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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4화

남초윤은 괜히 찔렸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본인이 왜 주눅이 들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밖에서 함부로 몸을 놀린 사람은 육지율이다.

주눅이 든 마음이 이내 사라졌고 대신 솔직하게 말했다.

“네, 나가려고요. 이혼 후 생활에 미리 적응해야죠. 육 대표님의 블랙카드는 육씨 집안 사모님에게 쓰는 것이지 남초윤이라는 사람에게 쓰는 게 아니잖아요. 이런 상황에 내 미래를 미리 준비하는 것은 당연한 거 아니에요?”

육지율은 화를 내는 대신 피식 웃었다.

“그래요. 너무 당연하죠. 나가서 이 사회가 얼마나 험난한지 겪어보면 알겠죠.”

육지율은 다시 한번 귀띔했다.

“대제주시에 남이 살던 집을 내놓은 매물도 많으니 사기당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집 구할 때 친구 같이 다녀요. 친구가 경험이 있으니 더 잘 알 거예요.”

정말 고맙다고 말해야 하나 의심이 들 정도였다.

가슴에 남아있던 작은 미련은 대신 큰 손으로 변해 그녀의 얼굴을 세게 때렸다.

남초윤이 잠자코 가만히 있자 육지율은 그녀가 본인 결정에 생각이 바뀌어 이사 나가지 않기로 한 줄 알고 말했다.

“남초윤 씨와 육씨 집안 사모님이 되는 것에서 굳이 하나를 선택할 필요는 없으니 나에게 화나서 일부러 이사까지 가면서 고생할 필요는 없어요.”

육지율은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김성혁 씨 일은 내가 오해했어요. 요즘 설 연휴라 8, 9일 정도 휴가가 있는데 작년 겨울에 스위스의 그린드와르 마을에 다시 가고 싶다고 했잖아요? 1월 1일 티켓을 예약했는데 같이 기분 전환하러 갈래요?”

남초윤은 주저하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설마 그녀를 달래는 것인가?

“가... 가고 싶지 않아요.”

육지율은 모처럼 인내심 있게 행동했고 그녀가 거절당해도 안 좋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

“아니면 오로라를 보러 갈까요? 빙하도 보고?”

얼굴을 숙이고 그녀를 바라보는 육지율의 말투는 너무 부드러워 사람을 달래는 것 같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혼을 벼르던 두 사람이 지금은 어디로 여행을 가서 기분 전환을 할지 의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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