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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5화

“그래서 싫어요?”

남자의 입가에 웃음이 더 짙어지며 농담조로 대답했다.

“그닥. 불 켜고 보면 더 좋아할지도 모르죠.”

이 죽일 놈!

“...”

남초윤은 부끄러워서 땅속으로라도 숨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육지율은 계속 물었다.

“불 켤 거예요, 말 거예요?”

“...”

‘대체 뭐라고 대답하라는 거야!’

육지율은 그녀의 침묵을 동의로 받아들이고 손을 침대 머리맡으로 뻗었다.

‘딸깍’ 소리와 함께 불이 켜졌다.

순간 방 안은 환하게 밝아졌다.

남초윤은 무의식적으로 손으로 눈을 가렸다.

육지율은 그녀의 전신을 확인한 순간 그녀가 눈을 가린 손목을 갑자기 잡아내리며 부드러운 베개 위에 눌렀다. 그리고 다시 그녀 위로 몸을 덮었다.

남초윤은 점점 아래로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육지율을 올려다보며 어찌 된 일인지, 자극적이어서 그런지 혹은 복잡한 감정 탓인지 눈이 촉촉해졌다.

그는 그녀의 귀에 입을 대고 낮게 웃으며 속삭였다.

“아직 시작도 안 했잖아요. 완전 초짜네.”

순간 질투심이 몰려오자 그녀는 이렇게 묻고 말았다.

“나랑 유설영 씨 누가 더 예뻐요?”

“침대에서 다른 여자를 언급하는 건 좀 별로지 않나?”

남초윤은 그의 목에 팔을 감으며 고집을 부렸다.

“육지율 씨, 대답해요.”

그녀의 목소리가 너무 진지해서인지, 육지율은 잠시 멈추었다.

그는 한 팔로 그녀 위에 몸을 지탱하며 다른 손으로 땀에 젖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그의 시선에는 드물게 따스함이 담겨 있었고 목소리는 더 낮고 부드러워졌다.

“유설영이 그렇게 거슬려요?”

“지금 내가 결혼한 사람은 남초윤이라는 사람이에요. 이혼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계속 당신 남편일 거고요.”

하지만 그녀가 아이를 가지게 되면 그들은 이혼할 것이다.

육지율의 미래는 그녀의 것이 될 수 없었다.

그들의 세계는 본래 다르다. 지금의 교차점은 그저 운명이 그녀를 장난처럼 휘둘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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