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은 있었지만 연이 닿지 않았다. 이 말은 강이찬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그는 도저히 숨을 쉴 수 없었다.심미경의 손을 천천히 놓아준 후 소파에 앉아 고개를 숙였다.두 사람 사이에 오랫동안 침묵이 흘렀다.한참 후, 강이찬은 깊은 숨을 내쉬더니 갑자기 물었다.“아직 말하지 않았어요. 왜 갑자기 2천만 원을 보낸 거예요?”심미경은 입술을 달싹이며 말했다.“예전에 회사를 대표해 대제주시 이과대학에 장학금을 후원했던 거 기억나요?”강이찬은 뭔가 생각이 난 듯했다.2년 동안 그는 회사를 대표하여 학교에 찾아가 자주 강의를 했고 기업을 대표하여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기도 했다.이런 일은 그에게 있어서 매우 평범한 것이었다. 특별히 이상할 게 없었다.심미경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기억 안 나도 상관없어요. 어차피 별 의미가 없으니까. 당신이 지원한 사람 중에 저도 있었어요.”물론 강이찬에게는 별로 특별할 것이 없었다.그가 지원한 학생은 아주 많다.하지만 후원자에게 있어서 그는 특별한 사람이었다.강이찬은 그제야 뭔가 깨달은 듯 말했다.“그러니까 그때부터 나를 안 거예요?”심미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말했다. “나중에 대학 4학년 때 인턴을 하려고 준비 중일 때, 아버지가 위암 진단을 받으셔서 수술해야 했어요. 하지만 2천만 원이 부족했죠. 나와 엄마는 어디서 돈을 구해야 할지 초조해하고 있었고요. 나도 어디서 나온 용기인지 모르겠지만 막무가내로 이찬 씨에게 전화했어요. 그런데 이찬 씨가 흔쾌히 빌려줬어요. 비록 2천만 원이 당신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그때의 나에게 그것은 생명을 구하는 돈이었어요.”강이찬의 눈빛이 반짝였다.“나중에 우리 회사에 면접을 보러 온 것도...”“대학교에 다닐 때 비즈니스 영어를 전공했어요. 동시통역 시험을 보려고 했는데 구인 사이트에서 이찬 씨의 회사에 프런트 안내원을 모집하는 것을 봤죠. 그래서 출근하면서 시험준비를 하려고 했어요.”심미경은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사실
눈이 점점 더 많이 내린다. 배현수는 이 눈이 자기를 완전히 덮어버릴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순간, 하늘마저 그를 버린 것 같다. 이렇게 큰 눈은 그가 걸어온 흔적을 이내 덮어버렸다.발자국은 이미 희미해졌다.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스위스의 겨울도 눈이 내리고 있다.밖은 온통 새하얗게 뒤덮여 있다.엄창민은 조유진과 선유를 무사히 이곳으로 모셔다드린 뒤 어제 남성으로 돌아갔다.조유진은 선유와 함께 근처 쇼핑몰을 둘러보며 매장에서 플래티넘 커플링을 고른 뒤 별장으로 향했다.녀석은 저녁을 먹은 후, 개인 선생님을 따라 단어 몇 개를 배웠다. 그러고는 태블릿을 들고 위층으로 올라가 애니메이션을 보기 시작했다.조유진은 베이지색 양털 담요를 걸치고 개인 선생님을 배웅했다.대문을 열자마자 정원에 낯익은 커다란 그림자가 서 있었다.검은색의 펑퍼짐한 코트를 입은 채 눈밭에 서 있는 그 사람은 키가 크고 다리가 길어 매우 눈에 띄었다.조유진은 믿기지 않는 듯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꿈이라고 생각했을 때, 그 남자는 싱긋 웃으며 그녀를 향해 두 팔을 벌렸다.“유진아.”그녀를 부르는 목소리가 귓가에 선명하게 들렸다. 조유진은 너무 깜짝 놀란 나머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슬리퍼를 신은 채 뛰쳐나갔다.그의 앞까지 뛰어갔을 때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다행히 배현수가 그녀를 덥석 잡아주었다.조유진은 바로 그의 품에 안겼다.배현수는 이 떠밀림에 몇 걸음 뒤로 비틀거리다가 아슬아슬하게 그녀를 잡았다.실소를 터뜨리며 손을 들어 그녀의 콧등을 톡 쳤다. “왜 뛰어?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잖아.”하지만 조유진은 이런 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두 팔로 그의 목을 감싼 채 기쁨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어떻게 갑자기 오게 된 거예요? 우리 보러 올 시간이 없다고 하지 않았어요? 나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거 아니죠?”몇 가지 질문을 연거푸 물었다. 희고 청순한 작은 얼굴에 희열이 선명했다. 배현수는 두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잡고 꼭 껴안았다.
따뜻한 방 안에 들어갔다.배현수는 품에 안은 그녀를 소파에 내려놓고는 그녀 앞에 반쯤 무릎을 꿇고 손을 뻗어 차가운 그녀의 발을 어루만졌다.조유진은 소파에 두 손을 짚은 채 그녀를 내려다봤다.“아직 내가 묻는 말에 대답 안 했어요. 왜 갑자기 스위스에 온 거예요? 불시에 점검하러 온 거예요?”배현수는 일어나 그녀 옆에 앉더니 그녀를 자기 다리에 앉혔다. 두꺼운 담요를 잡아당겨 그녀의 다리를 덮었다.그리고 완전히 자기의 품에 안았다.그녀는 그렇게 배현수의 무릎에 앉은 채 온몸을 기대었다.“엄창민은? 갔어?조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어제 오후에 갔어요. 성행 그룹에 일이 많은 것 같아요. 스위스에 있던 며칠간 전화가 끊이지를 않았어요.” 엄창민도 이렇게 바쁜데 배현수가 얼마나 바쁜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그런데 이렇게 바쁜 사람이 어떻게 스위스로 그녀를 보러 왔을까?조유진은 이상한 마음에 물었다.“스위스에는 무슨 일로 오셨어요?”배현수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장난 섞인 눈빛으로 말했다.“널 채워주러.”깊은 눈 밑의 웃음은 농담이면서도 진지한 듯 보였다.조유진은 어리둥절해 하며 초롱초롱한 눈을 동그랗게 떴다.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서 이렇게 먼 곳에 왔다. 자그마치 비행시간만 열 시간이 넘는다. 그런데 단지 생리적인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서라고?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배현수의 스타일 같지 않다.그녀가 뭐라고 더 묻기도 전에 배현수의 큰 손은 이미 그녀의 날씬한 등을 끌어안더니 소파 아래로 그녀를 눌렀다. 그리고 깊은 키스를 나눴다.남자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나 보고 싶었어?”“응...”그의 그윽한 눈빛에는 욕망이 불타오르고 있었다.조유진은 귀가 빨개진 채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심장은 하염없이 두근거렸다.거실에는 때마침 하인과 집사가 없었다.게다가 배현수가 갑자기 그녀 앞에 나타났다. 며칠 동안 못 본 사이에 그리움은 배로 커졌다. 조유진은 소파에 누운 채 그에게 몸을 맡겼다. 키스
조유진은 그녀의 손을 덥석 잡더니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그거 없어요.”그녀에게 키스하던 배현수는 미처 반응을 못 한 듯 쉰 목소리로 물었다.“뭐가 없어?”조유진은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콘돔.”뜨거웠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가라앉았다.조유진은 다시 옷을 입더니 겉옷을 걸치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선물을 가지러 갔다.배현수는 허탈함에 빠져있었다. 침대에 기대어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 손을 들어 관자놀이를 눌렀다.한밤중에 무엇인가에 얻어맞은 듯했다. 조유진이 다시 왔을 때 배현수는 이미 풀었던 벨트를 맸고 긴 손가락으로 셔츠 단추를 채우고 있었다.조유진은 선물을 들고 걸어왔다.“사이즈 맞을 것 같은데 한번 해볼래요?”짙은 파란색 벨벳 상자를 열었다.안에 두 개의 스터드가 박힌 플래티넘 커플링이 있었다. 클래식한 디자인으로서 화려함은 없었지만 대범해 보이는 스타일이었다.침대 옆에 앉아있는 배현수가 말했다.“네가 산 거니까 네가 끼워줘.”조유진은 그의 약지에 있던 은반지를 빼고 새 플래티넘 반지로 갈아 끼웠다.사이즈가 딱 맞았다. 크지도 작지도 않았다.피부가 하얗고 뼈마디가 뚜렷한 배현수의 긴 손가락에 플래티넘 반지가 끼워졌다. 약지에 끼워진 반지는 은은하고 차가운 빛을 내고 있었다. 욕망이 가득해 보이는 손에 반지가 끼워지자 족쇄처럼 느껴졌다. 왠지 모르게 사람 냄새가 났다.하지만 욕망은 더욱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금욕을 외칠수록 더 참을 수 없는 법이다. 배현수는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내려다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너의 것은?”조유진이 여자 커플링을 그에게 건네줬다.배현수는 그녀의 약지에 반지를 끼워줬다. 약지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약지에 입술을 맞췄다. 두 사람은 또 한참이나 한데 부둥켜안고 있었다. 이때 조유진은 문득 무슨 생각이 난 듯 말했다.“아 참, 선유가 아직 현수 씨가 온 줄 모르니까 가서 불러올게요.”자리에서 일어나서 선유를 부르러 가려고 했다.그러자 배현수는 그녀를 덥석 끌어당기며
조유진은 말을 마치자마자 휴대전화를 꺼내 카메라를 켰다.‘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같이 사진 한 장을 찍었다.사진 속 조유진은 그의 어깨에 기댄 채 한 손으로 그의 목을 껴안고 V를 그리고 있었다.배현수는 그녀를 업고 있다가 표정 관리를 미처 하지 못해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조유진의 배경이 아주 잘 되어줬다.남자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나와 같이 찍는 거야, 아니면 셀카를 찍는 거야?”조유진은 고개를 숙이고 탐구하듯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현수 씨의 얼굴은 어느 각도에서 찍어도 못생기게 안 나와요.”정확히 말하면 어느 각도에서 찍어도 다 잘생겼다.잘생긴 남자의 얼굴은 사각지대가 없이 곳곳에서 심각한 분위기 풍기고 있었다.선명한 이목구비는 자체적으로 필터와 고급스러움을 갖추고 있다.배현수도 사진이 잘 나왔는지 못 나왔는지 신경 쓰지 않고 그녀를 위로 올리며 고개를 옆으로 돌려 물었다.“사진 나에게도 보내줘.”“필터로 포토샵 좀 해서 보내줄게요.”배현수는 인상을 찌푸렸다.“어느 각도에서 찍어도 못생기지 않았다며? 그런데 왜 포토샵 하는데?”“나만 포토샵 할 거예요.”그러니까 남은 못생기게 나오든 말든 상관없다는 이거지?...이내 두 사람은 대성당에 도착했다.늦은 밤이라 그들은 옆문으로 슬그머니 들어갔다.교회 안에 불은 켜져 있었지만 텅텅 비었다.배현수는 조유진이 사진을 찍기 위해 교회에 들어온 줄 알았다.옆에 있던 조유진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목사님이 계셨으면 좋았을 텐데...”“갑자기 목사님을 찾아서 뭘 하려고?”조유진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옆에 선 배현수를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여기는 한국이 아니라 스위스예요. 한국의 언론 기자들도 없고 사람들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어요. SY그룹의 주식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도 신경 쓸 필요 없고요. 현수 씨, 우리를 방해하던 모든 외력들이 여기 스위스에는 없어요. 나와 결혼해 줄래요?”비록 조유진은 애국심이 강한 사람으로서
조유진은 눈시울을 살짝 붉히며 말했다.“대사가 틀렸잖아요.”가난하든 부유하든, 아프든 건강하든 이어야 맞지 않을까?배현수는 담담하게 웃더니 사랑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틀리지 않았어. 나와 같이 고생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나와 결혼하는 이유는 당연히 더 나은 삶을 위해서지. 만약 조유진이 배현수에게 시집가서 고생해야 한다면 그것은 비극의 시작이야. 결혼도 무의미하고.”조유진은 웃으면서도 눈물을 뚝뚝 흘렸다.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그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 약간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현수 씨와 함께라면 고생쯤은 기꺼이 할 수 있어요... 현수 씨, 좋아요.”“후회 안 할 자신 있어?”조유진은 코를 훌쩍이며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후회하지 않아요.”핑크 다이아몬드 반지가 그녀의 왼손 가운뎃손가락에 끼워졌다.배현수는 일어나 살짝 몸을 숙여 그녀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신랑이 신부에게 키스해도 될까요?”하지만 묻는 동시에 키스가 시작되었다.배현수는 한 손으로 조유진의 볼을 감싸 안더니 부드럽고 정감 있게 키스를 나눴다.두 사람은 코끝을 살짝 맞대고 있었다.조유진은 눈을 살짝 뜨고 물었다.“우리 이제 부부가 된 건가요?”그녀가 무슨 걱정을 하는지 잘 알고 있던 배현수는 위로하듯 말했다.“귀국하면 혼인신고도 하고 결혼식도 해야 해.”조유진은 두 손으로 그의 허리를 감싸 안더니 고개를 살짝 젖히며 말했다.“당신은 이제 내 거예요.”“응, 나는 이제 네 거야. 배현수의 마누라님.”배현수는 지갑에서 가족 카드를 꺼내 그녀의 손바닥에 올려놓았다.조유진은 카드를 손가락에 끼운 채 말했다.“가족용이에요?”남자는 긴 손가락으로 그녀의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이번에는 돌려주지 마, 배씨 부인.”“그럼 원하는 만큼 써도 돼요?”“얼마든지.”돌아가는 길, 그의 어깨에 엎드려 있는 조유진은 궁금한 듯 물었다.“우리 둘이 싸우면 카드를 정지시킬 거예요?”배현수는 실소를 터뜨렸다.“유진아, 내가 그렇게
하지만 배현수는 오히려 이렇게 말했다.“욕을 하면 더 울 거잖아. 그리고 결국에는 내가 달래야 하고.”조유진은 흐느끼며 배현수와 같이 교실 구석구석을 다시 한번 샅샅이 뒤졌다. “600만 원짜리 목걸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잃어버렸어요. 그냥 팔아도 돈이 되는 건데.”배현수는 그녀를 덥석 끌어안고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찾지 마. 계속 찾는 것보다 차라리 하나 더 사줄게.”그러자 조유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급히 말했다.“아니요, 됐어요. 하나 더 샀다가 또 잃어버리면 그때는 진짜 현수 씨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을 거예요.”배현수는 그녀의 작은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일부러 혼내는 척했다.“또 울면 진짜 사줄 거야.”“그럼 다음 달에 쫄쫄 굶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그때, 조유진은 이제 막 대학교 1학년이 되었다. 배현수는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그는 교수님과 같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모은 돈으로 유망한 주식 몇 개를 선택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꽤 많은 돈을 벌었다.조유진과 열애 후 그는 공동계좌를 개설했다. 주식에 넣어두고 팔기 힘든 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든 현금을 공동계좌에 넣어두었다.명목상 공동계좌였지만 그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조유진이 전부 관리했다.평소 월세와 수도세, 전기, 가스 등 기본적인 생활비를 뺀 나머지 돈은 거의 조유진의 용돈이었다.하지만 당시 조유진은 나이가 어리고 재테크도 서툴렀다. 게다가 배현수가 그녀를 아끼는 바람에 매달 중순이 되기 전에 조유진이 카드 속 생활비를 다 써버려도 말다툼 한번 한 적이 없었다.돈을 어디에 썼는지는 더더욱 따지지 않았다.조유진은 결국 미안한 마음에 카드를 돌려주며 돈 관리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기가 관리하면 물 쓰듯 펑펑 쓴다고...하지만 배현수는 미안한 듯 말했다.“내가 돈을 너무 적게 벌어서 쓸 돈이 부족하네.”엄밀히 말하면 틀린 말은 아니다. 돈이 충분히 많다면 생활비를 어떻게 다 쓸 수 있겠는가?하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계좌에 0이 몇 개 있는지와 무
조유진의 손가락은 가늘어 두 캐럿의 핑크 다이아몬드가 그녀의 손가락에 있으니 유난히 눈에 띄었다. 사이즈가 조금만 더 크면 비둘기 알 같을 것이다.다이아몬드 반지는 아무리 그래도 주인의 장식품일 뿐이다. 사이즈가 크면 주인과 어울리지 않아 아름답지 못하다.조유진은 왼손을 들어 빛을 배경으로 손등을 바라봤다. “이 사이즈가 딱 좋아요. 이 다이아몬드에도 이름이 있어요?”“응. ‘영생의 굴레’라고 해.”조유진과 평생을 함께하며 희로애락, 고통, 그리고 쾌락의 굴레에서 살고 싶다는 뜻을 의미했다.상대가 그녀라면 배현수는 평생을 함께할 것이다.조유진은 그의 목을 껴안고 얇은 입술에 키스했다.“반지 너무 마음에 들어요.”배현수는 그녀의 엉덩이를 받쳐 들고 다리를 번쩍 들어 안았다.“너만 마음에 들면 돼.”조유진은 그의 어깨에 기대며 물었다.“스위스에 우리를 보러 왔는데 며칠 있을 거예요?”며칠 있을 거냐고?그건 불가능할 것 같다.배현수의 눈빛과 안색이 순간 어두워졌다.“내일 아침이면 가야 해.”원래는 그녀와 반나절만 함께 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녀를 보니 도저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루를 함께 할 수 없다면 적어도 오늘 밤은 그녀와 함께하고 싶었다.이번에 교회에서 프러포즈도 했으니 헛된 하루는 아니다.조유진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이렇게 빨리요? 배 대표님, 이렇게 바쁘세요?”배현수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뺨을 주무르며 말했다.“배 대표님이 돈 벌어서 사모님을 모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말 들어, 응?”조유진은 일이 중요한 걸 당연히 알면서도 고집을 피웠다.“그럼 선유와 나는 언제 귀국해요? 권 여사가 비즈니스 일정이 몇 개 더 있다고 했는데 내가 국내에 없어서 약속을 잡을 수 없대요.”배현수는 눈살을 찌푸렸다.“조햇살 그 계정 아직도 운영해?”“네, 하지 말라고요?”인터넷에 한동안 떠돌던 소문은 어느 정도 잠잠해졌다. 팬들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많은 팬들이 남아 있었다. 팬덤은 탄탄한 편이었다.작은 좌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