 그는 그래도 돌이켜보려 했다."나 이제 너 봐도 아무 느낌도 없어, 이런 결혼 계속 이어 나가봤자 서로한테 지옥만 될 거야."배지수가 두 손을 맞잡은 채 자연스럽게 보이려 애썼다."너 많이 희생한 거 알아, 그래서 이혼할 때 배상도 충분히 해 줄 거야.""3년 동안 결혼하고 함께 지냈는데 결국 서류상의 몇 글자밖에 안 되는 배상으로 끝내자고?"임지환이 기가 차다는 듯 웃었다."너는 사람의 감정을 모두 돈으로 계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그런 임지환을 보니 배지수의 심장이 아팠다.지난 3년 동안 임지환은 배지수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줬다고 할 수 있었다.신분과 지위를 따지지 않는다면 그는 완
"상자?"임지환의 말을 들은 배지수가 생각해 보더니 드디어 임지환이 결혼할 때, 가지고 왔던 라탄 상자 하나를 떠올렸다.배지수의 남동생 배준영은 평범한 그 라탄 상자를 보곤 촌스럽다며 임지환이 고대에서 온 사람이라고 비웃기까지 했었다."그거 네 거잖아,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그래, 나 다른 요구는 없어."임지환이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끄며 말했다.그 말을 끝으로 그들은 다시 침묵에 빠졌다."임지환, 네가 억울하다는 거 나 다 알아. 하지만 나도 사정이 있어서 이러고 있다는 거 네가 알아줬으면 좋겠어."배지수가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알아."말을 마친 임지환이 무표정한 얼굴로 이혼 서류에 사인했다.배지수는 그 모습을 보고서야 한시름 놓았다.하지만 곧이어 짙은 상실감이 덮쳐왔다.두 사람의 결혼은 이렇게 끝이 났다.임지환에게는 불공평하지만 배씨 집안에게 있어서 이는 가장 적합한 선택이었다."후회되면 언제든지 찾아와, 내가 약속했던 조건들 계속 유효하니까."배지수는 그 말을 마치자마자 이혼 서류를 들고 하이힐을 신은 채 집을 나섰다.임지환은 그런 배지수를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아마 앞으로 두 사람은 다시 만날 수 없을 것이다.임지환은 기계적으로 몸을 일으켜 2층으로 올라가려고 했다."뭐 하려고?"한수경이 경계심 가득한 표정으로 임지환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2층에 가서 제 물건 챙겨야죠."임지환은 더 이상 그녀를 상대하고 싶지 않다는 듯 2층으로 올라갔다.그런 임지환을 바라보던 한수경이 휴대폰을 꺼내 거실 한쪽으로 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네, 이모. 임지환이 이혼 서류에 사인했어요."한편, 잠원 별장."뭐? 그게 정말이야? 그 쓰레기가 정말 사인했다고?"예쁘장한 중년 여자가 얼굴에 하고 있던 팩을 던지며 벌떡 일어났다.그녀는 바로 배지수의 어머니인 유옥진이었다. 유옥진의 옆에 있던 배준영도 그 소리를 곤 귀를 쫑긋 세웠다."네, 정말이에요. 제가 설득해서 사인하게 했어요. 그것도 지수 앞에서."한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