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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7화

폐허 공장을 나온 조유진은 배현수의 지팡이가 되어 그를 차로 데려갔다.

배현수는 조수석에 앉았고 조유진이 운전했다.

시내 거리를 지나던 조유진은 양쪽에 있는 가게들을 곁눈질로 계속 지켜봤다. 그러다가 안경원을 발견했다.

“안경가게가 열려 있으니 안경을 새로 맞춰요.”

그녀는 마침 주차할 자리를 찾으려던 참이었다.

그러나 배현수가 거절했다.

“나에게 네가 필요 없을 거라고 했잖아? 그런데 지금 저처럼 안 보이는 상태에서는 네가 너무 필요해.”

안경을 맞출 필요가 있겠는가?

그는 안경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조유진은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다.

“내 말은 서로를 믿는다는 뜻이에요. 안경 하나로 해결될 일이 아니에요. 그리고 오늘 밤 엄씨 사택으로 돌아가야 해요. 혼자 호텔에 안경도 쓰지 않고 있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배현수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의 말을 끊었다.

“같이 안 있어 줄 거야?”

“내일 아침에 진주시로 출장 가야 해요. 어떻게 같이 있어요? 가서 안경 하나 맞춰요.”

조유진은 운전대를 잡고 주차공간을 찾아 머리를 기웃거렸다.

‘눈먼 멋쟁이'를 부축해 안경원에 도착해 점원에게 말했다.

“지금 도수를 재서 제일 좋은 안경을 맞춰주세요.”

도수를 잰 후 배현수를 이끌고 안경테를 고르기 시작했다.

카운터 안에 각양각색의 안경테가 놓여 있다.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많았다. 조유진은 고개를 돌려 물었다.

“어떤 스타일의 안경을 좋아해요?”

“네가 골라준 거면 다 상관없어.”

조유진은 일부러 가장 오버스러운 검은 테두리 안경을 고른 후, 점원에게 말했다.

“언니, 이거 한번 해 볼게요.”

점원은 커다란 검은 뿔테 안경테를 꺼내 조유진에게 건넸다.

조유진은 또 배현수에게 안경테를 건네며 말했다.

“한번 써봐요.”

배현수는 안경을 받는 대신 얼굴을 숙였다.

“네가 해줘.”

눈이 침침한 것이지 손이 부러진 것은 아니지 않나?

왜 갑자기 손까지 아픈 행세를 하는 것일까?

방금까지만 해도 멀쩡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아직 여독이 채 가시지 않은 걸 봐서 조유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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