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진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대단하네요. 와이프는 알아요?”“본처는 그의 수중에 있는 지분과 재산을 위해 일찍이 사람을 미국에 보내 내연녀와 그 혼외자를 납치한 적이 있어. 이런 일은 우씨 영감에게는 집안 망신이기에 당연히 밖으로 드러내려 하지 않지. 경찰에 신고해서 본처를 감옥에 들여보내지도 않을 거고. 진짜로 그러면 포털사이트 헤드라인을 장식하겠지. 결국 자기 망신만 하는 거야.”조유진이 물었다.“그런데 본처 부인은 이혼하지도 않았는데 사생아를 납치해서 뭐해요?”배현수는 단순한 그녀를 보고 머리를 비비며 말했다.“우씨 영감 같은 지위에 있는 사람은 이혼하기 어려워. 개인적인 일이 아니거든. 떠나고 싶어도 임원으로서 그룹에 미치는 여론의 나비효과에 대해 생각해봐야 해. 큰 그룹에서 임원이 바람을 피우고 해외에 내연녀와 혼외자를 둔다는 내용이 뉴스 1면을 장식하면 그 여론 효과는 걷잡을 수 없을 거야. 또한 그룹과 그들이 체결한 경쟁 계약 및 지분 계약은 절대 그렇게 할 수 없도록 하지. 개인의 덕행 때문에 수중의 주식들을 내놓아야 하는 것만큼 가치 없는 일은 없거든. 본처 부인이 미국에서 혼외자를 납치한 것은 그 혼외자에게 빼돌린 재산을 다시 갖고 오기 위해서야. 본처 부인에게도 아들이 하나 있거든. 그런데 그 아들은 아주 쓸모가 없어. 매일 먹고 놀기만 하거든. 그래서 젊은 내연녀를 겨우 찾아서 힘들게 늦둥이를 낳았어. 그러니까 당연히 늦둥이를 매우 아끼고 사랑하지. 혹시라도 본처 때문에 귀염둥이 아들을 잃을까 봐 늘 전전긍긍하고. 그러니까 본처가 자기 아들에게 무엇을 쟁취하든 우씨 영감은 모두 승낙할 수밖에 없어. 마찬가지로 우씨 영감이 내 손에서 함부로 이상한 수작을 부리면 이 흑역사들이 순식간에 폭로되겠지. 그리고 주식이 제일 쌀 타이밍을 골라 가지고 있는 모든 주식을 뺏을 수도 있고. 자기 이익을 네가 쥐고 있으니 자연히 너에게 굽실거릴 거야. 다시 말해서 네가 주식의 40%를 소유하고 있기에 그룹의 실질적인 주인으로서 거부권
배현수와 어울릴 수 있을지 없을지는 그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다. 성격이 초반에는 무뚝뚝해 친구가 별로 없다. 하지만 조유진과 선유 앞에서만은 달랐다. 비즈니스란 전쟁터와 같다. 이익이 그 무엇보다 우선시된다. 서로 속이고 속여 밑바닥에서 싸우는 사람들을 보면 도저히 이 세상에 인성이 있다는 것을 믿기 어렵다.그는 선유에게도 여러 번 귀띔했다. 아무나 쉽게 믿지 말라고...예전의 배현수는 세상이 베푼 호의를 받은 적이 없다. 독불장군 같은 독특한 천재였기에 늘 왕따를 당했다.조유진은 손을 들어 그의 눈살을 쓰다듬었다. 감옥 안에서 우울했던 지난 3년을 떠올리니 너무 안타까워 마음이 아팠다.입꼬리를 올려 따뜻한 웃음을 내보이며 말했다.“현수 씨, 나와 선유가 따뜻한 가족이 되어줄 거예요.”그녀는 속이지 않았다. 눈빛이 맑고 깨끗했으며 그 어떤 욕심도 흐트러짐도 없었다. 하지만 이 말은 배현수의 심금을 울렸다.배현수는 그녀를 침대로 데려간 후 몸을 숙여 키스했다. 얼굴에 옅은 미소가 걸렸지만 검은 눈동자에는 진지함이 가득했다. “유진아, 우리 둘이 뭔가 거꾸로 된 거 아니야?”청혼은 그녀가 먼저 한 것이다.그런데 오히려 그녀는 그에게 가족이 되어주겠다고 말하고 있다.그의 몸 아래에 누운 조유진은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 쥐며 말했다.“내가 적극적인 게 좋다면서요?”그녀는 항상 수동적이고 내성적인 편이다. 적극적인 게 싫은 게 아니다. 단지 그 상대가 누구인지에 달려 있다.이런 작은 일이 서로의 기쁨을 두 배로 만들 수 있다면 그녀는 충분히 더 용감해질 수 있고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이다.그녀가 적극적으로 행동하면 배현수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남자는 손을 뻗어 협탁 위에 놓인 상자를 잡고 열었다.그녀의 귀를 가볍게 깨물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그럼 오늘 밤 끝까지 적극적인 거야?”“어떻게 적극적으로 하면 되는데요?”조유진은 사실관계를 하는 일에서 많은 것을 경험하지 못했다. 배현수는 혹시라도 그녀를 놀라게 할
지금 국내는 아침이고 주식시장은 이제 막 열렸다.배현수는 침대 머리맡에 기댄 채 조유진의 휴대전화를 꺼내 주식 두 개를 사줬다.하나는 의료업계이고 하나는 반도체이다.의료업계와 반도체업계는 기존의 상승추세를 지나 지금 바닥을 찍고 있다. 조금 시간을 두고 길게 보면 분명 손해는 보지 않을 것이다.주식을 다 산 후, 배현수는 핸드폰을 다시 옆에 놓았다.자리에 누워서 조유진을 끌어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애기야, 방금 주식 200억 원어치를 샀어. 스위스에 있는 동안 할 일이 없으면 주식 추이를 연구해 봐.”조유진은 주식을 해본 적이 없다.주식시장의 말에 따르면 주식 투자는 도박과 같아 십중팔구 질 것이다.그녀는 잠결에 비몽사몽으로 물었다.“손해 보면 어떡해요? 원금은 갚아야 해요?”배현수는 넋을 잃고 웃었다.“3000억 원의 빚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거야?”조유진은 몸을 뒤척이더니 이불을 뒤집어썼다.“그러다가 또...”배현수는 그녀의 뒤통수를 보며 씩 웃었다.빚을 갚는 것에 트라우마라도 생긴 것일까?그는 그녀를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이번에는 손해 보면 내 탓이고 벌면 네가 가져.”너무 졸렸던 조유진은 대충 듣고 고개를 끄덕인 뒤 까무러쳐 잠이 들었다.어젯밤에 너무 피곤했던 탓인지 조유진이 깨어났을 때는 아침 10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선유는 소리를 지르며 뛰어왔다.“엄마! 마당의 눈사람은 누가 만든 거야! 옆에 꼬마 선유라고도 쓰여 있어!”조유진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자리에 앉았다.배현수는 이미 떠났다.협탁에는 포스트잇 한 장만 남아 있었다.“스케쥴이 너무 빡빡해서 어쩔 수 없이 가야 해. 잠을 너무 깊게 자고 있어서 깨우지 않았어. 몸 잘 챙겨.”마지막에는 ‘배현수’라고 쓰여 있었다.조유진은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다.선유가 다가와 말했다.“엄마, 뭘 보고 있어? 보지 마! 빨리 일어나서 바깥 정원에 있는 눈사람을 보러 가!”조유진은 녀석의 손에 이끌려 얼른 씻은 후
배현수는 아침에 카톡으로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주식시장 틈틈이 살펴보는 것을 잊지 말고. 만약 정신이 없으면 매일 상황 봐가면서 적당히 거래하면 돼. 우선 이 두 개로 손맛 좀 보다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거래금액을 더 늘려도 돼.]재테크 앱에 접속한 조유진은 한 번 보고 나서 깜짝 놀랐다.주식 두 개, 보유 주식이 200억 원에 달했다...어젯밤 그녀는 비몽사몽인 상태라 배현수의 말을 잘 듣지 못했다. 20억인 줄 알았다. 그런데 200억 원의 주식 두 개로 ‘손맛’ 좀 보라고? 조유진은 어이가 없었다. 그나마 당분간 심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배현수의 방문은 그녀에게 꽤 많은 숙제를 내줬다. 기업 경영지식도 배워야 하고 주식 투자도 배워야 했다.조유진은 공부를 좋아하지만 이런 느낌은 왠지... 배현수가 선유에게 숙제를 내주는 것처럼 그녀에게도 미친 듯이 숙제를 내준 것 같다.선유는 옆에 서서 작은 얼굴을 들고 물었다.“엄마, 무슨 생각해?”조유진은 정신을 차리고 웃으며 말했다.“오늘부터 엄마도 너처럼 공부 열심히 해서 발전하려고.”선유는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엄마도 숙제 있어? 어느 선생님이 내준 건데?”녀석은 오늘 영어 숙제를 엄마에게 도와달라고 말할 참이었다.“선생님이 내준 게 아니라 아빠가 내 준거야.”녀석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아빠는 왜 그렇게 숙제를 잘 내는 거야? 우리가 매일 노는 게 부럽기도 하고 질투도 나서 그러는 거지?”조유진은 피식 웃었다. 선유가 눈사람과 함께 찍은 사진을 배현수에게 보낸 후, 조유진은 한참 고민을 하다가 인스타 스토리를 업데이트했다.사실 그녀는 스토리를 별로 올리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 기분이 좋고 선유가 너무 귀여워서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선유가 눈사람과 찍은 사진을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렸다.사진 아래에 간단히 텍스트도 달았다. [귀여워.] 그리고 빙글빙글 도는 아기 펭귄 이모티콘도 텍스트 제일 뒤에 추가했다....아침 식사 때, 조
개인 진료소에서 진료를 보는 의사는 한국인이었다. 한의학과 서양 의학에 모두 능통했다.중년 남자 의사는 조유진의 상태를 물은 후 혈액 검사 HCG 값과 초음파 검사 등 정기 검사를 했다.일련의 검사를 마친 후, 남자 의사는 안경을 벗고 눈을 가늘게 뜨며 보고서를 보았다.조유진은 왠지 모르게 긴장했다.“의사 선생님, 저 혹시 임신했나요?”“HCG 수치가 눈에 띄게 높아졌고 초음파 검사에서 자궁 내 임신으로 나타났습니다. 임신 4주로 추정됩니다.”임신 4주 차...조유진은 잠시 멍하니 있었다.무의식적으로 평평한 아랫배를 쓰다듬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다.임신했다고?따라온 선유는 옆 책상에 엎드려 눈을 껌벅이며 의사에게 물었다.“의사 할아버지, 임신 4주라는 말은 우리 엄마 배 속에 아기가 생겼다는 뜻이에요?”중년 남자 의사는 흠칫하더니 어린 선유를 보고 말했다.“의사 할아버지? 내가 그렇게 늙었어?”선유는 애꿎은 얼굴로 ‘아...’라고 하더니 이내 다시 말했다.“의사 아저씨.”의사는 더 이상 선유와 입씨름을 하지 않고 직접 물었다.“임신 4주예요. 아이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조유진의 첫 반응은 당연히 아이를 낳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선유가 있다. 둘째를 낳으려면 배현수와 선유의 의견을 들어야 했다... 특히 선유의 의견...게다가 이 아이는 전혀 예상치 못하게 찾아왔다.솔직히 말해서 병원에 온 이후 이 소식을 들은 뒤부터 반쯤 넋을 잃은 상태였다.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의사 선생님, 잠깐 나가서 저희끼리 상의 좀 하고 올게요.”“네, 그래요. 한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니 신중히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조유진은 어린 선유를 이끌고 의사 사무실을 나왔다.어린 선유는 고개를 젖히더니 의아한 얼굴로 조유진은 바라봤다.“엄마, 아기 갖고 싶지 않아?”조유진은 쪼그려 앉아 선유의 작은 손을 잡고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엄마는 아기가 있었으면 좋겠어. 선유는? 선유는 괜찮아?”선유가 작은 입을 삐죽
오늘은 아침에 피가 좀 났다. 큰 문제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조유진은 선유를 데리고 의사 사무실로 돌아갔다.의사는 그녀의 생각을 들은 후 고개를 끄덕였다.“낳기로 하신 거죠? 그런데 검사 결과를 보니 아직 불안한 상황입니다. 임신 초기에 하혈이 있으면 유산하기 쉬워요. 손 좀 내밀어 보세요. 맥을 짚어 볼게요.”조유진 앉아서 왼손을 뻗었다.중년의 의사는 조용히 그녀의 맥을 짚었다.그러다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맥이 이상한데요? 혹시 아랫배가 아프거나 하지 않아요?”조유진이 대답했다.“그동안은 몰랐는데 지금은 은은히 복통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심하지는 않아요.”“그럼 태아를 안정시킬 만한 약을 처방해 드릴게요. 그리고 엽산도 드세요. 지금 너무 말랐어요. 가능한 한 몸조리 잘하고 최대한 누워있으세요. 일어나서 움직이지 마시고요. 절대 무리하지 마세요. 특히 정신적으로 컨디션 조절 잘하셔야 합니다. 임신 4주 차에 하혈이 있으면 유산의 징조일 수 있습니다. 물론 몸조리 잘하면 문제없고요. 잘 못 하면 유산할 수 있습니다.”의사는 매우 직설적으로 말했다. 위험과 그 결과에 대해 명확하게 말했다.조유진은 담담하게 알겠다고 대꾸했다.의사는 처방전을 쓰면서 재차 당부했다.“참, 지금 이 상태로 합방하면 안 됩니다. 체질이 좋은 임산부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환자분 같은 경우는 부부 생활하면 안 됩니다.”이 말을 들으니...조유진은 얼굴이 뜨거워졌다. 너무 부끄러웠다.임신한 줄도 모르고 배현수와 불타는 밤을 보냈으니 말이다.그녀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외국에서 사는 셀리나는 이런 것에 익숙해 서슴없이 물었다.“의사 선생님, 저희 사모님이 어제 남편과 부부관계를 했는데 그것 때문에 하혈한 거 아닐까요?”조유진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의사는 어리둥절해 하더니 살리나를 쳐다보고 덤덤히 말했다.“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분 몸 상태가 원래부터 별로 안 좋으셔서 태아가 불안정할 수도 있어요. 몸조
선유는 작은 머리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물었다.“그럼 엄마, 나 사랑하냐고 계속 물어봐도 돼?”조유진은 녀석의 부스스한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당연하지, 몇 번을 물어봐도 엄마가 다 대답해 줄게.”선유는 작은 팔을 벌려 조유진을 껴안았다. 품에 안긴 녀석은 많이 감동한 듯 살짝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엄마, 나도 엄마 많이 사랑해.”“엄마도 선유를 너무 사랑해.”앞에서 차를 운전하던 셀리나는 백미러로 모녀를 힐끗 쳐다보고는 웃으며 말했다.“사모님이 임신한 걸 배 대표님이 알면 정말 기뻐할 겁니다.”차창 밖, 하늘에서 또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다.조유진은 선유를 안고 창밖을 내다보며 입꼬리를 올렸다.배현수가 기뻐할지 잘 모른다.그는 항상 어린아이가 성가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선유를 매우 사랑하지만 선유가 재잘거리면 시끄러워했다.큰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아이를 그냥 놔두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선유에 대한 요구는 항상 엄격했다.이번처럼 스위스에 와도 선유의 과외 숙제는 하나도 빠짐없이 체크했다. 개인 선생님이 집에 오기 시작하면서 선유가 배워야 할 것이 더욱 많아졌다. 일반과목 외에 피아노, 미술, 응용, 컴퓨터, 웅변 토론도 배워야 했다... 아직은 초기 시작단계인 수업도 있지만 일단 시작한 이상 멈추지 않았다.선유가 아무리 징징거려도 배현수는 아무 말 없이 차가운 시선으로 녀석의 수업을 지켜봤다.둘째 아이도 선유처럼 공부를 시키지는 않을까? 뭔가 두려웠다. 아이가 크면 선유는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애어른의 행세를 할 것이다.“나도 다 겪어 온 거야. 습관이 되면 괜찮아!”여기까지 생각한 조유진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처음에는 둘째를 낳을 생각이 없었지만 의외의 일은 항상 계획보다 빨리 다가왔다.소식을 천천히 받아들인 후, 그녀는 아이가 빨리 태어나기를 기대하기 시작했다.어느새 집에 도착해 따뜻한 방안에 들어왔다.조유진은 셀리나의 눈총을 받으며 침대에 누웠다.셀리나
네 식구가 평온하고 행복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꿈은 끝없이 이어져 나갔고, 바람에 살랑살랑 스치는 보리밭처럼 끝이 보이지 않았지만 부드럽고 밝은 분위기였다.조유진은 전화 소리에 깨어났다.발신자는 남초윤이었다.조유진은 일어나 앉아서 전화를 받았다. 목소리에는 여전히 잠기운이 묻어져 나왔다.“여보세요, 초윤아?”전화를 건 남초윤의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묻어져 나왔다.“유진아, 잘 지내?”“응? 난 잘 지내는데, 왜?”남초윤의 다급함과 걱정에 비해 조유진은 지나치게 담담했다.초윤이 물었다.“너 지금 어디야?”“전에 말했잖아. 현수 씨가 나랑 선유 스위스로 바래다줬다고. 스위스에 온 지 며칠 됐어. 아, 맞다. 여기 설경이 너무 예뻐.”조유진의 평온한 말투를 듣다 보니, 그녀가 배현수와 백소미의 약혼 소식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했다.남초윤은 조유진에게 사실을 알려줄지 말지 고민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말을 이어 나갔다.“네 인스타 봤어. 눈사람 너무 귀엽더라.”조유진의 목소리가 부드럽고 차분히 들려왔다.“임신만 아니면 선유 데리고 나가 돌아다니면서 이쁜 사진 많이 찍어 너한테 보태줄텐데. 의사 말로는 태아 상태가 불안정해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해서 집에만 틀어박혀 창밖 설경만 보고 있어.”“뭐? 너 임신했어? 배현수 애야...?”남초윤의 목소리가 흠칫하며 지나치게 흥분한 것처럼 보였다.조유진이 웃으며 답했다.“현수 씨 애 아니면 누구 애겠어.”남초윤은 입술은 짓씹으며 하려던 말을 거뒀다.“그러게... 현수씨 애 아니면 누구애겠어... 생각하는 것 좀 봐! 유진아, 너 정말 둘째 낳게?”“둘째 계획은 없었는데, 선유도 싫어하지 않고 와줬으니 지울 수는 없잖아?”조유진이 말을 이었다.“큰 문제는 없을 거야. 그저 안정을 취하고 흥분하지 않는다면 문제없을 거야.”‘큰일이네, 흥분하면 안 된다니...’남초윤이 입술을 짓이기며 혀끝까지 차오른 말을 다시 삼켰다.“임신 초기니, 휴대전화 너무 오래 사용하지 마. 전화에도 방