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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0화

육지율이 막 나가자마자 남초윤은 남씨 가문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문명희가 전화를 걸어왔다.

“딸, 곧 설날이잖아. 올해 섣달 그믐날에 너랑 지율이랑 같이 우리 집에 와서 점심 좀 먹자. 지난번에 지율이가 우리 집에 와서 밥 먹을 때 단호박 수프를 좋아했잖아? 올해 네 아빠가 고향 친척들한테서 직접 기른 호박을 좀 가져왔는데, 내가 먹어봤더니 아주 달고 찰져. 단호박 수프 끓이면 지율이가 분명 좋아할 거야. 꼭 같이 와서 점심 먹고, 오후에 지율이랑 같이 육씨 가문 본가로 가서 섣달 그믐날 밤에 할아버지랑 잘 보내.”

문명희는 혼자서 한참을 말했다.

남초윤은 반쯤 듣고 반쯤 딴생각을 하다가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가 대답하지 않자, 전화 너머로 문명희가 다시 불렀다.

“딸, 들었어?”

남초윤은 마음이 텅 비어 아무 감정도 들지 않았고, 그저 비꼬는 듯한 느낌만 들었다.

“엄마, 육지율 씨가 우리 집에 몇 번이나 밥 먹으러 왔다고요? 그가 단호박 수프가 맛있다고 한 것도 그저 예의상 한 말이고 대충 맞춰준 거일 뿐인데 엄마랑 아빠는 진심으로 받아들이셨어요?”

육지율 같은 명문가 출신이 어렸을 때부터 무슨 진귀한 음식과 유명 셰프의 요리를 안 먹어봤을까?

그런 평범한 단호박 수프에 매력을 느낄 리가 있나?

문명희는 간곡히 말했다.

“그가 정말 좋아하든 아니든, 이건 그저 우리의 진심일 뿐이야. 둘이 결혼했으니 우리는 한 가족이잖아. 우리 회사에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했는지 너도 잘 알잖아. 딸, 지율이랑 계속 다투지 말고, 나랑 네 아빠랑도 다투지 마. 우리는 다 너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 네가 그와 결혼해서 매달 쓰는 돈이 얼만데, 지율이가 한 마디라도 했니?”

남초윤은 가슴이 답답해져 깊이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

“제가 돈 쓰는 걸 탓하지 않는 건 맞아요. 하지만 엄마, 잊지 마세요. 그 사람이 지금은 절 부양할 수 있지만, 언젠가 정말 지겨워지면 쓰레기 버리듯이 절 버릴 수도 있어요. 그때가 되면 당신과 아빠가 무릎 꿇고 빈다 해도, 그는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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