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42화

다른 일에선 항상 조유진에게 순응하던 배현수는 유독 감정 문제에 있어서만은 조유진이 자신을 회피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막 그녀의 옷을 벗기려던 찰나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화면에 뜬 이름은 송지연. 아마도 조유진의 최면과 관련된 이야기일 터였다.

배현수는 조유진을 침대에 눕히고 이마에 입을 맞춘 후 말했다.

“잠깐, 전화 하나 받고 올게. 금방 와서 같이 놀아줄게.”

“???”

놀다니? 진주 속옷을 입은 그녀를 말인가?

조유진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졌다.

‘누가 그런 걸 하겠대?’

배현수가 전화를 받으러 방을 나가자마자 조유진은 그 진주 속옷을 서랍 구석에 대충 처박아 넣었다.

배현수는 송지연과 꽤 오랫동안 통화하며 조유진의 상태에 관해 이야기했다. 다시 방으로 돌아왔을 때 조유진은 이미 잠이 들었다. 침대 옆에 앉아 그녀를 바라보던 배현수의 눈빛에 잠시 안타까움이 스쳤다.

송지연은 이렇게 말했다.

조유진은 깊은 최면을 받은 상태였고, 그녀가 그를 너무나도 사랑하지 않았다면, 그동안 쌓아 올린 기억들을 하나하나 다시 짜 맞추는 과정이 없었다면, 조유진은 이미 레비아단의 손에 넘어가 배현수를 해칠 도구로 전락했을 거라고.

조유진이 레비아단에게 잡혀 있을 때 그녀는 큰 충격을 받았고, 그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그 어두운 진실들을 마주하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그녀는 배현수에게 그 모든 걸 고백하는 것조차 두려워하고 있었다.

조유진이 완전히 기억을 되찾고 예지은의 죽음을 직시할 수 있게 하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

한편, 남초윤과 육지율은 어르신의 생신 잔치를 마치고 소정 별장으로 돌아왔다.

남초윤의 머릿속엔 내내 육성일이 했던 말이 맴돌았다.

“너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구나.”

두 달의 시간 중 벌써 한 달이 지나가고 있었다.

남초윤은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별장에 도착하자마자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문명희였다.

남초윤은 핸드폰을 들고 화장실로 가서 문을 닫고, 물을 틀어둔 뒤 전화를 받았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