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질문하는 어조는 차갑고 딱딱했으며, 어떤 온기도 없었다.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강한 의심이 깃들어 있었고, 그 탐구하는 듯한 시선은 사랑이나 질투가 아닌, 습관적인 심문과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었다.육지율은 겉으로는 무심한 듯 누구와도 농담 몇 마디 주고받을 수 있었지만, 내면은 정말 차가웠다.아무리 끓는 물을 부어도 순식간에 얼어버릴 정도로 말이다.결혼 첫 해 그녀의 생일에, 육지율은 누군가에게 부탁해 거의 3미터 높이의 거대한 생일 케이크를 만들어 그녀에게 선물했다.그날 밤, 그는 그녀 뒤에 서서 그녀를 안고 귓가에 속삭였다. “육씨 가문 사모님, 생일 축하해요.”육지율 같은 남자는 정말 잘생기고 돈도 많아서, 조금만 적극적으로 나서고 돈을 좀 써서 낭만을 만들어내면, 어떤 여자가 마음이 흔들리지 않겠는가?남초윤은 평범한 사람이었고, 육지율은 그녀의 취향에 완벽하게 부합했으며, 또 재력도 좋았다. 마음이 흔들리는 건 인지상정이고, 오히려 흔들리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그때 그녀도 문명희의 말을 듣고 그와 잘 지내보려고 생각했다. 육지율과 시간이 지나면서 정이 들어가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까.하지만 다음 날, 그가 뉴욕으로 날아가 유명 주얼리 디자이너를 데리고 고급 사립 병원에서 검진을 받는 모습이 파파라치에 찍혔다.물론, 그 가십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지도 않았고, 심지어 공개되지도 않았다.남초윤은 연예계에서 일하는 사람이라 국내외의 모든 소식을, 크고 작은 것 할 것 없이 거의 최전선에서 접했다.그 주얼리 디자이너의 이름은 미네티, 중국 이름으로는 하주연이라고 했다. 디자인 재능이 뛰어난 신진 디자이너로, 해외에서 많은 디자인 대상을 수상한 사람이었다.그렇게 화려하고 빛나는 직업여성이 기꺼이 제3자가 되어, 심지어 육지율의 아이까지 임신하려 한다는 걸 상상도 못했다.남초윤은 이 3년간의 무사랑 결혼 생활 동안 육지율이라는 달콤한 사탕수수 같은 남자에게 여러 번 마음이 흔들렸다는 걸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육지율이 막 나가자마자 남초윤은 남씨 가문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문명희가 전화를 걸어왔다.“딸, 곧 설날이잖아. 올해 섣달 그믐날에 너랑 지율이랑 같이 우리 집에 와서 점심 좀 먹자. 지난번에 지율이가 우리 집에 와서 밥 먹을 때 단호박 수프를 좋아했잖아? 올해 네 아빠가 고향 친척들한테서 직접 기른 호박을 좀 가져왔는데, 내가 먹어봤더니 아주 달고 찰져. 단호박 수프 끓이면 지율이가 분명 좋아할 거야. 꼭 같이 와서 점심 먹고, 오후에 지율이랑 같이 육씨 가문 본가로 가서 섣달 그믐날 밤에 할아버지랑 잘 보내.”문명희는 혼자서 한참을 말했다.남초윤은 반쯤 듣고 반쯤 딴생각을 하다가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그녀가 대답하지 않자, 전화 너머로 문명희가 다시 불렀다.“딸, 들었어?”남초윤은 마음이 텅 비어 아무 감정도 들지 않았고, 그저 비꼬는 듯한 느낌만 들었다.“엄마, 육지율 씨가 우리 집에 몇 번이나 밥 먹으러 왔다고요? 그가 단호박 수프가 맛있다고 한 것도 그저 예의상 한 말이고 대충 맞춰준 거일 뿐인데 엄마랑 아빠는 진심으로 받아들이셨어요?”육지율 같은 명문가 출신이 어렸을 때부터 무슨 진귀한 음식과 유명 셰프의 요리를 안 먹어봤을까?그런 평범한 단호박 수프에 매력을 느낄 리가 있나?문명희는 간곡히 말했다. “그가 정말 좋아하든 아니든, 이건 그저 우리의 진심일 뿐이야. 둘이 결혼했으니 우리는 한 가족이잖아. 우리 회사에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했는지 너도 잘 알잖아. 딸, 지율이랑 계속 다투지 말고, 나랑 네 아빠랑도 다투지 마. 우리는 다 너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 네가 그와 결혼해서 매달 쓰는 돈이 얼만데, 지율이가 한 마디라도 했니?”남초윤은 가슴이 답답해져 깊이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제가 돈 쓰는 걸 탓하지 않는 건 맞아요. 하지만 엄마, 잊지 마세요. 그 사람이 지금은 절 부양할 수 있지만, 언젠가 정말 지겨워지면 쓰레기 버리듯이 절 버릴 수도 있어요. 그때가 되면 당신과 아빠가 무릎 꿇고 빈다 해도, 그는 여전히
“엄마도 네가 잘 지내길 바라. 만약 이혼하면 고객사들은 두 번 다시 너의 아빠와 사업을 하지 않으려 할 거야. 그러다가 회사 상황이 더 나빠지면 우리 셋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본 적 있어? 그러면 너의 아버지는 너를 키울 수도 없고 너도 우리 두 노인을 부양할 수 없을 거야.”말이 점점 뒤로 갈수록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확연히 변했다.“내가 한 말 잘 생각해 봐.”문명희는 흐느끼는 목소리로 울며 겨자 먹기로 이렇게 말했다. 분명 강요하는 말투가 아니었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는 마치 칼날처럼 남초윤의 가슴을 무차별하게 찔렀다. 찌르자마자 피가 나는 듯했다.사실 문명희는 남재원보다 더 대단하다. 항상 자기 딸인 남초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물론 문명희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이혼하는 순간 고생길이 열린다.전화를 끊은 후, 남초윤은 옷방 바닥에 앉아 부동산중개인에게 연락했다.이혼 얘기를 쉽게 꺼내지 않는 육지율이었지만 일단 꺼낸 이상 마음을 되돌릴 수는 없다는 뜻이다.정말 막다른 목에 이르면 먼저 소정 별장을 떠나 자력갱생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원래 아파트와 차는 남재원이 사준 것이기에 만약 남재원이 그녀가 육지율과 이혼한 것을 안다면 분명 집과 차를 회수할 것이다.집을 찾고 지하철을 타고 값싼 음식을 먹는 것... 남초윤은 자신이 버틸 수 있을지 그리고 얼마나 오랫동안 버틸 수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첫걸음을 떼지 않으면 영원히 불가능하다....한편 배현수는 조유진을 데리고 요양원에 왔다.예지은은 조유진을 보자마자 겁에 질려 배현수의 뒤로 숨어버리더니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쟤는 안정희의 딸이야. 나는 만나고 싶지 않아. 아들아, 저 애를 보내. 보내라고...”배현수는 들썩이는 예지은의 어깨를 움켜쥐며 말했다.“안정희의 친딸이 아니라 수양딸이에요. 우리 집안과 원한이 없다고요.”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젓는 예지은은 정신이 확실히 현저히 통제 불능이 된 듯했다.“아니야. 복수하러 왔어. 우리에게 복수
분위기는 순간 정체되었다.배현수의 도도한 얼굴에 예지은의 손톱에 긁힌 옅은 핏자국이 두 줄 나 있었다.너무 깜짝 놀란 예지은은 당황하며 중얼거렸다.“내가 그런 거 아니야. 정말 내가 그런 거 아니야. 너희 다 가, 모두 가!”예지은은 제정신이 아니지만 조유진을 두려워하는 것은 분명했다. 자신이 그녀를 해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고 복수하러 온 것일까 봐 많이 두려운 듯했다. 만약 예지은이 말한 ‘원한'이 안정희와 무관하다면... 그럼 예지은의 ‘복수'는 무슨 복수일까?의심이 든 조유진은 예지은에게 무심코 물었다.“어머니, 혹시 이전부터 제가 누군지 아셨어요?”예지은은 머리를 감싸 쥐더니 울며 애원했다.“옥패를 돌려줄 테니 더 이상 찾아오지 마. 내가 잘못했어. 내 아들을 탓하지 마. 이 아이와는 아무 상관이 없어...”“옥패요?”조유진은 예지은에게 다가가 확실하게 물어보려고 했다.배현수의 미간은 벌떡벌떡 뛰고 있었지만 얼굴빛은 흔들리지 않은 얼굴로 조유진을 끌어당기며 말했다.“잠깐 밖에서 기다려. 감정이 불안정해서 또 다칠 수 있으니 멀리 떨어져 있어.”조유진은 배현수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더 이상 묻지 않고 대꾸했다.“네, 나가서 기다릴게요.”조유진은 밖으로 나간 뒤 더 이상 병실로 돌아가지 않고 차에 올라탔다.예지은이 사람을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옥패를 돌려주겠다고 한 건 어떻게 된 일일까?배현수도 뭔가 숨기고 있는 듯했다.문득 연말에 진주시로 출장 갔을 때 배현수가 진주시까지 와서 함께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그 사이 간병인이 전화를 걸어와 실수로 예지은의 옥패를 부쉈다고 했고 그 말을 들은 배현수의 표정은 곤란한 일이 생긴 것처럼 복잡해 보였다.그때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배현수는 대충 에둘러댔다.단지 배현수의 친어머니와 관련된 일이기에 걱정하는 것이라 생각해 더 이상 묻지 않았다.그러나 오늘 일어난 사소한 것들을 연결해 보면... 그 옥패는 본인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설마 다른 사람이 조유진을 데리고 갈 때 목
조유진은 깜짝 놀랐지만 그가 드디어 무슨 말이라도 털어놓으려는 줄 알았다.하지만 배현수는 그녀의 귀에 입을 맞추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어젯밤에 네가 잠들었을 때, 손가락으로 너에게 약을 발라주다가 그만 또 통제력을 잃었어.”귀까지 벌겋게 달아오른 조유진은 배현수를 노려보며 말했다.“나에게 말할 게 이것뿐이에요?”배현수의 눈빛은 어두웠지만 평온한 안색으로 예전처럼, 심지어 장난까지 섞어서 말했다.“뭘 더 설명하라는 거야? 통제 불능한 뒤 어떻게 했는지 설명할까?”조유진은 입술을 달싹이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배현수는 그녀의 손을 잡더니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는 나와 결혼하는 것이지 우리 어머니와 결혼하는 게 아니잖아. 우리 어머니가 싫으면 앞으로 그곳에 안 데려갈게. 오늘 너를 놀라게 한 것은 확실히 어머니가 잘못했어. 나도 생각이 짧았고.”“놀라지는 않았어요. 그냥 궁금해요. 옥패를 돌려주겠다고 하는 것이...”말이 끝나기도 전에 조유진의 휴대전화가 울렸다.엄씨 사택에서 전화한 것이다.걸려온 전화를 본 조유진은 잠시 멍해진 채 바로 받지 않았다.그러자 옆에 있는 배현수가 말했다.“엄 어르신이 섣달 그믐날 오라고 전화한 것 같은데 왜 안 받아?”조유진은 더 이상 옥패를 묻지 않고 전화를 받았다. 배현수가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을 조유진도 더 이상 캐묻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고문을 해도 소용없을 것이다.조유진은 감정을 억누르며 일부러 한마디 했다.“아버지가 섣달 그믐날 성남으로 내려오래요. 친어머니 제사를 지내자고요. 특별히 한마디 했는데 호적에 없는 사람은 데려오지 말라고 했어요.”섣달 그믐날 바로 내일이다.그런데 배현수는 반박하기는커녕 바로 찬성했다.“그럼 내일 공항까지 데려다줄게. 성남으로 가서 엄 어르신과 선유랑 설 잘 보내.”그럼 그는?남아서 예지은과 함께 섣달 그믐날을 보낼 것인가? 아니면 그녀가 대제주시에서 머물다가 예지은에 대해 뭔가를 알아낼까 봐 두려운 것일까?그날 밤, 서로 걱정이 많았는지
조유진은 요양원에서 예지은을 만난 후, 다시 산성 별장으로 갔다.배현수는 이미 회사로 출근한 터라 집에 아무도 없었다. 지문 인식으로 집안에 들어온 뒤, 곧장 2층 서재로 향했다.조유진의 추궁에 예지은은 깨진 옥패가 그녀의 손에 있지 않지만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배현수가 그 옥패의 출처를 알고 숨겨둔 것으로 조유진은 추측했다.그의 서재에는 두 개의 금고와 비밀번호 키가 있는 서랍이 하나 있다.이전까지 그녀는 함부로 배현수의 개인 물건을 들춰내지 않는다.하지만 이번에는 배현수가 두 사람 사이의 약속을 어겼다. 조유진은 그가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알아야 했다.배현수가 설정한 비밀번호는 어차피 그 몇 가지 날짜뿐이다.그녀의 생일을 입력하니 두 개의 금고가 모두 열렸지만 금고에서는 깨진 옥패가 없었다.다시 그녀의 생일을 입력하여 잠긴 서랍을 열려고 했지만 실패했다.배현수가 이 서랍의 비밀번호 변경했다.하지만 배현수는 절대 비밀번호를 쉽게 바꾸는 사람이 아니다.비밀번호를 바꾸게 된 동기는 아마 한 가지이다. 바로 이 서랍 안에 그녀가 알 수 없는 중요한 것을 넣었다는 것이다.두 번째로 배현수의 생일을 입력했더니 비밀번호가 틀렸다고 나왔다.세 번째로 선유의 생일을 입력했지만 역시 틀렸다.이 비밀번호 잠금장치는 세 번 잘못 입력하면 다시 열지 못하도록 설정이 되어 있다.잡친 기분에 힘이 빠져있는 사이 아래층 마당에서 엔진소리가 들렸다.순간, 조유진은 깜짝 놀랐다. 탁 트인 서재에는 숨을 곳이 없었다.서재를 나서려 할 때, 배현수가 막 위층으로 올라갔다.두 사람은 정면으로 부딪쳤다.잠시 멍해 있던 조유진은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회사에 간 거 아니에요? 왜 갑자기 돌아왔어요?”한쪽에 서 있는 배현수의 눈매는 차갑고 침울했고 검은 눈동자는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배현수는 담담하게 웃었다.“그 말은 내가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야? 유진아, 왜 다시 왔어?”조유진은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솔직하게 말
조유진은 심장이 두근거렸다.“나를 엄씨 사택에서 데리고 나온 사람이 예지은이에요?”그녀의 직설적인 물음에 배현수도 숨기지 않았다.“예지은과 육씨 가문은 엄씨 가문과 아무런 인연도 원한도 없어. 누가 엄씨 사택에서 너를 데려갔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너를 조씨 가문으로 데리고 간 것은 예지은의 소행이야.”만약 애초에 엄환희가 조씨 집에 가지 않았다면 엄씨 집안에서 그녀를 빨리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조유진으로 살지 않았다면 지금의 만신창이 같은 인생을 살 필요도 없었다.이런 우연이 없었다면 그녀는 평생 엄환희로 살았을 것이고 엄준의 보배였을 것이며 조씨 가문에서 억울하게 고생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엄환희는 이름처럼 평생토록 평안하고 행복하게 사는 아리따운 공주가 되었을 것이다.그러면... 조유진이란 사람은 없다.엄환희의 신분으로 배현수를 만날 리도 없고 배현수와 사랑할 리도 없다.조유진은 코를 훌쩍이며 눈시울을 붉혔다.“스위스에서 돌아온 후, 말했잖아요. 더 이상 아무것도 숨기지 않겠다고. 현수 씨, 왜 또 나를 속이는 것인데요?”일이든 말이든 같은 실수는 세 번을 넘기면 안 된다고 했다.하지만 이번이 벌써 두 번째이다. 처음 한 번의 실수에서 교훈을 받지 못했단 말인가?이때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 엄창민을 보고 조유진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엄창민이 물었다.“환희야, 도착했어? 지금 너 픽업하러 공항으로 가는 중이야.”“아직이요. 항공권을 바꾸는 바람에 오후 두 시쯤 되어야 성남에 도착할 것 같아요.”“알았어. 그럼 내가 아버지에게 얘기할게. 그 시간 맞춰 공항 픽업 갈 테니까 그때 봐.”조유진은 알겠다고 대답한 후 전화를 끊고 돌아서려 했다.그러자 배현수가 조유진의 손목을 잡으며 말했다.“유진아, 너에게 숨긴 건 내가 잘못했어.”조유진은 담담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지난번에도 약속했잖아요. 다시 한번 더 나를 믿지 않고 숨긴다면 이제 현수 씨가 필요 없을 것이라고. 나는 현수 씨를 너무 믿지만 현수 씨는
조유진은 어이가 없는 듯 말했다.“아빠, 뭘 찾으세요?”엄준은 아쉬운 듯 미간을 찌푸렸지만 겉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무것도 아니야.”시집도 안 간 사위가 왜 안 따라왔지?이때 엄창민이 바로 입을 열었다.“아버지, 찾지 마세요. 도둑놈 매부 안 왔어요.”선유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더러운 손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삼촌, 도둑놈 매부가 누구예요?”엄창민은 바로 대답했다.“너의 아빠.”“우리 아빠가 왜 도둑놈이에요?”아빠가 그렇게 부자인데 도둑질할 리가 없지 않은가!엄창민은 녀석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더니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장난을 쳤다.“너의 엄마를 데려갔으니 도둑놈이지.”꼬마 녀석은 바로 알아채고 대답했다.“어... 알겠다! 삼촌도 우리 엄마를 좋아하지만 우리 엄마가 우리 아빠를 좋아하기 때문에 우리 아빠가 도둑놈이라고 생각하는 거군요!”조유진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선유야, 헛소리하지 마.”하지만 엄창민은 바로 인정하며 녀석을 칭찬했다.“꼬마 친구, 아주 똑똑하네.”조유진도 손을 씻고 테이블에 앉아 만두를 빚기 시작했다.주방 셰프가 냉이 돼지고기, 표고 돼지고기, 새우 옥수수 등 여러 개의 소를 미리 준비했다.보물섬을 다 지은 선유는 조유진의 모습을 보고 같이 만두를 빚기 시작했다.“엄마, 아빠는 어떤 만두소를 좋아해? 내가 많이 만들어서 아빠에게 줄게.”녀석이 빚은 만두는 정말 못생겼지만 아빠를 생각하는 효심은 자랑할 만 했다.녀석은 만두를 빚다가도 또 작은 손으로 코를 후볐다.그 모습에 조유진이 말했다.“네가 빚은 것은 네가 먹어.”선유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왜요? 아빠 혼자 대제주시에서 설을 쇠는데 불쌍하잖아요. 아빠에게 잘 해줘야죠!”엄준이 녀석을 칭찬했다.“우리 선유의 효성이 아주 지극하네.”칭찬을 받은 선유는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할아버지에게도 몇 개 빚어 드릴게요. 못생기긴 했지만 맛있을 거예요!”정말 고마워서 눈물이 앞을 가릴 지경이다.집안 분위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