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00화

인연은 있었지만 연이 닿지 않았다.

이 말은 강이찬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그는 도저히 숨을 쉴 수 없었다.

심미경의 손을 천천히 놓아준 후 소파에 앉아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 사이에 오랫동안 침묵이 흘렀다.

한참 후, 강이찬은 깊은 숨을 내쉬더니 갑자기 물었다.

“아직 말하지 않았어요. 왜 갑자기 2천만 원을 보낸 거예요?”

심미경은 입술을 달싹이며 말했다.

“예전에 회사를 대표해 대제주시 이과대학에 장학금을 후원했던 거 기억나요?”

강이찬은 뭔가 생각이 난 듯했다.

2년 동안 그는 회사를 대표하여 학교에 찾아가 자주 강의를 했고 기업을 대표하여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기도 했다.

이런 일은 그에게 있어서 매우 평범한 것이었다. 특별히 이상할 게 없었다.

심미경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기억 안 나도 상관없어요. 어차피 별 의미가 없으니까. 당신이 지원한 사람 중에 저도 있었어요.”

물론 강이찬에게는 별로 특별할 것이 없었다.

그가 지원한 학생은 아주 많다.

하지만 후원자에게 있어서 그는 특별한 사람이었다.

강이찬은 그제야 뭔가 깨달은 듯 말했다.

“그러니까 그때부터 나를 안 거예요?”

심미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말했다.

“나중에 대학 4학년 때 인턴을 하려고 준비 중일 때, 아버지가 위암 진단을 받으셔서 수술해야 했어요. 하지만 2천만 원이 부족했죠. 나와 엄마는 어디서 돈을 구해야 할지 초조해하고 있었고요. 나도 어디서 나온 용기인지 모르겠지만 막무가내로 이찬 씨에게 전화했어요. 그런데 이찬 씨가 흔쾌히 빌려줬어요. 비록 2천만 원이 당신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그때의 나에게 그것은 생명을 구하는 돈이었어요.”

강이찬의 눈빛이 반짝였다.

“나중에 우리 회사에 면접을 보러 온 것도...”

“대학교에 다닐 때 비즈니스 영어를 전공했어요. 동시통역 시험을 보려고 했는데 구인 사이트에서 이찬 씨의 회사에 프런트 안내원을 모집하는 것을 봤죠. 그래서 출근하면서 시험준비를 하려고 했어요.”

심미경은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사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