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선유는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넌 그냥 닥치고 있으면 돼.”그 말에 선유가 중얼거렸다.“참지 못하면요?”배현수는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그럼 내일 생일 선물은 없어.”“네...”선물을 위해서 녀석은 입을 다물어야 했다.이틀 밤이나 아빠의 선물이 궁금해 죽을 지경이다.안방 문이 ‘딸깍’소리를 내며 열리자 배현수는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눈을 감았다.선유는 고개를 돌려 조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엄마, 방금 아빠가 잠꼬대했어!”조유진이 다가와 물었다.“무슨 잠꼬대?”큰 눈을 껌벅이는 녀석의 작은 얼굴은 천진난만해 보였다.“아빠가 엄마 이름을 불렀어. 안 취했다면서 더 마실 수 있다고 했어.”조유진은 얼떨떨한 눈빛으로 술에 취한 배현수를 바라보다 뜨거운 수건으로 그의 손을 닦아주며 말했다.“인사불성이 된 사람이 더 마실 수 있다고?”선유는 턱을 끄덕였다.“응응! 아빠는 엄마와 너무 결혼하고 싶대!”조유진은 침대 옆에 앉아 선유를 바라보며 말했다.“선유야, 엄마가 질문 하나 할게.”선유는 어린 나이지만 늘 애어른처럼 어른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어른들이 곤혹스러워하는 일이 어쩌면 어린아이에게 물어보면 쉽게 풀릴 수도 있다.아이들은 순진하고 그들의 세상은 간단하기에 외부의 방해 없이 깔끔하게 문제를 직시할 수 있다.“엄마, 무슨 질문인데? 엄마도 모르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조유진이 물었다.“가장 친한 친구가 너를 두 번 속였다면 넌 그 친구와 계속 놀 거야?”선유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아빠가 엄마를 속였어?”이렇게 티가 났나?조유진은 사실대로 말했다.“그렇지. 아빠가 엄마를 속이는 게 엄마는 너무 싫거든.”조유진은 배현수에게서 등을 돌린 채 선유와 얼굴을 맞대고 말하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침대 위의 남자는 미간을 찌푸렸다. 심장마저 답답한 듯했다.선유는 한참을 고민하다 대책을 내놓았다.“그럼 엄마도 아빠를 속여서 얼마나 잘못한 건지 알게 해줘요.”참 ‘좋은’ 생각이다.조유진은 더 이상 꼬맹
조유진이 이렇게 반문하자 배현수는 눈에 띄게 얼어붙었다.그는 조유진의 어깨를 짓누르더니 부드럽고 향긋한 목덜미에 얼굴을 깊숙이 묻으며 말했다.“어쩔 수 없어, 개처럼 따라다녀야 해. 네가 언젠가 돌아봐 주기를 기다리면서.”답답하게 들리는 그의 목소리가 조유진의 심장을 찔렀다.왠지 모르게 배현수가 성남까지 와서 그녀와 엄창민을 몰래 따라다녔던 기억이 났다.목구멍이 점점 시큰거린 조유진은 실소를 터뜨렸다.“내가 무시해도 참을 수 있어요?”“몰라.”그의 대답에 가식이 없었다.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두 손은 걷잡을 수 없이 떨렸다.그런 그의 신체적인 반응이 조유진은 낯설지 않았다.배현수의 손을 살짝 헤집고 돌아서서 그를 보려고 했으나 점점 더 강하게 그의 허리를 조였고 남자의 손등에 핏줄마저 선명히 드러났다.손을 뗄 마음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조유진은 살짝 흐느끼며 고개를 옆으로 돌려 말했다.“몸이 왜 이렇게 반응해요? 송지연이 엉터리 심리상담사예요?배현수는 어이없는 듯 말했다.“송지연이 엉터리 의사가 아니라 내가... 너 없으면 못 살아.”조유진과 헤어져 있는 동안 손에 입은 화상흉터는 아물지 않았고 새 상처가 낡은 상처를 덮어도 엄지손가락에는 옅은 흉터가 남아 있었다.조유진은 눈시울을 살짝 적셨다.“배현수 씨, 불쌍한 척하는 거예요?”아직도 척할 필요가 있을까?지금도 충분히 유기견처럼 보이지 않냐 말이다.한참을 묵묵히 있던 배현수가 말했다.“예지은의 일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네가 대제주시를 떠난 뒤 갑자기 실종됐어.”조유진은 순간 심장이 멎는 듯했다.“그럼 찾았어요? 내가 그날 찾아간 것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아직 찾고 있어. 너와 상관없어.”조유진은 예지은에 대해 복잡한 마음이었다. 그녀가 자신을 조씨 집안으로 데려온 사실을 안 후부터 절대 좋은 감정이 있을 수 없었다.하지만 예지은은 배현수의 친어머니이기에 미워할 수 없었다.두 모자가 비록 정이 깊지는 않지만 혈연관계가 있는 것은
안방의 불빛은 매우 어두워 배현수는 미처 그녀의 안색을 보지 못했다. 그녀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더니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손도 안 댔는데 벌써 아파? 유진아, 지금 아픈 건 나야.”아파서 죽을 지경이다.조유진은 가는 팔로 그의 팔뚝을 잡더니 굳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아니... 나 생리 온 것 같아요.”...대제주시.육지율은 남초윤을 데리고 저택에서 설날 저녁 식사를 한 뒤 교외의 강변으로 드라이브를 갔다.며칠째 눈이 계속 내려 강에 얼음이 두껍게 얼어있었다.육지율이 차에서 내리려고 할 때 휴대폰이 울려 고개를 돌렸더니 발신자 표시에는 ‘유’자가 떠 있었다.조수석에 타고 있던 남초윤도 당연히 봤다.얼마나 신경을 쓰면 상대방의 풀네임도 저장하지 않았을까? 오직 ‘유’자로만 저장을 한다고?남초윤은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받고 싶으면 받아요.”육지율의 이런 상황이 한두 번도 아니었기에 남초윤은 익숙해졌다.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가시가 박힌 것처럼 아팠다.육지율은 진짜로 그녀의 말대로 전화를 받았지만 스피커폰으로 받았다.아름다운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부드럽게 들려왔다.“지율 씨, 새해 복 많이 받아.”육지율은 편안한 자세로 운전석에 기대 있었다. 잘생긴 사납고 건방진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모습으로 덤덤하게 대답했다.“응, 새해 복 많이 받아.”유설영은 바로 물었다.“아직도 육씨 저택에 가서 설날 저녁을 먹어?”“다 먹었어.”그 말에 유설영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그럼 놀러 나올래? KK클럽으로 내가 사람들을 불렀는데 고등학교 동창들도 여럿 있어.”남초윤의 가슴은 저도 모르게 철렁 내려앉았다.육지율은 핸들에 손을 얹은 채 남초윤을 쳐다보다가 한마디 툭 내뱉었다.“가족과 같이 나왔어. 난 안 갈 테니 너희들끼리 놀아.”유설영은 조롱 섞인 어조로 말했다.“가족? 가족이 있어? 할아버지와 같이 불꽃놀이 보러 나간 거야?”망신스러운 육지율의 결혼이었기에 남초윤은 세상에 잘 알려지지
육지율은 이 말을 인정할 수 없다.“결혼하기 전에 정상적인 연애를 하는 것마저 안 되면 당신과 김성혁이 예전에 연애했던 것은요? 그럼 그것도 함부로 논 거겠네요?”남초윤의 과거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분명 말했다.과거의 사람은 과거에서 끝내야지 현재의 삶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옛사랑을 다시 언급하는 일은 재미도 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더 큰 걸림돌이 될 것이며 과거는 바꿀 수 없다.육지율이라는 사람은 철저한 현실주의자로 영원히 현재에 포인트를 두고 살아가고 있으며 누가 더 소중하고 누구와 멀리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이 세상 남녀 사이는 조건만 나쁘지 않으면 결혼 전에 몇 번 감정이 있을 수 있고 아주 정상적이다.하물며 육지율은 피라미드 꼭대기에 서 있는 남자이다.유설영과 사귀었던 것이 뭐 어때서? 결혼하기 전에 누구와 연애를 하든 모두 그의 자유이다.남초윤은 침을 꿀꺽 삼키고 말했다.“내가 지금 예전의 일을 말하는 거예요? 나 과거를 들추어낼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아요.”그 당시 그들은 결혼도 하지 않았고 그녀 또한 육지율의 배우자리스트에 없었다. 심지어 서로 알지도 못했는데 무슨 자격으로 그에게 이런 요구를 하겠는가?육지율은 그녀를 흘겨보더니 모처럼 정색을 하고는 말했다.“결혼 후 한 번도 결혼생활에 어긋나는 일을 한 적이 없어요.”바람피우는 일은 육지율에게 저급하기 그지없다.장난이 심하지만 아무나 만나지 않는다. 예전에 연애하다가 질릴 것 같으면 상대방에게 확실하게 말하고 빨리 헤어지고 깨끗하게 연락을 끊었다.상대방이 정말로 죽기 살기로 쫓아오면 경제적으로 약간의 보상을 해줬다.물론 다른 것은 더 이상 줄 수 없다.이 사람과 앞으로의 미래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건드리면 정말 무책임하다.양다리, 환승연애, 바람... 이런 천한 일은 여태껏 해 본 적이 없다.안 좋게 얘기하면 이런 일은 자제력 없는 사람들이 자극을 찾거나 존재감을 찾기 위해 하는 것이다. 지루하고 저속한 감정에서 자신이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
육지율의 손에는 폭죽, 요술봉, 선녀봉... 없는 것 없이 전부 들려 있었다.마술봉 하나를 남초윤의 손에 쥐여 주며 말했다.“들고 있어요.”그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남초윤이 폭죽을 잡은 채 멍을 때리고 있을 때 어느새 불꽃이 일더니 하늘로 치솟기 시작했다.육지율은 양미간을 찌푸리더니 그녀의 뒤로 가서 그녀의 손을 잡고는 얼어붙은 강가에 폭죽을 갖다 댔다.“내가 아무리 미워도 내 얼굴에 폭죽을 갖다 대면 안 되지 않을까요?”옅은 농담이 담겨 있는 목소리에 남초윤도 얼른 대꾸했다.“더 좋지 않아요? 괜히 밖에 나가 딴짓할 걱정도 없고.”육지율은 고개를 내려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바람날까 봐 그렇게 두려워요?”남초윤은 차가운 얼굴로 진지하게 말했다.“원래 바람둥이니까.”육지율은 더 이상 뭐라고 하지 않고 대신 고개를 그녀 옆으로 떨구며 말했다.“내가 왜 바람둥이예요. 솔직히 얘기해 봐요. 내가 잘해주지 않아요?”그녀에게 준 블랙카드는 한도가 무제한이다.들고 있는 가방은 희귀 가죽 플래티넘 가방이고 옷도 최고급이다. 어디로 여행을 가고 싶은지 말만 하면 전용기를 준비해 맞춤형 여행을 준비했다.다른 사람이 1년 동안 예약하지 못한 미슐랭 식당을 그는 바로 해결해 주었다.남재원이 사준 차 색깔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다시 차 한 대를 사주겠다고 했지만 남초윤이 거절햇다.남편으로서 의식주에 있어서 그녀를 홀대한 적이 없었다.전에 육지율 앞에서 그녀는 김성혁과 눈앞에서 입을 맞추었다. 하지만 육지율이 성깔이라도 부렸었던가?남초윤은 육씨 집안 사모님으로서 육지율의 눈에 합격이라고 말할 수 없을뿐더러 심지어 별로 어울리지 않았다.하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결혼도 다 했는데 이혼은 정말 번거롭고 육씨 집안에 미치는 영향은 정말 크다.그녀와 김성혁이 결혼 존속 기간 동안 진짜로 원칙적인 잘못을 저질렀다면 더 이상 그녀를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다.남초윤은 입꼬리를 올리며 대꾸했다.“바람둥이도 아닌데 전 여자친구의 번호를 저장하
여태껏 그는 무엇을 자제해야 하는지 몰랐다.키스도 잘해 남초윤은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저 허리춤에 있는 옷을 움켜쥐고 리듬을 타며 호흡을 맞춰야 했다.육지율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으며 달래듯 물었다.“불꽃놀이 더 할 거예요? 안 할 거면 차에 가요.”남초윤은 머리가 멍해진 채 차 안으로 들어갔다.그다음의 프로세스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이어졌다.강가에 정박해 있는 검은색 쿨리넌도 가볍게 흔들렸다.남초윤은 혼란스러웠다.분명 그와 이혼하기로 결정했고 나가서 살기로 마음먹었지만 계속 실패했다.육지율은 마치 사탕수수처럼 너무 달콤해 한 번, 두 번 더 맛보고 싶게 한다. 마지막에 입안에 쓰레기가 남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저항하기 어려웠다....성남, 그믐날 밤 새벽.멀리 시골 마을에서 은은한 폭죽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아래층도 식사를 끝내 북적거리던 거실이 조용해졌다.조유진은 배를 끌어안고 생리통을 겪고 있었다.어젯밤 찬물에 몸을 한 시간 담근 탓에 이번 생리는 더욱 견디기 어려웠다.보다 못한 배현수가 그녀를 끌어안으며 물었다.“가서 차라도 끓여올까?”조유진은 그나마 남아있는 이성을 부여잡고 말했다.“인기척을 들으면 밤에 취한 척한 거 들키잖아요.”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배현수는 피식 웃더니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먈했다.“이렇게 아픈데 그게 신경이 쓰여?”“들키면 내일 밤에도 3대 1로 싸워야 해요.”그의 팔을 꼭 감싸고 있는 조유진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한 얼굴로 아파하고 있었다.그런 모습에 배현수는 가슴이 아파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좀 자. 내가 아래층에 가서 진통제 찾아올게.”오늘 밤 술을 많이 마셔 위도 아프고 몸도 반응이 있었지만 지금은 고통을 참고 그녀를 돌봐야 했다. 하지만 조금의 불평도 없었다.조유진은 배현수를 끌어당기며 말했다.“됐어요. 너무 늦었어요. 조금만 참으면 돼요. 잠들면 통증도 사라질 거예요.”배현수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이렇게 아픈데 잘 수 있
평생.조유진의 입에서 나온 이 두 글자는 너무 듣기 좋았는지 이틀 동안 우울했던 기분이 갑자기 맑아졌다.배현수는 이마를 짚으며 깊은 눈빛으로 말했다.“평생으로는 부족해.”조유진은 두 손으로 그의 얼굴을 잡았다. 배현수에게 안겨 있어 그를 살짝 아래로 내려봤다.고개를 숙이더니 그의 얇은 입술에 대고 부드럽게 뒤척이며 사랑스럽게 키스했다.키스를 하면 할수록 더욱 부드럽고 따뜻했다.냄비 안의 흑설탕 계란찜이 벌렁벌렁 끓고 있는 것을 느낀 배현수는 손을 들고 불을 껐지만 키스는 멈추지 않았다.조유진은 배현수를 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나 지금 생리 중이에요.”배현수는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래, 끝나면 오늘 못한 것까지 다 할게.”순간 조유진은 다리에 힘이 풀렸다....정월 초하루의 새벽.배현수는 서정호에게서 걸려 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배 대표님, 술자리에서 조유진 씨에게 약을 먹인 사람을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그날 밤 컨벤션센터 옥상 CCTV가 모두 꺼져있었어요. 이상한 것은 강 사장님도 술자리에 참석했고 조유진 씨와 함께 옥상에 갇혔어요. 강이찬 씨가 대표님에게 복수하려는 것은 아닐까요?”배현수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강이찬을 주시해. 움직임이 있다는 것은 드래곤 파가 뒤에서 부추긴다는 것을 설명하니까.”“알겠습니다.”배현수가 또 물었다.“더안의 창업자는 찾았어?”더안의 창업자가 아마 당시 사람을 보내 조유진을 바꾸려 했던 사람일 것이다. 엄준의 원수이다.더안의 창업자를 찾아야 조유진이 바뀌었던 상세 사항을 물어볼 수 있다.“아직이요. 자취를 감춘 것 같아요.”배현수는 은근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만약 더안의 창업자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면 그때 조유진이 바뀌어 예지은에게 어떻게 넘어갔는지는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을 수 있다.하지만 그는 조유진과 부담 없이 결혼해 정정당당하게 아내를 맞기를 원했다.잠깐 정신이 팔린 사이 작은 손이 그의 양복바지를 움켜쥐고 힘껏 흔들었다.“아빠! 여기 숨어서 뭐 하는
마스티프는 이내 조용해졌다.배현수가 눈을 부라리며 다시 위협하자 마스티프는 낑낑 소리를 냈다.고개를 숙여 선유를 보며 말했다.“강아지 줄 잡아.”선유는 미친 듯이 고개를 흔들며 온몸으로 거부했다.“싫어요. 아빠. 무서워요!”마스티프 개들의 외무는 흡사 사자와 같아 아주 사나워 보였다.5, 6개월밖에 안 되었지만 체형이 남산만 했고 선유의 두 배는 되었다.배현수는 개 줄을 선유에게 건네며 말했다.“네가 이름 지어줘. 이제부터 네가 주인이야.”선유는 눈을 희번덕거리며 말했다.“난 주인이 되고 싶지 않아요. 잡아 먹히면 어떻게 해요! 너무 무섭단 말이에요!”고양이와 강아지를 좋아하는 선유는 예전에 아빠에게 강아지를 기르고 싶다고 말했었다.하지만... 기르고 싶은 것은 작은 강아지였다. 아빠가 이렇게 큰 강아지를 데리고 올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배현수가 설명했다.“이런 마스티프는 훈련을 받은 개들이라 너를 주인으로 생각하면 이후부터 너의 말만 들을 것이고 너를 보호해 줄 거야.”“진짜요?”배현수는 선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네가 한번 해보면 알잖아.”선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마스티프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개야, 아빠를 물어!”마스티프는 어리둥절해 했고 배현수는 어이가 없었다.선유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거짓말, 움직이지도 않잖아요.”정말 효성이 참으로 지극한 아이로구나...배현수의 교육하에 마스티프는 선유를 ‘주인’으로 섬기게 되었고 선유도 마지못해 강아지의 줄을 잡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작은 꼬맹이가 사자 같은 개를 끌고 오자 엄준과 도 집사는 깜짝 놀랐다.때마침 위층에서 내려오던 조유진도 깜짝 놀랐다.“선유야, 이렇게 큰 개는 어디서 난 거야?”“아빠가 준 생일선물이에요.” 선유는 개 줄을 잡고 말했다.“우리 엄마야, 짖으면 안 돼! 그러다가 아빠에게 혀가 뽑힐 거야!”그러자 마스티프는 바로 말을 듣고 조용해졌다.조유진은 걱정된 듯 물었다.“선유를 안 무는 거 확실해요?”배현수가 대답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