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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0화

이날 밤, 밖에 큰 눈이 많이 내렸다.

조유진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한밤중에 몇 번이고 일어났다.

엄씨 사택 밖의 검은 차는 아직도 가지 않았다. 차 지붕에 눈이 두껍게 쌓였다.

아래층에서 인기척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바스락거리는 낮은 소리였다.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

이튿날 아침 일찍, 조유진은 세수를 마친 후 사택 현관 밖을 내다봤다.

검은색 차가 보이지 않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옷을 갈아입고 아침 식사를 대충 때우고 성행 그룹으로 향했다.

마당에는 눈사람 세 명 있었다.

모양이 그럴듯하게 보였다.

제일 작은 눈사람의 팔뚝 옆에 탕후루도 꽂혀있었다. 선유는 탕후루를 제일 좋아한다.

엄씨 사택의 정원에는 많은 풀이 있다.

눈사람 옆에는 머메이드 모양의 웨딩드레스 모델이 원목 레저 의자에 단정히 앉아 있었다.

앙상한 어깨 위에 하얀 레이스 베일이 걸쳐져 있었다.

웨딩드레스 눈사람은 시원하고 단정해 보였다.

굳이 얼굴이 없어도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또 하나의 눈사람이 신부 눈사람 옆에 만들어져 있었다. 그 눈사람의 목에는 짙은 색의 양털 목도리가 둘려 있었다. 남자 것이다.

배현수가 가끔 코트에 맞춰 목에 걸치는 스카프이다.

아침 일찍 일어난 도 집사도 마당을 들여다보았다.

“아가씨, 눈사람을 없애버릴까요?”

조유진은 사진 몇 장을 찍은 후, 휴대전화를 거두고 말했다.

“선유가 눈사람 좋아하니까 일단 놔두세요.”

좀 이따 녀석이 깨어났을 때, 이렇게 ‘놀랍고 무서운’ 작품을 본다면 두 눈이 얼마나 휘둥그레질지 모른다.

도 집사가 웃으며 말했다.

“하긴, 눈사람 세 개를 만드는 데에도 많은 노력이 들었을 거예요.”

조유진은 한밤중의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떠올랐다.

“아저씨, 저 출근할게요.”

“휴, 아가씨 운전 조심히 하세요. 눈 오는 날에는 길이 미끄러워요.”

“알겠습니다. 아저씨.”

조유진은 차 안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흰색 벤츠가 나가자 검은 그림자가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났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서 그녀를 따라다녔다.

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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