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밤,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다.엄청난 정보량에 조유진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배현수는 그녀를 노려봤다. 그녀가 말하지 않으면 오늘 밤은 절대 떠날 수 없다.조유진은 산만한 표정을 거두며 진지하게 말했다.“우리 서로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다시 알아봐야 할 것 같아요.”그 말이 입 밖에 나오자 남자의 미간이 눈에 띄게 찌푸려졌다.조유진은 그가 오해할까 봐 얼른 한마디 보탰다.“배현수 씨, 내가 모르는 게 너무 많아요. 그동안 우리 두 사람 사이에는 7년 동안이라는 공백 기간이 있었어요. 우리 서로 다시 알아갈 필요가 있어요. 서로 잘 모르면 앞으로도 신뢰 문제로 관계가 무너질 수 있어요.”그녀의 말뜻을 알고 난 배현수의 안색은 한결 좋아졌다.그녀가 헤어지고 싶은 마음이 아니고 그를 피하고 싶은 마음도 아니라면... 그에게 기회만 준다면 어떻든 다 좋다.하지만 배현수란 사람은 하나면 하나, 둘이면 둘, 모든 것을 확실하게 하고 싶었다. “그럼 시간이 얼마나 더 필요한데? 하룻밤이면 충분해?”말문이 막힌 조유진은 피식 웃었다.“내 말은 평범한 친구들처럼 만나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신뢰를 쌓아가자는 얘기예요.”평범한 친구?이 한 마디는 마치 누군가의 심기를 크게 건드린 것 같다.남자의 얼굴이 다시 차갑게 굳어졌다.“지금 너에게 나는 그저 평범한 친구야?”조유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배현수는 그녀를 품에 안더니 허리를 잡았다.“다른 친구들과도 이렇게 안고 키스해?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강압적이었다.“유진아, 너에게 평범한 친구가 몇 명 있는데?”조유진은 그를 올려다봤다. 입가는 분명히 웃고 있었지만 실수로 듣기 싫은 말을 한다면 오늘 밤 무사하지 못할 것 같았다.그녀는 피식 헛웃음을 지었다.“아이고, 평범한 친구 한 명뿐이에요.”배현수는 장난 어린 얼굴로 그녀를 노려봤다.“엄창민은?”“가족이죠, 의남매?”“그럼 엄명월은 또 어떻게 된 거지?”“마찬가지이죠. 의자매.”그러자 배현수가 또
“네! 아가씨, 조심히 오세요.”조유진이 방금 전화를 끊자마자 목덜미가 갑자기 따끔거렸다.배현수가 그녀를 모질게 깨물었다.조유진은 너무 아파 한마디 물었다.“왜 물어요?”“나더러 큰 개라고 욕한 거 아니야? 큰 개가 몇 입 무는데 그게 어때서?”조유진은 아랫입술을 달싹였다.“너무 아파요.”배현수는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그럼 너도 물어. 강아지야, 다른 데로 물래?”혀를 깨물고 목을 깨무는 것은 더 이상 재미가 없다.그윽한 그의 눈빛은 확실히 무엇인가 말하고 있었다.단번에 알아차린 조유진은 바로 귀가 뜨거워졌다.하지만 못 알아듣는 척했다.“누가 강아지예요?”“그럼 누가 큰 개인데?”조유진이 그를 밀치며 말머리를 돌렸다.“도 집사가 집에 오라고 계속 재촉해요. 더 늦으면 아빠가 의심하실 거예요.”배현수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유진아, 내가 그렇게 떳떳하지 못해?”서른 살이 다 되었지만 아직도 부모를 속이고 연애를 해야 한단 말인가?조유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아빠가 아직 현수 씨를 받아들이지 못했어요. 그리고... 전에 나도 여기에 떳떳하게 온 것은 아니잖아요.”지금도 인터넷에서는 조햇살이 배현수와 송인아와의 ‘커플' 사이에 끼어들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이 말에 배현수의 표정이 오히려 굳어졌다.조유진은 그가 화난 줄 알았다.그런데 갑자기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그건 내가 잘못했어. 내일 아침 일찍 서정호더러 홍보팀 사람들에게 너와 나의 관계를 밝히라고 통보할게.”“싫어요.”조유진이 단호하게 거절했다.배현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왜 싫은데?”조유진은 다른 생각이 있었다.“지금 저의 평판이 너무 안 좋아요.”“상관없어.”그는 한번도 이런 것에 신경 쓴 적이 없다.평판이 썩어 있다 해도 그게 조유진이라면 상관없었다.조유진은 심호흡한 후 말했다.“신경 쓰지 않는 건 알아요. 하지만 내가 신경 쓰여요. 이렇게 많은 일을 겪으면서 저도 알게 되었어요. 원래는 진주시에서 출장 다녀온 다음에
배현수는 감정 기복이 없는 담백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눈을 감은 순간, 조유진은 흐릿한 빛 속에서 그의 눈꼬리가 살짝 붉어진 것을 분명히 보았다.그는 양복 바짓가랑이에 드리운 손을 가볍게 떨었다.조유진도 그것을 발견했다.우울증에 걸린 적이 있는 조유진은 이런 반응에 대해 잘 알고 있다.신체화 증상.배현수가 오랫동안 경계선 인격장애를 앓고 있었던 것을 알고 있다.배현수가 송지연에게서 4년 가까이 경계선 인격장애 치료를 받았다는 말을 서정호에게 들은 적이 있다. 출소 후 줄곧 치료를 받았지만 효과가 없었다고 했다.조유진이 물었다.“미칠 뻔했는데 왜 보름 넘게 연락이 없었는데요?”침을 꿀꺽 삼킨 배현수는 감정을 가까스로 누르며 말했다.“처음에는 살 수 없을 줄 알았어. 몸에 독이 너무 오래 쌓여 실명했어. 원래는 완전히 회복된 후 다시 성남으로 널 만나러 오고 싶었지만 성행 그룹에서 약혼 파기 기사를 내면서 더 이상 너를 달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조유진은 어이가 없었다.“백소미 씨가 중독 사실을 말하지 않았더라면 언제 나에게 말할 생각이었는데요?”“말했잖아. 동정은 싫다고. 불쌍히 여기는 것도 싫어. 중독으로 나에게 시집와 달라고 강요하고 싶지 않아. 네가 내킬 때 나와 결혼해 주기를 바랐어. 배현수라는 사람을 평생을 믿고 맡길 수 있다고 생각이 들 때 나와 결혼해 주길 바랐어. 해독약으로 어르신을 구한 은혜를 갚기 위해서가 아니라. 유진아, 그런 연민은 필요 없어. 만약 나에게 그 어떤 감정이 있다면 그저 순수하고 진한 사랑이었으면 좋겠어.”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아주 평온했다.깊은 눈빛이었지만 끝없는 그리움이 끓어오르고 있었다.이번에 그들은 보름 넘게 만나지 못했다. 사실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다.하지만 배현수에게는 또 한 번의 생이별이었다.살 수 있을지 몰랐기 때문이다. 719부대에 숨어 있는 동안 매일 눈을 뜨는 것은 새로운 재난의 시작과 다름없었다.조유진은 몰랐다. 다시 살아서 성남에 왔고
“그리고 해독제를 얻기 위해서였다 하더라도 나를 숨기고 다른 사람과 가짜 약혼한 것을 용서할 수 없어요...”그녀는 증오스러운 말투로 한바탕 욕을 퍼부었다.배현수는 그녀의 허리를 껴안고 몸을 살짝 숙여 귓불에 입을 맞췄다.“잘못했어.”조유진은 멍하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뭘 잘못했는데요?”배현수는 검은 눈망울에 옅은 웃음을 머금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내가 다 잘못했어.”조유진은 마음이 살짝 내려앉았지만 입으로는 계속 경고를 퍼부었다.“앞으로 계속 그러면 진짜 안 봐줄 거예요. 사과해도 소용없어요.”“앞으로 안 그럴게.”조유진이 뭐라고 하면 배현수는 다 받아줬다.그녀를 보는 눈에는 사랑이 가득 담겨있었다.배현수는 그녀를 한참이나 안고 있었다. 하지만 그저 안고 있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그러던 중 도 집사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시간이 확실히 늦긴 했다.벌써 새벽이 다 되어갔다.아직 혼인신고 전이라 어른들이 보기에 이치에 맞지 않았다.미래를 생각해 배현수는 그녀를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시간이 늦었어. 너 혼자 운전하면 내 마음이 안 놓일 것 같아. 나와 서정호가 너를 데려다줄까?”시력에 문제가 있는 배현수는 운전할 수 없다. 그렇지만 않았어도 혼자 그녀를 데려다줬을 것이다.조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내일 아침에 나 진주시로 출장을 가면 몸조리 잘해요.”배현수는 피식 웃더니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무 무정해. 이렇게까지 말하면 마음이 약해서 같이 있어 줄 줄 알았어.”조유진도 사실 미안했다.“엄 팀장이 늘 나더러 가서 사모님 노릇이나 하라고 그래요. 엄 팀장님과 진주시로 출장 가기로 약속만 하지 않았다면 여기 있었을 거예요. 안 그러면 회사 내에서 또 말이 많을 거예요. 성행에 놀러 왔다느니 며칠 후면 대제주시로 시집갈 거라느니, 만약 몇 명의 대주주가 진짜로 내가 언제든지 도망가리라 생각한다면 분명 나를 지지하지 않을 거예요. 게다가.... 만약 이번에 진주시로 출장 가지 않으면 엄명
배현수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눈빛에는 가슴 아픈 기색이 역력했다.“두리안 위에 무릎 꿇은 것쯤이야 무슨 대수겠어.”오늘 밤 그녀를 여러 번 안았다.그녀의 사타구니에 튀어나온 뼈를 여러 번 만졌다.원래부터 마른 조유진이었지만 보름 넘게 만나지 못한 사이 더 말랐다는 느낌이 들었다.대학에 다닐 때, 그녀의 체중이 45킬로에서 48킬로 사이였던 것이 머릿속에 떠올랐다.그때 48킬로만 되어도 다이어트를 한다며 소란을 피웠다.168의 키에 50킬로도 안되는 사람이 어떻게 뚱뚱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조유진이 방송과였기에 배현수도 자주 그 과에 갔다. 아마 예술과 관련된 과였고 앞으로 진행자가 되려면 TV에 예쁘게 나와야 해서 그 과의 여자애들은 뚱뚱하지 않아도 늘 살을 빼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다른 사람이 살을 빼든 말든 그는 상관할 바도 없었고 관심도 없었다.하지만 조유진의 다이어트는 절대 허락할 수 없었다.조유진이 다이어트를 한다고 할 때마다 일부러 맛있는 음식을 잔뜩 챙겨오며 유혹했다.그런데 지금, 그의 품에 있는 그는 너무 가벼웠다. 45킬로도 되지 않는 것 같았다.그녀를 안는 것조차 힘을 줄 수 없었다. 혹시라도 아플까 봐...스위스에서 혼자 유산을 겪으면서 얼마나 아팠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그녀에게 그 무엇이든 보상하고 싶었다.배현수는 팔로 그녀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특별히 갖고 싶은 것이 있어?”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조유진은 그의 넥타이를 손가락에 감으며 말했다.“하늘의 별이라도 괜찮아요?”사실 조유진은 순간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지 못해 헛소리했을 뿐이다.하지만 배현수는 바로 대답했다.“응, 조유진이 열여덟 살 때 배현수가 약속했지. 원하는 것을 다 주겠다고.”그게 설령 하늘의 별이라도.이 말은 약속이자 사랑이었다.하지만 조유진은 왠지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여러 해 동안 두 사람은 이별하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그렇게 몇 번이나 많은 일들을 겪었다. 그 말을 꺼
조유진은 어리둥절해 하더니 이내 바로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우리는 아직 평범한 친구예요. 서로 다시 만나고 신뢰를 쌓아가야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 다시 얘기해요.”“그래. 마음대로 해.”오늘 밤, 그는 유난히 그녀에게 순종했다.태도도 아주 좋았다.조유진은 그런 모습에 조금 놀랐다.“나 내일 아침 진주시로 출장을 가면 다시 대제주시로 돌아갈 거예요?”배현수는 인상을 찌푸렸다.“너도 없는데 내가 성남에 남아서 뭐해?”“선유와 좀 같이 안 있고요? 선유와 만난 지도 오래됐잖아요. 현수 씨를 못 본 지 오래돼서 많이 보고 싶을 거예요.”배현수는 코웃음을 쳤다.“내 생각보다는 성남의 만두가 더 먹고 싶을 거야. 마침 SY그룹도 처리해야 할 까다로운 일들이 산더미라 네가 진주시로 출장 간 동안, 나도 대제주시로 돌아가서 회사 일 좀 처리하려고. 선유는 성남에서 할아버지와 같이 있으면 될 것 같아.”조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런데 아직 눈이 안 나았으니 몸조리 잘해요.”이에 배현수는 한숨을 내쉬었다.“너는. 유산한 지 보름 남짓 됐다고 벌써 일을 이렇게 하면 몸이 버틸 수 있겠어?”“몸조리한 지 꽤 됐어요. 괜찮아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배현수가 다가오더니 그녀의 안전벨트를 풀었다.잘록한 허리를 잡고 가볍게 안아 그의 다리에 앉혔다.조유진은 낮은 소리로 외치며 목을 감쌌다.배현수의 다리에 앉았고 그는 조수석에 기대었다.머리 하나는 더 커 보이는 조유진은 고개를 숙여 물었다.“왜 갑자기 안아요?”집 앞까지 왔는데 다시 안으면 언제 끝날지 모른다.남자는 큰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잡더니 고개를 살짝 젖혔다.“만나자마자 또 헤어져야 하잖아. 유진아, 요즘 내 생각은 하나도 안 했어?”당연히 생각했다.하지만 최근 일을 배우느라 허튼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그리고 한동안 떨어져 있다 보니 그를 그리워하고 싶지 않았다.배현수를 생각하면 뜻하지 않게 유산한 아이가 생각나 그와 관련된 일은 무의식적으로
차 안에서 배현수는 그녀를 얼마나 안고 있었는지 모른다.눈 내리는 밤, 조유진이 엄씨 사택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후에야 뒤돌아섰다.조유진은 살금살금 침실로 들어가 2층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봤다.그 검은 차는 엄씨 사택에서 멀지 않은 곳에 주차되어 있었다.배현수는 몸을 숙여 뒷좌석에 탔다. 차가 천천히 떠났다.차 안에서, 운전하는 서정호가 백미러를 힐끗 쳐다보았다.배현수가 안경을 쓰고 있었다.서정호는 한마디 불평했다.“배 대표님, 이번에 해독제가 없었으면 죽을 뻔했어요. 눈도 일시적으로 실명했는데 조유진 씨가 진짜로 대표님을 내버려 두고 진주시로 출장 가는 거예요?”적어도 2, 3일은 같이 있어 줘야 하는 거 아닌가.너무 양심이 없다.배현수는 약지의 플래티넘 반지를 들여다보며 말했다.“SY그룹도 뒤치다꺼리해야 할 일이 많으니 급할 거 없어. 오늘만 있는 것도 아니고.”서정호는 다 알면서도 말을 아꼈다. 그저 웃으며 한마디 했다.“배 대표님, 사실 애교 좀 배워요. 애교를 부리면 조유진 씨의 마음이 분명 약해질 거예요.”애교?이 단어는 배현수와 극도로 어울리지 않는다. 심지어 위화감까지 있다.남자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이내 본론으로 돌아왔다.“강이찬이 나를 찾은 적 있어?”“아니요. 강 사장이 손에 있던 지분 10%를 매각한 후, 더 이상 움직임이 없어요. 설마 동생의 복수를 하려는 건 아니겠죠? 배 대표님, 조유진 씨에게 경호원 몇 명을 붙일까요? 강 사장이 혹시라도 조유진 씨를 납치해 복수한다면...”배현수는 그 말을 바로 부정했다.“강이찬은 그렇게 못해.”첫째, 이것은 강이찬의 성격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다.그리고 둘째는 강이찬도 조유진에게 마음이 흔들린 적이 있다. 사랑까지는 아니더라도 인간쓰레기가 아닌 이상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에게 손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강이찬이 그 정도로 치사하지 않다.“강이찬의 주식을 산 사람을 알아냈어?”서정호가 대답했다. “열오라는 벤처회사입니다. 규모가 작아서 눈에 띄지 않아요.”
하지만 진주시에서 돌아오면 성남 기온으로 보아 이 세 명의 눈사람은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흰 베일에 머메이드 웨딩드레스를 입은 그 눈사람은 아주 잘 만들었다.조유진은 휴대전화를 꺼내 여러 장의 사진을 찍어 기념으로 남겼다.도 집사는 그녀가 매우 좋아하는 것을 보고 웃으며 농담을 건넸다.“아가씨, 이 눈사람들이 정말 좋으면 냉동고에 옮겨서 얼려 드릴까요? 그럼 계속 보관할 수 있어요.”조유진이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 더욱 이상할 것이다.엄씨 사택 밖에 경적이 울렸다. 엄명월의 차가 도착했다.도 집사는 그녀의 작은 캐리어를 트렁크에 넣었다.조유진은 차에 오른 후 도 집사에게 말했다.“집사님, 돌아가세요. 제가 없는 동안 저희 아빠와 선유를 잘 부탁드립니다.”“아가씨와 명월 씨, 잘 다녀오세요. 어르신께서 진주시에서 해결하지 못할 일이 있으면 전화하라고 하셨습니다.”인사를 마친 후 차는 공항으로 달렸다. 운전기사가 운전했다.조유진과 엄명월은 뒷좌석에 앉아있다.조유진은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첩을 열고 눈사람 사진을 다시 보았다.엄명월이 고개를 내밀며 물었다.“뭘 그렇게 흥미진진하게 봐요?”조유진은 얼른 휴대전화를 거두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다 봤는데도 변명할 거예요? 그런데 배 대표가 이렇게 순정적일 줄 몰랐네요? 이렇게 눈사람을 만들 정도로?”엄명월은 꽤 의외라고 생각했다.조유진은 평범한 행동이라고 느꼈다.“고작 눈사람 만드는 게 순정적이라고요? 연애해본 적 없어요?”하...엄명월은 시선을 돌렸다. 표정이 좀 불편해 보였다.조유진은 바로 알아차렸다.“엄 팀장님, 설마 진짜로 연애해본 적 없어요?”조유진은 마치 무슨 신대륙을 발견한 것처럼 약간 과장된 표정을 지었다.엄명월은 다소 어색한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왜요? 이상해요? 하루 종일 회사 일 떄문에 그렇게 바쁜데 남자 만날 시간이 어디 있어요?”조유진은 얼른 다독였다.“진주시 출장에서 돌아오면 엄 팀장님도 휴가 좀 내세요. 시간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