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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0화

작가: 남희은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1 19:00:00
그날 밤, 육지율은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

사진 속에는 다름 아닌 병원의 검사 보고서가 떡하니 있었다.

[내 정자는 멀쩡하다고! 누가 또 헛소문 퍼트리면 정말 정자에 문제가 생길 줄 알아!]

이 SNS 게시물은 당당하게 모두에게 공개된 상태였다.

배현수: [봤다. 근데 너무 요란하게 올리면 오히려 가짜 보고서로 진실을 감추려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어.]

조유진: [축하해요! 얼른 후대 보시길 기원해요!]

유설영: [네가 이런 검사를 왜 해? 만나본 사람은 다 알 텐데.]

강란: [정자 질이 좋으면 뭐해? 넌 애도 안 낳을 건데, 상관없지.]

육성일: [삭제해라! 이게 뭐 하는 짓이냐!]

“...”

이제 전 세계가 육지율의 정자 상태를 다 알게 됐다.

남초윤은 샤워를 마치고 욕실에서 나왔다.

육지율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한 손으로 휴대폰을 들고 배현수의 댓글에 맞대응하고 있었다.

[너야말로 발기부전이거든?]

[너무 예민하게 굴지 마.]

“...”

‘젠장! 저 입은 독약이라도 발랐나 봐!’

육지율은 분노를 참으며 휴대폰을 침대 옆 협탁에 던졌다.

고개를 돌리자 남초윤이 샤워를 끝내고 깨끗하게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기분이 좀 풀린 육지율은 다리를 툭툭 두드리며 손짓했다.

“이리 와요.”

남초윤은 아까 SNS에서 벌어진 일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녀는 천천히 다가갔고, 육지율 앞에 거의 다 왔을 때 그가 갑자기 그녀를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다.

육지율은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평소에 유진 씨랑 무슨 이상한 얘길 하길래 이런 주제까지 가게 된 거예요? 그리고 내가 침대에서 어디가 부족했길래 밖에서 날 그렇게 까요?”

“...”

‘아니야! 진짜 아니야!’

남초윤은 당황하며 변명했다.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유진이가 우리가 왜 아직 애가 없는지 궁금해 해서요. 그러다 나온 말이에요. 배 대표랑 한 번에 임신됐는데 지율 씨는 왜 그러냐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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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지율이 돌아서려는 순간 남초윤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그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그는 살짝 눈썹을 들며 남초윤의 상처 난 발을 보았다.‘정말로 발이 아팠던 거야?’ 육지율은 다시 침대에 앉아 그녀의 발을 살피기 위해 손으로 조심스럽게 잡았다. 남초윤은 무의식적으로 발을 움츠리며 물었다. “뭐 하는 거예요?” 육지율의 긴 손가락이 그녀의 상처 부위를 누르자 남초윤은 아픈 듯 ‘윽’ 소리를 냈다. “어떻게 된 거예요?” “하이힐 때문에 생긴 상처예요.” 그녀는 원래 출퇴근할 때 차를 타고 다녀서 하이힐을 신어도 별로 불편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잡지사에서 지하철역까지 거의 천 미터를 걸었고, 중간에 발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육지율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발이 아픈데도 하이힐을 신었어요?” “저희 편집장이 깐깐한 사람이잖아요. 회사에 큰 고객이 올지도 모른다면서 옷차림에 신경 쓰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하이힐을 신으면 예쁘잖아요. 예뻐지려면 고생은 감수해야죠.” 운동화가 편하긴 했지만 남초윤은 그게 싫었다. 마치 이 엉망진창인 결혼 생활처럼. 분명히 미련을 둘 게 없는 관계인데도 육지율의 얼굴만 보면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육체적으로 끌리는 감정은 가장 치명적이면서도 제어하기 어려운 감정이었다. 그녀가 편집장에 대해 처음으로 불만을 털어놓는 걸 듣고는, 육지율은 그녀가 그만두고 싶어 하는 줄 알았다. “그렇게 상사가 싫으면 그만둬요. 내가 초윤 씨를 못 먹여 살릴까 봐? 그 일도 별 발전 가능성 없어 보이는데.” 남초윤은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당신이 날 먹여 살릴 수 있는 것과, 내가 나 스스로를 먹여 살릴 수 있는 건 별개의 문제예요.” 게다가 그가 평생 자신을 먹여 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설사 그가 평생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한다 해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가 평생 동안 오직 자신만을 책임질 수 있다는 보장은 없는 걸. 육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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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52화

    “...” 남초윤의 얼굴이 새빨개지며 화난 듯이 소리쳤다. “누가, 누가 참지 못한다고! 육지율 씨가 더 급한 거 아니에요?”육지율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정말로 욕실에 안 갈 거예요?” “안 가, 안 가, 안 가요! 당신이나 가버려!” 남초윤은 베개를 들어 그에게 던졌다. 육지율은 여유롭게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러 갔는데 정말 얄밉기 짝이 없었다. 남초윤은 침대에 기대어 누워 휴대폰을 잠시 만지며 방금 어지러웠던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때, 육지율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원래는 받지 않으려 했지만 전화가 꺼지자마자 다시 울렸다. 뭔가 중요한 고객의 전화일 것이라 생각한 남초윤은 휴대폰을 집어 들었고, 화면에는 ‘유설영’이라는 이름이 뜨고 있었다. 누가 전화했는지 뻔했다. 남초윤은 왠지 모르게 전화를 받았다. 아직 말을 꺼내기도 전에 유설영의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지율아, 왜 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어? 어디 아픈 거야? 혹시 너 초윤 씨에게 아무 끌림도 없는 거야?” 남초윤은 기가 막혀 답했다. “지율 씨가 나한테 끌림이 있든 없든, 그쪽이랑 무슨 상관인데요?” 남초윤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유설영은 마치 태세 전환이라도 한 듯, 목소리가 차갑게 변했다. “초윤 씨였어요? 왜 남의 휴대폰을 몰래 훔쳐서 고객 전화를 받는 건데요?” 남초윤은 비웃으며 말했다. “첫째, 전 육지율 씨 아내에요. 몰래 보는 게 아니라고요. 둘째, 대체 어떤 ‘고객’이 한밤중에 유부남에게 전화 걸어서 아내에게 끌림이 있느냐고 물어보는 건데요?” 유설영은 남초윤의 비꼬는 말을 전혀 개의치 않고 오히려 미소를 띠며 말했다. “맞아요. 전 엄밀히 말해 정식 고객은 아니죠. 사실 저랑 지율이는 2년간 사귀었던 사이였고, 고등학교 동창에다 같은 반 친구였거든요. 만약 지율이 할아버지가 반대하지 않았더라면 고등학교 졸업 후 지율이는 나랑 영국 유학을 갔을 거예요. 그러니까 남초윤 씨, 우리 사이는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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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54화

    남초윤이 중얼거렸다. “못 데려가면 뭐 어때.” 육지율은 눈을 내리깐 채 은은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래요? 안 무서우면 왜 과일칼을 들고 내 사무실에 와서 날 죽이려 했는데요? 내가 빨리 피하지 않았으면 지금쯤 침대에서 초윤 씨를 만족시키지도 못했을 걸요?” 그때 남초윤은 겁도 없이 과일칼을 숨겨 들고 그의 사무실로 달려갔다. 그를 보자마자 바로 그의 하반신을 노렸다. 육지율은 그때 놀라 얼어붙었다. 겨우 잠깐 같이 잔 거 가지고 이렇게 화낼 일인가? “...” 과거를 들킨 남초윤은 얼굴이 붉어졌고, 부끄럽고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하반신을 제대로 못 관리하고 아무하고나 자대서 그런 거잖아요! 날 안 건드렸으면 우리 아빠도 당신이랑 결혼시키려고 안 했을 텐데, 왜 날 건드린 거예요?” 육지율은 짓궂은 표정으로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냥 자는 맛이 있어서.” “뭐라고요?”‘이 개같은 남자! 정말 진지할 때가 없어요!’남초윤은 화가 나서 손을 들어 그의 뺨을 때리려 했지만 육지율이 그녀의 손목을 잡아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그녀 위에 몸을 얹었다. 어두운 조명 속에서 그는 잘생긴 얼굴에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남초윤 씨, 가정 폭력은 안 돼요. 결혼하고 싶다면 그냥 이쁘게 말로 부탁하면 되잖아요. 그렇게까지 흥분할 필요는 없지 않나?” 육지율의 나른한 목소리는 낮고 자극적인 톤으로 그녀의 귓가를 스쳤다. 남초윤은 순간 몸이 저릿해졌다. “누, 누가 당신한테 결혼하자고 했어... 으!” 깊게 파고드는 그의 키스에 그녀는 몸을 떨며 저항하려 했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 아련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육지율...” 그는 단단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꽉 잡고 점점 더 강하게 끌어당겼다. 그의 눈이 반짝였다. “이걸 원하던 거 아니였나?” “...” 그렇다. 그녀는 이걸 원했다.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열심일 필요는 없었지만... 육지율은 침대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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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55화

    육지율은 먼저 아침 식사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무언가 떠오른 듯 멈춰서 물었다. “어제 왜 지하철 입구에서 나 기다렸어요? 요즘 차 안 타는 것 같은데, 차는 어디 있어요?” 그는 마당을 한 번 훑어보았지만, 남초윤의 보기 흉한 색의 카이엔은 보이지 않았다. 남초윤은 그가 이걸 눈치챘다는 게 의외였는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대답했다. “전에 그 차 색깔이 너무 못생겼다고 불평한 적 있잖아요. 그래서 팔았어요.” “그럼 그게 초윤 씨가 빨간 하이힐을 신고 지하철에 끼어 들어가다가 발이 까진 이유였어요?” “...” 육지율은 다시 돌아와서 식탁 의자를 끌어당기고 그녀 맞은편에 앉았다. 남초윤은 여전히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다. “왜 아직도 안 가요?” 육지율은 무심하게 말했다. “얼른 먹어요. 내가 잡지사까지 태워줄게요.” 남초윤은 별 생각 없이 대답했다. “지율 씨 로펌이랑 우리 잡지사는 같은 길이 아니잖아요.” 서로 몇 블록은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육지율은 조용히 그녀를 보며 말했다. “정말 그 다리로 출근 시간대 지하철에 탈 수 있을 것 같아요?” “...” 사실이었다. 남초윤은 빠르게 아침을 마치고 현관으로 가서 신발을 갈아 신었다. 평소처럼 빨간 하이힐을 신으려던 그녀는 잠시 생각했다. 아침에는 좋은 차로 가더라도 저녁에는 다시 지하철을 타야 할 텐데. 결국 이 하이힐은 부드러운 카펫 위를 걷는 부잣집 사모님에게나 어울리는 거지, 오래 걷기 힘들 것 같았다. 그녀는 하이힐 대신 평소에 신는 편안한 플랫슈즈를 꺼내 신으려 했다. 그때 육지율이 그녀의 마음을 꿰뚫은 듯 말했다. “좋아하는 신발이면 그냥 신어요. 저녁에 데리러 갈게요.” 남초윤의 눈이 반짝였다. “저녁에 약속 없어요?” 그는 보통 밤 9시나 10시가 돼야 집에 돌아오곤 했다고 때로는 새벽까지 바쁘기도 했다. 육지율은 특별한 설명 없이 덤덤하게 말했다. “요즘은 안 바빠요.”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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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5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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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57화

    조유진은 감정의 기복 속에서 혼란스러운 얼굴로 배현수를 쳐다보았는데 자신이 환각을 보는 게 아닐까 싶었다. “어, 언제 깨어난 거예요?” 배현수는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무력하게 웃으며 말했다. “네가 울면서 나더러 얼른 깨라고 했잖아. 나랑 혼인 신고하러 가자고. 유진아, 사람은 한 번 한 말은 꼭 지켜야 해.” “...” 조유진의 얼굴에는 아직 눈물이 마르지 않았지만 당혹감에 그 눈물을 억지로 삼켜냈다. 그녀는 배현수의 다친 오른쪽 어깨를 보고 다급히 물었다. “상처는 아프지 않아요?” 배현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원래는 안 아팠는데 지금은 좀 아프네.” “왜요?” 조유진은 여전히 멍한 상태로 반응이 늦었다. 배현수는 손을 뻗으며 웃음기 어린 얼굴로 말했다. “일단 일어나서 이야기하자. 무릎 안 아파?”‘모르는 사람이 보면 내가 죽은 줄 알겠어.’“...” 조유진은 당황하며 병상에 손을 짚고 천천히 일어났지만 오랜 시간 무릎을 꿇고 있었던 탓에 다리가 저려 앞으로 쓰러질 뻔했다. 배현수는 본능적으로 그녀를 안아줬지만 그 과정에서 그녀가 그의 어깨 상처에 부딪히는 바람에 숨을 들이쉬고 말았다.“괜찮아요?” 조유진은 급히 그의 몸에서 떨어져 상처를 확인하려 했지만 남자는 팔을 감아 그녀를 꽉 껴안으며 말했다. “아파. 그러니까움직이지 마.” 조유진은 꼼짝도 못하고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의사 불러올까요?” 배현수는 그녀를 계속 안고 놓지 않으며 느닷없이 물었다. “유진아, 방금 네가 한 말, 아직 유효한 거지?” 조유진은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머리가 뒤엉켜 있었다. “무슨 말이요?” 옆에 있던 서정호가 그 상황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조유진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말했다. “아, 사모님. 방금 ‘현수 씨, 일어나요... 혼인 신고하러 가야죠’라고 하셨잖아요.” 서정호의 과장된 목소리와 애교 섞인 말투에 배현수도 몸이 오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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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7화

    육성일의 압도적인 기운은 전화 너머에서도 남초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말을 하지 않아도 그 묵직한 압박감은 느껴졌다. 그때 어떻게 그런 용기를 냈는지, 어떻게 육씨 집안에 시집갔는지 스스로도 의아했다. 만약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차라리 구걸을 하더라도 절대 육씨 집안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남초윤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할아버지, 부탁드려요. 저희가 약속했던 건 두 달 전이었잖아요. 아직 두 달이 채 안 지났고, 제가 지금 아기를 가졌다고 해도 확인이 안 될 수도 있어요.” 그 말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기에 육성일도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할아버지의 전화를 겨우 넘겼지만 전화를 끊자마자 다시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렸다. 이번엔 ‘개자식’ 육지율이었다. “...” 할아버지와 손자는 통화 시간까지 맞춘 것처럼 기가 막히게 연달아 전화를 걸어온다. 그녀는 냉랭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왜요?” 육지율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무슨 폭탄이라도 먹었어요?” 육지율이 자신의 책을 내리게 만들고, 지난달과 이번 달 원고료도 다 날려버린 상황에서 그녀가 전화를 받아준 것만으로도 기적이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아직 유지 중이었고 필요한 것도 있으니 남초윤은 결국 목소리를 가다듬고 좀 더 부드럽게 말했다. “지율 오빠, 무슨 일이에요?” “... 뭐라고 불렀어요?” “지~율~오~빠~” 그녀는 유설영의 말투를 흉내 내며, 아니, 오히려 더 능숙하게 말했다. 육지율은 순간 닭살이 돋았다. “제발 평소처럼 말해요. 저녁에 내 친구가 귀국하는데 같이 식사해요. 6시에 잡지사로 데리러 갈게요.” 남초윤은 단번에 거절했다. “난 안 갈래요.” “저녁에 뭐 다른 약속 있어요?” 남초윤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결혼한 지 3년 됐지만 당신은 나한테 친구 한 명도 소개해 준 적 없잖아요.” 그리고 이제 곧 이혼할 텐데 친구를 만날 필요는 더 없었다.이혼하고 나서 친구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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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유진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학교에서 누가 너 괴롭히진 않았어?” 배선유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응, 나 괴롭히는 사람 없어. 할아버지가 우리 학교에 엄청난 돈을 기부하셔서 선생님들도 항상 나한테 잘해주시고 많이 관심 해주셨어. 그래서 나도 함부로 장난칠 수가 없어. 혹시 선생님이 할아버지한테 이르실까 봐.” 배현수는 이 말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 배선유는 작은 악동처럼 말이 많았고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는 아이였다. 배현수의 말에도 자주 대꾸를 하니, 만약 동급생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면 벌써부터 떠벌렸을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남을 괴롭히는 쪽에 더 가까웠다. 성남에서 엄준은 배선유를 엄청나게 아끼며 키웠고, 그래서인지 아이는 주눅이 들지 않고 활발하게 자랐다.조유진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다행이네. 우리 선유가 공부를 게을리할 걱정은 없겠어.” 배현수는 딸을 겁주듯 말했다. “너 공부 안 하고 일찍 연애라도 시작하면, 널 대제주에 데려와서 24시간 동안 지켜볼 거야.” 배선유는 입술을 내밀며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이건 너무 심해요! 나 혹시 쓰레기통에서 주워 온 거 아니에요?” 배현수는 코웃음을 치며 엄격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말했다. “공부 안 하면 좋은 날은 없을 거야.” 잠시 후, 학교 종이 울릴 시간이 가까워졌다. 배선유는 전화를 끊으려다가 친구가 그린 결혼사진 두 장을 영상 속으로 건네받았다. “선유야! 너랑 지우의 결혼사진 내가 그려놨어! 한 번 봐봐!” 배선유가 물었다. “한 장에 얼마야?” “너니까 공짜로 해줄게! 대신 다음번엔 나랑 결혼해 줄 수 있어?” “생각해볼게!” “...” 이 속도로라면 그들 부부는 도대체 몇 명의 사위를 맞이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한편, 스타라이트 매거진에서.남초윤이 사이트 편집자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그녀의 책은 예상대로 플랫폼에서 삭제되었고 이달 원고료는 한 푼도 들어오지 않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5화

    [합법적 부부] 함께 올라온 사진엔 결혼반지를 낀 두 손이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었다. 이 게시글이 올라가자마자 마치 깊은 바다에 떨어진 폭탄처럼 큰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수많은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들어 반응했다. 육지율: [8년의 여정 끝에 드디어 자랑할 수 있네!] 송하진: [어! 전 두 사람 목숨 구해준 은인이에요. 제가 아니었으면 두 사람이 어떻게 혼인신고까지 했겠어요? 당장 절 주빈으로 식사 대접해요!] 남초윤: [아아아아! 유진이를 결혼이라는 무덤 속으로 끌어들이다니! 대표님 너무하세요!] 엄창민: [내 여동생한테 잘해요. 혹시라도 괴롭히면 내 주먹이 용서 못 해요!] 엄명월: [형부! 이렇게 좋은 일에 저희한테 뭐라도 사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강이찬: [축하해, 결국 원하는 대로 됐네.] 심미경: [백년해로하세요. 행복하길 기원합니다!] 서정호: [대표님, 일 다 끝냈으면 빨리 돌아오세요. 의사 선생님이 여기서 엄청 화내고 있어요. 저 더는 못 버틸 것 같아요!] 학교 가기 싫어: [와! 아빠랑 엄마가 드디어 결혼했네요! 헤헷, 아빠, 나도 오늘 결혼했어요!] 배현수는 배선유의 댓글을 보고 순간 검은 눈동자가 흔들렸다. 조유진이 운전하며 그의 미세한 변화를 눈치채고 물었다. “왜 그래요?” “선유가 결혼했다는데.” “뭐라고요?” 조유진은 깜짝 놀라 차를 도로 옆에 세우고 급히 배선유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 저쪽에서 배선유는 학교에 있었는데 마침 쉬는 시간이었다. 외국어 학교라 분위기가 자유로워 아이들은 평소에도 부모님과 연락을 하기 위해 휴대폰을 가지고 다녔다. 배선유는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을 카메라 앞으로 들이밀었다. “엄마, 아빠! 나 사진 보고 싶어!” 조유진은 그녀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나서 물었다. “선유야, 아까 결혼했다고 했잖아. 누구랑 결혼한 거야?” “우리 반 한지우랑! 엄마, 나 오늘 엄청 많은 축의금을 받았어! 내가 다 적어 놨어!”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4화

    조유진은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갈게요.” 그가 환자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이번 한 번은 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 다음 날 이른 아침. 서정호가 산성 별장에서 두 벌의 정장과 결혼 서류를 준비해왔다. 조유진은 오랜만에 풀 메이크업을 하고 머리도 고데기로 말았다. 그녀는 하얀 오프숄더 드레스를 입고 사진에 잘 나올 수 있도록 최대한 신경 썼다. 그녀는 한동안 이렇게까지 꾸미지 않았는데 하이힐을 신고 배현수 앞에 서니 그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조금 어색해졌다. 그래서 물었다. “나 어때요?” “아름다워. 넌 언제나 아름다워.” 배현수는 전혀 망설임 없이 그녀를 칭찬했다. 조유진은 웃음을 참으며 옆에 있던 넥타이를 집어 들고 배현수에게 매어주었다. 배현수는 그녀의 손길에 고개를 숙이며 협조했다. 조유진은 평소와 다르게 더 복잡하고 정중한 ‘엘드리지 매듭’으로 넥타이를 맸는데 배현수는 평소에 간단한 윈저 매듭만 했었다. “이 매듭은 좀 생소하네.” 조유진은 넥타이를 다 매고 나서 그의 셔츠와 정장 재킷의 깃을 정리해 주었다. “이게 엘드리지 매듭이라고 해요. 중요한 자리에서 어울리는 방식이죠. 어때요, 괜찮아요?” “멋져. 하지만 여보, 우리 서둘러야 해. 조금 있으면 의사가 올 거야.” 웃으며 농담하듯 이야기하던 배현수는 조유진의 외투를 챙겨 그녀의 어깨에 걸쳐 주고, 그녀를 한 손으로 감싸 병실을 몰래 빠져나갔다. 두 사람은 마치 도망치듯 병원을 빠져나와 차에 올랐다. ... 그들이 빠져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의사가 병실에 회진을 왔다. 하지만 환자와 보호자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그곳에는 ‘무관한 사람’만 남아 있었다. 의사는 엄숙한 표정으로 서정호를 보며 물었다. “환자는 어디 갔죠? 튜브까지 다 뽑다니, 누가 뽑았습니까?” 서정호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환자 본인이 뽑았습니다.” “도대체 어디 간 겁니까? 팔을 정말 망가지게 할 작정인가요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3화

    배현수의 가슴이 떨렸다. 그는 조유진과 이마를 맞대며 낮게 속삭였다. “그때 난 네 옆에 있진 않았지만 네 뒤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었어. 그런데 왜 울었어?” “현수 씨 생각이 났어요.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게 너무 슬펐거든요. 내가 이렇게 좋은 남자를 잃어버린 것 같아서, 그게 너무 아쉽고 후회스러웠죠. 그래서 울었어요.” 지금 이렇게 그를 바라보고 있으니 잃어버렸다가 다시 되찾은 느낌이었다. 조유진의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맺혀 있었다. 하지만 이번 눈물은 슬픔이나 후회 때문이 아니었다. 감동과 감사함 때문이었다. 운명이 그들을 온갖 고난 속에서도 끝끝내 묶어 놓았고, 그들 사이에선 이제 더 이상 헤어질 수 없는 깊은 연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배현수는 긴 손가락을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천천히 끼워 넣으며 손을 꼭 맞잡았다. 순간 그들의 손바닥에서 따뜻함이 퍼져나갔다. 그는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진아, 넌 한 번도 날 잃은 적 없어. 우리가 몇 번을 떨어져도, 얼마나 오랫동안 떨어져 있더라도 난 결국 널 찾아내서 꼭 안고 말해줄 거야. 사랑한다고. 오직 너만 사랑한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조유진은 배현수의 유일한 선택이었고 그 선택은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었다. 조유진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현수 씨, 우리 영원히 함께할 수 있을까요?” “그럼.” 그의 대답은 8년 전과 똑같았다. 짧지만 확고했으며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조유진은 살짝 고개를 숙이며 손목에 걸린 달콤한 연녹색 비취 팔찌를 내려다보았다. “상처가 나으면 우리 같이 아주머니를 위한 좋은 묘지를 고르러 가요. 그분을 위한 의관묘라도 만들어 드리는 게 어때요?” “아직도 ‘아주머니’라고 불러?” 조유진은 순간 얼굴이 뜨거워지며 말투를 바꿨다. 배현수는 그녀의 팔찌를 손가락으로 살며시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풍수 좋은 곳을 따로 고를 필요는 없어. 어머니께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2화

    육지율은 그 필명이 어딘가 익숙하다고 느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문득 기억해 냈다. “이 자식! 기억났어! 이 녀석이 책에서 날 모욕하지 않았나? 내 명성을 망가뜨렸잖아?” 남초윤은 급하게 말했다. “잘못 본 거 아니에요? 비엘 작가가 주인공을 모욕할 리가 없어요! 그러면 밥숟가락 들고 욕하는 것과 뭐가 다르겠어요?” “나를 ‘수’로 묘사한 게 모욕이 아니고 뭐예요? 왜 항상 배현수가 공이냐고?” 남초윤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는 그 부분을 신경 쓰고 있었던 거였다.남초윤은 그가 진짜 작가를 고소할까 봐 걱정되었다. 그래서 변명하듯 말했다. “다음번엔 지율 씨가 공이고, 배 대표님이 수가 될 수도 있잖아요. 원래 BL 소설에서는 공수 구분이 모호해요. 겉보기에 수 같아도 사실은 공일 수도 있다고요!” 조유진은 살짝 의문을 제기했다. “난 현수 씨가 수 같지는 않았는데. 만약 현수 씨가 진짜 수라면 캐릭터 붕괴지. 차라리 육 변호사님이 수인 게 더 어울려. 자유롭고, 매력적이고, 다정하잖아.”“?”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육지율은 얼굴이 시커멓게 변하며 조유진에게 따졌다. “아니, 조유진. 내가 약해 보이는 수 같은 느낌을 준다고?” “...” 배현수는 차갑게 말했다. “유진이가 쓴 것도 아닌데 왜 화내? 그럴 시간 있으면 작가나 고소해.” 남초윤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 그냥 재미로 쓴 거지 무슨 큰 잘못을 한 것도 아니잖아요? 작가를 고소하면 너무 쪼잔해 보일 거예요!” 하지만 육지율은 이성을 잃고 이를 악물었다. “쪼잔해 보이든 말든, 그 책을 하차할 거예요!” 자신이 소설 속에서 수 역할로 묘사되었고, 그것도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있다는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 조유진은 객관적으로 말했다. “사실 책 내용은 나쁘지 않아요. 꽤 재미있고 독자도 많아요.” “독자가 몇 명인데?”“몇만 명 정도?” “뭐?”‘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날 수로 상상했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1화

    병실에서 조유진은 그가 누워있는 침대 옆에 앉아 있다가 잠들었다. 잠에 들어서도 손가락이 배현수의 손에 살짝 얽혀 있었는데 다정하고 달콤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진은 완전히 남자 친구 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입원 생활이 지루하다고 하다니.육지율이 댓글을 남겼다. “뭐야, 입원했어? 혹시 가정 폭력이라도 당한 거야?” 댓글을 남기고 나서 육지율은 차에 시동을 걸며 남초윤에게 말했다. “과일 바구니 좀 사서 병문안이나 가요. 친구가 입원했어요.” “친구? 설마 배 대표님이세요? 어디 아파요?” 육지율은 웃으며 말했다. “글쎄요. 진짜 아플 수도 있고 그냥 꾀병일 수도 있고.” 혹시 모른다. 꾀병일지도....병원에서는 조금 전 장은숙이 산성 별장에서 저녁 식사를 가져왔다. 수술 후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 밤은 죽 같은 유동식만 먹어야 했다. 배현수는 오른손을 쓸 수 없었기에 조유진이 죽 그릇을 들고 숟가락으로 그에게 먹여주고 있었다. 첫 숟가락을 그의 입 앞에 가져가자 배현수는 뜨겁다고 투덜댔다. 조유진이 후후 불어 온도를 맞춘 후 말했다. “이제 적당히 식었어요.” 배현수는 그제야 죽을 한 입 삼켰다. 그 순간 병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장난스러운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며칠 못 본 사이에 아기로 됐네? 밥도 혼자 못 먹고, 조유진이 널 너무 오냐오냐한 거 아냐?” 조유진이 놀라서 뒤돌아보니, 육지율과 남초윤이 병실에 들어와 있었다. 그녀는 웃으며 설명했다. “오른쪽 어깨에 부상을 입었어요. 의사 선생님이 며칠 동안 오른손은 쓰지 말라고 하셨어요. 상처가 더 심해질 수 있거든요.” 그러자 육지율은 다짜고짜 그의 오른쪽 어깨를 툭 쳤다. “진짜야?” 배현수는 고통에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 미친놈아!” 조유진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 “변호사님, 진짜로 다쳤다니까요! 어깨에 구멍이 났다고요, 함부로 건드리지 마세요!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0화

    그녀를 겨우 한 번 데리러 온 김에 출퇴근길의 불편함을 느끼고는 아예 차를 사서 해결하려고 하다니, 정말 육지율 다운 방식이었다.이 4S 매장에서 파는 차들은 모두 포르쉐였고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가장 저렴한 모델도 수천억 원대였다. 남초윤은 이미 남씨 집안이 육지율에게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었기에, 그가 차를 선물해 주겠다고 해도 받을 수 없었다.남초윤은 차분히 말했다. “앞으로는 출퇴근 길에 당신을 귀찮게 하지 않을 테니, 굳이 차를 선물할 필요는 없어요.”육지율은 순간 멈칫했다가 살짝 비웃으며 말했다. “차 한 대 선물한다고 귀찮다는 딱지가 붙어요? 이런 확산적 사고방식은 참 대단하네.”“....”정말 그런 게 아니란 말인가?평소에도 성격이 불 같았던 육지율은 차를 주겠다고 하면서도 그녀를 달래는 상황이 우스웠는지 어이없어 웃었다. 둘 중 누가 더 성격이 나쁜지 모를 일이었다.영업 직원은 남초윤을 육지율이 외부 애인으로 오해했고, 이 큰 거래가 깨질까 봐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가씨, 변호사님께서 차를 사주시는 건 출퇴근 시간을 줄여서 그 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더 쉴 수 있게 해주려는 마음이 아닐까요?”남초윤은 더 이상 그의 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 이미 갚을 수 없는 빚이 너무 많았고 계속해서 더 쓴다면 두 아이를 낳아야 겨우 그 빚을 다 갚을 수 있을 것 같았다.그러나 육지율은 그 여느 때처럼 행동했다. 그는 VIP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빨리 골라요. 차 안 사면 집에 못 돌아가요.”남초윤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여자 영업 직원이 다가와 다양한 모델을 소개할 때, 그저 듣기만 했다. 그 직원은 미소를 띠며 말도 아주 달콤하게 했다. “변호사님은 저희 매장의 단골이세요. 그런데 여자를 데리고 온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변호사님이 정말로 많이 아끼시는 것 같아요. 비싼 차를 고르시면 아마 더 기뻐하실 거예요.”역시, 판매왕이었다.감정적 가치를 제공하는 법을 너무나 잘 아는 직원이었다. 하지만 남초윤은 그저 외부의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59화

    남초윤은 결혼 상태를 한 번도 업데이트한 적이 없었다. 동료들 눈에는 여전히 미혼으로 보였다.처음 그녀와 육지율의 스캔들이 터졌을 때 온 세상이 떠들썩했지만 사실 모두 육지율의 매력적인 외모 때문이었다. 아무도 남초윤처럼 작고 평범한 존재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육지율이 그녀와 결혼하기로 결정했을 때 그들의 침대 사진이 언론이나 남재원에게 유출되지 않은 것도 기적이었다. 사람들은 그저 육지율이라는 유명한 바람둥이가 ‘함정'에 빠져 순진한 여자와 관계를 맺은 후, 마지못해 결혼했다는 소문만 믿고 있었다.육지율이 연예계 인물이 아닌 만큼 동료들 중에서도 아무도 그 사건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육지율이 ‘좋은 집안의 아들’ 이라는 사실만 기억하고 그의 결혼 상대가 누군지에는 무관심했다. 그녀는 어디에도 크게 드러나지 않았고 언론에서도 그의 곁에 서는 일이 거의 없었다. 남초윤은 그렇게 세상 사람들의 눈에 숨겨져 있었다.동료들은 그저 그녀가 조금 집안 배경이 있는 부유한 여자인 줄로만 알았고 육지율의 아내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어쨌든 육지율의 아내라면 아무리 상황이 나빠도 그들과 같이 일하며 고생할 일은 없을 테니까. 설령 과거에 파파라치 일을 했더라도 그렇게 높은 곳에 시집갔다면 육씨 집안이 그녀를 계속 그 일을 하도록 놔두지 않았을 거라고 여겼다.비록 세상은 모두 직업의 평등을 외치고 있지만 상류 사회에는 여전히 그들만의 규칙이 있었다. 체면과 명예가 그들의 신분과 존엄을 상징했다. 파파라치라는 직업은 육씨 집안에게 있어 절대 자랑스러울 수 없는 일이었으니, 육지율과 강란희가 그녀에게 좀 더 체면 있고 유망한 직업들을 제안했지만 남초윤은 그들의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그렇게 시간을 보낸 끝에 동료들은 하나둘씩 퇴근하고 남초윤만 남았다. 한 시간이 흐른 뒤 남초윤은 휴대폰 화면을 확인했다. 저녁 7시가 되었다. 그녀는 통화 기록을 훑어보고 다시 한 번 메시지를 확인했지만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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