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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0화

조유진의 말이 떨어지자 손님들은 모두 상황을 눈치챘다.

실제로 도둑이 있는 게 아니라 누군가 일부러 일을 꾸미고 있다는 것을.

자신의 혐의를 벗으려면 먼저 이 혼란을 키워야 한다는 계산이었다.

그때 이성적인 손님 한 명이 나서서 공정하게 말했다.

“오늘은 어르신의 생신잔치인데 이런 일로 분위기를 망치는 건 좀 무례하지 않나요? 주인집의 체면도 생각해야 하니까 오늘은 일단 이쯤에서 끝내고 진짜 잃어버린 물건이 있으면 나중에 따로 해결하는 게 어떨까요? 만약 찾지 못하면 육씨 집안에서 책임지고 보상해 줄 겁니다!”

조유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 다이아몬드 귀걸이는 천천히 찾아도 되니 괜찮아요. 근데 설영 씨는 아까부터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하니 아마 어르신의 체면이나 기분은 고려하지 않는 모양이네요.”

이 말은 상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태도로 보였다.

유설영이 계속 이 문제를 물고 늘어진다면 그녀가 눈치 없는 사람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 모임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규칙을 정하는 사람들이지만 정작 자신들은 그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서도 남이 규칙을 어기는 것은 싫어한다.

여기 있는 모두가 육씨 집안의 손님인 만큼, 주인집과 사이가 나빠지는 건 아무도 원치 않았다.

육씨 집안과 조금이라도 연이 닿아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눈치가 빠르고 상황을 잘 파악하는 사람들이었다.

“어르신의 80번째 생신인데, 경찰에 신고한다니 참 불길하네요!”

“생신잔치에서 도둑 이야기가 나오면 소문나서 웃음거리가 될 테니 이건 그만둬야죠!”

“잔치 끝나고 나서 알아서 해결해요!”

“어르신께서 연극 무대까지 준비하셨으니 저흰 공연이나 보러 가자고요. 이 소란스러운 연극은 그만 봐요!”

구경하던 손님들은 하나둘씩 뒤뜰로 가서 진짜 연극을 보기 시작했고, 더 이상 이 시시한 소동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유설영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는데 조유진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이 다정해 보이는 조유진이 이렇게 교활하고 치밀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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