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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5화

배현수는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미안한 듯 말했다.

“스위스가 아침일 때 여기는 오후야. 오후엔 내가 제일 바빠. 유진아.”

“그럼 어떡해요?”

배현수는 너무 미안했지만 최대한 감추고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앞으로 매일 전화할 수 없을지도 몰라. 시간이 있을 때마다 영상통화 할게. 응?”

“그러니까... 그 말은 나더러 하지 말라는 거예요?”

“해도 돼.”

잠시 멈칫했던 배현수는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내가 못 받을 수 있어.”

조유진은 다소 서운했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요, 그런데... 언제 나와 선유를 보러 스위스에 올 거예요?”

“요즘은 안 될 것 같아.”

“그럼 며칠에 한 번 전화할 거예요?”

“일주일에 한 번, 괜찮아?”

조유진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이렇게 오래요?”

다른 사람들은 장거리 연애를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전화하거나 영상통화 하는 것은 너무 적지 않을까?

아니면 스위스에 오면 정말 이 정도로 사람이 달라진단 말인가?

배현수는 연락을 끊을 작정일까?

조유진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눈에 띄게 다운된 모습이었다.

배현수는 어쩔 수 없이 달랬다.

“유진아, 내 말 좀 들어봐. 지금 여기 일들만 처리하면 너와 선유를 보러 스위스로 갈게.”

이렇게 얘기하는데 조유진 입장에서 안 된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낮은 자세로 그녀를 달래니 말이다.

조유진도 자꾸 투정 부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일이 정말 바쁜 것을 보니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응’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배현수가 다시 재촉했다.

“빨리 자, 늦었어.”

보아하니 그도 급한 일이 있어서 통화를 빨리 끝내야 하는 것 같았다.

충분히 눈치가 있는 조유진이었지만 애틋한 마음도 사실이었다.

“현수 씨.”

이렇게 부르는 이유는 전화를 끊기 싫어서이다.

배현수는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심호흡하고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늦은 시간인데 아직도 안 졸려?”

조유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비행기에서 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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