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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6화

조유진은 서슴없이 세 글자를 내뱉었다.

배현수는 잠깐 환청이 들리는 줄 알았다.

‘사랑해’라는 세 글자는 다른 커플에게는 너무 평범한 표현일 수 있다.

하지만 그와 조유진 사이에는 너무나 많은 변고가 있었다. 너무나 많은 애증과 원한이 가로놓여있었기에 ‘사랑해요’라는 그녀의 말이 더욱 무겁게 들렸다.

지극히 내성적인 사람들이라 먼저 말로 사랑을 표현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이 말을 직접 들으니 더 감회가 새로웠다.

전화기 속의 분위기가 미묘해졌다.

조유진은 부끄러운 느낌이 들었다.

“못 들었으면 됐어요. 졸려요. 이만 잘 거예요.”

“유진아, 다시 한번 말해줄래?”

“말하고 싶지 않아요.”

아까는 자연스럽게 툭 내뱉더니 또박또박 말하라고 하니까 오히려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포기할 배현수가 아니었다. 그는 직접 말했다.

“한 번만 더 듣고 싶어.”

조유진은 오늘따라 투정을 부렸다. 그러고는 살짝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갑자기 말하기 싫어졌어요. 스위스에 나와 선유를 보러 오면 다시 말할게요.”

“유진아...”

“현수 씨, 지금...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그를 안고 그의 귀에 대고 여러 번이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완전히 배현수에게 반쯤 미친 조유진이었다.

계속 말하다 보면 정말 충동적인 행동을 할지 모른다. 밤새 대제주시로 돌아가 그에게 한사코 매달린 채 두 번 다시 스위스에 가지 않겠다고 할 것이다.

전화를 끊으려 하자 배현수가 갑자기 물었다.

“엄 어르신의 상태는 어때?”

“아직도 안 좋아요. 중환자실에서 겨우 숨만 붙어있는 정도예요. 내일 가기 전에 선유를 데리고 다시 가보려고요. 엄 어르신과 같은 좋은 사람은 평안하고 오래오래 사셔야 해요.”

“엄 어르신을 많이 좋아해?”

묻는 이 말은 의미가 너무 모호했다.

조유진은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반박했다.

“엄 어르신마저 질투해요? 엄 어르신은 제 생명의 은인이에요. 많이 도와주셨고요. 말하자면 이상하긴 한데 엄 어르신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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