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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0화

찬물을 끼얹은 듯한 배현수의 말에 선유는 아우성을 치며 단번에 화를 냈다.

“아빠, 보는 눈이 없어요!”

보석이 많이 박힌 이 왕관은 보기만 해도 매우 아름답다.

엄마 말이 맞다. 아빠는 보는 눈이 없다.

배현수는 못마땅해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보는 눈이 없는데 어떻게 엄마를 아내로 맞이하겠어?”

“하지만 엄마가 아직 아내가 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잖아요!”

선유가 마음먹고 대들면 감당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디스를 당한 배현수는 하마터면 ‘X발’이라고 외칠 뻔했다.

조유진은 녀석을 잡아당기더니 머리를 빗겨주며 말했다.

“삼촌이 선물한 왕관을 쓰니까 너무 예뻐. 아빠 말은 들을 필요 없어.”

선유는 가슴을 치며 작은 손을 내저었다.

“됐어요. 아빠랑 따지지 않을래요. 엄마, 사진 좀 찍어줘!”

조유진은 휴대전화를 꺼내 왕관을 쓴 녀석에게 사진을 몇 장 찍어주려던 참이었다.

이때 배현수가 또 입을 열었다.

“어느 집 꼬맹이가 한 근짜리 황금을 머리에 쓰고 있어? 키도 다 안 컸는데 경추에 안 좋아.”

선유가 대답했다.

“아빠, 본인이 좋은 사람 아니라고 일부러 떠벌리고 다니고 싶은 거예요?”

선유는 한참 동안 왕관을 들고 있더니 다시 왕관을 쓰고 엄준에게 다가갔다.

“할아버지, 삼촌이 선물한 왕관 정말 멋지죠?”

엄준은 녀석 때문에 웃음이 떠날 날이 없었다.

“와! 선유야, 할아버지도 생일선물 준비했는데 뭔지 맞춰볼래?”

“장난감이요!”

엄준은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장난감이 맞긴 해.”

다만 장난감이 좀 크다.

선유는 흥분한 얼굴로 물었다.

“할아버지, 무슨 장난감인데요? 너무 궁금해요!”

아빠 혼자만 뜸을 들이는 것으로 충분했다. 할아버지까지 뜸을 들이면 녀석은 어쩌면 오늘 밤에 잠을 설칠 수도 있다.

엄준이 인자한 얼굴로 말했다.

“할아버지는 핑크색 승용차를 준비했어.”

“어디에 있는데요!”

선유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찾지 못하자 엄준이 웃으며 말했다.

“마당에 있어. 할아버지에게 없어! 나가서 찾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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