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01화

눈이 점점 더 많이 내린다. 배현수는 이 눈이 자기를 완전히 덮어버릴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순간, 하늘마저 그를 버린 것 같다.

이렇게 큰 눈은 그가 걸어온 흔적을 이내 덮어버렸다.

발자국은 이미 희미해졌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

스위스의 겨울도 눈이 내리고 있다.

밖은 온통 새하얗게 뒤덮여 있다.

엄창민은 조유진과 선유를 무사히 이곳으로 모셔다드린 뒤 어제 남성으로 돌아갔다.

조유진은 선유와 함께 근처 쇼핑몰을 둘러보며 매장에서 플래티넘 커플링을 고른 뒤 별장으로 향했다.

녀석은 저녁을 먹은 후, 개인 선생님을 따라 단어 몇 개를 배웠다. 그러고는 태블릿을 들고 위층으로 올라가 애니메이션을 보기 시작했다.

조유진은 베이지색 양털 담요를 걸치고 개인 선생님을 배웅했다.

대문을 열자마자 정원에 낯익은 커다란 그림자가 서 있었다.

검은색의 펑퍼짐한 코트를 입은 채 눈밭에 서 있는 그 사람은 키가 크고 다리가 길어 매우 눈에 띄었다.

조유진은 믿기지 않는 듯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꿈이라고 생각했을 때, 그 남자는 싱긋 웃으며 그녀를 향해 두 팔을 벌렸다.

“유진아.”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가 귓가에 선명하게 들렸다.

조유진은 너무 깜짝 놀란 나머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슬리퍼를 신은 채 뛰쳐나갔다.

그의 앞까지 뛰어갔을 때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다행히 배현수가 그녀를 덥석 잡아주었다.

조유진은 바로 그의 품에 안겼다.

배현수는 이 떠밀림에 몇 걸음 뒤로 비틀거리다가 아슬아슬하게 그녀를 잡았다.

실소를 터뜨리며 손을 들어 그녀의 콧등을 톡 쳤다.

“왜 뛰어?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잖아.”

하지만 조유진은 이런 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두 팔로 그의 목을 감싼 채 기쁨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어떻게 갑자기 오게 된 거예요? 우리 보러 올 시간이 없다고 하지 않았어요? 나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거 아니죠?”

몇 가지 질문을 연거푸 물었다. 희고 청순한 작은 얼굴에 희열이 선명했다.

배현수는 두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잡고 꼭 껴안았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