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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1화

배현수는 감정 기복이 없는 담백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눈을 감은 순간, 조유진은 흐릿한 빛 속에서 그의 눈꼬리가 살짝 붉어진 것을 분명히 보았다.

그는 양복 바짓가랑이에 드리운 손을 가볍게 떨었다.

조유진도 그것을 발견했다.

우울증에 걸린 적이 있는 조유진은 이런 반응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신체화 증상.

배현수가 오랫동안 경계선 인격장애를 앓고 있었던 것을 알고 있다.

배현수가 송지연에게서 4년 가까이 경계선 인격장애 치료를 받았다는 말을 서정호에게 들은 적이 있다. 출소 후 줄곧 치료를 받았지만 효과가 없었다고 했다.

조유진이 물었다.

“미칠 뻔했는데 왜 보름 넘게 연락이 없었는데요?”

침을 꿀꺽 삼킨 배현수는 감정을 가까스로 누르며 말했다.

“처음에는 살 수 없을 줄 알았어. 몸에 독이 너무 오래 쌓여 실명했어. 원래는 완전히 회복된 후 다시 성남으로 널 만나러 오고 싶었지만 성행 그룹에서 약혼 파기 기사를 내면서 더 이상 너를 달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조유진은 어이가 없었다.

“백소미 씨가 중독 사실을 말하지 않았더라면 언제 나에게 말할 생각이었는데요?”

“말했잖아. 동정은 싫다고. 불쌍히 여기는 것도 싫어. 중독으로 나에게 시집와 달라고 강요하고 싶지 않아. 네가 내킬 때 나와 결혼해 주기를 바랐어. 배현수라는 사람을 평생을 믿고 맡길 수 있다고 생각이 들 때 나와 결혼해 주길 바랐어. 해독약으로 어르신을 구한 은혜를 갚기 위해서가 아니라. 유진아, 그런 연민은 필요 없어. 만약 나에게 그 어떤 감정이 있다면 그저 순수하고 진한 사랑이었으면 좋겠어.”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아주 평온했다.

깊은 눈빛이었지만 끝없는 그리움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이번에 그들은 보름 넘게 만나지 못했다. 사실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다.

하지만 배현수에게는 또 한 번의 생이별이었다.

살 수 있을지 몰랐기 때문이다. 719부대에 숨어 있는 동안 매일 눈을 뜨는 것은 새로운 재난의 시작과 다름없었다.

조유진은 몰랐다. 다시 살아서 성남에 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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