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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7화

전화가 오랫동안 울렸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선유는 작은 손에 큼직한 휴대전화를 들고 귓가에 붙였다 떼기를 반복하더니 미간을 찌푸리면서 모니터에 대고 말했다.

“나쁜 아빠, 왜 전화 안 받아!”

조유진의 눈빛이 다시 한번 멈칫했다.

설마 그를 버리고 성남으로 돌아간 것 때문에 화가 난 것일까?

하지만 먼저 숨긴 사람은 배현수이다.

화낼 사람은 오히려 그녀이다.

깊은 눈빛으로 조유진을 지켜보던 엄준은 그녀의 눈빛에 스친 못마땅한 감정을 읽어냈다.

“그 자식과 싸웠어?”

“아니요.”

조유진은 혹시라도 엄준이 그 옥패에 대해 알게 될까 봐, 그녀를 조씨 가문으로 데려간 사람이 예지은이라는 것을 알아챌까 봐 말을 아꼈다.

그녀는 배현수가 숨긴 것을 용서할 수 있지만 엄준은 가능할까?

예지은이 정말 그녀를 엄씨 사택에서 데려간 사람이라면 엄준이 배현수를 지금처럼 받아줄 수 있을까?

조유진에게 예지은은 예지은이고 배현수는 배현수이다.

그러나 엄준에게는 당시 엄환희를 엄씨 사택에서 데려간 유괴범이고 그의 아내 신희수를 간접적으로 죽인 살인범이다.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러도 엄준이 재혼하지 않은 것을 보며 신희수에 대한 감정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었다.

조유진은 이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할 수 없었다. 그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돌려서 물었다.

“아빠, 그때 복수하기 위해 나를 데려간 사람이 혹시 누군지 짐작이 가요?”

엄준은 한참을 생각하다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 내가 성남에서 사업을 했어. 사업이 커지면서 자연히 많은 사람이 이익을 해치게 되었어. 그 시절 사업 인맥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파트너이자 경쟁자인 사람도 많고.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추측하기 어려워. 20여 년 전 건축자재를 주로 만들던 더안이라는 회사가 있었는데 당시 성행 그룹과 경쟁이 치열했어. 하지만 재료에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얼마 안 지나 부실운영까지 겹쳐 파산했고 창업자는 사라진 지 오래야.”

조유진은 더안이라는 회사 이름이 왠지 귀에 익숙했다.

“더안과 지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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