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43화

남초윤은 욕실에서 꽤 오랫동안 망설였다. 샤워를 끝내고 검은색 레이스 속옷을 입은 채 거울을 보니 코피가 터질 것만 같았다.

이 옷, 생각보다 너무 자극적이었다. 아무것도 안 입은 것보다 더 자극적인 느낌이랄까.

남초윤은 황급히 흰색 가운을 잡아챈 후 몸에 감싸고 적어도 욕실 밖으로 나갈 용기를 얻었다. 세면대에 있는 향수도 꺼내어 손목과 귀 뒤에 뿌렸다. 향기는 신선하고 독특한 복숭아 향이었다.

모든 준비를 마친 그녀는 거울을 보며 몇 번이나 깊은 숨을 내쉬었다. 만약 이러고도 육지율이 눈치 못 챈다면 아마 그 부위에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 시각, 육지율은 법무법인의 동료들과 화상 회의를 진행하며 대규모 인수 사건 몇 건을 논의하고 있었다. 그가 침실 문을 열고 들어오자 남초윤은 한쪽 다리를 침대에 살짝 올리고 앉아 ‘과장된 동작’으로 바디 로션을 바르고 있었다.

남초윤은 그가 다가오자 약한 버드나무처럼 그의 품에 기대며 몸을 맡겼다. 육지율은 고개를 숙여 그녀를 보며 말했다.

“무슨 바람이 불었길래 이러는 거예요?”

“...”

남초윤은 입꼬리를 살짝 떨며 눈을 굴리려는 것을 겨우 참았다. 그리고 마치 유설영처럼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그를 부르며 말했다.

“지율 씨, 등은 내가 혼자 못 바르니까 도와줄래요?”

육지율은 천천히 눈썹을 치켜올리며 묻듯이 바라봤다.

“뭐라고 불렀어요?”

“지율 씨라고... 그렇게 부르면 안 돼요?”

유설영도 늘 그런 말투로 그를 불렀는데 왜 자신은 안 된다는 거지? 솔직히 방금 부르는 게 너무 어색하긴 했다.

육지율은 그녀의 팔을 붙잡고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부를 수는 있는데 익숙하진 않네요.”

사실, 남초윤 자신도 너무 어색해서 곧 토할 것만 같았다.

육지율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말투 좀 똑바로 해요. 여우처럼 굴지 말고.”

남초윤은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유설영도 그렇게 여우처럼 굴면서 맨날 ‘지율아~’ 라고 하던데, 그땐 꽤 좋아 보이던데요?”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