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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0화

지금 이런 상황에 강이찬은 현실감이 없었다.

한때 조유진에게 마음이 뺏겼던 적이 있다. 같이 불꽃놀이를 본다는 것은 그때의 그에게 아름답지만 멀기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유진과 함께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서 있다.

그리고 마음속에는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있다.

한참이 지나자 강이찬은 창밖의 눈송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스코틀랜드에는 지금 눈이 내리고 있을까?”

그녀에게 묻는 것 같기도 하고 자신에게 묻는 것 같기도 했다.

조유진이 자리를 뜨려 했지만 옥상 통로가 잠겨 있는 것을 발견했다.

강이찬이 걸어와 손잡이를 몇 번이나 비틀었지만 열리지 않았다.

“아마 누군가 우리 둘을 여기에 가두고 하룻밤을 같이 있게 만들려고 한 것 같아.”

이 말에 조유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몸도 이상하고 답답한 가슴 때문에 점점 목이 메었다.

조유진은 어깨에 걸친 모피 조끼를 여미고 휴대전화를 꺼내 엄명월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다시 엄창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빠, 저 옥상에 갇혔어요.”

엄창민은 사람들을 데리고 재빨리 도착했다.

조유진의 얼굴은 이미 비정상적인 홍조를 띠고 있었고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엄창민은 조유진을 부축해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

엄창민이 이날 밤 조유진과 같이 검은 우산을 쓴 사진이 검색어에 올랐다.

사진 속 엄창민은 한 손으로는 검은 우산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뒷좌석 문을 열고 있었다.

한 손으로 가슴을 누르고 있는 조유진은 짧고 하얀 모피 조끼를 입고 있었다. 청초하고 예쁜 얼굴을 살짝 숙일 때마다 큰 웨이브 펌을 한 머리는 그녀의 얼굴을 반쯤 가렸다. 차 밖으로 하얀 눈이 흩날리는 사진 속 풍경은 더욱 운치를 더했다.

한 사람은 우산을 들고 신사 같은 모습으로 차 지붕에 손을 올려 그녀가 차에 부딪히지 않도록 했다. 여자는 고개를 약간 숙인 채 가슴 앞 드레스를 누르며 허리를 굽혀 차에 오르고 있다.

스킨십은 없었지만 많은 상상을 하게 했다.

특히 조유진의 목덜미와 볼은 연한 연지빛을 띠고 있어 썸을 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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