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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1화

[뭐야? 무슨 상황이야?]

남초윤이 메시지로 물었다.

[그냥 네 불효자식이 바치는 효도금이라고 생각해.]

[근데 이건 너 귀걸이 값으로 받은 거잖아?]

[내 귀걸이는 잃어버린 적 없어. 그냥 편히 받아.]

남초윤은 놀라서 조유진에게 엄지를 올리며 말했다.

[헐! 대박이야. 너 진짜 돈 세탁의 달인이구나!]

결과만 놓고 보면 남초윤이 육지율에게서 2억 원을 받은 셈이지만 과정에서 보면 육지율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돈이었다.

조유진은 화장대 앞에 앉아 다이아몬드 귀걸이를 보석함에 넣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남자의 목소리가 위에서 들려왔다.

“남초윤 때문에 당신 남편까지 속였어?”

그녀가 ‘여보’라고 부른 게 남초윤 때문이라는 생각에 배현수의 가슴속에 묘한 질투가 일었다.

조유진은 잠시 멍했다.

사실 속이려던 게 아니라고 해명하려 했지만 그의 눈을 마주치는 순간 이유 없이 마음이 불안해졌다.

드래곤 파 사건 이후로 그녀는 배현수를 제대로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그가 예지은의 죽음에 대해 물어볼까 봐, 그리고 자신이 그에게 상처를 줄까 봐 두려웠다.

그녀는 강한 최면을 받았었다. 특히 배현수와의 기억들에 관해.

조유진이 배현수를 계속 기억하고 있었던 이유는 최면 중에도 끊임없이 그를 사랑한다고 스스로에게 되뇌었기 때문이다.

그 실험실에서 최면을 받던 날들을 어떻게 버텼는지 자신도 모르겠다.

최면사는 그녀와 배현수 사이의 행복했던 기억을 의도적으로 흐릿하게 만들고 고통스럽고 나쁜 기억들을 깊이 각인시키려 했다.

최면이 끝날 때마다 조유진은 배현수가 아이보리 산에서 자신에게 청혼했던 장면을 하나씩 맞춰가며 기억하려 애썼다.

아마도 그 분홍빛 폭죽비가 그녀의 마음속 깊이 내려앉았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기억들이 희미해져도 그 순간만은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사랑이 이렇게 강력할 줄이야. 심지어 최면을 받아도 그의 손가락 사이에 손을 끼워 넣으면서 함께 손을 맞잡았던 그 감각을 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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