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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5화

육지율은 먼저 아침 식사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무언가 떠오른 듯 멈춰서 물었다.

“어제 왜 지하철 입구에서 나 기다렸어요? 요즘 차 안 타는 것 같은데, 차는 어디 있어요?”

그는 마당을 한 번 훑어보았지만, 남초윤의 보기 흉한 색의 카이엔은 보이지 않았다.

남초윤은 그가 이걸 눈치챘다는 게 의외였는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대답했다.

“전에 그 차 색깔이 너무 못생겼다고 불평한 적 있잖아요. 그래서 팔았어요.”

“그럼 그게 초윤 씨가 빨간 하이힐을 신고 지하철에 끼어 들어가다가 발이 까진 이유였어요?”

“...”

육지율은 다시 돌아와서 식탁 의자를 끌어당기고 그녀 맞은편에 앉았다.

남초윤은 여전히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다.

“왜 아직도 안 가요?”

육지율은 무심하게 말했다.

“얼른 먹어요. 내가 잡지사까지 태워줄게요.”

남초윤은 별 생각 없이 대답했다.

“지율 씨 로펌이랑 우리 잡지사는 같은 길이 아니잖아요.”

서로 몇 블록은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육지율은 조용히 그녀를 보며 말했다.

“정말 그 다리로 출근 시간대 지하철에 탈 수 있을 것 같아요?”

“...”

사실이었다.

남초윤은 빠르게 아침을 마치고 현관으로 가서 신발을 갈아 신었다.

평소처럼 빨간 하이힐을 신으려던 그녀는 잠시 생각했다.

아침에는 좋은 차로 가더라도 저녁에는 다시 지하철을 타야 할 텐데.

결국 이 하이힐은 부드러운 카펫 위를 걷는 부잣집 사모님에게나 어울리는 거지, 오래 걷기 힘들 것 같았다.

그녀는 하이힐 대신 평소에 신는 편안한 플랫슈즈를 꺼내 신으려 했다.

그때 육지율이 그녀의 마음을 꿰뚫은 듯 말했다.

“좋아하는 신발이면 그냥 신어요. 저녁에 데리러 갈게요.”

남초윤의 눈이 반짝였다.

“저녁에 약속 없어요?”

그는 보통 밤 9시나 10시가 돼야 집에 돌아오곤 했다고 때로는 새벽까지 바쁘기도 했다.

육지율은 특별한 설명 없이 덤덤하게 말했다.

“요즘은 안 바빠요.”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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