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율은 먼저 아침 식사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무언가 떠오른 듯 멈춰서 물었다. “어제 왜 지하철 입구에서 나 기다렸어요? 요즘 차 안 타는 것 같은데, 차는 어디 있어요?” 그는 마당을 한 번 훑어보았지만, 남초윤의 보기 흉한 색의 카이엔은 보이지 않았다. 남초윤은 그가 이걸 눈치챘다는 게 의외였는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대답했다. “전에 그 차 색깔이 너무 못생겼다고 불평한 적 있잖아요. 그래서 팔았어요.” “그럼 그게 초윤 씨가 빨간 하이힐을 신고 지하철에 끼어 들어가다가 발이 까진 이유였어요?” “...” 육지율은 다시 돌아와서 식탁 의자를 끌어당기고 그녀 맞은편에 앉았다. 남초윤은 여전히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다. “왜 아직도 안 가요?” 육지율은 무심하게 말했다. “얼른 먹어요. 내가 잡지사까지 태워줄게요.” 남초윤은 별 생각 없이 대답했다. “지율 씨 로펌이랑 우리 잡지사는 같은 길이 아니잖아요.” 서로 몇 블록은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육지율은 조용히 그녀를 보며 말했다. “정말 그 다리로 출근 시간대 지하철에 탈 수 있을 것 같아요?” “...” 사실이었다. 남초윤은 빠르게 아침을 마치고 현관으로 가서 신발을 갈아 신었다. 평소처럼 빨간 하이힐을 신으려던 그녀는 잠시 생각했다. 아침에는 좋은 차로 가더라도 저녁에는 다시 지하철을 타야 할 텐데. 결국 이 하이힐은 부드러운 카펫 위를 걷는 부잣집 사모님에게나 어울리는 거지, 오래 걷기 힘들 것 같았다. 그녀는 하이힐 대신 평소에 신는 편안한 플랫슈즈를 꺼내 신으려 했다. 그때 육지율이 그녀의 마음을 꿰뚫은 듯 말했다. “좋아하는 신발이면 그냥 신어요. 저녁에 데리러 갈게요.” 남초윤의 눈이 반짝였다. “저녁에 약속 없어요?” 그는 보통 밤 9시나 10시가 돼야 집에 돌아오곤 했다고 때로는 새벽까지 바쁘기도 했다. 육지율은 특별한 설명 없이 덤덤하게 말했다. “요즘은 안 바빠요.” 그렇
배현수는 어깨에서 느껴지는 찢어질 듯한 고통 속에서도 조유진을 단단히 끌어안았다. 손바닥으로 그녀의 머리카락과 떨리는 등을 어루만지며 검은 눈동자는 그녀의 두려움에 찬 눈동자를 깊숙이 응시했다. “유진아, 잘 봐. 내가 누구인지. 두려워하지 마. 내가 있잖아. 레비아단은 더 이상 널 최면에 걸 수 없어.” “걱정 마, 유진아. 난 여기 있어.” 따뜻한 피가 칼날을 타고 흘러내리며 조유진의 손을 적셨고 그 선명한 붉은색이 그녀의 눈을 강하게 자극했다. 조유진은 흐릿한 시선을 들어 그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는데 몸은 떨리고 있었다. 이건 배현수의 피였다... 그는... 그는 배현수였다. 그녀의 배현수였다. 조유진은 몸이 크게 흔들리며 급히 칼자루를 놓았지만 손은 더 심하게 떨렸고 억눌려 있던 감정이 터져 나오며 눈물과 함께 그녀를 삼켜버렸다. “현수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어요... 내가 죽였어요... 두 마리의 늑대가 어머님을 물어뜯는 걸 내가 눈으로 봤어요... 내가 구하려 했는데... 그 사람들이 날 붙잡았어요...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배현수는 그녀를 놓지 않고 계속해서 이마에 키스를 하며 조용히 말했다. “괜찮아, 다 지나간 일이야.” “유진아, 난 여기 있어. 걱정 마.” ... 조유진이 눈을 떴을 때 눈앞에는 눈부시게 하얀 병실이 펼쳐져 있었다. 그녀는 놀란 듯 벌떡 깨어났다. “사모님, 드디어 깨어나셨네요.” 서정호의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조유진은 몇 초간 멍하니 있다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예지은을 죽인 것뿐만 아니라 배현수의 피도 많이 묻혔던 기억이 생생했다. 조유진의 얼굴은 한순간 창백해졌고 그녀는 급히 물었다. “현수 씨는요? 지금 어디 있어요?” “대표님은 피를 많이 흘렸습니다. 방금 수술을 마쳤고 바로 옆 병실에 계십니다.” 조유진은 이불을 걷어내고 침대에서 내려가 그를 보러 가려 했다. 하지만 최면 치료 후
조유진은 감정의 기복 속에서 혼란스러운 얼굴로 배현수를 쳐다보았는데 자신이 환각을 보는 게 아닐까 싶었다. “어, 언제 깨어난 거예요?” 배현수는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무력하게 웃으며 말했다. “네가 울면서 나더러 얼른 깨라고 했잖아. 나랑 혼인 신고하러 가자고. 유진아, 사람은 한 번 한 말은 꼭 지켜야 해.” “...” 조유진의 얼굴에는 아직 눈물이 마르지 않았지만 당혹감에 그 눈물을 억지로 삼켜냈다. 그녀는 배현수의 다친 오른쪽 어깨를 보고 다급히 물었다. “상처는 아프지 않아요?” 배현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원래는 안 아팠는데 지금은 좀 아프네.” “왜요?” 조유진은 여전히 멍한 상태로 반응이 늦었다. 배현수는 손을 뻗으며 웃음기 어린 얼굴로 말했다. “일단 일어나서 이야기하자. 무릎 안 아파?”‘모르는 사람이 보면 내가 죽은 줄 알겠어.’“...” 조유진은 당황하며 병상에 손을 짚고 천천히 일어났지만 오랜 시간 무릎을 꿇고 있었던 탓에 다리가 저려 앞으로 쓰러질 뻔했다. 배현수는 본능적으로 그녀를 안아줬지만 그 과정에서 그녀가 그의 어깨 상처에 부딪히는 바람에 숨을 들이쉬고 말았다.“괜찮아요?” 조유진은 급히 그의 몸에서 떨어져 상처를 확인하려 했지만 남자는 팔을 감아 그녀를 꽉 껴안으며 말했다. “아파. 그러니까움직이지 마.” 조유진은 꼼짝도 못하고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의사 불러올까요?” 배현수는 그녀를 계속 안고 놓지 않으며 느닷없이 물었다. “유진아, 방금 네가 한 말, 아직 유효한 거지?” 조유진은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머리가 뒤엉켜 있었다. “무슨 말이요?” 옆에 있던 서정호가 그 상황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조유진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말했다. “아, 사모님. 방금 ‘현수 씨, 일어나요... 혼인 신고하러 가야죠’라고 하셨잖아요.” 서정호의 과장된 목소리와 애교 섞인 말투에 배현수도 몸이 오싹해
배현수는 어깨에 큰 상처를 입어 병원에 반달간 입원해야 했다. 평소 오른손을 주로 쓰던 그는 이제 오른쪽 어깨를 전혀 움직일 수 없어 일상생활도 혼자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누군가의 보살핌이 절실히 필요했다.하지만 체력이 좋은 사람조차도 병원에서 일주일 남짓 그를 돌보다 보면 녹초가 될 판이었다. 하물며 조유진의 몸으로 반달 동안 그를 돌보면 퇴원할 때가 되었을 때 먼저 쓰러질 게 뻔했다.이에 배현수는 비서인 서정호를 불러 지시했다.“간병인을 좀 알아봐.”서정호는 물었다.“남자 간병인을 찾을까요, 여자 간병인을 찾을까요?” 배현수는 남자 간병인을 부르려 했지만 조유진이 갑자기 말했다. “왜 간병인이 필요해요? 두 명이서 당신을 돌봐야 해요?” “네가 낮에는 여기 있어도 밤에는 집으로 가서 쉬어야지. 여기서는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을 테니까.” 병실이 아무리 호화롭더라도 보호자가 쉴 만한 침대가 따로 없었고, 병원은 24시간 운영되며 병실 밖 복도는 늘 소란스러웠다.조유진은 옆에 있는 소파를 힐끗 보며 일부러 빈정댔다. “저 소파도 꽤 푹신한데 나 거기서 자면 돼요. 아니면 여자 간병인을 부르고 싶어요?”서정호가 말을 덧붙였다. “남자 간병인은 구하기 어렵습니다. 거의 여자 간병인들인데 대표님이 불편하시지 않으시다면...”간병인은 밤에는 주로 환자가 화장실 갈 때 부축하거나 옷을 벗겨주는 일을 맡는다. 만약 여자 간병인을 부르면 배현수의 체면이 상할 수도 있었다.배현수는 서정호를 차갑게 노려보며 경고했다. “헛소리 마. 계속 그러면 서 비서가 여기서 간병해.”서정호는 코를 만지며 어색하게 웃었다. “대표님, 제 아내가 감시할 텐데 제가 여기 밤새 있으면 유리가 저희 사이를 의심할 겁니다.”배현수는 황당해하며 가까이 있던 오렌지를 집어 들어 서정호에게 던지려 했지만, 서정호가 재빠르게 말렸다. “오른손은 못 쓰십니다! 대표님, 왼손으로 던지세요!”배현수는 오렌지를 쥔 오른손을 주물렀다가 어깨에 찌릿한 통증을 느꼈다.
남초윤은 결혼 상태를 한 번도 업데이트한 적이 없었다. 동료들 눈에는 여전히 미혼으로 보였다.처음 그녀와 육지율의 스캔들이 터졌을 때 온 세상이 떠들썩했지만 사실 모두 육지율의 매력적인 외모 때문이었다. 아무도 남초윤처럼 작고 평범한 존재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육지율이 그녀와 결혼하기로 결정했을 때 그들의 침대 사진이 언론이나 남재원에게 유출되지 않은 것도 기적이었다. 사람들은 그저 육지율이라는 유명한 바람둥이가 ‘함정'에 빠져 순진한 여자와 관계를 맺은 후, 마지못해 결혼했다는 소문만 믿고 있었다.육지율이 연예계 인물이 아닌 만큼 동료들 중에서도 아무도 그 사건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육지율이 ‘좋은 집안의 아들’ 이라는 사실만 기억하고 그의 결혼 상대가 누군지에는 무관심했다. 그녀는 어디에도 크게 드러나지 않았고 언론에서도 그의 곁에 서는 일이 거의 없었다. 남초윤은 그렇게 세상 사람들의 눈에 숨겨져 있었다.동료들은 그저 그녀가 조금 집안 배경이 있는 부유한 여자인 줄로만 알았고 육지율의 아내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어쨌든 육지율의 아내라면 아무리 상황이 나빠도 그들과 같이 일하며 고생할 일은 없을 테니까. 설령 과거에 파파라치 일을 했더라도 그렇게 높은 곳에 시집갔다면 육씨 집안이 그녀를 계속 그 일을 하도록 놔두지 않았을 거라고 여겼다.비록 세상은 모두 직업의 평등을 외치고 있지만 상류 사회에는 여전히 그들만의 규칙이 있었다. 체면과 명예가 그들의 신분과 존엄을 상징했다. 파파라치라는 직업은 육씨 집안에게 있어 절대 자랑스러울 수 없는 일이었으니, 육지율과 강란희가 그녀에게 좀 더 체면 있고 유망한 직업들을 제안했지만 남초윤은 그들의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그렇게 시간을 보낸 끝에 동료들은 하나둘씩 퇴근하고 남초윤만 남았다. 한 시간이 흐른 뒤 남초윤은 휴대폰 화면을 확인했다. 저녁 7시가 되었다. 그녀는 통화 기록을 훑어보고 다시 한 번 메시지를 확인했지만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아마도
그녀를 겨우 한 번 데리러 온 김에 출퇴근길의 불편함을 느끼고는 아예 차를 사서 해결하려고 하다니, 정말 육지율 다운 방식이었다.이 4S 매장에서 파는 차들은 모두 포르쉐였고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가장 저렴한 모델도 수천억 원대였다. 남초윤은 이미 남씨 집안이 육지율에게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었기에, 그가 차를 선물해 주겠다고 해도 받을 수 없었다.남초윤은 차분히 말했다. “앞으로는 출퇴근 길에 당신을 귀찮게 하지 않을 테니, 굳이 차를 선물할 필요는 없어요.”육지율은 순간 멈칫했다가 살짝 비웃으며 말했다. “차 한 대 선물한다고 귀찮다는 딱지가 붙어요? 이런 확산적 사고방식은 참 대단하네.”“....”정말 그런 게 아니란 말인가?평소에도 성격이 불 같았던 육지율은 차를 주겠다고 하면서도 그녀를 달래는 상황이 우스웠는지 어이없어 웃었다. 둘 중 누가 더 성격이 나쁜지 모를 일이었다.영업 직원은 남초윤을 육지율이 외부 애인으로 오해했고, 이 큰 거래가 깨질까 봐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가씨, 변호사님께서 차를 사주시는 건 출퇴근 시간을 줄여서 그 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더 쉴 수 있게 해주려는 마음이 아닐까요?”남초윤은 더 이상 그의 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 이미 갚을 수 없는 빚이 너무 많았고 계속해서 더 쓴다면 두 아이를 낳아야 겨우 그 빚을 다 갚을 수 있을 것 같았다.그러나 육지율은 그 여느 때처럼 행동했다. 그는 VIP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빨리 골라요. 차 안 사면 집에 못 돌아가요.”남초윤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여자 영업 직원이 다가와 다양한 모델을 소개할 때, 그저 듣기만 했다. 그 직원은 미소를 띠며 말도 아주 달콤하게 했다. “변호사님은 저희 매장의 단골이세요. 그런데 여자를 데리고 온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변호사님이 정말로 많이 아끼시는 것 같아요. 비싼 차를 고르시면 아마 더 기뻐하실 거예요.”역시, 판매왕이었다.감정적 가치를 제공하는 법을 너무나 잘 아는 직원이었다. 하지만 남초윤은 그저 외부의
병실에서 조유진은 그가 누워있는 침대 옆에 앉아 있다가 잠들었다. 잠에 들어서도 손가락이 배현수의 손에 살짝 얽혀 있었는데 다정하고 달콤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진은 완전히 남자 친구 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입원 생활이 지루하다고 하다니.육지율이 댓글을 남겼다. “뭐야, 입원했어? 혹시 가정 폭력이라도 당한 거야?” 댓글을 남기고 나서 육지율은 차에 시동을 걸며 남초윤에게 말했다. “과일 바구니 좀 사서 병문안이나 가요. 친구가 입원했어요.” “친구? 설마 배 대표님이세요? 어디 아파요?” 육지율은 웃으며 말했다. “글쎄요. 진짜 아플 수도 있고 그냥 꾀병일 수도 있고.” 혹시 모른다. 꾀병일지도....병원에서는 조금 전 장은숙이 산성 별장에서 저녁 식사를 가져왔다. 수술 후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 밤은 죽 같은 유동식만 먹어야 했다. 배현수는 오른손을 쓸 수 없었기에 조유진이 죽 그릇을 들고 숟가락으로 그에게 먹여주고 있었다. 첫 숟가락을 그의 입 앞에 가져가자 배현수는 뜨겁다고 투덜댔다. 조유진이 후후 불어 온도를 맞춘 후 말했다. “이제 적당히 식었어요.” 배현수는 그제야 죽을 한 입 삼켰다. 그 순간 병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장난스러운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며칠 못 본 사이에 아기로 됐네? 밥도 혼자 못 먹고, 조유진이 널 너무 오냐오냐한 거 아냐?” 조유진이 놀라서 뒤돌아보니, 육지율과 남초윤이 병실에 들어와 있었다. 그녀는 웃으며 설명했다. “오른쪽 어깨에 부상을 입었어요. 의사 선생님이 며칠 동안 오른손은 쓰지 말라고 하셨어요. 상처가 더 심해질 수 있거든요.” 그러자 육지율은 다짜고짜 그의 오른쪽 어깨를 툭 쳤다. “진짜야?” 배현수는 고통에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 미친놈아!” 조유진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 “변호사님, 진짜로 다쳤다니까요! 어깨에 구멍이 났다고요, 함부로 건드리지 마세요!
육지율은 그 필명이 어딘가 익숙하다고 느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문득 기억해 냈다. “이 자식! 기억났어! 이 녀석이 책에서 날 모욕하지 않았나? 내 명성을 망가뜨렸잖아?” 남초윤은 급하게 말했다. “잘못 본 거 아니에요? 비엘 작가가 주인공을 모욕할 리가 없어요! 그러면 밥숟가락 들고 욕하는 것과 뭐가 다르겠어요?” “나를 ‘수’로 묘사한 게 모욕이 아니고 뭐예요? 왜 항상 배현수가 공이냐고?” 남초윤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는 그 부분을 신경 쓰고 있었던 거였다.남초윤은 그가 진짜 작가를 고소할까 봐 걱정되었다. 그래서 변명하듯 말했다. “다음번엔 지율 씨가 공이고, 배 대표님이 수가 될 수도 있잖아요. 원래 BL 소설에서는 공수 구분이 모호해요. 겉보기에 수 같아도 사실은 공일 수도 있다고요!” 조유진은 살짝 의문을 제기했다. “난 현수 씨가 수 같지는 않았는데. 만약 현수 씨가 진짜 수라면 캐릭터 붕괴지. 차라리 육 변호사님이 수인 게 더 어울려. 자유롭고, 매력적이고, 다정하잖아.”“?”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육지율은 얼굴이 시커멓게 변하며 조유진에게 따졌다. “아니, 조유진. 내가 약해 보이는 수 같은 느낌을 준다고?” “...” 배현수는 차갑게 말했다. “유진이가 쓴 것도 아닌데 왜 화내? 그럴 시간 있으면 작가나 고소해.” 남초윤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 그냥 재미로 쓴 거지 무슨 큰 잘못을 한 것도 아니잖아요? 작가를 고소하면 너무 쪼잔해 보일 거예요!” 하지만 육지율은 이성을 잃고 이를 악물었다. “쪼잔해 보이든 말든, 그 책을 하차할 거예요!” 자신이 소설 속에서 수 역할로 묘사되었고, 그것도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있다는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 조유진은 객관적으로 말했다. “사실 책 내용은 나쁘지 않아요. 꽤 재미있고 독자도 많아요.” “독자가 몇 명인데?”“몇만 명 정도?” “뭐?”‘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날 수로 상상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