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만하기는 짝이 없구나. 네가 아무리 빠르다 해도 총알보다도 빠를 수 있을 거 같아?”오양산은 임지환이 송승조에게 집중하는 기회를 노려서 임지환한테서 벗어나 송승조 뒤로 도망쳤다.주먹싸움만 놓고 보면 오양산은 임지환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열심히 훈련한 유검술마저 임지환에게 손쉽게 잡혀버렸다.지금의 오양산은 더 이상 보일 수 있는 필살기가 없었고 한계에 이른 상태였다.“오양 상사, 이번에는 방심하지 마세요. 이런 눈에 뵈는 게 없는 거만한 사람은 지금 이 자리에서 죽이는 게 맞아요. 이런 거만한 사람의 끝장이 처참하다는 걸 세상 사람에게 알려야 합니다.”송승조는 오양산이 자기 옆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자신만만하게 까불대기 시작했다.“승조 씨, 오늘의 일은 여기까지만 하고 우리 너그럽게 저 사람을 용서해 줍시다. 오늘 당한 이 수모는 나중에 다시 돌려줘도 늦지 않을 것 같네.”오양산은 송승조처럼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임지환의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서 이만 물러나기로 작정했다.“있는 허세 없는 허세를 다 부리고 도망가려고? 세상에 이렇게 쉬운 일이 있을 수 있어?”임지환은 냉소를 지으며 차갑게 말했고 이내 바람처럼 휙 몸을 움직여 번개처럼 번쩍이는 듯한 걸음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오양산 앞에 나타났다.“자네 사람을 너무 업신여겨도 분수가 있지!”오양산의 얼굴이 차갑게 식었고 손에 든 장검을 휘둘러 갑자기 임지환을 찌르려고 시도했다.거대한 강이 역류하는 것처럼 차갑고 날카로운 검기가 임지환의 가슴을 향해 돌진했다.이번에는 오양산이 더 이상 화려하지만 실속이 없는 검술을 사용하지 않고 간단명료하게 오직 살인을 목적으로 한 검술을 선보였다. “어르신, 실력이 고작 이 정도밖에 안 되나요?”임지환은 가볍게 웃으며 몸을 살짝 돌려 장검을 쉽게 피했고 잠자리가 수면을 건드리고 날아오르는 것처럼 손가락으로 장검을 가볍게 눌렀다.그러자 순식간에 거대한 충격파가 장검을 한꺼번에 휩쓸었다.오양산은 호흡이 멎는 것 같았고 다시
이렇게 된 이상 장도행은 아무리 내키지 않아도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소뿔도 단김에 빼라고 지금 이 사람들을 측은하게 생각해서 살려둔다면 언젠가는 큰 재앙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임 대사가 손에 피를 묻히기 싫으면 내가 대신 할게.”귀족 자제인 오강의 눈에서 살기가 번뜩였다.송승조가 죽었으니 이젠 임지환에게 의지할 길밖에 남지 않았다.이 사람들의 목숨은 오강이 임지환의 슬하로 기어들어 가는 귀순용 도구로 사용하기에 너무나도 적절했다.“송승조를 죽인 건 이 자식이 날 죽이겠다고 자꾸 나댔기 때문이야. 나머지 사람들은... 굳이 손 댈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다들 알아서 가 봐.” 임지환은 손을 휘휘 저으며 선심을 베풀었다.“저희를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임 대사님!”송승조가 데려온 검은 옷 일행은 순식간에 바닥에서 일어나 허겁지겁 산 아래로 도망쳤다.장도행은 아까 죽이려는 목적으로 이들을 공격한 건 아니었다. 이 사람들이 바닥에 누워 죽은 척 연기를 한 이유는 목숨을 헛되게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러다 겨우 이 무시무시한 장소에서 탈출해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이 소중한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아참, 어르신의 칼을 돌려드려야죠.”임지환은 오양산을 쳐다보며 그에게 손에 들고 있던 장검을 던졌다.대충 던진 것처럼 보였지만 장홍검은 오양산의 등 뒤에 있는 칼집에 정확하게 들어갔다.하지만 예상 밖으로 오양산은 허겁지겁 도망가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왜 아직도 가지 않죠? 송승조를 위해 복수라도 하려는 건가요?” 임지환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임 대사, 거 참 농담이 지나치군. 난 단지 송씨 가문이 청한 타국 손님일 뿐이야. 난 이 가문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 정도는 아니야.”오양산이 웃으며 말했다. “근데 송승조가 죽었으니 나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게 뻔해. 그래서... 나도 내가 뻔뻔한 건 안다만 임 대사의 보호가 필요해서 아직 이 자리를 떠나지 못한 거라네.”이 말을 듣자 임지환은 웃음을 터뜨렸
능구렁이는 오백 년이란 시간을 들여서 용으로 변신할 준비를 하고 천 년이 지나면 드디어 용이 된다.이 낙하산 속의 능구렁이는 용으로 변신할 결정적인 순간이 되었으니 일반적인 능구렁이의 범주에서 벗어나 이미 흉수가 되었다.“임 대사, 사실 우리 세 명이 손을 잡으면 그 능구렁이를 처치할 수도 있을 것 같아.”오양산이 손바닥을 비비며 기대에 찬 얼굴로 제안했다.“송씨 가문 두 번째 가주를 속였던 수법이 나한테 통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임지환은 오양산을 힐끗 보며 웃을 듯 말듯 미묘한 표정으로 말했다.“난 낙하산 속의 보물 따위에 아무런 관심도 없어요.”“이걸 속임수라고 하면 난 무척이나 섭섭해. 속임수가 아니라 자그마한 제안을 한 것뿐이잖아. 근데 임 대사가 이 제안이 싫다면 그냥 없었던 얘기로 하지.”오양산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만 가슴 속에 품었던 희망은 이내 실망으로 바뀌었다.오양산은 임지환의 힘을 빌려 낙하산 보물을 탈취하려 했다.하지만 임지환의 태도를 보니 모든 건 자신의 착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다.“근데 이 산에 영맥이 실재한다면 나중에 내가 시간을 내서 한 번 살펴볼게요. 그때 낙하산 보물을 얻을 수 있을지는 어르신이 그 기회를 잡을 지 말지에 달려있겠죠.” 임지환이 덤덤하게 한 마디를 덧붙였다.영맥은 지맥의 눈보다 더욱 불멸의 옥초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게다가... 그 불멸의 옥초는 워낙 영맥을 의지하여 자라는 것이다.임지환이 단기간 내에 모든 실력을 회복하고 싶다면 그 불멸의 옥초는 분명히 많은 시간을 절약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로 작용할 것이다.“임 대사의 뜻이 이러하니 난 시름 놓고 임 대사의 지시만 기다리겠어.”오양산은 임지환의 말에 크게 기뻐하며 말을 이었다.“진짜 운이 좋게도 보물을 낚아챌 수 있다면 송씨 가문의 문제는 내가 알아서 잘 해결할게.” 임지환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임지환은 처음부터 송씨 가문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기에 송씨 가
그런 다음, 얼마 남지 않은 현옥고를 밀봉하여 임지환의 나무 상자에 넣었다.모든 일을 마치자 어느새 날이 밝았다.임지환이 침실에서 나오자 진무한은 긴장하고 초조한 표정으로 달려와서 물었다.“임 선생님, 진운은 상황이 어떤가요?”“걱정 마세요. 현옥고를 바르고 나면 최대 5일 안에 원래 상태로 회복할 수 있을 겁니다.” 임지환은 웃으며 대답했다.“이번에 진운이 죽은 고비를 넘긴 건 다 임 선생님 덕분입니다.”진무한은 감사의 뜻이 가득 찬 눈빛으로 머리 숙여 임지환에게 인사했다. 임지환은 진무한에게 있어서 절대적이고 무조건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다.“어르신, 거기서 반나절 살펴봤는데 어떤 결론이 났는지 한 번 말해보세요.”임지환은 머리를 들어 홀에 서 있는 오양산을 바라보며 슬쩍 물었다.그러자 오양산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별장은 풍수가 매우 좋고 이곳은 심지어 지맥의 눈이기도 해. 근데 아쉽게도...”“이분은 누구죠?” 진무한은 누군가에게 폭행을 당해 코와 얼굴이 퉁퉁 부은 오양산을 보며 터져 나오는 웃음을 겨우 참고 물었다.“항성에서 온 풍수사인데 잠시 여기에 머물도록 내가 허락했어요.”임지환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을 이었다.“저분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신비로운 척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니까요.”“어흠... 저는 구홍 도인 오양산이라고 합니다.”오양산은 가볍게 헛기침하며 뒷짐을 지고 고수의 분위기를 내느라 애썼다.얼굴의 상처가 뚜렷하지만 않았다면 진무한은 눈앞의 노인이 진짜 지상에 내려온 어느 신령님으로 간주할 뻔했다.“뭐라고요? 당신이 오양산 대사님이세요? 난 예전에 당신을 찾아뵙기 위해 항성에 세 번이나 다녀왔지만 결국 만나지 못했어요. 근데 오늘 여기서 이렇게 대사님을 만나게 되니 너무 놀랍군요.”진무한은 흥분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이분은 그렇게 유명한 사람인가요?” 임지환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진무한은 머리를 끄덕이며 말문을 열었다. “오양산 대사님은 유명할 뿐만 아니라 항성 풍수쪽의 거물
그러자 공기 중의 영기가 임지환이 서 있는 방향으로 미친 듯이 모여들었다.임지환이 몇 번 숨을 들이쉬자 그 영기는 실체가 있는 안개로 변해 임지환의 몸을 감싸였다.마침 아침 햇살이 임지환을 비추어 신이 인간 세계에 강림한 듯한 아우라를 풍기게 했다.“이게... 영기를 안개로 변환하는 통현의 법인가? 임 대사는 이미 진인의 도를 터득한 건가?”오양산은 눈을 크게 뜨고 지금까지 없었던 존경하고 두려워하는 눈빛을 눈 속에 담았다.“어르신이 말하는 진인인지 가인인지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진법 배열을 하려면 최고 수준으로 배치해야 한다는 점을 귀띔하고 싶었어요.”임지환은 영기로 만든 안개를 천천히 사라지게 했고 백옥대에서 천천히 내려왔다.방금 임지환은 의도적으로 오양산에게 경고하려고 남다른 능력을 보였다.오양산은 이후 반년 동안 이곳에 머물게 될 것인데 처음부터 오양산의 기를 눌러놓지 않으면 시간이 흐르면서 오양산이 천천히 외딴길로 접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진인께서 말씀만 해주십시오. 그럼 이 몸이 반드시 최선을 다해 받들 겁니다.”오양산은 급히 머리를 숙이며 공손한 표정을 지었다.임지환이 방금 보여준 영기로 안개를 만드는 기술은 예상대로 오양산이라는 풍수 대가를 충격에 빠뜨리고 공손하게 머리를 숙이게 했다.“두 분이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난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겠네요.”옆에 서 있는 진무한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려고 노력했다.“어르신, 딴 건 굳이 알 필요가 없고요.”임지환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 오양산 도사가 진법 배열에 필요로 하는 재료를 잘 준비해 주시면 됩니다.”“딴 건 모르겠지만 재료 준비는 시름 놓고 내게 맡겨 주세요.”진무한은 임지환의 설명을 듣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진운의 상태가 많이 나아졌으니 난 내일 일찍 연경으로 돌아가겠어요. 그리고 진법 배열에 필요한 재료가 있으면 오양산 대사님은 언제든지 나에게 연락을 주세요.”진무한은 자기 명함을 꺼내어 오양산에게 건넸다.그러고는
“난 의학을 배우기 시작한 첫날부터 이 말을 마음속 깊은 곳에 신조로 새겨뒀어요. 만약 어르신이 내 말에 그다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면 의술로 나와 겨뤄봐도 좋습니다.”임지환은 자신 있게 뒷짐을 지고 서서 말했다.“할 말이 없네요. 나 오양산은 임 진인의 의술을 진심으로 인정합니다. 이제부터 임 진인이 나더러 동쪽으로 가라고 하면 난 결코 서쪽으로 가지 않을 겁니다.”오양산은 무릎을 꿇고 부처님에게 절을 올리듯이 임지환을 향해 세 번 큰절을 올렸다.“일어나세요. 앞으로 날 대신해 열심히 일하면 어르신을 절대 홀대하지 않을 겁니다.” 임지환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딩동...바로 그때, 급한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어르신, 먼저 방에 들어가 숨어 있어요. 어르신의 도움이 필요하면 내가 부를게요.”임지환이 손을 흔들며 오양산에게 지시했다.오양산은 머리를 끄덕이고 바닥에서 일어서 몸을 살짝 움직이더니 이내 홀에서 사라졌다.오양산이 자취를 감추자 임지환은 그제야 유유히 문을 열었다.날씬하고 아름다운 몸매가 임지환의 눈앞에 비쳤다. 깔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이청월이 가죽 부츠를 신고 천천히 별장에 들어왔다.“청월아, 매일 이렇게 시간을 딱 맞춰 날 찾아오려고 작정한 거야?” 임지환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나도 네가 약속을 어기고 날 찾지 않을까 봐 이러는 거야. 요즘 세상에 너 같은 무술대가를 경호원으로 삼으려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이청월은 익숙한 남자를 홀리는 미소를 지었다.“나한테 뭔가 볼 일이 있어 찾아온 거잖아. 솔직히 말해봐... 오늘은 또 내가 뭘 도와주길 원해?” 임지환은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문 가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었다.이청월은 살짝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떻게 내가 너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온 걸 알았어?”“나더러 경호원 일을 해달라고 온 거라면 이른 아침인 6시에 굳이 올 필요가 없잖아. 이렇게 일찍 찾아온 건 분명 개인적인 이유가 있을 거잖아. 안 그래?”임지환은 유유한 말투로 이유
“여자는... 책장 넘기는 것보다 더 빠르게 변해.”임지환은 코를 만지며 쓴웃음을 지었다.그가 막 아침 식사를 하러 가려는데,이청월이 다시 뛰어 들어왔다.“또 무슨 일 있어?”임지환이 물었다.“옷 갈아입고 따라와.”이청월이 명령조로 말했다.“어디 가?”“일단 땅 입찰부터 해결해야 해.”이청월이 말을 이었다.“동창회 얘기는... 저녁에 다시 얘기하자!”“말 안 하면 잊을 뻔했어.”임지환은 이 말을 듣고 웃음을 거두며 말했다.“이것은 우리가 한씨 가문과의 첫 번째 전쟁이야. 그들이 금성시 제일가의 이름에 걸맞게 나를 너무 실망하게 하지 않기를 바라.”...강한시, 시의 중심지.꼭대기 층의 홀은 이미 사람들로 붐볐다.오늘 경매에 나온 세 땅 중 두 땅이 모두 청룡타운에 속한다.총 분양면적이 무려 3만 평이나 되고 경매 시작가만 해도 무려 1800억이나 된다.이 땅에 관한 경매는 많은 사람의 눈길을 끌었다.부동산 업자뿐 아니라 평소 경매에 신경 쓰지 않던 부자들까지 구경꾼으로 변신해 경매장을 찾았다.그들은 모두 이씨 가문과 한씨 가문 중 어느 쪽이 이길지 기대하고 있었다.결국, 이것은 두 최고 명문가의 경쟁이니 말이다.“구경꾼이 꽤 많네.”임지환은 캐주얼한 차림으로 느릿느릿 이청월의 뒤를 따라올 안으로 들어갔다.사람들로 붐비는 홀을 바라보며 이청월은 눈살을 찌푸렸다.“경쟁자가 많을수록 우리에게 불리해.”그녀도 한씨 가문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청룡타운의 이 땅을 주시할 줄은 몰랐다.“내가 뒤에 있으니 얼마든지 가격을 제시하면 돼.”임지환이 위로하며 말했다.“당신 계좌에 2000억 밖에 없어, 기껏해야 1차 경매까지 버틸 수 있어.”이청월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그의 말은 마음에 두지 않았다.“걱정하지 마, 여지를 남겼으니.”임지환은 자신 있게 웃었다.“그래그래... 임 대사님 신통력이 대단하신 거 잘 알아. 그래도 얼른 입장하자!”이청월은 흔쾌히 대답하고 경매장에 입장하려고 했다.임지환의 인맥이 넓다는 건 알
한재석은 입가에 웃음을 띠며 말했다.“네가 이청월 싸와 함께 뛸 자격조차 없을까 봐 걱정이네요.”“무슨 말이에요?”미간을 잔뜩 찌푸린 이청월의 가슴에는 불길한 예감이 감돌았다.“아가씨 죄송합니다, 당신이 가져온 이 경매 자격증은 가짜입니다. 응찰 카드를 드릴 수 없습니다!”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이청월이 제출한 경매 증명서를 돌려줬다.“그럴 리 없어요.”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배지수는 갑자기 이 소식을 듣고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녀는 급히 달려와 프런트 직원에게 다시 한번 자세히 검사하라고 했다.“세 번이나 확인했는데 위조된 게 확실해요.”“못 믿으시겠으면 아래층 공증소에서 진위를 확인하세요!”프런트 데스크가 예의 바르고 차갑게 대꾸했다.이 말을 들은 배지수는 다급하게 말했다.“이 대표님, 저를 믿으세요. 이 증서는 제가 직접 만든 것이니 절대 거짓일 수 없습니다. 뭔가 잘못된 게 틀림없어요!”“진정하세요, 이건 배지수 씨 문제가 아니라고 믿어요.”이청월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옆에 서서 한재석을 바라보며 말했다.“당신이 수작 부린 거죠?”배지수에 비하면 그녀는 분명 좀 더 냉정했다.“이청월 씨, 입은 삐뚤어도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돼요.”한재석은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분이 증언해 줄 수 있어요. 난 증서 한 번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수작을 부린다는 거예요?”“이청월 씨 너무 하네. 진범을 찾지 못하니 누명을 한재석 씨에게 씌우고 있어.”“재석 도련님이 무슨 신분인데, 이런 비열한 수단을 쓸 정도는 아니지.”“자신을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좋은 사람을 모욕하다니, 정말 웃기네!”“재미있을 줄 알았는데, 이씨 집안이 이렇게 쓸모없을 줄이야. 호랑이 아비에 개새끼네, 이성봉이 이런 여자를 낳다니, 이씨 집안의 불행이네요.”홀의 떠들썩한 구경꾼들은 갑자기 이론이 분분해졌다.심지어 많은 사람이 한재석에게 아부했다.비난과 조롱에 고개를 숙인 이청월은 주먹을 쥔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렸다.“이
자리에 앉은 후, 양쪽은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마쳤다.“민수 씨, 보아하니 이 지역 사람은 아닌 것 같네요?”임지환은 아무렇지 않은 척 슬쩍 물었다.육민수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목을 적시고 말했다.“저는 백운산에서 내려왔습니다. 이번에 내려온 건 여행을 통해 자신을 단련하기 위해서입니다.”“여행이라고요?”임지환은 순박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육민수를 보며 살짝 놀란 듯 물었다.“맞습니다, 이번이 산에서 처음 내려오는 겁니다.”육민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스승님께서 배울 건 거의 다 배웠으니 나머지는 여행을 통해서만 성장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그래요? 그렇다면 민수 씨는 은둔한 검수란 말이군요. 근데 민수 씨 등에 멘 그 상자 속에는 대체 어떤 절세 명검이 숨겨져 있는 겁니까?”임지환은 차를 든 채로 무심하게 말했다.윙!임지환의 말이 끝나는 순간, 맞은편에 앉아 있던 육민수의 표정이 돌연 엄숙해졌다.육민수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임지환을 노려보며 물었다.“당신은 대체 누구입니까?”“왜 그러죠?”임지환이 담담하게 되물었다.“어떻게 내 상자 속에 검이 들어 있는 걸 알았습니까? 설마 날 계속 미행해 온 겁니까?”육민수는 칼집에서 칼날이 뽑혀 나온 듯한 기세를 뿜어내며 사람을 압도하는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발산했다.“진정해요, 난 당신에게 악의는 없어요.”임지환은 아무렇지 않은 듯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느긋하게 말했다.“왜 내가 상자 속에 있는 게 명검이란 걸 아는지 궁금한가요? 내가 그냥 추측한 거라면 믿을 수 있나요?”“믿습니다.”몇 초 동안 고민하던 육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임지환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민수 씨, 당신은 생각보다 훨씬 똑똑하군요.”육민수는 임지환을 지긋이 바라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당신도 생각보다 훨씬 더 속이 깊은 사람이군요.”“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자세히 들어보고 싶군요.”임지환은 육민수에게 차를 따라주며 말했다.“세속의 일반인들은 그렇게 쉽게 검수의 존재를 알아채지
“넌 누구야? 이 녀석을 감싸려는 거야? 내 신발은 200만 원짜리 신발이야. 네 몸에 걸친 그 싼 구제 옷이랑은 비교도 안 된다고.”장해수는 임지환을 힐끔 보며 코웃음을 쳤다.비록 임지환은 육민수보다 훨씬 더 정상적인 사람 같아 보였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걸친 걸 다 합쳐도 10만 원이 넘지 않을 것 같았다.장해수는 이런 사람은 신경 쓸 필요도 없다고 여긴 것이다.“겨우 200만 원 갖고 이렇게 화내? 큰돈도 아니잖아.”이때 이청월이 뒤따라와 말했다.그러고는 손에 들고 있던 샤넬 가방에서 돈뭉치를 꺼내어 바로 옆 빈 테이블에 올려놓았다.이청월의 행동은 아주 자연스럽고 매끄러웠다.“헉... 이렇게 예쁜 여자가 있었나?”장해수는 임지환이 가리고 있던 시야에서 벗어난 이청월을 보자마자 시선을 이청월 몸에서 뗄 수 없었다.식당 안에 있던 다른 남자 손님들도 이청월의 뛰어난 외모를 보며 잠시 넋을 잃었다.이렇게 아무런 성형 수술 흔적도 없이도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여성은 요즘 시대에 참 보기 드물었다.사람들의 시선은 곧 임지환의 저렴한 옷차림으로 옮겨졌고 속으로는 질투가 활활 타올라 임지환을 모욕하기 시작했다.“또 여자 등쳐먹는 기생오라비야? 저렇게 예쁜 여자가 왜 저런 녀석이랑...”“아가씨 체면을 봐서 이 돈은 받아둘게. 근데 이건 만 원이 안 되잖아.”장해수는 순식간에 돈을 세어보곤 다시 빈정거렸다.그 돈뭉치는 60만이었고 장해수가 요구한 금액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었다.“네가 신은 신발이 진품이라 해도 최대 40만 원 정도일 거야. 더군다나 너 그거 짝퉁이잖아.”이청월은 냉정하게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60만 원이면 충분하고도 남아.”“밥은 아무렇게나 먹어도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돼. 무슨 증거라도 있어? 내가 신은 신발이 짝퉁이라는 걸 입증할 증거 말이야.”장해수는 이청월의 정곡을 찌르는 말을 듣고 내심 당황했다.사실 이 신발은 장해수가 8만 원 주고 산 고퀄리티 짝퉁이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절대 그걸 인정할 수 없었다.
“손대지 마!”남자가 황급히 소리쳤지만 이미 한발 늦었다. 하얀 머리 청년은 손으로 검은 천을 살짝 벗겨냈다.윙!임지환은 갑자기 오싹한 냉기가 식당을 감도는 기묘한 기운을 느꼈다.다시 집중해서 감지하자 그건 다름 아닌 예리한 검기였다.남자는 하얀 머리 청년의 손목을 꽉 잡았고 아까와 달리 부드럽던 눈빛이 확 차갑고 날카로워졌다.“내 물건에 손대지 마. 안 그러면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남자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고 하얀 머리 청년의 손을 밀어내고는 다시 조심스럽게 검은 천을 덮으며 소중한 물건을 다루듯 정성스럽게 접었다.그 과정을 마친 후, 남자의 차가웠던 눈빛은 다시 온화하고 순박한 모습으로 돌아왔고 조그마한 살기도 없는 사람처럼 무난해 보였다.“겨우 너덜너덜한 상자 하나 가지고 뭘 그렇게 유난이야?”하얀 머리 청년은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날 이렇게 툭 쳐놓았으면 적어도 사과는 해야 하는 거 아니야?”“어떻게 사과하면 되겠어?”남자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 이 신발은 한정판이야. 200만 원이 넘는다고. 근데 네가 이렇게 더럽게 만들었으니 내가 어떻게 신고 다니겠냐고?”하얀 머리 청년은 뻔뻔하게 말했다.“그럼... 내가 어떻게 하길 원해?”남자는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자기가 잘못한 게 맞다고 인정하는 듯했다.하얀 머리 청년 장해수는 흡족한 표정으로 웃으며 남자를 내려다봤다. 이 남자가 마을에서 처음으로 시내로 올라온 촌스럽고 순진한 사람이라 살짝 겁주기만 하면 쩔쩔맨다는 걸 알아차렸다.“간단하지. 신발값 물어내.”장해수는 의자를 하나 끌어다 앉아 다리를 꼬았다.“난... 돈 없어.”남자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이제야 남자는 돈이 없으면 영웅도 꼼짝 못 한다는 말이 실감 나는 것 같았다.“돈 없다고? 돈도 없으면서 음식점에 들어와? 난 네가 진짜 돈이 있든, 없든 하나도 상관없어. 오늘 신발값 물어내지 않으면 경찰 불러서 널 잡아넣을 거야.”장해수는 계속 몰아붙였다.“이 사람
“안 돼, 꼭 한 입 먹어봐. 안 그러면 내가 직접 먹여줄 거야.”이청월은 고귀한 신분을 자랑하는 여왕처럼 임지환에게 명령하듯 말했다.“그럼... 알았어.”이청월의 기대에 찬 눈빛을 보며 임지환은 마지못해 한 입 떼어먹었다.“어때? 너무 맛있지?”이청월은 기대에 가득 차서 물었다.“괜찮네...”임지환은 대충 웃어넘기고는 이내 물었다.“얼마나 더 걸을 거야?”“왜? 벌써 지친 거야?”이청월은 앞을 내다보고는 웃으며 말했다.“저 앞에 괜찮아 보이는 식당이 있는데 저기서 저녁 먹고 호텔로 가는 게 어때?”“그러자!”임지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세 번 절하고 아홉 번 꿇는 것까지 견뎠는데 이 정도는 문제도 아니었다.두 사람은 함께 운우 골목에 위치한 “천향 식당”에 들어갔다.식당 내부는 고풍스럽게 꾸며져 있었고 값비싼 홍목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다. 심지어 최고급 백단향이 타오르고 있었다.아마도 이 과시적인 분위기에 관광객들이 약간 눌린 것인지 레스토랑 내부는 손님이 많지 않아 비교적 조용했다.임지환과 이청월은 2층에 올라가 자리를 잡고 음식을 주문했다.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심심한 이청월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놀고 있었다.임지환은 본능적으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곧 시선을 한 사람에게 고정했다.임지환의 시선을 잡은 사람은 식당 입구에 서 있던 한 남자였다.임지환이 특별한 취향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 남자가 너무 독특했기 때문이었다.남자는 우람진 체형에 날카로운 눈매와 눈동자를 가졌고 온몸에서 강렬한 고수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하지만 그 남자는 딱 봐도 특이한 헝겊으로 된 긴 상의와 긴 바지를 입고 있었고 발에는 헝겊신을 신고 있었다.남자의 등에는 길쭉한 상자를 검은 천으로 싸서 메고 있었는데,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었다.그 기묘한 차림 덕분에 임지환은 물론, 주위 사람들의 시선도 당연히 한 몸에 받았다.하지만 남자는 부끄러운 듯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고 식당 안쪽을 향해 바라
“나더러 제자를 받으라고?”임지환의 표정이 묘해졌다.전에 소태진이 제자 타령하더니 이번엔 이민재가 이러네...임지환은 이 노인들이 그렇게도 할 일이 없는 건지 궁금해졌다.“안 받아!”임지환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거절했다.이민재는 임지환이 이렇게 단칼에 거절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해 잠시 멍해졌다.이래 봬도 명의라 불릴 만큼 명성이 자자한 자기가 어디를 가든 분명 환영받고 존중받을 정도인데 임지환에게 이토록 매정하게 거절당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거절하는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이민재는 조심스럽게 이유를 물었다.“넌 너무 늙었고 못생겼잖아. 내가 원하는 건 미인이란 말이야. 그런데 내가 어떻게 너한테 관심이 생기겠어?”임지환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네?”이민재는 입이 떡 벌어져 말을 잇지 못했다.설마 자기가 단호하게 거절당한 이유가 늙고 못생긴 데다 미인이 아니기 때문일 줄이라니, 놀라울 따름이었다.이청월이 옆에서 웃으며 입을 열었다.“영감, 내가 좋은 방법 하나 알려줄까?”“무슨 방법인데요?”이민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물었다.“외국에 가서 성전환 수술하고 얼굴 리프팅까지 하고 오면 돼. 그러면 내가 임지환에게 널 제자 삼으라고 말해볼게.”이청월은 말을 마치자마자 배를 잡고 웃음을 터트렸다.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허청열과 화도윤도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고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체면을 생각해서 억지로 웃음을 참았다.“당신들... 이건 너무하잖아요! 제자를 안 받는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사람을 모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이민재는 눈을 부라리며 씩씩댔고 분노가 가득 찬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평생 힘들게 쌓아온 명성이 오늘 하루 만에 모두 날아가는 기분이었다.“아직도 모르겠어? 내가 널 제자로 안 받는 이유는 네가 미인이 아니거나 늙어서도 아니야.”임지환은 조금 모자란 바보를 보는 듯한 눈빛을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그럼 도대체 왜 안 받는 겁니까?”이민재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임 대사, 정말 고맙습니다. 도윤아, 날 대신해서 임 대사를 정성껏 대접해라!”화연평은 그제야 임지환의 말을 따라 침대에 편안하게 누우며 화도윤에게 조용히 당부했다.임지환과 이청월도 더 이상 화연평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고 방을 나섰다.“임 선생님, 제가 자인 호텔에 방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지금 당장 사람을 보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화도윤이 싱글벙글 웃으며 얼른 쫓아 나와 임지환에게 말했다.“필요 없어. 우리가 직접 거기로 갈 테니 넌 여기서 화 장군님을 잘 돌봐.”임지환은 손을 흔들며 거절했다.“임지환, 우리가 간만에 금릉에 왔잖아. 제대로 한 번 쇼핑도 하고 맛있는 것도 사 먹자.”이청월은 지금 상황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그래, 네 말대로 하자.”임지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잠깐! 두 분, 멈춰주세요!”두 사람이 막 떠나려 할 때 이민재가 허겁지겁 뒤쫓아왔다.“이 침왕, 아직도 볼 일이 남았나요?”화도윤의 이마에 주름이 잡히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아까 이민재가 저지른 실수 때문에 아버지가 자칫 죽을 뻔했으니 화도윤의 마음속엔 여전히 이민재에 대한 불만이 남아 있었다.이민재가 의술로 유명하지 않았다면 이미 저택에서 쫓아냈을 것이다.“임 선생님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이민재는 아까와는 다르게 공손한 태도로 존댓말까지 써가며 말했다.“부디 가르침을 부탁드리겠습니다.”“뭘 묻고 싶은 거야?”임지환은 귀찮다는 듯이 물었다.“화 장군님 체내의 사악한 기운을 도대체 어떻게 제거하셨는지 궁금합니다.”이민재는 진심으로 지식에 굶주린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제가 침을 놓을 때 장군님 체내의 생기를 운용해 분명 어느 정도 효과를 보였는데 왜 결국엔...”“내가 왜 너에게 말해줘야 하지?”임지환이 이민재의 말을 끊었다.“그건...”이민재는 그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임지환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굳이 자기에게 말해줄 필요가 없다는 걸 이민재는 알고 있었다.“저는 의사로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
“아악!”비명이 또 방에서 들려왔고 이번엔 더 고통스럽고 무시무시했다.“날 들여보내 주세요!”화도윤은 방 안에서 들려오는 처절한 비명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화 회장님, 죄송합니다만, 그럴 순 없습니다.”허청열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화도윤을 막아섰다.“허 교관! 넌 정말 이대로 우리 아버지를 죽게 내버려두겠다는 건가?”화도윤의 눈은 핏발이 서서 당장이라도 누군가를 물어뜯을 것 같은 야수 같았다.“저도 물론 장군님이 돌아가시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임 선생님 외에는 누구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임 선생님이 허락하기 전까지는 누구도 들어가게 놔둘 순 없습니다.”허청열은 이를 악물고 단호하게 말했다.옆에 있던 이청월의 얼굴도 창백해졌다. 방 안에서 들려오는 비명이 너무나도 끔찍했기 때문이었다.“이대로 가다간 나조차도 장군님의 생명을 지탱하기 어려울 겁니다.”이민재는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내 생각엔 먼저...”“끄악!”다시 한번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고 방 안은 곧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고 더 이상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화도윤과 허청열은 그대로 굳어버렸고 할 말을 잃었다.“어휴... 이젠 무슨 말을 해도 늦었습니다.. 당신들, 사람을 잘못 믿은 겁니다.” 이민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끼익...”바로 그때, 임지환이 문을 열고 나와 태연한 표정으로 물었다.“방금 뭐가 늦었다고 했어?”“넌 실력도 부족하면서 괜히 잘난 척하다가 화 장군님을 네 손으로 죽인 거야. 이제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보겠어.”이민재는 냉랭하게 비웃으며 재밌는 구경이라도 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임 선생님...”허청열이 조심스럽게 앞으로 다가와 조급한 얼굴로 물었다.“걱정 마, 장군님 체내의 사악한 기운은 내가 이미 완전히 제거했어. 이제 장군님 생명에는 더 이상 지장이 없을 거야.”임지환은 표정 변화도 없이 차분하게 대답했다.“정말입니까?”“임 선생님, 그 말씀, 정말입니까?”화도윤과 허청열은
“만약은 절대 없습니다!”화도윤의 눈빛이 갑자기 날카로워지며 은은하게 살기가 서렸다.“이 영감탱이가 아직도 제정신이 아니네. 말을 왜 이 따위로 해? 네가 실력이 바닥을 친다고 해서 임지환 실력도 바닥을 친다는 도리는 없잖아!”이청월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임지환을 깎아내리는 말이라 곧바로 받아쳤다.“이 버릇없는 계집, 닥치지 못해? 난 아직 네 죗값도 묻지 않았어!”이민재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손을 들었다.“이 침왕, 자중하십시오.”둘을 지켜보던 허청열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이청월 앞을 막아섰다.허청열의 몸에서 칼날이 칼집에서 막 빠져나오기 직전인 듯 날카로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좋아요, 저 녀석이 진짜 화 장군님을 살려낸다면 이 부러진 손은 그냥 넘어가 주겠습니다. 하지만 살려내지 못한다면 화 선생은 더 이상 이 일에 관여하지 않길 바랍니다.”이민재는 속으로는 불만이 가득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이민재도 바보는 아니었기에 허청열과 싸워봤자 손쉽게 당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콜록콜록...”방 안에서 갑자기 거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그 기침 속에는 피를 토하는 소리까지 섞여 있는 듯했다.화도윤의 얼굴이 굳어지며 안으로 뛰어들 듯이 몸을 움찔했다.그러나 허청열이 화도윤을 막아섰고 고개를 저으며 냉정하게 말했다.“화 회장님, 임 선생님의 허락 없이는 우리가 밖에서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알겠네.”화도윤은 어쩔 수 없이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지금, 화도윤은 임지환에게 모든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한편, 방 안에서 오랜 시간 거친 숨을 몰아쉬던 화연평이 마침내 힘겹게 피곤이 가득한 눈을 떴다.화연평은 희미하게 보이는 임지환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임... 임 대사, 고... 고맙습니다.”“화 장군님, 아직 고마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치료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터는 조금 고통스러울 수도 있으니 꾹 참고 견뎌주시길
“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난 의사로서 수십 년간 수많은 생명을 구했고 의학계에서 꾸준히 명성을 쌓아왔어. 오늘 너 같은 풋내기에게 내 명예를 더럽히게 둘 수는 없어!”이민재는 수염을 부들부들 떨며 분노로 눈이 뒤집혀 거의 쌍욕이라도 할 듯한 기세였다.“이 영감탱이가 어쩜 이렇게 말이 안 통하지? 환자가 너 때문에 병이 더 악화했는데도 뭐라 하지 말라는 거야?”이청월은 눈을 부릅뜨고 이민재에게 쏘아붙였다.이민재가 일반 사람들에게는 오랜 명성을 자랑하는 침술의 대가일지 몰라도 이청월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중요한 건 단 하나, 임지환을 건드리는 건 절대 안 된다는 것뿐이었다.“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이민재는 이청월을 가리키며 화가 치밀어 올라 말을 잇지 못했다.“지금 화 장군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인데 넌 환자를 살릴 방법을 찾기보다 네 명성 걱정부터 앞서는구나. 내 생각엔 넌 그냥 명예에만 집착하는 돌팔이야!”이청월의 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이민재의 급소를 정확히 찔렀다.“어디서 나타난 계집이 감히 어르신에게 말대꾸를 해? 오늘 내가 네 부모를 대신해 제대로 교육해 주마!”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이민재는 더 이상 체면 따위는 개의치 않고 손을 뻗어 이청월을 때리려 했다.하지만 이민재의 손이 이청월에게 닿기도 전에 임지환이 그의 팔을 단단히 붙잡았고 가볍게 힘을 주었다.딱!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민재의 팔이 임지환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부러지는 소리였다.“아악!”이민재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팔을 부여잡았고 그의 얼굴은 분노와 고통으로 붉게 달아올랐다.허청열과 화도윤은 이 광경에 놀라서 숨을 들이쉬며 얼굴이 창백해졌다.임지환의 행동은 너무나 대담했다. 침술의 왕이라 불리는 이민재의 팔을 부러뜨리다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이 일이 의학계에 널리 퍼지기라도 하면 임지환은 의학계 전체의 적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허 교관, 지금부터 난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