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79화

작가: 남희은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6-17 19:00:00
이날 밤,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다.

엄청난 정보량에 조유진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배현수는 그녀를 노려봤다. 그녀가 말하지 않으면 오늘 밤은 절대 떠날 수 없다.

조유진은 산만한 표정을 거두며 진지하게 말했다.

“우리 서로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다시 알아봐야 할 것 같아요.”

그 말이 입 밖에 나오자 남자의 미간이 눈에 띄게 찌푸려졌다.

조유진은 그가 오해할까 봐 얼른 한마디 보탰다.

“배현수 씨, 내가 모르는 게 너무 많아요. 그동안 우리 두 사람 사이에는 7년 동안이라는 공백 기간이 있었어요. 우리 서로 다시 알아갈 필요가 있어요. 서로 잘 모르면 앞으로도 신뢰 문제로 관계가 무너질 수 있어요.”

그녀의 말뜻을 알고 난 배현수의 안색은 한결 좋아졌다.

그녀가 헤어지고 싶은 마음이 아니고 그를 피하고 싶은 마음도 아니라면... 그에게 기회만 준다면 어떻든 다 좋다.

하지만 배현수란 사람은 하나면 하나, 둘이면 둘, 모든 것을 확실하게 하고 싶었다.

“그럼 시간이 얼마나 더 필요한데? 하룻밤이면 충분해?”

말문이 막힌 조유진은 피식 웃었다.

“내 말은 평범한 친구들처럼 만나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신뢰를 쌓아가자는 얘기예요.”

평범한 친구?

이 한 마디는 마치 누군가의 심기를 크게 건드린 것 같다.

남자의 얼굴이 다시 차갑게 굳어졌다.

“지금 너에게 나는 그저 평범한 친구야?”

조유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배현수는 그녀를 품에 안더니 허리를 잡았다.

“다른 친구들과도 이렇게 안고 키스해?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강압적이었다.

“유진아, 너에게 평범한 친구가 몇 명 있는데?”

조유진은 그를 올려다봤다. 입가는 분명히 웃고 있었지만 실수로 듣기 싫은 말을 한다면 오늘 밤 무사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녀는 피식 헛웃음을 지었다.

“아이고, 평범한 친구 한 명뿐이에요.”

배현수는 장난 어린 얼굴로 그녀를 노려봤다.

“엄창민은?”

“가족이죠, 의남매?”

“그럼 엄명월은 또 어떻게 된 거지?”

“마찬가지이죠. 의자매.”

그러자 배현수가 또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680화

    “네! 아가씨, 조심히 오세요.”조유진이 방금 전화를 끊자마자 목덜미가 갑자기 따끔거렸다.배현수가 그녀를 모질게 깨물었다.조유진은 너무 아파 한마디 물었다.“왜 물어요?”“나더러 큰 개라고 욕한 거 아니야? 큰 개가 몇 입 무는데 그게 어때서?”조유진은 아랫입술을 달싹였다.“너무 아파요.”배현수는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그럼 너도 물어. 강아지야, 다른 데로 물래?”혀를 깨물고 목을 깨무는 것은 더 이상 재미가 없다.그윽한 그의 눈빛은 확실히 무엇인가 말하고 있었다.단번에 알아차린 조유진은 바로 귀가 뜨거워졌다.하지만 못 알아듣는 척했다.“누가 강아지예요?”“그럼 누가 큰 개인데?”조유진이 그를 밀치며 말머리를 돌렸다.“도 집사가 집에 오라고 계속 재촉해요. 더 늦으면 아빠가 의심하실 거예요.”배현수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유진아, 내가 그렇게 떳떳하지 못해?”서른 살이 다 되었지만 아직도 부모를 속이고 연애를 해야 한단 말인가?조유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아빠가 아직 현수 씨를 받아들이지 못했어요. 그리고... 전에 나도 여기에 떳떳하게 온 것은 아니잖아요.”지금도 인터넷에서는 조햇살이 배현수와 송인아와의 ‘커플' 사이에 끼어들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이 말에 배현수의 표정이 오히려 굳어졌다.조유진은 그가 화난 줄 알았다.그런데 갑자기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그건 내가 잘못했어. 내일 아침 일찍 서정호더러 홍보팀 사람들에게 너와 나의 관계를 밝히라고 통보할게.”“싫어요.”조유진이 단호하게 거절했다.배현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왜 싫은데?”조유진은 다른 생각이 있었다.“지금 저의 평판이 너무 안 좋아요.”“상관없어.”그는 한번도 이런 것에 신경 쓴 적이 없다.평판이 썩어 있다 해도 그게 조유진이라면 상관없었다.조유진은 심호흡한 후 말했다.“신경 쓰지 않는 건 알아요. 하지만 내가 신경 쓰여요. 이렇게 많은 일을 겪으면서 저도 알게 되었어요. 원래는 진주시에서 출장 다녀온 다음에

    최신 업데이트 : 2024-06-17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681화

    배현수는 감정 기복이 없는 담백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눈을 감은 순간, 조유진은 흐릿한 빛 속에서 그의 눈꼬리가 살짝 붉어진 것을 분명히 보았다.그는 양복 바짓가랑이에 드리운 손을 가볍게 떨었다.조유진도 그것을 발견했다.우울증에 걸린 적이 있는 조유진은 이런 반응에 대해 잘 알고 있다.신체화 증상.배현수가 오랫동안 경계선 인격장애를 앓고 있었던 것을 알고 있다.배현수가 송지연에게서 4년 가까이 경계선 인격장애 치료를 받았다는 말을 서정호에게 들은 적이 있다. 출소 후 줄곧 치료를 받았지만 효과가 없었다고 했다.조유진이 물었다.“미칠 뻔했는데 왜 보름 넘게 연락이 없었는데요?”침을 꿀꺽 삼킨 배현수는 감정을 가까스로 누르며 말했다.“처음에는 살 수 없을 줄 알았어. 몸에 독이 너무 오래 쌓여 실명했어. 원래는 완전히 회복된 후 다시 성남으로 널 만나러 오고 싶었지만 성행 그룹에서 약혼 파기 기사를 내면서 더 이상 너를 달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조유진은 어이가 없었다.“백소미 씨가 중독 사실을 말하지 않았더라면 언제 나에게 말할 생각이었는데요?”“말했잖아. 동정은 싫다고. 불쌍히 여기는 것도 싫어. 중독으로 나에게 시집와 달라고 강요하고 싶지 않아. 네가 내킬 때 나와 결혼해 주기를 바랐어. 배현수라는 사람을 평생을 믿고 맡길 수 있다고 생각이 들 때 나와 결혼해 주길 바랐어. 해독약으로 어르신을 구한 은혜를 갚기 위해서가 아니라. 유진아, 그런 연민은 필요 없어. 만약 나에게 그 어떤 감정이 있다면 그저 순수하고 진한 사랑이었으면 좋겠어.”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아주 평온했다.깊은 눈빛이었지만 끝없는 그리움이 끓어오르고 있었다.이번에 그들은 보름 넘게 만나지 못했다. 사실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다.하지만 배현수에게는 또 한 번의 생이별이었다.살 수 있을지 몰랐기 때문이다. 719부대에 숨어 있는 동안 매일 눈을 뜨는 것은 새로운 재난의 시작과 다름없었다.조유진은 몰랐다. 다시 살아서 성남에 왔고

    최신 업데이트 : 2024-06-18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682화

    “그리고 해독제를 얻기 위해서였다 하더라도 나를 숨기고 다른 사람과 가짜 약혼한 것을 용서할 수 없어요...”그녀는 증오스러운 말투로 한바탕 욕을 퍼부었다.배현수는 그녀의 허리를 껴안고 몸을 살짝 숙여 귓불에 입을 맞췄다.“잘못했어.”조유진은 멍하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뭘 잘못했는데요?”배현수는 검은 눈망울에 옅은 웃음을 머금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내가 다 잘못했어.”조유진은 마음이 살짝 내려앉았지만 입으로는 계속 경고를 퍼부었다.“앞으로 계속 그러면 진짜 안 봐줄 거예요. 사과해도 소용없어요.”“앞으로 안 그럴게.”조유진이 뭐라고 하면 배현수는 다 받아줬다.그녀를 보는 눈에는 사랑이 가득 담겨있었다.배현수는 그녀를 한참이나 안고 있었다. 하지만 그저 안고 있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그러던 중 도 집사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시간이 확실히 늦긴 했다.벌써 새벽이 다 되어갔다.아직 혼인신고 전이라 어른들이 보기에 이치에 맞지 않았다.미래를 생각해 배현수는 그녀를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시간이 늦었어. 너 혼자 운전하면 내 마음이 안 놓일 것 같아. 나와 서정호가 너를 데려다줄까?”시력에 문제가 있는 배현수는 운전할 수 없다. 그렇지만 않았어도 혼자 그녀를 데려다줬을 것이다.조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내일 아침에 나 진주시로 출장을 가면 몸조리 잘해요.”배현수는 피식 웃더니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무 무정해. 이렇게까지 말하면 마음이 약해서 같이 있어 줄 줄 알았어.”조유진도 사실 미안했다.“엄 팀장이 늘 나더러 가서 사모님 노릇이나 하라고 그래요. 엄 팀장님과 진주시로 출장 가기로 약속만 하지 않았다면 여기 있었을 거예요. 안 그러면 회사 내에서 또 말이 많을 거예요. 성행에 놀러 왔다느니 며칠 후면 대제주시로 시집갈 거라느니, 만약 몇 명의 대주주가 진짜로 내가 언제든지 도망가리라 생각한다면 분명 나를 지지하지 않을 거예요. 게다가.... 만약 이번에 진주시로 출장 가지 않으면 엄명

    최신 업데이트 : 2024-06-18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683화

    배현수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눈빛에는 가슴 아픈 기색이 역력했다.“두리안 위에 무릎 꿇은 것쯤이야 무슨 대수겠어.”오늘 밤 그녀를 여러 번 안았다.그녀의 사타구니에 튀어나온 뼈를 여러 번 만졌다.원래부터 마른 조유진이었지만 보름 넘게 만나지 못한 사이 더 말랐다는 느낌이 들었다.대학에 다닐 때, 그녀의 체중이 45킬로에서 48킬로 사이였던 것이 머릿속에 떠올랐다.그때 48킬로만 되어도 다이어트를 한다며 소란을 피웠다.168의 키에 50킬로도 안되는 사람이 어떻게 뚱뚱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조유진이 방송과였기에 배현수도 자주 그 과에 갔다. 아마 예술과 관련된 과였고 앞으로 진행자가 되려면 TV에 예쁘게 나와야 해서 그 과의 여자애들은 뚱뚱하지 않아도 늘 살을 빼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다른 사람이 살을 빼든 말든 그는 상관할 바도 없었고 관심도 없었다.하지만 조유진의 다이어트는 절대 허락할 수 없었다.조유진이 다이어트를 한다고 할 때마다 일부러 맛있는 음식을 잔뜩 챙겨오며 유혹했다.그런데 지금, 그의 품에 있는 그는 너무 가벼웠다. 45킬로도 되지 않는 것 같았다.그녀를 안는 것조차 힘을 줄 수 없었다. 혹시라도 아플까 봐...스위스에서 혼자 유산을 겪으면서 얼마나 아팠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그녀에게 그 무엇이든 보상하고 싶었다.배현수는 팔로 그녀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특별히 갖고 싶은 것이 있어?”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조유진은 그의 넥타이를 손가락에 감으며 말했다.“하늘의 별이라도 괜찮아요?”사실 조유진은 순간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지 못해 헛소리했을 뿐이다.하지만 배현수는 바로 대답했다.“응, 조유진이 열여덟 살 때 배현수가 약속했지. 원하는 것을 다 주겠다고.”그게 설령 하늘의 별이라도.이 말은 약속이자 사랑이었다.하지만 조유진은 왠지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여러 해 동안 두 사람은 이별하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그렇게 몇 번이나 많은 일들을 겪었다. 그 말을 꺼

    최신 업데이트 : 2024-06-19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684화

    조유진은 어리둥절해 하더니 이내 바로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우리는 아직 평범한 친구예요. 서로 다시 만나고 신뢰를 쌓아가야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 다시 얘기해요.”“그래. 마음대로 해.”오늘 밤, 그는 유난히 그녀에게 순종했다.태도도 아주 좋았다.조유진은 그런 모습에 조금 놀랐다.“나 내일 아침 진주시로 출장을 가면 다시 대제주시로 돌아갈 거예요?”배현수는 인상을 찌푸렸다.“너도 없는데 내가 성남에 남아서 뭐해?”“선유와 좀 같이 안 있고요? 선유와 만난 지도 오래됐잖아요. 현수 씨를 못 본 지 오래돼서 많이 보고 싶을 거예요.”배현수는 코웃음을 쳤다.“내 생각보다는 성남의 만두가 더 먹고 싶을 거야. 마침 SY그룹도 처리해야 할 까다로운 일들이 산더미라 네가 진주시로 출장 간 동안, 나도 대제주시로 돌아가서 회사 일 좀 처리하려고. 선유는 성남에서 할아버지와 같이 있으면 될 것 같아.”조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런데 아직 눈이 안 나았으니 몸조리 잘해요.”이에 배현수는 한숨을 내쉬었다.“너는. 유산한 지 보름 남짓 됐다고 벌써 일을 이렇게 하면 몸이 버틸 수 있겠어?”“몸조리한 지 꽤 됐어요. 괜찮아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배현수가 다가오더니 그녀의 안전벨트를 풀었다.잘록한 허리를 잡고 가볍게 안아 그의 다리에 앉혔다.조유진은 낮은 소리로 외치며 목을 감쌌다.배현수의 다리에 앉았고 그는 조수석에 기대었다.머리 하나는 더 커 보이는 조유진은 고개를 숙여 물었다.“왜 갑자기 안아요?”집 앞까지 왔는데 다시 안으면 언제 끝날지 모른다.남자는 큰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잡더니 고개를 살짝 젖혔다.“만나자마자 또 헤어져야 하잖아. 유진아, 요즘 내 생각은 하나도 안 했어?”당연히 생각했다.하지만 최근 일을 배우느라 허튼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그리고 한동안 떨어져 있다 보니 그를 그리워하고 싶지 않았다.배현수를 생각하면 뜻하지 않게 유산한 아이가 생각나 그와 관련된 일은 무의식적으로

    최신 업데이트 : 2024-06-19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685화

    차 안에서 배현수는 그녀를 얼마나 안고 있었는지 모른다.눈 내리는 밤, 조유진이 엄씨 사택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후에야 뒤돌아섰다.조유진은 살금살금 침실로 들어가 2층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봤다.그 검은 차는 엄씨 사택에서 멀지 않은 곳에 주차되어 있었다.배현수는 몸을 숙여 뒷좌석에 탔다. 차가 천천히 떠났다.차 안에서, 운전하는 서정호가 백미러를 힐끗 쳐다보았다.배현수가 안경을 쓰고 있었다.서정호는 한마디 불평했다.“배 대표님, 이번에 해독제가 없었으면 죽을 뻔했어요. 눈도 일시적으로 실명했는데 조유진 씨가 진짜로 대표님을 내버려 두고 진주시로 출장 가는 거예요?”적어도 2, 3일은 같이 있어 줘야 하는 거 아닌가.너무 양심이 없다.배현수는 약지의 플래티넘 반지를 들여다보며 말했다.“SY그룹도 뒤치다꺼리해야 할 일이 많으니 급할 거 없어. 오늘만 있는 것도 아니고.”서정호는 다 알면서도 말을 아꼈다. 그저 웃으며 한마디 했다.“배 대표님, 사실 애교 좀 배워요. 애교를 부리면 조유진 씨의 마음이 분명 약해질 거예요.”애교?이 단어는 배현수와 극도로 어울리지 않는다. 심지어 위화감까지 있다.남자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이내 본론으로 돌아왔다.“강이찬이 나를 찾은 적 있어?”“아니요. 강 사장이 손에 있던 지분 10%를 매각한 후, 더 이상 움직임이 없어요. 설마 동생의 복수를 하려는 건 아니겠죠? 배 대표님, 조유진 씨에게 경호원 몇 명을 붙일까요? 강 사장이 혹시라도 조유진 씨를 납치해 복수한다면...”배현수는 그 말을 바로 부정했다.“강이찬은 그렇게 못해.”첫째, 이것은 강이찬의 성격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다.그리고 둘째는 강이찬도 조유진에게 마음이 흔들린 적이 있다. 사랑까지는 아니더라도 인간쓰레기가 아닌 이상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에게 손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강이찬이 그 정도로 치사하지 않다.“강이찬의 주식을 산 사람을 알아냈어?”서정호가 대답했다. “열오라는 벤처회사입니다. 규모가 작아서 눈에 띄지 않아요.”

    최신 업데이트 : 2024-06-20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686화

    하지만 진주시에서 돌아오면 성남 기온으로 보아 이 세 명의 눈사람은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흰 베일에 머메이드 웨딩드레스를 입은 그 눈사람은 아주 잘 만들었다.조유진은 휴대전화를 꺼내 여러 장의 사진을 찍어 기념으로 남겼다.도 집사는 그녀가 매우 좋아하는 것을 보고 웃으며 농담을 건넸다.“아가씨, 이 눈사람들이 정말 좋으면 냉동고에 옮겨서 얼려 드릴까요? 그럼 계속 보관할 수 있어요.”조유진이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 더욱 이상할 것이다.엄씨 사택 밖에 경적이 울렸다. 엄명월의 차가 도착했다.도 집사는 그녀의 작은 캐리어를 트렁크에 넣었다.조유진은 차에 오른 후 도 집사에게 말했다.“집사님, 돌아가세요. 제가 없는 동안 저희 아빠와 선유를 잘 부탁드립니다.”“아가씨와 명월 씨, 잘 다녀오세요. 어르신께서 진주시에서 해결하지 못할 일이 있으면 전화하라고 하셨습니다.”인사를 마친 후 차는 공항으로 달렸다. 운전기사가 운전했다.조유진과 엄명월은 뒷좌석에 앉아있다.조유진은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첩을 열고 눈사람 사진을 다시 보았다.엄명월이 고개를 내밀며 물었다.“뭘 그렇게 흥미진진하게 봐요?”조유진은 얼른 휴대전화를 거두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다 봤는데도 변명할 거예요? 그런데 배 대표가 이렇게 순정적일 줄 몰랐네요? 이렇게 눈사람을 만들 정도로?”엄명월은 꽤 의외라고 생각했다.조유진은 평범한 행동이라고 느꼈다.“고작 눈사람 만드는 게 순정적이라고요? 연애해본 적 없어요?”하...엄명월은 시선을 돌렸다. 표정이 좀 불편해 보였다.조유진은 바로 알아차렸다.“엄 팀장님, 설마 진짜로 연애해본 적 없어요?”조유진은 마치 무슨 신대륙을 발견한 것처럼 약간 과장된 표정을 지었다.엄명월은 다소 어색한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왜요? 이상해요? 하루 종일 회사 일 떄문에 그렇게 바쁜데 남자 만날 시간이 어디 있어요?”조유진은 얼른 다독였다.“진주시 출장에서 돌아오면 엄 팀장님도 휴가 좀 내세요. 시간 내

    최신 업데이트 : 2024-06-20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687화

    강아지 스타일?엄명월은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흥이 빠진 얼굴로 말했다.“싫어요.”청순한 남자도 강아지 같은 스타일도 싫었다.“그럼 잘 노는 스타일? 아니면 나쁜 남자 스타일?”잘 노는 스타일...조유진의 물음에 왠지 모르게 전 비서의 모습이 떠올랐다.김씨?엄명월은 바로 거절했다.“다 싫어요!”이어 조유진은 한 동영상 플랫폼을 열어 잘생긴 남자의 동영상을 여러 개 뒤졌다.엄명월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마디 했다.“파운데이션을 이렇게 두껍게 바르고 필터를 이렇게 많이 씌운 사람이면 실물은 분명 눈에 담기도 어려울 거예요.”차라리 김씨가 마음에 훨씬 마음에 들었다.중요한 건 김씨 이 녀석은 무책임하긴 하지만 업무 능력 하나만은 최고였다.조유진은 피식 웃었다.“엄 팀장님, 일 욕심은 많으신데 사람 보는 눈은 하나도 없는 거 아닙니까?”엄명월은 눈살을 찌푸렸다.“아까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죠? 배현수 대표가 머메이드 웨딩드레스 입은 눈사람을 만들고 머리에 흰 베일까지 씌웠잖아요?”조유진은 윙크하며 말했다.“뭐가 문제 있나요?”엄명월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문제가 있고 말고요. 사랑에 미친 사람이 어떻게 일은 이렇게 크게 할 수 있어요?”“지금 현수 씨가 사랑에 미쳤다고 욕하는 거예요?”엄명월은 대뜸 정색하며 말했다.“아니요. 그런데 머메이드 웨딩드레스가 정말 좋아 보여요. 인터넷에 올리면 눈사람 만들기 열풍이 불지도 모르겠네요. 저번에 둘이 운전하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도망가는 영상이 아직도 핫하잖아요.”그 두 대의 차는 번호판이 너무 눈에 띄었다.그러다 보니 신분이 바로 발각되었다.인터넷이 또 한 번 떠들썩했다.[지난번엔 약혼 기사가 잘못된 거라고 해 놓고 지금은 또 술래잡기하고 있어요.][그러게요. 제가 볼 때는 커플이 지금 화해한 것 같아요. 그렇죠?][우리 네티즌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어요. 그저 구경이나 할 뿐이죠.][아아! 배 대표님과 엄환희 씨! 너무 잘 어울려요.][조햇살은 멀리 떨어져

    최신 업데이트 : 2024-06-21

최신 챕터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7화

    육성일의 압도적인 기운은 전화 너머에서도 남초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말을 하지 않아도 그 묵직한 압박감은 느껴졌다. 그때 어떻게 그런 용기를 냈는지, 어떻게 육씨 집안에 시집갔는지 스스로도 의아했다. 만약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차라리 구걸을 하더라도 절대 육씨 집안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남초윤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할아버지, 부탁드려요. 저희가 약속했던 건 두 달 전이었잖아요. 아직 두 달이 채 안 지났고, 제가 지금 아기를 가졌다고 해도 확인이 안 될 수도 있어요.” 그 말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기에 육성일도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할아버지의 전화를 겨우 넘겼지만 전화를 끊자마자 다시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렸다. 이번엔 ‘개자식’ 육지율이었다. “...” 할아버지와 손자는 통화 시간까지 맞춘 것처럼 기가 막히게 연달아 전화를 걸어온다. 그녀는 냉랭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왜요?” 육지율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무슨 폭탄이라도 먹었어요?” 육지율이 자신의 책을 내리게 만들고, 지난달과 이번 달 원고료도 다 날려버린 상황에서 그녀가 전화를 받아준 것만으로도 기적이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아직 유지 중이었고 필요한 것도 있으니 남초윤은 결국 목소리를 가다듬고 좀 더 부드럽게 말했다. “지율 오빠, 무슨 일이에요?” “... 뭐라고 불렀어요?” “지~율~오~빠~” 그녀는 유설영의 말투를 흉내 내며, 아니, 오히려 더 능숙하게 말했다. 육지율은 순간 닭살이 돋았다. “제발 평소처럼 말해요. 저녁에 내 친구가 귀국하는데 같이 식사해요. 6시에 잡지사로 데리러 갈게요.” 남초윤은 단번에 거절했다. “난 안 갈래요.” “저녁에 뭐 다른 약속 있어요?” 남초윤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결혼한 지 3년 됐지만 당신은 나한테 친구 한 명도 소개해 준 적 없잖아요.” 그리고 이제 곧 이혼할 텐데 친구를 만날 필요는 더 없었다.이혼하고 나서 친구들이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6화

    조유진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학교에서 누가 너 괴롭히진 않았어?” 배선유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응, 나 괴롭히는 사람 없어. 할아버지가 우리 학교에 엄청난 돈을 기부하셔서 선생님들도 항상 나한테 잘해주시고 많이 관심 해주셨어. 그래서 나도 함부로 장난칠 수가 없어. 혹시 선생님이 할아버지한테 이르실까 봐.” 배현수는 이 말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 배선유는 작은 악동처럼 말이 많았고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는 아이였다. 배현수의 말에도 자주 대꾸를 하니, 만약 동급생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면 벌써부터 떠벌렸을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남을 괴롭히는 쪽에 더 가까웠다. 성남에서 엄준은 배선유를 엄청나게 아끼며 키웠고, 그래서인지 아이는 주눅이 들지 않고 활발하게 자랐다.조유진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다행이네. 우리 선유가 공부를 게을리할 걱정은 없겠어.” 배현수는 딸을 겁주듯 말했다. “너 공부 안 하고 일찍 연애라도 시작하면, 널 대제주에 데려와서 24시간 동안 지켜볼 거야.” 배선유는 입술을 내밀며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이건 너무 심해요! 나 혹시 쓰레기통에서 주워 온 거 아니에요?” 배현수는 코웃음을 치며 엄격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말했다. “공부 안 하면 좋은 날은 없을 거야.” 잠시 후, 학교 종이 울릴 시간이 가까워졌다. 배선유는 전화를 끊으려다가 친구가 그린 결혼사진 두 장을 영상 속으로 건네받았다. “선유야! 너랑 지우의 결혼사진 내가 그려놨어! 한 번 봐봐!” 배선유가 물었다. “한 장에 얼마야?” “너니까 공짜로 해줄게! 대신 다음번엔 나랑 결혼해 줄 수 있어?” “생각해볼게!” “...” 이 속도로라면 그들 부부는 도대체 몇 명의 사위를 맞이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한편, 스타라이트 매거진에서.남초윤이 사이트 편집자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그녀의 책은 예상대로 플랫폼에서 삭제되었고 이달 원고료는 한 푼도 들어오지 않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5화

    [합법적 부부] 함께 올라온 사진엔 결혼반지를 낀 두 손이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었다. 이 게시글이 올라가자마자 마치 깊은 바다에 떨어진 폭탄처럼 큰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수많은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들어 반응했다. 육지율: [8년의 여정 끝에 드디어 자랑할 수 있네!] 송하진: [어! 전 두 사람 목숨 구해준 은인이에요. 제가 아니었으면 두 사람이 어떻게 혼인신고까지 했겠어요? 당장 절 주빈으로 식사 대접해요!] 남초윤: [아아아아! 유진이를 결혼이라는 무덤 속으로 끌어들이다니! 대표님 너무하세요!] 엄창민: [내 여동생한테 잘해요. 혹시라도 괴롭히면 내 주먹이 용서 못 해요!] 엄명월: [형부! 이렇게 좋은 일에 저희한테 뭐라도 사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강이찬: [축하해, 결국 원하는 대로 됐네.] 심미경: [백년해로하세요. 행복하길 기원합니다!] 서정호: [대표님, 일 다 끝냈으면 빨리 돌아오세요. 의사 선생님이 여기서 엄청 화내고 있어요. 저 더는 못 버틸 것 같아요!] 학교 가기 싫어: [와! 아빠랑 엄마가 드디어 결혼했네요! 헤헷, 아빠, 나도 오늘 결혼했어요!] 배현수는 배선유의 댓글을 보고 순간 검은 눈동자가 흔들렸다. 조유진이 운전하며 그의 미세한 변화를 눈치채고 물었다. “왜 그래요?” “선유가 결혼했다는데.” “뭐라고요?” 조유진은 깜짝 놀라 차를 도로 옆에 세우고 급히 배선유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 저쪽에서 배선유는 학교에 있었는데 마침 쉬는 시간이었다. 외국어 학교라 분위기가 자유로워 아이들은 평소에도 부모님과 연락을 하기 위해 휴대폰을 가지고 다녔다. 배선유는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을 카메라 앞으로 들이밀었다. “엄마, 아빠! 나 사진 보고 싶어!” 조유진은 그녀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나서 물었다. “선유야, 아까 결혼했다고 했잖아. 누구랑 결혼한 거야?” “우리 반 한지우랑! 엄마, 나 오늘 엄청 많은 축의금을 받았어! 내가 다 적어 놨어!”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4화

    조유진은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갈게요.” 그가 환자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이번 한 번은 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 다음 날 이른 아침. 서정호가 산성 별장에서 두 벌의 정장과 결혼 서류를 준비해왔다. 조유진은 오랜만에 풀 메이크업을 하고 머리도 고데기로 말았다. 그녀는 하얀 오프숄더 드레스를 입고 사진에 잘 나올 수 있도록 최대한 신경 썼다. 그녀는 한동안 이렇게까지 꾸미지 않았는데 하이힐을 신고 배현수 앞에 서니 그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조금 어색해졌다. 그래서 물었다. “나 어때요?” “아름다워. 넌 언제나 아름다워.” 배현수는 전혀 망설임 없이 그녀를 칭찬했다. 조유진은 웃음을 참으며 옆에 있던 넥타이를 집어 들고 배현수에게 매어주었다. 배현수는 그녀의 손길에 고개를 숙이며 협조했다. 조유진은 평소와 다르게 더 복잡하고 정중한 ‘엘드리지 매듭’으로 넥타이를 맸는데 배현수는 평소에 간단한 윈저 매듭만 했었다. “이 매듭은 좀 생소하네.” 조유진은 넥타이를 다 매고 나서 그의 셔츠와 정장 재킷의 깃을 정리해 주었다. “이게 엘드리지 매듭이라고 해요. 중요한 자리에서 어울리는 방식이죠. 어때요, 괜찮아요?” “멋져. 하지만 여보, 우리 서둘러야 해. 조금 있으면 의사가 올 거야.” 웃으며 농담하듯 이야기하던 배현수는 조유진의 외투를 챙겨 그녀의 어깨에 걸쳐 주고, 그녀를 한 손으로 감싸 병실을 몰래 빠져나갔다. 두 사람은 마치 도망치듯 병원을 빠져나와 차에 올랐다. ... 그들이 빠져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의사가 병실에 회진을 왔다. 하지만 환자와 보호자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그곳에는 ‘무관한 사람’만 남아 있었다. 의사는 엄숙한 표정으로 서정호를 보며 물었다. “환자는 어디 갔죠? 튜브까지 다 뽑다니, 누가 뽑았습니까?” 서정호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환자 본인이 뽑았습니다.” “도대체 어디 간 겁니까? 팔을 정말 망가지게 할 작정인가요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3화

    배현수의 가슴이 떨렸다. 그는 조유진과 이마를 맞대며 낮게 속삭였다. “그때 난 네 옆에 있진 않았지만 네 뒤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었어. 그런데 왜 울었어?” “현수 씨 생각이 났어요.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게 너무 슬펐거든요. 내가 이렇게 좋은 남자를 잃어버린 것 같아서, 그게 너무 아쉽고 후회스러웠죠. 그래서 울었어요.” 지금 이렇게 그를 바라보고 있으니 잃어버렸다가 다시 되찾은 느낌이었다. 조유진의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맺혀 있었다. 하지만 이번 눈물은 슬픔이나 후회 때문이 아니었다. 감동과 감사함 때문이었다. 운명이 그들을 온갖 고난 속에서도 끝끝내 묶어 놓았고, 그들 사이에선 이제 더 이상 헤어질 수 없는 깊은 연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배현수는 긴 손가락을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천천히 끼워 넣으며 손을 꼭 맞잡았다. 순간 그들의 손바닥에서 따뜻함이 퍼져나갔다. 그는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진아, 넌 한 번도 날 잃은 적 없어. 우리가 몇 번을 떨어져도, 얼마나 오랫동안 떨어져 있더라도 난 결국 널 찾아내서 꼭 안고 말해줄 거야. 사랑한다고. 오직 너만 사랑한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조유진은 배현수의 유일한 선택이었고 그 선택은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었다. 조유진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현수 씨, 우리 영원히 함께할 수 있을까요?” “그럼.” 그의 대답은 8년 전과 똑같았다. 짧지만 확고했으며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조유진은 살짝 고개를 숙이며 손목에 걸린 달콤한 연녹색 비취 팔찌를 내려다보았다. “상처가 나으면 우리 같이 아주머니를 위한 좋은 묘지를 고르러 가요. 그분을 위한 의관묘라도 만들어 드리는 게 어때요?” “아직도 ‘아주머니’라고 불러?” 조유진은 순간 얼굴이 뜨거워지며 말투를 바꿨다. 배현수는 그녀의 팔찌를 손가락으로 살며시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풍수 좋은 곳을 따로 고를 필요는 없어. 어머니께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2화

    육지율은 그 필명이 어딘가 익숙하다고 느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문득 기억해 냈다. “이 자식! 기억났어! 이 녀석이 책에서 날 모욕하지 않았나? 내 명성을 망가뜨렸잖아?” 남초윤은 급하게 말했다. “잘못 본 거 아니에요? 비엘 작가가 주인공을 모욕할 리가 없어요! 그러면 밥숟가락 들고 욕하는 것과 뭐가 다르겠어요?” “나를 ‘수’로 묘사한 게 모욕이 아니고 뭐예요? 왜 항상 배현수가 공이냐고?” 남초윤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는 그 부분을 신경 쓰고 있었던 거였다.남초윤은 그가 진짜 작가를 고소할까 봐 걱정되었다. 그래서 변명하듯 말했다. “다음번엔 지율 씨가 공이고, 배 대표님이 수가 될 수도 있잖아요. 원래 BL 소설에서는 공수 구분이 모호해요. 겉보기에 수 같아도 사실은 공일 수도 있다고요!” 조유진은 살짝 의문을 제기했다. “난 현수 씨가 수 같지는 않았는데. 만약 현수 씨가 진짜 수라면 캐릭터 붕괴지. 차라리 육 변호사님이 수인 게 더 어울려. 자유롭고, 매력적이고, 다정하잖아.”“?”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육지율은 얼굴이 시커멓게 변하며 조유진에게 따졌다. “아니, 조유진. 내가 약해 보이는 수 같은 느낌을 준다고?” “...” 배현수는 차갑게 말했다. “유진이가 쓴 것도 아닌데 왜 화내? 그럴 시간 있으면 작가나 고소해.” 남초윤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 그냥 재미로 쓴 거지 무슨 큰 잘못을 한 것도 아니잖아요? 작가를 고소하면 너무 쪼잔해 보일 거예요!” 하지만 육지율은 이성을 잃고 이를 악물었다. “쪼잔해 보이든 말든, 그 책을 하차할 거예요!” 자신이 소설 속에서 수 역할로 묘사되었고, 그것도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있다는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 조유진은 객관적으로 말했다. “사실 책 내용은 나쁘지 않아요. 꽤 재미있고 독자도 많아요.” “독자가 몇 명인데?”“몇만 명 정도?” “뭐?”‘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날 수로 상상했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1화

    병실에서 조유진은 그가 누워있는 침대 옆에 앉아 있다가 잠들었다. 잠에 들어서도 손가락이 배현수의 손에 살짝 얽혀 있었는데 다정하고 달콤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진은 완전히 남자 친구 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입원 생활이 지루하다고 하다니.육지율이 댓글을 남겼다. “뭐야, 입원했어? 혹시 가정 폭력이라도 당한 거야?” 댓글을 남기고 나서 육지율은 차에 시동을 걸며 남초윤에게 말했다. “과일 바구니 좀 사서 병문안이나 가요. 친구가 입원했어요.” “친구? 설마 배 대표님이세요? 어디 아파요?” 육지율은 웃으며 말했다. “글쎄요. 진짜 아플 수도 있고 그냥 꾀병일 수도 있고.” 혹시 모른다. 꾀병일지도....병원에서는 조금 전 장은숙이 산성 별장에서 저녁 식사를 가져왔다. 수술 후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 밤은 죽 같은 유동식만 먹어야 했다. 배현수는 오른손을 쓸 수 없었기에 조유진이 죽 그릇을 들고 숟가락으로 그에게 먹여주고 있었다. 첫 숟가락을 그의 입 앞에 가져가자 배현수는 뜨겁다고 투덜댔다. 조유진이 후후 불어 온도를 맞춘 후 말했다. “이제 적당히 식었어요.” 배현수는 그제야 죽을 한 입 삼켰다. 그 순간 병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장난스러운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며칠 못 본 사이에 아기로 됐네? 밥도 혼자 못 먹고, 조유진이 널 너무 오냐오냐한 거 아냐?” 조유진이 놀라서 뒤돌아보니, 육지율과 남초윤이 병실에 들어와 있었다. 그녀는 웃으며 설명했다. “오른쪽 어깨에 부상을 입었어요. 의사 선생님이 며칠 동안 오른손은 쓰지 말라고 하셨어요. 상처가 더 심해질 수 있거든요.” 그러자 육지율은 다짜고짜 그의 오른쪽 어깨를 툭 쳤다. “진짜야?” 배현수는 고통에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 미친놈아!” 조유진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 “변호사님, 진짜로 다쳤다니까요! 어깨에 구멍이 났다고요, 함부로 건드리지 마세요!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0화

    그녀를 겨우 한 번 데리러 온 김에 출퇴근길의 불편함을 느끼고는 아예 차를 사서 해결하려고 하다니, 정말 육지율 다운 방식이었다.이 4S 매장에서 파는 차들은 모두 포르쉐였고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가장 저렴한 모델도 수천억 원대였다. 남초윤은 이미 남씨 집안이 육지율에게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었기에, 그가 차를 선물해 주겠다고 해도 받을 수 없었다.남초윤은 차분히 말했다. “앞으로는 출퇴근 길에 당신을 귀찮게 하지 않을 테니, 굳이 차를 선물할 필요는 없어요.”육지율은 순간 멈칫했다가 살짝 비웃으며 말했다. “차 한 대 선물한다고 귀찮다는 딱지가 붙어요? 이런 확산적 사고방식은 참 대단하네.”“....”정말 그런 게 아니란 말인가?평소에도 성격이 불 같았던 육지율은 차를 주겠다고 하면서도 그녀를 달래는 상황이 우스웠는지 어이없어 웃었다. 둘 중 누가 더 성격이 나쁜지 모를 일이었다.영업 직원은 남초윤을 육지율이 외부 애인으로 오해했고, 이 큰 거래가 깨질까 봐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가씨, 변호사님께서 차를 사주시는 건 출퇴근 시간을 줄여서 그 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더 쉴 수 있게 해주려는 마음이 아닐까요?”남초윤은 더 이상 그의 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 이미 갚을 수 없는 빚이 너무 많았고 계속해서 더 쓴다면 두 아이를 낳아야 겨우 그 빚을 다 갚을 수 있을 것 같았다.그러나 육지율은 그 여느 때처럼 행동했다. 그는 VIP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빨리 골라요. 차 안 사면 집에 못 돌아가요.”남초윤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여자 영업 직원이 다가와 다양한 모델을 소개할 때, 그저 듣기만 했다. 그 직원은 미소를 띠며 말도 아주 달콤하게 했다. “변호사님은 저희 매장의 단골이세요. 그런데 여자를 데리고 온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변호사님이 정말로 많이 아끼시는 것 같아요. 비싼 차를 고르시면 아마 더 기뻐하실 거예요.”역시, 판매왕이었다.감정적 가치를 제공하는 법을 너무나 잘 아는 직원이었다. 하지만 남초윤은 그저 외부의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59화

    남초윤은 결혼 상태를 한 번도 업데이트한 적이 없었다. 동료들 눈에는 여전히 미혼으로 보였다.처음 그녀와 육지율의 스캔들이 터졌을 때 온 세상이 떠들썩했지만 사실 모두 육지율의 매력적인 외모 때문이었다. 아무도 남초윤처럼 작고 평범한 존재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육지율이 그녀와 결혼하기로 결정했을 때 그들의 침대 사진이 언론이나 남재원에게 유출되지 않은 것도 기적이었다. 사람들은 그저 육지율이라는 유명한 바람둥이가 ‘함정'에 빠져 순진한 여자와 관계를 맺은 후, 마지못해 결혼했다는 소문만 믿고 있었다.육지율이 연예계 인물이 아닌 만큼 동료들 중에서도 아무도 그 사건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육지율이 ‘좋은 집안의 아들’ 이라는 사실만 기억하고 그의 결혼 상대가 누군지에는 무관심했다. 그녀는 어디에도 크게 드러나지 않았고 언론에서도 그의 곁에 서는 일이 거의 없었다. 남초윤은 그렇게 세상 사람들의 눈에 숨겨져 있었다.동료들은 그저 그녀가 조금 집안 배경이 있는 부유한 여자인 줄로만 알았고 육지율의 아내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어쨌든 육지율의 아내라면 아무리 상황이 나빠도 그들과 같이 일하며 고생할 일은 없을 테니까. 설령 과거에 파파라치 일을 했더라도 그렇게 높은 곳에 시집갔다면 육씨 집안이 그녀를 계속 그 일을 하도록 놔두지 않았을 거라고 여겼다.비록 세상은 모두 직업의 평등을 외치고 있지만 상류 사회에는 여전히 그들만의 규칙이 있었다. 체면과 명예가 그들의 신분과 존엄을 상징했다. 파파라치라는 직업은 육씨 집안에게 있어 절대 자랑스러울 수 없는 일이었으니, 육지율과 강란희가 그녀에게 좀 더 체면 있고 유망한 직업들을 제안했지만 남초윤은 그들의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그렇게 시간을 보낸 끝에 동료들은 하나둘씩 퇴근하고 남초윤만 남았다. 한 시간이 흐른 뒤 남초윤은 휴대폰 화면을 확인했다. 저녁 7시가 되었다. 그녀는 통화 기록을 훑어보고 다시 한 번 메시지를 확인했지만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아마도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