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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7화

여보세요?

전화기 너머로 서정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강 사장님, 동생이... 거의 죽어갑니다.”

큰 이명 소리가 머릿속을 맴돌며 주위의 모든 잡음을 차단했다.

온 세상이 순식간에 빙빙 도는 것 같았다.

“강 사장님? 주소를 보내드릴 테니 마지막은 보러 오셔야죠.”

머릿속은 윙윙 소리가 났다. 말을 하기 위해 입을 벌렸으나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휴대전화를 쥐고 억지로 버티며 일어선 그는 몸을 비틀거렸다. 얼굴에는 핏기 한 점 없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했다.

아무런 대답이 들리지 않자 서정호가 불렀다.

“강 사장님?”

강이찬은 몇 초 후에야 겨우 쉰 목소리를 냈다.

“알… 알겠어요.”

강이찬은 액셀을 힘껏 밟아 서정호가 알려준 주소로 질주했다.

연달아 신호 위반도 몇 개 했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강이진은 이미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누워있었다. 몸 전체에 성한 곳 하나 없었고 피부는 짓눌러져 있었다. 입 주위에 마른 핏자국을 그대로 남긴 채 하수구 속에 누워있었다.

손을 내밀고 한사코 대문 쪽을 주시하던 그녀는 꼭 마치 소원을 이루지 못한 것 같았다.

강이찬은 그녀를 와락 껴안으며 말했다.

“이진아? 너...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야?”

강이찬의 팔을 움켜쥔 강이진의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강이진은 혀가 잘려 그저 ‘윙윙’ 거친 소리만 낼 수 있었다.

강이찬을 집요하게 쳐다보더니 그의 손을 잡고는 손바닥에 한 글자씩 적었다.

[배.현.수.]

배현수가 이렇게 만들었다.

눈을 꼭 감은 강이찬의 두 눈에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이진아, 애초에 내 말 듣고 배현수에게서 좀 떨어졌더라면 얼마나 좋아. 왜 그렇게 배현수에게 집착한 거야?”

만약 강이진이 강이찬의 말을 듣고 좀 조용히 살았다면 적어도 이런 결말은 아닐 것이다.

배현수는 악랄하고 수완이 사나워 쉽게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강이찬은 여러 번 일깨워 주었다.

강이진은 그의 손바닥에 또 글자를 썼다.

[복.수.]

‘오빠, 꼭 복수해 줘.’

눈시울이 시뻘게진 강이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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