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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1화

육지율이 돌아서려는 순간 남초윤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그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그는 살짝 눈썹을 들며 남초윤의 상처 난 발을 보았다.

‘정말로 발이 아팠던 거야?’

육지율은 다시 침대에 앉아 그녀의 발을 살피기 위해 손으로 조심스럽게 잡았다.

남초윤은 무의식적으로 발을 움츠리며 물었다.

“뭐 하는 거예요?”

육지율의 긴 손가락이 그녀의 상처 부위를 누르자 남초윤은 아픈 듯 ‘윽’ 소리를 냈다.

“어떻게 된 거예요?”

“하이힐 때문에 생긴 상처예요.”

그녀는 원래 출퇴근할 때 차를 타고 다녀서 하이힐을 신어도 별로 불편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잡지사에서 지하철역까지 거의 천 미터를 걸었고, 중간에 발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육지율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발이 아픈데도 하이힐을 신었어요?”

“저희 편집장이 깐깐한 사람이잖아요. 회사에 큰 고객이 올지도 모른다면서 옷차림에 신경 쓰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하이힐을 신으면 예쁘잖아요. 예뻐지려면 고생은 감수해야죠.”

운동화가 편하긴 했지만 남초윤은 그게 싫었다.

마치 이 엉망진창인 결혼 생활처럼.

분명히 미련을 둘 게 없는 관계인데도 육지율의 얼굴만 보면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육체적으로 끌리는 감정은 가장 치명적이면서도 제어하기 어려운 감정이었다.

그녀가 편집장에 대해 처음으로 불만을 털어놓는 걸 듣고는, 육지율은 그녀가 그만두고 싶어 하는 줄 알았다.

“그렇게 상사가 싫으면 그만둬요. 내가 초윤 씨를 못 먹여 살릴까 봐? 그 일도 별 발전 가능성 없어 보이는데.”

남초윤은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당신이 날 먹여 살릴 수 있는 것과, 내가 나 스스로를 먹여 살릴 수 있는 건 별개의 문제예요.”

게다가 그가 평생 자신을 먹여 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설사 그가 평생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한다 해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가 평생 동안 오직 자신만을 책임질 수 있다는 보장은 없는 걸.

육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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