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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3화

“혼자 가지러 갈 수 있어.”

선유는 순진한 작은 얼굴로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엄마, 할 수 있어?”

조유진은 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선유가 욕실을 나간 후에야 그나마 난감한 기색이 줄었다.

“일단 일어나서 몸 좀 닦고 다시 영상통화 할게요.”

휴대전화를 내려놓으려고 할 때 배현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냥 이대로 해.”

영상 너머 배현수는 책상에 앉아 회사 일을 하고 있는 듯 가끔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휴대전화 영상 속 조유진을 보기도 했다.

진지하고 금욕적인 모습이었지만 그 말에 조유진의 얼굴은 빨개졌고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유진아, 화면이 비뚤어졌어.”

조유진 헛웃음을 지었다. 일부러 삐뚤게 논 거라고 말해도 될까?

이렇게 놓지 않으면 완전히 노출된다.

그녀는 핑계를 대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물이 좀 차가워요, 일어나야겠어요.”

핸드폰을 욕조 위에 ‘탁’하고 놓았다.

배현수 쪽 영상에는 순식간에 커다란 천장만 보였다.

조유진은 옆에 서서 몸의 물기를 닦았다.

휴대전화 너머로 남자의 나지막하고 듣기 좋은 목소리가 농담하듯 들려왔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영상통화 했는데 천장만 보여줄 거야?”

조유진은 잠깐 멈칫했지만 이내 웃으며 말했다.

“천장을 안 보면 뭘 보고 싶은데요?”

“애기야, 너도 알잖아.”

알고 싶지 않다.

하지만 ‘애기’라는 말에 저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렸다.

조유진은 잠옷을 입은 뒤에야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얼굴로 마주 보며 말했다.

“이제 봐도 돼요.”

배현수는 입꼬리를 올렸다. 눈빛에는 조롱이 가득했지만 그녀를 놀리지 않았다.

“필요한 게 있으면 셀리나에게 얘기해. 알아서 해줄 거야.”

조유진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생활에서 필요한 것은 만족시켜줄 수 있겠죠. 하지만 어떤 것들은 충족시키지 못하죠.”

배현수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필요한 게 있어?”

조유진은 얼굴이 빨개졌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을 시켜 나와 선유를 챙겨주는 것보다 차라리 직접 우리 옆에 있는 게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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